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1/18 08:18:58
Name   Velma Kelly
Subject   집사 7년차에 써보는 고양이 키우기 전 고려할 점
안녕하세요

전문 지식은 하나도 없고
고앵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만으로 고양이 셋을 키우는 사람입니다
설명충 기질이 돋아서 고양이에 대해 제가 아는 걸 써보려고 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냥바냥임을 유의하십시오


0. 내가 고양이를 원하는 게 맞나?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임을 가정했을 때, 일단 본인이 고양이를 원하는지를 생각해보는게 중요합니다. 부를 때마다 와서 애정표현 해주고, 필요할 때 껴안고 놀아주고 집에 오면 반겨주는 동물을 원하신다면 개를 키우는 게 낫겠지요. 고양이란 놈들은 애정표현이 이상해서 가장 흔한 애정표현이
* 눈 마주친 상태로 천천히 끔뻑
* 걸어와서 다리(혹은 어떤 부위든)에 박치기 하고 지나가기

이런 식이에요. 그래서 개한테서나 받을법한 대우를 생각하고 입양했다가 돌려보내는 일이 꽤 많다고 하는데, 기대치를 적당히 잡는 게 중요합니다. 나중에 진짜 친해지고 편해지면 지가 알아서 품에 안기기도 하는데, 어떤 냥이들은 평생 안 그러기도 하더라고요.


1. 털
털 문제는 고양이 사육 최대의 난관이고, 공략 불가능한 문제입니다. 스핑크스 고양이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다른 종이면 어떤 고양이들간에 털과 함께 살아갈 각오를 하는 게 맞습니다.
옷, 속옷, 식기, 냉장고, 음식, 집안 모든 곳이 털에 잠식될 것이고, 그걸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가끔 매일 빗질을 해주면 털이 덜 날린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덜 날리기야 하겠죠...근데 그래도 통제 불가능 할 정도로 많이 날립니다. 

알러지는 정도에 따라 견딜만 한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알러지 있는데도 맨날 약 먹어가면서 고양이 키우는 친구가 셋이나 있어요


2. 고양이가 건드리면 안 되는 물건들?
레딧에 가끔 "고양이가 소파를 뜯는데 뜯지 말라고 어케 가르치나요" 하는 글이 올라와서 집사들의 웃음을 유발하는데, 고양이는 훈련이 잘 안 되는 동물입니다. 하는 짓을 보면 능지가 낮은 건 아닌데, 인과관계를 되게 이상하게 해석을 해요.

개가 소파를 뜯고 혼나면 "아 소파를 뜯으면 안되는구나!" 하고 배우는데
고양이를 같은 이유로 혼내면 "아 [집사가 보는 앞에서] 소파를 뜯으면 안되는구나!"(??????) 하고 계속 합니다.

아무튼 발톱으로 뭘 뜯는 건 계속 자라는 발톱을 날카롭게 갈기 위한 일종의 전투 준비(...)라서 무슨 불안감이나 이상증세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안 하면 더 이상한거임.

운이 좋으면 스크래처 같은 걸로 고양이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데, 냥바냥이라 어떤 고양이는 하나도 안 좋아합니다.
제 고양이는 스크래처를 사줬는데 쳐다도 안 보고 바로 옆에 소파를 뜯더라고요. 썩을놈.

그러니까 내가 정말 아끼는 가구 같은게 있다? 고양이를 안 키우는 게 맞다고 봅니다. 친한 친구를 잘 설득해 보세요.


2-1 발톱 제거?
[[절대 하면 안 됩니다.]]
고양이 발톱 제거라는 게 사실 발톱만 뾱 하고 뽑는 게 아니고, 사람으로 치면 손가락 끝 마디를 통째로 자르는 수술이에요. 요즘에 와서는 비인도적이라고 지양되는 분위기인데, 발톱 제거 된 고양이는 평생 성격 문제+ 그로 인한 폭력성 등을 안고 살아갑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싸울 때 앞발에 크게 의존하는데 그게 없으니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거라 추정됩니다.


