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12/30 17:54:19수정됨
Name   호미밭의파스꾼
Subject   지옥길을 걷고 있다면,
살겠다고 억지로 먹은 점심이 얹혀 과다분비된 위산이 음식과 따로 놀며 역류하는 감각이 4K로 느껴지는 오후입니다. 멘탈을 다잡아야 할 일을 끝내고 퇴근할 테니 감사한 일들을 떠올려 봅니다.

1. 제 아내는 꽤 오래 갑상선 저하증을 앓았는데, 올 여름 호르몬 수치가 정상화되었다는 진단을 받고 약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나날이 호조되는 컨디션에, 연애 할 때처럼 10분에 한 번 절 약 올리던 취미를 되찾았습니다. 애용하는 레파토리는.. 씻고 나오는 절 기다렸다가 "도대체 언제 씻을 거예요?" 묻기, 제 잠든 얼굴을 사진 찍어 가족 톡방에 올리기, 제가 만든 음식을 맛 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맛 없음을 표현하기 등입니다.

2. 올 봄, 제 만류를 무릅쓰고 해병대에 입대한 큰아들은 이제 상병이 되었습니다. 군 생활을 즐기느라 오늘까지 약 2주 간 전화를 받지 않고 있어 정말로 행복합니다.

3. 작은 아들의 키가 드디어 183cm를 돌파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베인 마냥, 가끔 제 어깨에 손을 얹고 제가 모르는 유튜브 채널 발 드립을 치는 녀석을 올려다 볼 때마다 왠지 분통이 터지는 동시에 느껴지는 뿌듯함이 당황스럽지만 역시 행복합니다.

..훨씬 나아졌네요.

윤가놈이나 사탄 항문의 치루 만도 못한 먹사, 예시를 들기도 싫은 벌레들 따위로 괴로워 하기엔 제가 누리는 과분한 축복과 일상의 행복이 너무 큽니다. 늘 따뜻하게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도, 지인의 80% 이상의 일상을 망가뜨리거나 환율을 급등 시키는 존재는 아니실 겁니다. 무신론자가 압도적으로 많겠지만 적어도, 예수를 욕망 해소의 빌미로 오남용 하시진 않으시겠죠. 듣는 이의 영혼을 찢는 언어를 짖어 연명하지도 않으실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조금 덜 스트레스 받고, 조금 더 행복할 자격이 있으며, 덧없이 피었다 스러지는 찰라 속, 현재의 천국을 꼼꼼히 누릴 의무가 있으십니다.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현실 속, 유일하게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천국은 서로에 대한 선의와 신의성실의 의지를 가진 하나 이상의 인간들 사이에서 곧잘 피어난다는 것입니다. 곧 지는 꽃과 딱 한 철 동안만 들어가 즐길 만한 바다와 낙엽과 곱은 손 위 응원봉의 불빛, 토요일 새벽 땅에 닿자마자 녹을 함박눈을 보는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을 더 사랑하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그것 뿐인 것 같습니다.



38
  • 아버지 위대함 그자체
  • 끝없는 고해에서도 고개만 돌리면 피안이다
  • 가족의 사랑 정말 행복하네요 ㅎㅎ
  • 산뜻하고 은은한 행복,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호미밭의파스꾼
그거 아십니까? 지난 주말의 곰탕은 대성공이었읍니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1
하마소
제 딸도 얼마전 키 83cm를 돌파했읍니다.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차원에서 ㅋㅋㅋ
따스한 글 감사합니다.
15
호미밭의파스꾼
상상만 해도 귀엽읍니다ㅋㅋ 따스하게 읽어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1
골든햄스
아고 ㅜㅜㅜ
1
좋은 글 감사해요! 😊
1
호미밭의파스꾼
뭔가 과분하네요.. 감사합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278 일상/생각큼큼이들을 위한 변명 15 당근매니아 25/02/21 1333 1
15276 일상/생각이사를 합니다 3 Broccoli 25/02/20 798 8
15272 일상/생각다큐 추천 [해장] whenyouinRome... 25/02/18 652 1
15267 일상/생각불이 켜진 밖을 비틀비틀 걸어 나오며 9 골든햄스 25/02/14 852 17
15266 일상/생각'자폐아가 많은 부모의 직업'과 관련된 고도로 체계화하려는 성향 45 하얀 25/02/14 2487 8
15264 일상/생각딸한테 또 당했습니다.^^ 2 큐리스 25/02/13 1037 7
15260 일상/생각사진 속 그녀는 여전히 눈부셨다. 5 큐리스 25/02/10 1012 6
15253 일상/생각클로드와의 심리상담 경과 3 골든햄스 25/02/06 1126 12
15251 일상/생각요 몇년간 스마트폰 기변 후기. 14 카바짱 25/02/06 1094 0
15249 일상/생각절에서 생활하면서 10 셀레네 25/02/05 1231 18
15248 일상/생각15년 차 남편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 4 큐리스 25/02/05 871 0
15245 일상/생각학원에서 이제온 아들 늦은저녁 차려줬습니다. 5 큐리스 25/02/04 842 8
15242 일상/생각오랜만의 운동^^ 5 큐리스 25/01/30 962 2
15241 일상/생각여행을 나서면 집에 가고 싶다. 4 풀잎 25/01/30 1019 9
15238 일상/생각당신의 눈가에 피어난 이야기들 1 큐리스 25/01/27 827 7
15234 일상/생각이틀간 집안의 계엄령 6 큐리스 25/01/24 1446 4
15230 일상/생각일상의 사소한 즐거움 : 어느 향료 연구원의 이야기 (5편) 8 化神 25/01/22 908 12
15229 일상/생각밭에 묶여있던 개를 풀어줬다 다시 묶는 사람들 14 골든햄스 25/01/22 1542 21
15226 일상/생각우리가 이렇게도 만나는구나 9 큐리스 25/01/21 1183 1
15223 일상/생각스타벅스 요금 인상 소식에 방출하는 스벅앱 사용 꿀팁~ 5 whenyouinRome... 25/01/20 1631 10
15220 일상/생각저에게는 원칙이 있습니다. 12 whenyouinRome... 25/01/19 1648 49
15217 일상/생각집사 7년차에 써보는 고양이 키우기 전 고려할 점 11 Velma Kelly 25/01/18 1093 19
15216 일상/생각입시에 대해 과외하면서 느꼈던 것들, 최근 입시에 대한 생각 12 Daniel Plainview 25/01/17 1644 15
15214 일상/생각충전케이블과 사랑에 관한 소고(小考) 3 큐리스 25/01/17 828 2
15212 일상/생각결혼 15년차에 느끼는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7 큐리스 25/01/16 1457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