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6/03 09:38:08
Name   Zel
Subject   실제적인 메르스 위험 줄이기
메르스 관련으로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을려고 했는데.. 그냥 아는 정보를 좀 정리하는게 나을 거 같아서 쳐 봅니다.
사실 저는 감염병과 무관한 전공의 경기 남부에 있는 대학병원 의사일 뿐입니다만, 다들 우왕좌왕 하고 있고 질본 및 복지부의 대응도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공기감염 되느냐, 지역감염의 리스크가 있느냐 등등은 언론에서 많이 다룬 관계로 생략합니다. 어짜피 지금은 팩트보다 패닉이 지배하고 있고요.

1. 병의원 리스트를 왜 공개 안하나? 이 병원만 피해가면 되나?

어제 어느 언론사에서는 10개병원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거 보다 더 많이 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의료진에게만 정보를 알려준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제가 응급실이나
일선에 근무하지 않는 관계로 정보를 모르고 있고 또 이 정보를 알려주는건 의료진만 피하라는게 아니라, 이쪽에서 이송되는 환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보입니다.
메르스 발병병원에서 전원 시킨다고 환자를 받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언론의 질타와 패닉의 대상이 되는 동탄S병원 같은 경우에도, 수원 모 대학 병원의 중환자실에 베드가 없는 상태에서 받아준거고, 받을때 까지만 해도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이 병원에서 사망사고가 나서 패닉의 진원이 되었지만 과연 그렇게 리스크가 높은 병원이냐 하면 전 아니라고 봅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지금 3차감염이 발생한 일원동의 모 대학병원이 가장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피해갈만한 병원은 없습니다. http://daily.hankooki.com/lpage/society/201506/dh20150602065941137780.htm
왜냐하면 확진환자들은 음압 (negative pressure)가 걸려있는 격리병상에 입원시켜야 하는데, 이 입원실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 민간병원 입장에서 이거 돌리면 엄청 적자나고 국가적 보전은 미미하므로 어쩔 수 없습니다. 공공병원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어떤 분들은 왜 신종플루처럼 거점병원을 만들지 않느냐라고 하는데, 그때는 완전 판데믹이었고 (하루에 수만명씩 전국적으로 생겼습니다) 지금은 아직까지 병원내 감염입니다. 이 환자들을 다룰만한 병상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병상이 모자라면 이송을 하게 되고, 다르게 이야기 하면 지금 대략 전국의 탑 20병원 급은 다 메르스 환자가 있다고 보는게 안전합니다. 신종 플루때는 격리병상 운영을 포기했었습니다. 그러면 거점병원 운영이 가능하죠. 복지부에서 레벨 올리지 않는다고 뭐라고 그러는데 레벨을 올린다는게 쉬운 이야기가 아닐겁니다.

제 처가 근무하는 인천의 병원은 어제 새벽에 평택에서 환자를 이송 받았고,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오늘 들어온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환자를 한군데 모아놓지 않고 왜 뿌리냐가 아니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니 전국적으로 자원을 쉐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의심자에 대한 격리는 다른 문제입니다. (저도 의심자는 따로 모으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 있긴 합니다만 이런면에서 행정력이 지지부진합니다. 플랜은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각 병원에서 근무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소방수가 불끄러 가는 것 처럼 '업'이니깐 당연히 해야하는 기본적 직업윤리입니다. 일반인들도 "우리 지역 병원에 환자 보내는 보건당국 개념없는놈들.." 이런 식의 님비스러운 생각은 옳지 못합니다. 메르스 환자들은 모두 적절히 관리되는 병상에서 적절히 치료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서도요.

2. 병원 방문이 안전한가?

현재 이런 확진자들은 대부분 격리병동, 혹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습니다. 지금은 의료진들도 제한된 인원만 접촉해서 진료하고 있고요. 공기감염이 없다는 전제에 (그리고 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에어로졸 이 아닌다음에야) 외래의 단순 방문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하지만 입원환자 방문 정도만 되어도 리스크가 높아진다고 생각되고, 병실간호쯤 되면 이제 의료인과 비슷한 수준의 위험도가 됩니다. 그렇다고 의료인에게 현재 N95마스크와 방호복, 고글등이 일괄 지급된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저의 추천은 외래진료가 잡혀있으면 진료를 받는걸 추천합니다. (위험도 보다 이익이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무섭다는 분들에게 까지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고, 그런 분들을 비난 할 이유도 없습니다. 단 '이 병원은 리스트에 있으니 절대 가면 안돼, 이 병원은 리스트 없으니깐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병실 방문 이나, 간병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간병이 꼭 필요하다면 병실내 비치되어 있는 손소독제 및 그 외 감염 방지 규칙을 따라주셔야 합니다.

3. 현재의 문제점은?

지금 3차감염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3차감염자가 16번 환자에게서 계속 전파되고 있어서 이 16번환자가 1번환자 같은 역할을 하지 않나 우려하고 있는 것 같고요. 가장 취약계층은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진입니다. 현재 확진자 외 격리된 의료진은 상당히 많습니다. 의료진끼리 만나는 형태의 접촉을 삼가하는게 병원감염의 전파를 막는 키 중 하나일텐데 아직까지 보건당국이 정신이 없는지 생각이 없는 지 관리를 못하고 있네요. 의료진 감염시 질병매개의 매체가 되므로 환자에 가장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좀 말이 애매하지만 불필요한 의료인과의 접촉을 삼가하는 것이 병원 외래 방문 보다는 훨씬 더 위험도를 낮추는 걸겁니다. (그래도 둘 다 상당히 낮다고는 봅니다만..어쨌던)

4. 놀이공원 영화관 등등 가는 것은 안전한가?