3. 준비물
건강한 고양이는 필요한 게 많지 않습니다. 사료, 화장실, 화장실용 모래 정도만 진짜 필요할 필수품이고, 기호에 따라 캣타워, 스크래처 등 다른 장난감을 사 줄수도 있겠지요.

사료
- 고양이는 위장이 예민한건지 사료나 간식 외의 음식을 많이 주면 안 됩니다. 매체에서 나오는거랑은 달리 우유도 유당불내증 때문에 주면 안 돼요. 육식동물이니 고기같은건 줘도 되지 않나 싶지만 사람 입에 맞게 간이 된 음식은 고양이에게 너무 짜기 때문에 건강에 안 좋습니다. 고양이는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아서 신장에 문제가 많이 생기는걸 고려하면 더더욱 안 좋은 간식이겠지요. 그러니까 먹다 남은 음식 같은건 일찍 치우는 게 좋읍니다.
(...하지만 저는 치킨 먹을 때 가끔씩 닭고기 조그만 거 하나씩 줍니다. 너무 귀여워서 거절을 못함)

까다로운 냥이들은 사료를 가리기도 하는데, 입맛에 맞는 사료를 찾아서 그것만 먹이시면 됩니다. 사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소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나...

화장실
- 배변훈련이 필요 없다는 건 고양이의 최대 장점 중 하나입니다. 태어난지 3주 이하인 애기 고양이들은 알아서 못한다고도 들었는데, 그 이상만 되면 지가 알아서 다 합니다. 상자에 모래 넣고 그 위에 고양이를 앉혀놓으면 거기를 화장실이라고 자기가 인식을 하고 나중에 싸고 덮고 다 합니다. 물론 삽으로 그걸 치우는 건 집사 몫이지요. 안 치우고 너무 더러워지게 냅두면 다른데다 쌀 수도 있는데, 고양이 똥오줌은 악취가 엄청납니다.
가끔 친환경적이라고 모래가 아니고 나무조각 같은 걸 파는 브랜드가 있던데, 제 경험상 고양이들이 별로 안 좋아합니다.

캣타워
- 캣타워는 고양이가 뛰댕기면서 노는게 아니고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게 목표입니다.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영역동물인데, 그래서 높은 곳에 올라가서 자기 영역을 볼 수 있으면 더 편안함을 느낍니다. 같은 이유로 집이 너무 어질러져 있는것도 좋지 않아요.


4. 종
이건 제가 아는 게 별로 없긴 한데, 개도 그렇지만 순종 뭐시기는 건강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하얀 고양이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네요.




냥짤로 글을 마칩니다

셋이 다 모인 사진이 몇 개 없네요



19
  •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강아지도.
  • 고양이 키우기 정석..!
  • 책임없는 냥락을 즐기게 해주시는 집사님들 감사합니다.


