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4/23 18:48:07
Name   큐리스
File #1   ChatGPT_Image_2025년_4월_23일_오후_06_54_16.png (1.79 MB), Download : 60
Subject   아이는 부모를 어른으로 만듭니다.


어느새 아이들이 훌쩍 자라 제 시간도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첫째가 벌써 중3이라니, 시간 참 빠르죠 ㅎㅎ. 정신없이 애 키우느라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었던 지난날을 돌아보니, 그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왜 이렇게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참 신기해요.

무엇보다 제 심장을 후벼팠던 순간들은 역시... 애들이 아플 때였어요. 특히 첫째 녀석 어릴 때 밤새 열이 펄펄 나는데 품에 안고 끙끙 앓던 그 밤들... 진짜 아내랑 저랑 번갈아 가며 뜬눈으로 밤샘했죠.

그 작은 몸이 불덩이 같은데... 힘겹게 끅끅거리고 울 때마다 제 가슴이 다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아이고 차라리 내가 아프지...' 이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진짜 제 심장이라도 떼어주고 싶은 마음, 아마 세상 부모들 다 똑같았겠죠?

밤새 식을 줄 모르는 애 체온에 손을 얹고, 혹시나 잘못될까 숨소리 하나에 바짝 귀 세우고... 옆에서 같이 밤새우다 지친 눈으로 마주친 아내랑 '하아...' 하고 한숨 쉬며 교대하던 그 순간들... 그때는 정말 끝도 없는 터널 같았어요. 해도 뜨고 밤이 와도 끝이 없는 육아라는 마라톤을 뛰는 기분이었죠.

근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이 저를 진짜 어른으로, 책임감이랑 인내심 꽉 채워준 소중한 시간이었구나 싶어요. 힘들었지만 결국 저를 단단하게 만든 거죠.

물론 애 키우는 게 세상 제일 힘든 일 중 하나는 맞아요. 밥 먹다 말고 뛰어가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근데 또 세상 제일 큰 행복을 주는 것도 육아더라고요. 처음 뒤집고 배밀이 하던 거, 아장아장 첫걸음 뗄 때, '엄마', '아빠' 하고 옹알거리던 순간들... 유치원 입학식 날, 잔뜩 긴장했는데 엄마 아빠 보며 환하게 손 흔들어주던 그 모습까지.

아이들이 한 뼘 한 뼘 자라는 거 지켜보는 재미랑 감동은... 진짜 말로 다 못해요. 가슴이 벅차서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많았죠.

이제 애들이 자기 길을 조금씩 찾아가는 걸 보니... 아, 비로소 나도 좀 진짜 어른이 된 건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들이 스스로 서는 걸 보면서, 저도 이제 '어른 버전 0.8'에서 드디어 '1.0 정식 출시'된 느낌이랄까? ㅎㅎ

그렇게 힘들고 지쳤던 밤낮이... 왜 지금은 이렇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는지... 결국 애를 키우면서 저 자신도 함께 성장했다는 거, 이게 진짜 인생의 큰 기쁨이고 행복이구나 싶어요.

진짜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던 육아의 시간들이 지나고 나니... 그 모든 순간이 저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소중한 시간이었구나 싶어요. 힘들었지만... 그래도 세상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죠.

아마 지금 이 시간, 저처럼 애 키우느라 정신없는 많은 부모님들도 계시겠죠. 그분들께 힘내시라고 진심으로 응원 보내드립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거예요. 힘내세요!

쓰다 보니 갑자기 왜 이렇게 센치해졌나 싶지만... 에잇, 다 호르몬 탓입니다! ㅎㅎ



1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678 일상/생각염화미소와 알잘딱깔센의 시대 7 루루얍 25/08/21 1646 15
    15677 일상/생각소원 성취. 차를 바꾸다. 34 쉬군 25/08/20 1646 36
    15674 일상/생각초3 딸내미가 반장 준비하면서 쓴 글입니다. 6 큐리스 25/08/19 1573 10
    15673 일상/생각볼펜 찾아 삼만리... 16 *alchemist* 25/08/19 1435 0
    15667 일상/생각용인 평온의 숲 6 당근매니아 25/08/13 1717 14
    15665 일상/생각ㅎㅎ 와이프 귀엽 9 큐리스 25/08/13 1806 2
    15663 일상/생각등대 13 Mandarin 25/08/12 2168 5
    15657 일상/생각댄스 학원 정기 공연의 주인공은 누구여야 하는가? 8 메존일각 25/08/07 1430 7
    15653 일상/생각그게 뭔데 씹덕아 2 사슴도치 25/08/06 1513 9
    15646 일상/생각돈과 아파트와 첨밀밀과 인스타 공개설정과 법철학 사이에. 혹은 그 위에 6 골든햄스 25/07/31 1653 12
    15645 일상/생각사랑이가 죽었다 10 kaestro 25/07/27 2140 18
    15642 일상/생각취향이시겠지만 딥하게 이야기 좀 해봅시다 20 호미밭의파스꾼 25/07/25 2546 11
    15641 일상/생각갓 태어난 피해자는 악마와 다름이 없다 17 골든햄스 25/07/25 2330 12
    15640 일상/생각에너지젤 나눔 20 dolmusa 25/07/24 1524 11
    15636 일상/생각아이들을 가르치기 11 골든햄스 25/07/23 1322 10
    15630 일상/생각역시 딸내미가 최고에요~~ 10 큐리스 25/07/21 1903 26
    15616 일상/생각왜 나는 교회가 참 어려울까 10 Broccoli 25/07/15 1331 3
    15601 일상/생각당구공의 경로마냥 빛의 경로를 계산해 본다는 것. 8 메존일각 25/07/11 1263 1
    15599 일상/생각통계로, 살다온 사람보다 일본겨울난방 더 잘 알기 6 곰곰귀엽 25/07/10 1424 1
    15592 일상/생각처음으로 느껴본 극심한 우울증 21 큐리스 25/07/10 1896 20
    15585 일상/생각온돌, 우크전쟁 그리고 일본 겨울난방 온도 7 곰곰귀엽 25/07/07 1586 8
    15578 일상/생각급속한 체중 감량이 삶과 관계에 미치는 영향 7 azureb 25/07/04 1761 5
    15553 일상/생각까만 강아지 설렘이, 성견이 되다 5 골든햄스 25/06/26 1418 16
    15552 일상/생각결국은 그냥 반품했다. 4 방사능홍차 25/06/26 1756 7
    15551 일상/생각돈이 매우 많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45 right 25/06/25 2297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