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2/05 13:51:05
Name   셀레네
File #1   KakaoTalk_20250205_134147945.jpg (265.6 KB), Download : 25
File #2   KakaoTalk_20250205_134148443.jpg (217.2 KB), Download : 27
Subject   절에서 생활하면서




피맥 모임후 수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연휴 기간에 해인사 공양간(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규모가 큰 곳이고 특히 행사가 있는 시기에는 사람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장기로 절에서 거주하시는 분들도 많았더라고요.
20~30대 청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조건으로 숙식 제공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하고 들어왔습니다.
다른 데에서 템플스테이한지 얼마나 됬다고 그 것도 바쁜 시기에 절에 들어가 살며 일을 할 생각을 했는지 사실 저 자신도 이해가 안갔습니다. 불자도 아니면서...작년에 겪었던 일들에 대한 상처와 지금까지 살아온 흔적에 대한 응어리와 회한이 제 마음에 깊숙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고 그를 잠시나마 떨쳐버리기 위함 거일 수도 있겠죠.
새벽 5시에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닥을 쓸고 닦고 의자와 주전자를 테이블에 똑바로 맞추는 것부터 신도들이 들어오면 안내하고 점심 때는 배식도 하고..밥을 다 먹고 나면 수많은 그릇들을 행주로 닦고 또 닦고 치우고 닦은 행주들을 옮겨 소독하는 일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들어오는 야채랑 과일 다듬고 써는 일을 도와드리기도 했고요.
세상에 쉬운 일 없다고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버티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스님들의 식사 준비 부터 절에 살거나 순례오는 수많은 신도들의 밥을 차려주고 준비하고 무거운 식재료들을 옮기려면 힘도 좋아야 하고 깡다구도 있어야 한다는 것.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면 안되고 기계 마냥 동작도 빨라야 하죠. 공양간 위층에 있는 원주실(공양간이랑 후원 사무 및 물품 관리하는 곳)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들 두 명 중 한 명은 쌀가마니도 거뜬히 옮기기 까지 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비리비리한 저에 대한 열등감과 공양간 직원 분들의 안쓰러운 시선이 문득 겹쳤어요.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청소를 하든지 사무를 보든지 돈을 벌든지 봉사를 하든지 어떤 곳에서 나 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쓸모가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요. 사람이 너무 연약해보이면 사람들이 안쓰럽게 생각할 망정 일을 맡기는 데 주저하고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신뢰를 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곳에서도 많은 생각이 오갔고 또 내려놓기도 했고..밤에는 가져온 닌텐도 스위치로 못한 게임을 하고..ㅋㅋ 어쨌든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습니다. 공양간에서는 과일과 간식을 잔뜩 챙겨주셨고 주변 암자 몇 군데를 구경하고나서 하루는 대구를 여행하고 나서 집에 왔습니다.

몸은 고달팠지만 일 하는 동안에는 나를 고통스럽게 한 존재와 잡생각을 할 틈이 없었고 예불도 드리고 책도 읽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가끔은 절에 들어와서 생활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P.S 팔만대장경 내부 구경은 다음에 꼭 신청을 하고 보러가야 겠습니다! 너무 아쉽다.,



18
  • 선생님 너무 훌륭하고 생산적으로 살고 계시네요.. 너무 보기 좋고 대단하십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814 오프모임11.1일 같이 뛰실분 구합니다. 14 kaestro 25/10/30 1125 7
15813 게임[LOL] 10월 31일 금요일의 일정 7 발그레 아이네꼬 25/10/29 823 0
15812 게임[LOL] 10월 30일 목요일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5/10/29 715 0
15811 IT/컴퓨터Chatgpt를 이용한 홍차넷 분석 with Chatgpt Atlas Browser "Agent mode" 5 보리건빵 25/10/29 955 0
15810 일상/생각저는 바보 입니다... 4 이십일세기생명체 25/10/29 1023 8
15809 게임[LOL] 10월 29일 수요일의 일정 4 발그레 아이네꼬 25/10/28 771 0
15808 일상/생각회사 업무로 이혼할뻔 했습니다. ㅎㅎ 3 큐리스 25/10/28 1570 8
15807 기타반야심경과 금강경의 지혜로 입시 스트레스를 헤쳐나가는 부모를 위한 안내서 2 단비아빠 25/10/28 1128 4
15806 게임[LOL] 10월 28일 화요일의 일정 6 발그레 아이네꼬 25/10/27 767 0
15805 경제재테크] 다들 돈을 많이 버셨습니까? - 앞으로의 포지션은? 7 kien 25/10/27 1274 0
15803 일상/생각생각보다 한국인들이 엄청 좋아하는 스포츠 6 hay 25/10/25 1538 0
15802 도서/문학2024년의 마지막 100일을 담은 <작심백일> 펀딩 셀프 홍보 BitSae 25/10/25 854 6
15801 게임[LOL] 10월 25일 토요일의 일정 5 발그레 아이네꼬 25/10/24 826 2
15800 게임[LOL] 10월 24일 금요일의 일정 3 발그레 아이네꼬 25/10/23 843 1
15799 게임[LOL] 10월 23일 목요일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5/10/22 819 1
15798 일상/생각누군가의 은중 uni 25/10/22 1101 6
15797 음악[팝송] 칼리드 새 앨범 "after the sun goes down" 김치찌개 25/10/22 672 1
15796 게임[LOL] 10월 22일 수요일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5/10/21 797 1
15795 경제코스피 6000 정도 찍으면 부동산이 안정될 거 같습니다 8 kien 25/10/21 1683 3
15794 일상/생각우리 회사 대표는 징역을 살까? 3 Picard 25/10/21 1513 10
15793 일상/생각뉴미디어 시대, 중세랜드의 현대인 meson 25/10/21 881 0
15792 정치민속촌은 국립이 아니다. 10 당근매니아 25/10/20 1695 3
15791 음악[팝송] 레이니 새 앨범 "Soft" 김치찌개 25/10/20 676 1
15790 일상/생각여러 치료를 마쳐가며 2 골든햄스 25/10/19 1316 23
15789 일상/생각역사 커뮤니티들의 침체(?)에 대한 잡설 10 meson 25/10/19 1446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