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7/02 11:23:53
Name   큐리스
Subject   와이프에게 소박한 편지를 써봅니다. ^^ 와이프 전상서???
나의 애중한 아내에게,

세월이 흘러 우리가 불혹의 나이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기이한 경지에 이르렀소이다. 한때는 불꽃같던 우리의 인연이 이제는 마치 젖은 장작과도 같이 되었으니, 불길은커녕 연기만 피어오르는 듯하오.

그대는 요즘 들어 더욱 열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소. 마치 숨겨두었던 용의 기운을 되찾은 듯 하오. 이 몸은 소파에 파묻혀 있는데, 그대는 마치 날랜 사슴처럼 침소로 달려가니 어찌 된 일이오?

밤이 깊어갈 때면, 그대의 눈빛에서 타오르는 욕망을 보게 되오. 그 순간 이 몸은 마치 평화로운 산중의 사슴이 된 듯한 기분이 드오. "오늘 밤은 편히 주무시옵소서, 아내님"이라 말하고 싶으나, 그저 "음..." 하고 모호한 소리만 내뱉게 되니 이 또한 괴롭소.

그대의 손길이 다가올 때면, 이 몸은 마치 책상에서 잠자고 있는 클리에처럼 미동도 하지 않소. 그럴 때마다 그대의 실망 어린 한숨 소리가 폭풍 전 바람 소리처럼 들리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오. "내가 스무 살 젊은이였다면..." 하고 말이오. 허나 곧바로 현실을 깨닫게 되니, 스무 살로 돌아간다 해도 아마 허리병만 더 심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오.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소이다. 다만 그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오. 언젠가 그대도 이 '무언의 사랑'을 헤아려 주시길 바라오. 그때까지 이 몸은 묵묵히, 아주 느리게, 거북이보다도 느린 걸음으로 노력하며 우리의 사랑을 지켜나가고자 하오.

사랑하는 아내여, 간곡히 청하오니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 시기를 함께 견뎌 나갑시다. 우리에겐 여전히 희망이 있사옵니다. 비록 그 희망이 아주 희미한 촛불 같을지라도 말이오.

함께라면 이 인생의 고비도 능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오. 다만 그 과정이 좀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점,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소이다.

영원히 그대를 사랑하는,

그대의 남편 올림

옛날감성으로 한번 써봤습니다. 뭔가 유배지에서 쓰는 느낌도 나고 ㅋㅋㅋㅋ  은근 재미있네요 ㅎㅎ



9
  • 이상하다, 제목에 분명 큐리스님이라고 써있었는데
  • 제목만 보고 작성자를 맞췄습니다.
  • !!!!!
  • 아잉~
  • 이 글은 널리 읽혀질 만한 글이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825 일상/생각강아지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4 니르바나 24/08/06 983 15
14820 일상/생각첫 번째 티타임(코털에 대하여) 후안무치 24/08/04 906 7
14819 일상/생각책 스캔을 하고 있습니다 4 야얌 24/08/04 1043 4
14817 일상/생각통닭마을 9 골든햄스 24/08/02 1182 29
14814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1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144 33
14812 일상/생각어제 와이프랑 10키로를 뛰었습니다. 8 큐리스 24/07/31 1334 7
14811 일상/생각점점 줄어드는 욕구들 2 큐리스 24/07/31 1334 2
14807 일상/생각어제 와이프한테 청양고추 멸치볶음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3 큐리스 24/07/29 1167 5
14790 일상/생각여자를 잘 아는 남자가 된다는 것 5 블리츠 24/07/12 1935 2
14786 일상/생각LLM 단상 5 김비버 24/07/10 1377 12
14783 일상/생각재미로 보는 홍차넷 생활상식 5 전문가 24/07/09 1354 7
14778 일상/생각본문 수정 8 오구 24/07/06 1899 3
14775 일상/생각새벽에 당직자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11 큐리스 24/07/05 1679 17
14770 일상/생각개인적인 관리비 꿀팁? 3 mighty 24/07/03 1511 0
14768 일상/생각와이프에게 소박한 편지를 써봅니다. ^^ 와이프 전상서??? 7 큐리스 24/07/02 1297 9
14760 댓글잠금 일상/생각부자 아님 바보만 애를 낳는다. 42 가람 24/06/26 2820 3
14753 일상/생각얼마간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며 느낀 소감. 15 메존일각 24/06/19 1545 3
14747 일상/생각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sisyphus 24/06/17 919 2
14742 일상/생각 4 하얀 24/06/13 1147 26
14740 일상/생각보고 들은 주취자 응급실 난동 5 방사능홍차 24/06/12 1202 0
14735 일상/생각악몽 1 Xeri 24/06/11 865 4
14730 일상/생각구직을 마무리하며 - 많은 분들에게 감사했던 시간 16 kaestro 24/06/06 1466 12
14726 일상/생각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15 골든햄스 24/06/04 2179 11
14722 일상/생각트라우마와의 공존 8 골든햄스 24/05/31 1320 20
14706 일상/생각이제 옛날 팝송도 재미있게 공부할수 있을것 같네요. 큐리스 24/05/27 1082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