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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4/09 00:02:05수정됨 |
Name | 열한시육분 |
Link #1 | https://www.nytimes.com/2024/11/01/opinion/ezra-klein-podcast-gary-gerstle.html?unlocked_article_code=1.-E4.sW9n.3K4-9Y7_F8jK&smid=url-share |
Subject | 전자오락과 전자제품, 그리고 미중관계? |
오늘 별 생각 없이 팟캐스트를 듣다 Gary Gerstle이라는 역사전문가 및 책 'The Rise and Fall of the Neoliberal Order'의 저자가 중국의 급부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는 부분에서 귀가 쫑긋하더군요: "아주 긴 시간 동안, 미국이 아이디어는 잘 내는데 그걸 잘 실현하지는 못하고, 중국은 그게 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For a very long time, I think, there’s been this increasing sense that America can come up with ideas but it can’t make things in the real world and China can.") 물론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의 제조업 국가지만, 저 말을 듣고 보니 갑자기 스타판의 초창기 상태와 성숙기 상태가 생각났어요. 스타크래프트 초창기에는 각종 외국계 선수들이 수학적인 이론들을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하는 여러 전략들로 승부를 보았던 기억이에요. 고등학생이거나 대학 입학할 정도의 나이인 그들이 그걸로 당시 초창기 토너먼트 등에서 승리하고, 주최측이 제공하는 항공권으로 아시아에도 처음 와보고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선수가 기욤 패트리지만 정말 초창기엔 유럽, 캐나다에서 왔다는 게이머들도 적지 않았던 걸로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판을 채워나간 것은 이 게임의 본토 사람들이 아닌 동양인들이었지요. 이들은 물론 전략 자체에 대한 발전도 시키면서도, 하루 종일 몇날 며칠이고 숙소에서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마우스와 키보드질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얼마나 이론적으로 아름다운 전략인지보다, 그것이 손끝에서 멀티태스킹을 통해 실현되느냐 마느냐가 더 중요해지게 된 것이지요. 게다가 이 전략 게임에 대한 흥미가 오히려 영미권에서는 줄어 그들은 FPS나 아예 난이도를 조절하며 때로는 영화처럼 즐기는 콘솔 게임으로 넘어갔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는 뜨겁게 달아올랐기 때문에 이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도 유지가 될 수 있었어요. 임-이-최-마 등의 챔피언 선수들 계보까지 생겨나고 다양한 '프로게임단'이 처음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 2000년대 초중반이었던 것 같아요. 문득 공상하게 된 것이, 여기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전자제품과 전기차 제조업으로 바꾸고 한국에 중국을 추가하면 왠지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최초의 아이디어는 테슬라가 상업화시키면서 proof of concept은 대성공했으나 이제 치고 올라오는 것은 BYD로 보이는 그림이 뭔가 익숙하더라고요. 애초에 스타크래프트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자체를 블리자드라는 미국 게임사가 만들었고, 아름다운 이론 잘 만드신 것 알겠으나, 지금부터는 손 바쁘게 많이 연습해서 어떻게든 뭔가 더 우겨넣는 쪽이 이기는 그림으로요. 각종 전자제품의 제조와 생산에 대해서도 왠지 동일하게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 위 저자 대담에서는 재생에너지와 반도체에서 대해서 위와 같이 평가하였는데, 해당 팟캐스트 이후 나오는 뉴스들을 보니 몇달 전에는 군함 제조 능력, 그리고 이제 공군 전투기 제조 능력에서도 이런 평가가 가능할런지도 모르겠어요.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여러 모로 불투명하고 아마추어의 단상에 불과하지만, 왠지 지금부터 50년 후의 지구촌 질서가 지금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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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문제는 꼭 미중관계까지 안 가더라도 그냥 스타가 미국서 그렇게 뜨지 못한 것도 원인일 수 있읍니다
