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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1/16 04:16:35 |
Name | 이사무 |
Subject | 안녕 1988 |
저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싫어해서 전 작들은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나이는 1997 쪽에 맞지만, 90년대 문화에 익숙지도 않고 방영당시에 딱히 그 시절이 추억이 될 만큼 오래됐다고 느껴지지가 않았거든요 게다가 연애물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제가 일상이든 온라인이든 욕을 아예 안 하고 살아왔고 주변도 그런 편이라 욕설이 난무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참 싫어하는데요. 1997은 모 연예인이 싫어서 안 봤고 1994는 인물들이 참 입이 거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스킵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에 1988이 시작합니다. 80 년 대는 극 중의 진주보다는 제가 나이가 많은데다가 기억력이 꽤나 좋은 편이고 친,외가에서 막내인지라 나이차가 많이 나는 누나, 형들과 함께 놀아서 항상 제 나이 대보다 위의 문화를 접하며 자란지라 오히려 제 정서에는 잘 맞고 추억이라고 부를 만한 시대라서 기대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1화에서 성보라의 언행과 행동을 보면서 또 스킵....을 하다가 우연히 나중 회차의 재방을 보고 각을 잡고 보게 됩니다. 오늘이 마지막회라니.....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나 80년대의 추억들, 중년 배우 및 안재홍, 류준열, 이민지 등의 젊은 배우들의 연기 내공과 조연 들에게도 분량을 착실하게 챙겨줘서 입체감을 줬다는 점 입니다. 뭐 좋은 점들이야 다른 분들도 다 비슷하게 느끼실 테고 기사나 리뷰들에 의해 워낙 많이 언급되니 넘기겠습니다 . 그런 점을 빼고 오버랩 되는 내용들이 몇 개 있어서 공감을 하며 본 것들이 있는데요. 1. 11화에서 세 어머니가 무당에게 찾아가는 에피소드입니다. 엄마랑 제가 둘이서 보고 있다가 웃겨서 뒤집어졌는데요. 극 중 덕선이가 무당에 의해 바뀐 이름과 같은 이름으로 제 누나도 같은 나이에 이름을 수연이로 바꿨거든요. 게다가 집안도 경상도 집안이고 심지어 무당도 얼굴이 닮았... 는데다가 덕선이의 성과 저희 성도 비스무레합니다. 붙여서 발음하면 더 그렇구요. 그래서 극 중에서 "수여이가~" 라고 할 때마다 집안 식구들이 깔깔 거리면서 웃곤 했습니다. 2. 일화가 유방암 조직검사를 받는 에피소드 입니다. 원래 뭐 유방암이야 워낙 여성분들이 많이 걸리고 조심해야하는 질병이지만, 저희 엄마도 딱 저 시기(87년 쯤)에 악성 의심을 받고 병원에 입원을 한 2 주 일 정도 하신 기억이 납니다. 저야 진주 또래 이긴 했는데, 어리니까 가족들이 제대로 설명도 잘 안 해줬고 엄마는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고 , 며칠 뒤에 우연히 알게 돼서 매일매일 울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그 때는 일화처럼 아무 일 없이 퇴원하셨습니다. 30년 가까이 지난 작년에 결국 같은 증상으로 3 번 수술을 받으셨지만요;; 3. 1988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정봉이 입니다. 안재홍을 원래 좋아했기도 하고 정봉이란 인물에 좀 감정을 이입해서 이기도 한데요. 예전에 다른 글로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저는 영아일 때도, 아동일 때도, 청소년 기에도, 성인이 돼서도 계속 작게도 크게도 아팠습니다. 사고도 많이 당하고 다치기도 많이 다쳐보구요. 정봉이가 처음엔 그냥 웃긴 덕후 캐릭터라서 같은 덕후로 동족을 보듯이 했는데, 심장병 에피소드 부터 좀 많이 이입이 되더군요. 어릴 땐 반이나 학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잘 달렸고 심지어 4~5살 위의 누나 형들보다도 빠를 때도 있었습니다. 달리는 게 참 즐거웠거든요. (포레스트 검프 아닙니다..) 그래서 매일 학교 가기전에 30분 씩 동네를 뛰다가 가곤 했는데 어느 날 부터 가슴이 심하게 아프더라구요. 심장 쪽에 문제가 있었고 약도 좀 오래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약도 먹고 그랬는데, 매일 매일 뛰던 애가 약 먹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게임만 하다보니 급 체중이 늘더라구요. 