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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1/09 18:37:00 |
Name | 스티브잡스 |
Subject | 나는 맑은날이 싫다. |
요즘처럼 하늘이 우중충한 날이 좋다. 맑은 날이면 눈앞에 무언가가 날아드는데 십년째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십년전 재수학원 옥상에서 담임에게 오해를 사 한시간여를 맞고나서 두시간을 혼자 앉아 눈을 비벼가며 울었던 탓에 포도막염에 비문증까지 생겨버렸다. 나는 원래 잘 운다. 눈에 부담을 주는걸 알지만, 힘든일이 있을때마다 홀로 숨죽여 우는걸로 풀어왔는데 요샌 눈물도 잘 안난다. 애인이 나를 버릴때 그랬고,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길때도 그랬다. 자주 울었다. 울고나면 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나면 눈앞이 다시 흐려지고 날아다니는 것들이 늘어 갔다. 그날들의 나는 뭐가 그렇게 서러워 앉아 울었을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 제목이 머릿속에 맴돈다. 요사이 맑은 날이면 다시 날아드는 것들이 지난 십년을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이 그리 힘들어 울며 불며 스스로를 놓아버렸을까. 남은건 눈을 떠도는 응고된 상태의 안구속 액체, 높은 안압 뿐. 나는 맑은날이 싫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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