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11/17 17:03:47수정됨
Name   Merrlen
Subject   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제목 수정함)

수정 전 제목:
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 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뒤늦게서야 드리는 말씀:

이야기 나누기 민감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그 본질은 파악하지 못한채로 함부로 따져묻는 듯한 어투로 급하게 쓴 글이기에, 당연히 공감은 얻지 못할거라고 생각했고 "에휴, 말을 말자"하면서 말을 아끼시는 분이 많을거라는 각오는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도 많은 분이 그러는 동시에 확실히 할 말씀은 해주신 것 같아서 많이 놀라고 또 죄송했습니다.

한 댓글에서 지적해주신대로, 오해를 부를 정도로 제목을 잘못 붙였다는 걸 깨닫고 뒤늦게서야 수정했습니다. 맘 같아서는 본문도 갈아엎고 싶어지지만, 함부로 뱉은 말을 없었던 것으로 주워담아 다시 뱉기도 뭐하고, 무엇보다도 (반응글은 못 달고 있지만) 지금도 댓글들 통해서 제가 전혀 모르고 있던 사정들을 알아가며 상황을 다시 보게 되는 중이기도 하여 이하의 본문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ㅡㅡㅡㅡㅡ

https://youtu.be/iS7wTOp8JEA?si=QTKtEilPb-jyg8or&t=46

위 영상에서 [성분명 처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른 의료 정책 이야기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는지라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성분명 처방에 관한 반대 이유로서 [환자의 안전]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다소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유튜브 댓글만 봐서는 [성분명 처방에 반대하는 의사들]에 반하는 여론이 대다수인 듯한데,
그것이 언론의 프레이밍이나 반엘리트주의에서 기인한 무언가인지,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전 후자입니다. 분명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본래 해당 유튜브 영상에 댓글로 달려고 글을 썼지만,
그 댓글에 대한 반응이 (찬성이나 반대 어느 쪽이든) 원색적인 비난에 가까울 것 같은 나쁜 예감을 받아,
비슷하게 붉은색이 이미지 컬러인 홍차넷으로 넘어왔습니다.

ㅡㅡㅡㅡㅡ

1:02 죄송하지만 여기서 환자의 안전에 대해 이야기 하셔도 그다지 공감이 가질 않습니다. 숲 위치도 헷갈리는 마당에, 나무의 위치를 따지는 것으로 밖에는 안 들립니다.

동일 성분이어도 임의적으로 약제가 다른 제품으로 대체되면, 환자의 안전에 잠재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일 성분의 약물 간 구분은 고사하고, 엄연히 다른 성분으로 구성된 약들을 그 약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완전히 동일하게 여기는 의료진 분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습니다.

수 년 전, 살면서 복용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종류의 약물을 처방받을 일이 생겼을 때의 일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약물로 인해 독성 간염에 걸린 적이 있던지라, "제가 선천적으로 간이 좀 좋지 않아 약 때문에 간염이 생긴 적도 있어서, 가급적 그런 간 쪽에 부작용이 없는 약으로 처방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아직 젊은 편이고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도 않아서인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 듯한 모습이었고, 실제로도 통상적인 1차 선택 약물을 처방하셨습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아시는 약대 교수님께 문의드려 알아보니) 간독성에 연관된 부작용의 빈도가 1% 이하로, 통상적인 환자에서는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었으니까요. 다만 저의 경우가 바로 그 1% 이하에 해당하는 환자였습니다. 해당 약물을 복용한지 얼마 안가서 독성 간염이 생겼고, 간수치는 정상 상한치의 20여배를 뛰어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약물 복용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배로 고생했습니다.

위 일은 가장 극단적인 예시였고, 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그런 일 하나로 무조건 의사들 탓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의사 분들이 약물을 처방할 때 동일 성분의 여러 제품군 간 차이를 고려하여 처방하십니까? 그는 고사하고, 비슷한 약리 작용을 가진 여러 약물들 사이에서 경험적으로 익숙하게 처방되어 온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의료계 현실 아닙니까? 여러 환자를 보는 와중에, 동일 성분의 다른 제너릭 약품으로 대체했을 때 정말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결코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제가 위에서 말했던 1% 보다야 높겠습니까?

솔직히 의료진 입장에서 실무적으로도 성분명으로 처방전이 쓰이는 편이 더 용이한 경우도 많지 않나요? 환자가 가져온 처방전에 쓰인 낯선 이름의 약물을 약학정보원에 검색하고 성분명을 보고서야 "아, 이거구나."라고 하신 적이 몇 번 있지 않으십니까?

분명 제가 모르는 사정이 여럿 있겠지요. 그러니 성분명처방에 대한 반대 의견을 역설하신다 하여, 그에 대해 무조건 반감을 품지는 않습니다. 다만 동일 성분의 다른 약품으로 대체되는 경우만으로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그 세심한 시선을, 부디 나무가 아닌 숲으로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ㅡㅡㅡㅡㅡ

지극히 단편적인 의견이고, 순간의 감정에서 우러나온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일화로 겪은 고통은 결코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719 게임우마무스메 육성 개론(3) - 전술을 수립하고 룸매치를 통해 최종 점검하자 2 kaestro 24/05/31 2574 1
    14802 영화감상. 장화신은 고양이: last wish. moqq 24/07/23 2573 2
    14916 일상/생각와이프와 철원dmz마라톤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09/11 2572 6
    14868 일상/생각건망증을 줄이기 위해 생긴 습관(?) 8 큐리스 24/08/26 2572 0
    15455 정치누가 한은에서 호텔경제학 관련해서 올린 걸 찾았군요. 3 kien 25/05/22 2570 1
    14631 방송/연예범죄도시4로 보는, 4월 1일~28일까지의 극장 관객 수 3 Leeka 24/04/29 2570 1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2570 1
    14688 게임게임은 어떻게 두려움을 통해 유저를 영웅으로 만드는가 5 kaestro 24/05/18 2564 4
    15284 일상/생각제니와 뷔폐에 다녀왔습니다. 13 월남스키부대 25/02/27 2563 9
    15542 창작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5 Cascade 25/06/22 2562 10
    15302 정치윤석열의 탄핵이 마땅한 이유! 2 타치코마 25/03/08 2562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2562 2
    15283 기타현재 구독중인 유튜브 채널 소개. 2 어제내린비 25/02/27 2561 3
    15009 일상/생각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2557 20
    15691 일상/생각언제부터 머리 쓰는 게 두려워졌더라 28 골든햄스 25/08/28 2555 27
    14711 경제서초구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가능해집니다. 9 Leeka 24/05/28 2555 0
    15016 생활체육탐라를 보고 생각한 골프 오케이(컨시드)에 대한 생각 12 괄하이드 24/11/01 2553 1
    14626 음악[팝송] 걸 인 레드 새 앨범 "I'M DOING IT AGAIN BABY!" 김치찌개 24/04/27 2552 1
    15176 생활체육2024년 내란모의 GOAT 운동 결산 4 danielbard 24/12/30 2547 2
    14865 일상/생각아기 고양이 습관 5 후니112 24/08/25 2545 5
    14658 게임[LOL] 5월 8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5 발그레 아이네꼬 24/05/07 2545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2545 0
    15241 일상/생각여행을 나서면 집에 가고 싶다. 4 풀잎 25/01/30 2544 9
    14853 일상/생각요즘 다이어트 검색을 좀 했더니 9 오레오 24/08/20 2538 1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536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