고양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같이 산다는 게 더 맞는 것 같읍니다. 거의 대부분의 것이 내 의지대로가 아닌 ㅎㅎ. 그래서 죠습니다
오쇼 라즈니쉬
발톱제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군요 ㄷㄷ
스핑크스 고양이는 털 대신 기름때(......) 를 남기더군요.
말 스대로 온 집안 물건들이 피지(....) 로 코팅되어 있음
2
cruithne
기대치 설정이 진짜 중요합니다. 울집 똥냥이는 제가 화장실만 들어가도 죽지말라고 목놓아 우는데 정작 간식줄때 뺴곤 앵기는거 1도 업읍니다.....
골든햄스
강아지 - 반드시 산책. 죽어도 산책입니다.
1/10 0/3...
절름발이이리
2는 인과관계를 이상하게 해석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충성(감시자와 패널티가 없어도 어떤 룰을 내재화하는)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서 그런거죠. 즉 혼나는 게 싫을 뿐이라, 안 들켜서 안 혼나면 그만이야라는 지극히 논리적 대응..
린디합도그
집이 좁은건 상관 없나요? 작은 원룸인데
Velma Kelly
큰 상관은 없는데 고양이 화장실 청소를 자주 할 필요가 있겠네요
말했듯이 냄새가 지독해서 똥오줌이 잘 안 덮이면 헬이라서요
두부두부
전 고양이 털이 그렇게 많이 날리는지 몰랐었어요.
친구네 고양이 보려고 제가 바닥을 좀 기었는데 ;;;.. 옷에 털이 털이.. 뗀다고 뗐는데도 집에서도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너무 귀엽고 예뻐요.. ㅜㅜ
seaflower
개만 몇십년째 키우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키워보고 싶었는데 개 키우던 사람은 고양이털 감당 못한다고 주변 집사님들이 말리더군요. 개털도 만만찮은데..
근데 우리집 개똥 치우는건 괜찮은데 옆집 고양이똥 치우는 건 싫더라고요. ㅡ.ㅡ 옆집 마당냥이 넘어와 화분 스크래치 남기는 것까진 괜찮은데 화단 응아는 안괜찮아서 보호소에서 댕댕이 한마리 입양한 게 3년 전입니다. 울집 개가 고양이를 넘넘 싫어해서 이 개를 키우는 동안엔 냥집사는 어림없는 걸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348 경제[개업인사] 법률사무소 간성 김태웅 변호사 개업인사 137 김비버 25/03/31 2490 102
15347 게임퍼스트 버서커 카잔 - 5시간 짧은 후기 4 kaestro 25/03/31 743 2
15346 사회장애학 시리즈 (6) - 청력에 더해 시력까지라고? 1 소요 25/03/30 738 5
15345 일상/생각오늘은 마나님께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4 큐리스 25/03/28 1064 4
15344 경제[의료법인 회생절차 가이드(1)] 요양급여 및 본인부담금 채권 압류해제 어떻게 해야할까? 1 김비버 25/03/28 700 3
15343 정치(혐오주의) 생성형 AI는 예상보다 빠르게 극단주의를 퍼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12 명동의밤 25/03/27 2037 9
15342 정치2심 무죄가 나온 내용 (1) 55 명동의밤 25/03/26 2675 12
15341 기타트랙터 잡썰 4 잔고부자 25/03/26 882 5
15340 정치연금 문제-결국 답은 소득주도성장에 있다. 9 kien 25/03/25 1558 0
15339 일상/생각알중고백 7 당근매니아 25/03/25 1100 6
15338 오프모임3/27(목) 신촌서 봅시다아 26 나단 25/03/25 1153 0
15337 일상/생각평범한 동네 이야기 4 nm막장 25/03/24 821 7
15336 도서/문학[서평]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 대니얼 길버트, 2006 1 化神 25/03/24 738 9
1533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보낼 보고서 써달라고 했습니다. 클로드한테 ㅋㅋㅋㅋ 6 큐리스 25/03/24 1162 2
15334 정치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여야합의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9 파로돈탁스 25/03/24 1310 1
15332 일상/생각감자와 당근의 이야기입니다~~ 7 큐리스 25/03/24 808 0
15331 일상/생각기분 좋은 하루를 기록하기 3 골든햄스 25/03/22 874 11
15330 일상/생각국민연금 내기 싫다, 고갈되면 나는 헛돈 낸 게 아니냐는 친구의 말을 듣고.. 15 타치코마 25/03/21 2175 5
15329 여행그간 다녀본 리조트 간단 정리 : 푸켓, 나트랑, 안탈리아 8 당근매니아 25/03/21 1210 23
15328 기타한화에어로 이것들이 유증을 하는군요. 이참에 유상증자 관련 몇가지 아는 것들 이야기 해봅니다. 17 동네주방장 25/03/21 1492 2
15327 정치헌재 선고 시점, 인용/기각 인원에 따른 짧은 생각 9 kien 25/03/21 1313 0
15326 일상/생각평범한 남편의 투정^^ 큐리스 25/03/20 867 3
15325 사회한국 시민의 일원으로 연금개혁을 환영하며 30 카르스 25/03/20 1934 8
15324 음악[팝송] 알레시아 카라 새 앨범 "Love & Hyperbole" 김치찌개 25/03/20 455 1
15323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8. 문화적 다양성 2 허락해주세요 25/03/17 800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