게다가 정봉이가 20중반이 돼서도 수험생 명목으로 방 안에 쳐박혀 있는 것, 그리고 라미란이 그런 정봉이를 구박하면서도 동시에 아픈 자식이라 걱정하는 모습은 20중반 부터 거의 10 여 년을 투병하며 방 안 에서만 보내던 저와 엄마를 보는 거 같아서 심숭생숭 했습니다. 4. 정봉이가 만쥴에서 미옥이와 엇갈리는 장면인데요. 저는 심지어 이 에피소드를 21세기에! 휴대폰이 있는 시절에 찍었습니다;;;; 딱 정봉이 나이인 24살 무렵에..... 처음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진 뒤 두 번 째로 보기로 한 현재의 그 분과의 만남이었는데요. 그 분이 갑자기 한겨울 심야에 교보문고에서 보자고 하시더군요. 마침 근처에서 모임이 있는데 마쳤다고 하면서요. 그런데 저 역시 교보문고 근처에서 가족들과 있었고 그래서 좋다고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하고 교보문고로 가서 기다렸습니다. 영하 7~10도 정도 되는 날씨인데, 집에서 가족차를 타고 다시 그 차로 올 예정이라서 옷도 얇게 입었는데.... 상대방이 안 오더군요. 10분, 30분 , 1시간, 1시간 반, 물론 1988이 아니라 2004 라서 문자로 조금 늦어진다고 계속 연락은 왔습니다. 두 번째로 보는 날인데... 게다가 첫 데이트인데!!! 추운게 뭔 상관입니까, 이미 11시가 넘어서 교보문고 셔터도 내려가있고 주변에 혼자서 갈 데도 없어서 그냥 계단에서 벌벌 떨고 있었죠. 마침내 전화가 왔습니다. 미안하다고. 지금 막 도착했다고. " 지금 어디에요? 저 막 도착했어요" " 지하 입구 쪽 계단이에요 " " 아...내려갈게요. 어? 안 계신데요?" " ???? " " ???????" 잠시 정적이 흐르고.... 상대방은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 계단에... 전 강남 교보문고 입구 계단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차피 상대방 집도 강남아래로 가야 하는 지라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오더군요. 결국 전 2시간 정도를 강추위에 얇은 점퍼 하나 입고 기다리다 조우했죠 사실 전 길치에다가 학교 집 그리고 동네만 다녀서 광화문에 교보문고가 있는 지도 몰랐습니다. 1988이었으면 아마 동사했을 겁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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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생으로 20년 간 쌍문-수유에서 살았는데 종종 이상한 게 있더라고요. 아니 무슨 쌍문동에서 놀러 압구정으로 가나; 80년대는 제가 잘 모릅니다만 88년은 고사하고 90년대 초중반에만 해도 놀러 간다고 치면 가까우면 덕대 앞, 어지간하면 대학로, 좀 멀리 간다 치면 종로죠. 강남은 아예 다른 시에 가까웠고..10대 아해들이 강남 놀러 간다 치는 경우라면 끽해야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 가는 정도였습니다. 그나마도 대개 드림랜드 선이 한계였고..애초에 당시 쌍문동 자체가 말만 쌍문역이 있지 실제로는 역하고 쌍문동의 메인 거주지하고 꽤나 거리가 있는 등 제반 교통이 불편해서 멀리 움직이기에 적합한 동네도 아니기도 했고요. 90년대 중반 이후 수유역이 도봉/강북권 유흥 중심지로 떠오른 것도 그런 이유라고 봅니다. 뭐, 94년도에도 거주지 근처에 있는 국민학교 주변이 죄다 보리밭 갈대숲 사이에 허수아비 세워져 있는 식의 형태였고, 00년대 초반에도 태풍 때문에 우이천이 범람해서 침수 피해 생기고 이러던 벽촌이었으니.; 학교에서도 2학년 될 때까지는 화목 난로에 땔나무로 난방하고 그랬네요.
제가 92년-94년 정도 수유역 근처에서 자취했었는데.. 사실 저야 대학생이고 뜨내기라 일반 가정이 어떤지는 몰랐지만 여튼 행동반경이 딱 정해진건 사실였습니다. 밑으로는 대학로 위로는 상계역 정도 까지.. 한참 성신여대-길음이 뜨고 있었고, 제가 떠날때 쯤에 노원역이 뜨고 있었었죠. 그 당시 강남은 갈 이유가 별로 없었는데.. 종로는 영화 때문에 안갈 수가 없던 시절였습니다.. 지금같이 멀티플렉스 동시상영이 일반적이지 않았으니깐요.. 동네의 기억이라면 한일병원 (지금의 한전병원)에 파견 많이 간거랑, 4.19 기념탑 근처 조용한 동네를 좋아했던 정도만 남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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