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2/09 13:53:36
Name   나쁜피
Link #1   https://www.youtube.com/watch?v=pXmSxXPOhws
Subject   짤막한 사랑


또 한 번의 연애가 끝났다. 두 달. 서로를 알기엔 너무도 부족한, 하지만 사랑에 빠지기엔 너무도 충분한 시간. 연애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긴 연애보다 짧은 연애의 끝이 더 아프고 힘들었다.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많은데'와 같은 아쉬움 때문일까. 아니 그냥 내가 차인 연애가 아픈 거겠지. 연달아 짧은 연애를 하다 보니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연애 초기에 애인에게 내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사람에 금세 질리는 편이었고, 모든 연애가 여섯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애인은 내게 무섭다고 말했지만, 난 뭐가 무서운지 알지 못했다. 난 그게 그가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애인은 그를 이해하는 날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난 지금도 그와 애인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헤어지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유가 궁금하긴 하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흔히 말하는 착한 남자라 재미가 없어서?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우울하고 자존감만 낮아질 뿐이다. '좋아서 만날 때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헤어지는 데도 이유가 없겠지.' 생각하는 게 낫다. 그래도 여전히 궁금하다. 왜? 이런 궁금함은 잠시 잊고 일과 생활을 조여야 한다. 나이를 먹고 몇 번의 연애를 하며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게 참 힘들다.

이렇게 내 20대의 연애는 끝났다. 낼모레면 달걀 한 판. 아마도 이번 연애가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연애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곱씹어본다. 우리의 훌륭한 선배가 말했듯,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선 연애나 결혼 같은 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어떤 선배가 노래한 것처럼 사랑은 금물이다. 사랑은 개뿔... 물론 이런 다짐은 거품처럼 씻기고 다시 허우적댈 때가 올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다음엔 좀 더 길었으면 한다. 짧은 건 이제 싫다. 아니, 다시는 안 할 거다. 사랑은 개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187 1
    15911 일상/생각만족하며 살자 또 다짐해본다. whenyouinRome... 25/12/19 174 13
    15910 일상/생각8년 만난 사람과 이별하고 왔습니다. 15 런린이 25/12/19 413 17
    15909 정치 2026년 트럼프 행정부 정치 일정과 미중갈등 전개 양상(2)-하 3 K-이안 브레머 25/12/19 300 6
    15908 창작또 다른 2025년 (11) 2 트린 25/12/18 147 1
    15907 일상/생각페미니즘은 강한 이론이 될 수 있는가 5 알료사 25/12/18 476 7
    15906 기타요즘 보고 있는 예능(19) 김치찌개 25/12/18 264 0
    15905 일상/생각무좀연고에 관한 신기한 사실 5 홍마덕선생 25/12/18 454 3
    15904 일상/생각조금은 특별한, 그리고 더 반짝일 한아이의 1학년 생존기 10 쉬군 25/12/18 373 28
    15903 IT/컴퓨터잠자고 있는 구형 폰을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활용하기 9 Beemo 25/12/17 624 2
    15902 스포츠[MLB] 김하성 1년 20M 애틀랜타행 김치찌개 25/12/17 192 0
    15901 일상/생각두번째 확장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3 큐리스 25/12/16 416 6
    15900 창작또 다른 2025년 (10) 1 트린 25/12/16 198 3
    15899 일상/생각PDF TalkTalk 기능 업글 했어요.^^ 제 몸무게 정도?? 4 큐리스 25/12/16 382 2
    15898 경제2026년 트럼프 행정부 정치 일정과 미중갈등 전개 양상(2)-상 6 K-이안 브레머 25/12/16 347 5
    15897 음악[팝송] 데이비드 새 앨범 "WITHERED" 1 김치찌개 25/12/16 140 1
    15896 일상/생각불행에도 기쁨이, 먹구름에도 은색 빛이 골든햄스 25/12/16 352 13
    15895 IT/컴퓨터잼민이와 함께하는 덕업일치 9 Beemo 25/12/15 475 3
    15894 창작또 다른 2025년 (9) 2 트린 25/12/14 330 3
    15893 일상/생각 크롬 확장 프로그램이 승인이 났습니다. ㅎㅎ 16 큐리스 25/12/12 1035 32
    15892 창작또 다른 2025년 (8) 3 트린 25/12/12 328 1
    15891 오프모임12월 26일 송년회를 가장한 낮+밤 음주가무 모임 [마감] 22 Groot 25/12/12 860 8
    15890 정치전재수 사태 13 매뉴물있뉴 25/12/12 1120 3
    15889 일상/생각[뻘글] 철학자 존 설의 중국어방 문제와 LLM 은 얼마나 다를까? 13 레이미드 25/12/11 746 1
    15888 음악Voicemeeter를 이용한 3way PC-Fi -3- 제작, 조립, 마감 2 Beemo 25/12/11 314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