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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9/26 21:24:22수정됨
Name   코리몬테아스
Subject   트럼프 FBI 전 국장 제임스 코미를 기소하다. - 코미는 왜 힐러리를 죽였을까?
0. 현재. FBI 전 국장 코미가 국회에서 위증한 죄로 트럼프 법무부한테 기소당하기 시작. 기소장 나오고 대배심까지 가는 모양. 1기 행정부 때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정치보복인데, 미 법무부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정치기소를 한 건 정말 역사적인 일.

1. 역사. 트럼프의 법무부 무기화의 첫 번째 희생양이 코미인건 정말이지 훌륭한게 민주당도 끔찍하게 코미를 싫어함. 코미는 버락 오바마가 픽한 FBI 국장이고, 트럼프의 명령에 항명하다가 국장 그만둔 인물인데 왜 싫어하냐,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을 선거 전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질러놓고서는, 결국에는 '기소의견없음' 따위로 종결시켜서 선거를 개판으로 만들었기 때문. 이건 당시 양심이 조금 남아있던 공화당 의원들도 좀 어이없어 해서 하원에서도 질타한 사건이죠.

힐러리가 사설 이메일 서버를 쓴 게 문제라서 수사하는 건 당연히 OK인데, 이걸 선거 전에 기자회견을 이례적으로 한 건 FBI의 '리버럴화' 이후 전례없던 정치공작이거든요. 근데 사실 거기까지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긴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현 수권정당 출신 후보를 편파없이 수사하고 그걸 발표한다는 게 진짜 정치로부터 독립된 기관Institution들을 가진 미국 민주정의 강점을 보여주는거니까요.

그러나 선거 2주전에 다른 민주당 의원의 섹스팅 스캔들 조사하면서 힐러리 사설 이메일에 대한 추가 혐의점이 발견되었다며 수사를 재개했음을 '기자회견'을 열어서 발표한 건 용서가 안됨. 원래는 수사재개따위는 발표할 거리가 아니란 말이에요. FBI는 수사 결과를 보고하는 조직이지 수사를 시작했다를 대중에게 보고하는 조직이 아니었음. 근데 그걸 선거 2주전에 민주당 후보한테 시전한다? 이건 그냥 민주당 입장에선 사보타쥬 그 잡채임.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FBI는 같은 시기에 러시아 해커가 트럼프하고 결탁해서 민주당 지도부를 해킹하고, 해킹한 결과물을 선거기간에 전략적으로 유출한 부분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근데 이건 '수사중'이고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발표 안함. 아니 힐러리는 수사를 시작했다는 걸로 기자회견을 열어서 부관참시했는데, 트럼프 스캔들은 그냥 입다물고 있었다고?

코미는 한 평생 공화당원으로 등록해 살아온 인물이니, 사람들은 그가 공화당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개지랄을 떤거라는 소리를 많이 하는데. 코미는 의회증언에서부터 인터뷰까지 자기가 왜 그런 짓을 했는 지 의견을 피력했고 전 그걸 믿는 편.

2. 코미는 왜 그럤을까? 일단 코미는 2016년 선거에서 부터 트럼프를 졸라게 싫어했습니다. 당적은 공화당원이지만, 선거과정에서 러시아와 결탁하고 그냥 인간적으로 쓰레기인 트럼프가 싫었음.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길 바랐죠. 그런데,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길 바랐음에도 힐러리를 그렇게 사보타주한 이유? 왜냐면 코미가 생각하기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만에 하나라도 없었으니까. 미국 국민이 트럼프같은 놈을 대통령으로 뽑을 리가 없으니까 ㅋㅋ.  

  그런 가정에서, 자기들이 힐러리 이메일 관련해서 새로운 수사점이 발견되었는데도,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입다물고 있으면, 그게 오히려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심지어 그 선거에서 힐러리가 이겨버리면(이미 코미 머릿속에선 힐러리가 차기 대통령임) 미국인들에게 FBI가 어떻게 보이겠어? 이제 누구도 FBI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조직이란느 걸 안믿는거 아냐?  이런 딜레마에 빠졌음. 전 이 딜레마에 빠진게 졸라 웃기다고 보는 데. 그런 딜레마는 매번 선거마다 FBI에서 있어왔고, 그런 딜레마에 어떻게 대처할 지 만들어진 관례들이 다 준비되어 있단 말이죠.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선 함구한다.' 이게 수사기관이 비정치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저한이라고 합의를 봤는데, 코미한테는 그게 아니었나 봄.

어차피 힐러리가 이길 선거이고, 나중에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어서 보복당하더라도, 민주당이 픽한 FBI 국장이 민주당편을 들어줬다는 오명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저런 엄청난 정치스캔들을 일으킨거임. 코미는 아직까지도 자기가 과거로 되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꺼라고 함. 이 일에 대해서 자기 동료들과 부하들과 밤낮을 가리고 토론했다는 걸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하고요. 그 때를 회상하는 걸 보면, FBI라는 기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성전'에 KIA 취하고 있음.

웃긴건 코미는 자기가 그런 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힐러리는 자기가 내린 결단을 이해하고, 오히려 FBI 국장으로서 자신을 더 신임하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했다고 동료들이 증언함.

코미는 자기가 트럼프를 졸라게 싫어하고,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길 바람에도, 개인의 호오를 넘어 기관을 위해 이런 선택을 했던 사실이 퍽이나 자랑스러웠나봄.

3. 결과.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었고, 코미는 웃기게도 그 때 까지 트럼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백악관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것에 매우 황당하고 불쾌해했음. 잘못을 했으면 조사하는 게 당연한거고, FBI 국장의 임기가 10년인건 FBI가 원래 이런 식으로 작동하라고 그런거거든요? 당파성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게 말이죠. 물론 트럼프는 뭐 그런 역사니 중립성이니 하나도 관심없는 인물이고, 나를 조사하는 새끼는 곧 나의 적이기 때문에 코미를 찍어내버림. FBI 국장의 임기를 10년으로 하면 뭐함? 연방대법원은 훨씬 이전에 임기가 보장된 임명직이더라도, 대통령이 원하면 해고할 수 있다고 판례를 만들어놨음. 굳이 FBI 국장같은 중요한 사람을 별 다른 이유 없이 해고하는 게 '정치보복'으로 보일 수 있으니 안하는 게 관례이긴 했는데, 2016년 이후의 세상은 그 이전과 다르기 때문에 관례같은 건 의미 없었죠?

그렇게 코미는 누구보다 FBI의 명예를 위해 노력했지만, FBI를 민주당 후보를 공격했단 이유로 공화당의 개라는 오명을 쓰게 만들고, 공화당 대통령과 반목했단 이유로 민주당의 개라는 오명까지 쓰는 더블크라운을 달성하면서 비참하게 공직을 마감함. 그리고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서 지금 트럼프의 법무부 무기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죠.

트럼프를 위한 어린이책을 쓴 캐시 파텔같은 미치광이가 FBI 국장이 되어서, 정치수사를 마구 남발하고 있는 지금의 FBI를 보며 코미는 피눈물을 흘렸을까요?




https://youtu.be/VBJdm4N1WsQ?si=Y0eE_oafCV_NaT7L&t=48

이번 기소에 대해서 코미가 SNS에 입장 표명을 했는 데, '미국의 연방사법체계를 믿습니다. 전 무고합니다.'라는 말이 너무나 웃겼음. 한 편의 TV 시리즈같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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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한 미쿡 정치상황을 잘 설명해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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