격리대상 의심환자가 돌아다닌다면 문제가 될 수 있고, 보건당국이 이를 컨트롤하고 있다면 사실 안전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신뢰가 떨어진게 사실이다 보니 안전하다고 말씀드리긴 어렵겠습니다. 이런 곳에 가는거의 기준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거기 가서 느낄 불안함 > 즐거움" 이면 안가는게 정답입니다. 마치 방사선 공포와 일본여행 같은거죠.

5.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바이러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낸 결론이 일부가 틀려버린 상태기 때문에 저같은 일개 양민이 이를 예측할 능력이나 권위는 없습니다. 감염력이 낮을것이다, 3차감염은 없을 것이다. 두 가지 전제는 완전히 틀렸고.. 치사율이 낮을 것이다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사망자 모두 상당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역사회감염이 안될것이다 라는 예상은 아직까지는 유효합니다. 물론 변종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은 아직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왜 최악을 상정하지 않고 일처리를 하느냐에 대해서도 신종플루때 타미플루 남용으로 끼친 부작용 같은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긴 있습니다. (사석에선 타미플루 독성으로 죽은 사람이 신종플루보다 많을거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별 믿음직한 소린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방역이 구멍이 났고, 컨트롤 타워가 무능하며, 또 한가지는 질본이 오송에 있어서 물리적인 어려움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항상 이런 일이 생길때 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한계가 좌절스러움이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본 제일 공감가는 컬럼을 링크합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22516
이중 CDC의 가이드라인이라는 것 중 새겨들을 만 한게 이거입니다.

공중보건을 위한 투명한 소통이 갖추어야 할 대강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⓵ 불확실성을 인정하라.
⓶ 추적에 대한 정보를 가급적 신속하게 제공하라.
⓷ 인내와 유연성을 유지하도록 권고하라.
⓸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하라.
⓹ 현실에서 가능한 실천 방법을 제시하라.
⓺ 지역사회를 포기하지 말고, 또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말라.

우리 보건 당국이 이걸 모를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걸 어떻게 적용할지를 모르는거고, 그 이전에 기본적인 국가/전문가 신뢰레벨이 낮은거고, 이거는 전적으로 대중의 잘못이 아닙니다. 오래된 역사를 통한 학습인거죠. 초기 정보통제는 부득이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게 과연 패닉 컨트롤에 도움이 되는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병원 리스트 뿌리면 뭐 갈 병원이 안남을겁니다 어짜피. 아..의원급은 상대적으로 괜찮습니다만.

세줄요약

1. 병원 리스트 만들지 마라. 피할 병원은 없다.
2. 일과적 병원 방문의 리스크는 높지 않으나 입원환자 방문, 간병, 의료인 접촉은 주의하라
3. 병원내 감염에 국한된 건 사실이고 아직까지 지역사회 감염은 없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3 기타[불판] 가입 인사 불판입니다. #2 27 Toby 15/06/01 10288 0
    164 기타홍차.크르에 음악가 분 있으면 손들어주세요.... 62 표절작곡가 15/06/01 9023 0
    165 기타CNN의 35년.youtube 3 삼성그룹 15/06/01 7587 0
    166 기타저의 인터넷 커뮤니티 생활에 대한 잡설 10 으르르컹컹 15/06/01 9121 0
    167 기타Knock Knock 10 王天君 15/06/01 8349 0
    169 기타홍차크르 팬아트 (수정 png 버전) 49 피즈 15/06/01 8651 0
    170 기타홍차넷이라길래 써보는 홍차 이야기 10 트릴비 15/06/01 9198 0
    171 기타애플과 구글의 협상 기간이 반년 남았습니다. 9 Leeka 15/06/01 8918 0
    172 기타메르스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사망자 발생, 3차감염 등 31 곧내려갈게요 15/06/02 10997 0
    173 기타안녕하세요. 홍차넷에 가입하고 첫 글 올립니다. 5 치토스 15/06/02 7217 0
    188 기타기생충 한마리에 숨겨져 있던 인류이야기 5 개평3냥 15/06/03 12579 0
    175 기타새누리당사 무료 배포 잡지 28 블랙이글 15/06/02 9271 0
    177 기타두루넷 21 김치찌개 15/06/02 9472 0
    178 기타5/31 북팔코믹스 페스티벌 갔다온 얘기 2 루키즈 15/06/02 9266 0
    179 기타20명의 숫자가 나누어버린 운명..... 4 개평3냥 15/06/02 9397 0
    180 기타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하고 있는 메르스 대응지침서입니다. 11 아나키 15/06/02 9429 0
    181 기타메르스 현 상황 44 Leeka 15/06/02 11111 0
    182 기타3년차 회사원의 고민과 걱정 12 블랙밀크티 15/06/02 8345 0
    189 기타예능 프로 19 김치찌개 15/06/03 9742 0
    190 기타실제적인 메르스 위험 줄이기 26 Zel 15/06/03 9571 0
    192 기타어제 있었던 "메르스 확산, 어떻게 막을 것인가?" 에 대한 토론 전문입니다.(스압) 2 아나키 15/06/03 11414 0
    193 기타잡설 #01 온라인과 광고 5 Secundo 15/06/03 7972 0
    195 기타4월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 아이폰이 차지. 24 Leeka 15/06/03 10044 0
    197 기타한사람만 바라본 짝사랑 이야기[주의 : 암울합니다. 매우] 5 민트밀크라떼 15/06/04 8525 0
    198 기타잘 지내요?.. 15 박초롱 15/06/04 8807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