우리에겐 스타가 pc방부터 시작해서 이스포츠의 알파이자 오메가였지만, 북미/유럽에선 (꽤 흥한 건 맞아도) 당시 게이머 주류가 죄다 rts에 올인했다고 보긴 매우 어렵읍니다. 시기를 스타 이후로 적으셨는데 실제는 [스1 등장 이전부터] 북미에선 콘솔 시장이 대세였고 대회도 열렸고 프로게이머들이 존재했으며, 유럽으로 돌리더라도 fps 종목들에서 이미 이스포츠가 자생하고 있었거든요. 콘솔이든 ... 더 보기
우리에겐 스타가 pc방부터 시작해서 이스포츠의 알파이자 오메가였지만, 북미/유럽에선 (꽤 흥한 건 맞아도) 당시 게이머 주류가 죄다 rts에 올인했다고 보긴 매우 어렵읍니다. 시기를 스타 이후로 적으셨는데 실제는 [스1 등장 이전부터] 북미에선 콘솔 시장이 대세였고 대회도 열렸고 프로게이머들이 존재했으며, 유럽으로 돌리더라도 fps 종목들에서 이미 이스포츠가 자생하고 있었거든요. 콘솔이든 ... 더 보기
게임 문제는 꼭 미중관계까지 안 가더라도 그냥 스타가 미국서 그렇게 뜨지 못한 것도 원인일 수 있읍니다
우리에겐 스타가 pc방부터 시작해서 이스포츠의 알파이자 오메가였지만, 북미/유럽에선 (꽤 흥한 건 맞아도) 당시 게이머 주류가 죄다 rts에 올인했다고 보긴 매우 어렵읍니다. 시기를 스타 이후로 적으셨는데 실제는 [스1 등장 이전부터] 북미에선 콘솔 시장이 대세였고 대회도 열렸고 프로게이머들이 존재했으며, 유럽으로 돌리더라도 fps 종목들에서 이미 이스포츠가 자생하고 있었거든요. 콘솔이든 fps든 프로 지망생들이면 그라인딩 다 하고 전략 전술에 연구랑 투자 많이 합니다. 단지 한국서는 스타에 몰빵했던 거고 각 지역에선 자기 지역에서 하는 게임에서만 했을 뿐이죠.
쉽게 말해서 미국 게이머라고 그런 competitive gaming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단지 처음부터 미국 게이머들은 스타로의 유입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미국서 대세가 된 적도 없으며 이후로도 뜨지 못해서 라고 볼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어떤 이스포츠 종목이 롱런으로 흥하려면 유입이 많던지 (=하는 사람이 많던지) 유입은 적더라도 뷰어십이 받쳐주어야 (=하는 사람은 적어져도 보는 사람이 많던지) 합니다. 한국의 스1은 둘 다 잡았지만, 북미 스타신의 경우 (온겜/엠겜이 워낙 선구자였던 만큼) 후자는 시기상 생각하기 어렵다 쳐도 전자를 생각하면 유입이 적어서 흥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읍니다
우리에겐 스타가 pc방부터 시작해서 이스포츠의 알파이자 오메가였지만, 북미/유럽에선 (꽤 흥한 건 맞아도) 당시 게이머 주류가 죄다 rts에 올인했다고 보긴 매우 어렵읍니다. 시기를 스타 이후로 적으셨는데 실제는 [스1 등장 이전부터] 북미에선 콘솔 시장이 대세였고 대회도 열렸고 프로게이머들이 존재했으며, 유럽으로 돌리더라도 fps 종목들에서 이미 이스포츠가 자생하고 있었거든요. 콘솔이든 fps든 프로 지망생들이면 그라인딩 다 하고 전략 전술에 연구랑 투자 많이 합니다. 단지 한국서는 스타에 몰빵했던 거고 각 지역에선 자기 지역에서 하는 게임에서만 했을 뿐이죠.
쉽게 말해서 미국 게이머라고 그런 competitive gaming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단지 처음부터 미국 게이머들은 스타로의 유입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미국서 대세가 된 적도 없으며 이후로도 뜨지 못해서 라고 볼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어떤 이스포츠 종목이 롱런으로 흥하려면 유입이 많던지 (=하는 사람이 많던지) 유입은 적더라도 뷰어십이 받쳐주어야 (=하는 사람은 적어져도 보는 사람이 많던지) 합니다. 한국의 스1은 둘 다 잡았지만, 북미 스타신의 경우 (온겜/엠겜이 워낙 선구자였던 만큼) 후자는 시기상 생각하기 어렵다 쳐도 전자를 생각하면 유입이 적어서 흥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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