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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1/05 16:12:30
Name   난커피가더좋아
Subject   제네시스는 더 이상 현대차가 아니다?
부제: 더 이상 현대차가 아니게 된 제네시스 이야기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054032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053960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053962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053963

오늘 아침 모든 경제신문과 종합일간지 경제섹션의 1면을 장식한 뉴스입니다. 기사를 읽어보시면 되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면 그동안 현대차 내의 차종 중 하나였던 제네시스가 완전히 독립적인 브랜드로 분리가 되고,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달고 고급 차량들이 출시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벤틀리에서 디자인하던 양반도 모셔왔다는 내용이고, 모델명에는 앞에 G를 붙인다는 거구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원래 제네시스는 이럴려고 만든 차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현대차가 2000년대 후반 제네시스를 처음 출시하고 준비할 때에는 원래 현대차와는 다른 브랜드로 만들려고 했다고 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가 렉서스로 대박을 친 것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도요타의 렉서스 전략이란 건 이런겁니다. 도요타는 미국에서 워낙 인기가 많지만 고급 차종으로 인식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가성비 좋은 차였을 뿐, 돈 많이 벌면 사고 싶은 차는 유럽의 많은 차종들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도요타는 도요타 라는 브랜드 내에서 고급차종을 만들지 않고, 아예 렉서스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따로 라인을 만들어 팝니다. 렉서스랑 도요타는 같은 회사에서 만드는 차라는 이미지를 없애버리는 거죠.

현대차도 이렇게 해볼려고 제네시스를 만들었습니다. 제네시스 차종을 보면 물결치는 혼다(?) 모양의 하이윤다이 상징 마크가 앞에 없습니다. 별도의 로고를 갖다 붙여놨지요. 그런데 결국 독립시키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도요타의 렉서스 분리전략과 같은 방식에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네시스가 출시될 때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라는 걸 생각하면  포기한 게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왜 돈이 많이들까요? 일단 기존의 현대차 딜러/영업/전시망을 그대로 두고 제네시스만의 채널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오프라인 채널들, 딜러들의 점포는 현대차 딜러 매장과 일정 거리 이상을 두고 떨어져 있어야만 합니다. 만약 적당한 위치가 있는데 땅값이 비싸다면, 그것도 다 감수해야 하는 거지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현대차는 이를 포기하고 그냥 어정쩡하게 현대차 '차종 내에서 고급'인 상태로 제네시스를 남겨둡니다. 제네시스 1세대는 그래서 그 어정쩡함으로 인해 '차가 제법 괜찮다'는 평가가 있었음에도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합니다.
미국에서는 몇 가지 이슈가 있었는데요, 그중 제가 들은 재미난 얘기는 수퍼볼 광고 사건입니다.(이게 팩트확인을 정확하게는 못해서 누군가 과장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냥 재미삼아 말씀드리면...)

제네시스가 미국시장에서 제대로 장사 한 번 해볼라고 그 비싼 수퍼볼 중간광고를 사서 들어갔답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멋진 광고를 딱 틀어서 돌렸는데, 구글에서는 당연히 제네시스를 엄청 사람들이 검색하게 됐지요. 그런데 구글의 검색 방식 덕분(?)에 사실상의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은 창세기 구절을 이미 검색해놨고 그것들이 앞페이지에 주루룩 있는 관계로 실제 제네시스라는 차에 대한 정보접근을 한 사람은 별로 없게 됐다는 슬픈이야깁니다.(현대차 멍청이들. 왜 그 생각을 못했냐?)

그런데 최근 제네시스에는 두 가지 호재가 생기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미국에서의 '수상'입니다. 중고차 잔존가치를 평가하는 한 회사가 주는 나름 공신력있는, '2014 잔존가치상'을 받았는데요, 그 전년도 수상차종인 렉서스는 물론 독일차를 다 밀어내고 1등을 한 겁니다.

고급차종은 값이 잘 안떨어지잖아요. 그 얘깁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차로 인정받은 셈이지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데, 제네시스 2세대가 '쟤네실수'라 불리며(현대차가 실수로 차를 잘 만들었다는 뜻) 인기를 끌게 된다는 거죠. 실제로 강남지역에서 좀 점잖은 척 하는 양반들이 독일차 대신 제네시스를 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지는 데요, 저는 이를 눈으로 좀 체감한 적이 있습니다.

2012년 결혼을 해서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 신혼집을 꾸렸는데, 저는 경영전략/마케팅과 관련한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이다 보니 아무래도 유심히 변화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지상주차장으로 구성된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그래도 돈 잘버는 사람이 많았는지 처음 이사했을때 저의 소나타가 엄청 초라해보일 정도로 독일차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어느 순간 독일차만큼 많아지거나, 혹은 독일차를 대체하면서 많아지던 차가 제네시스 2세대더라는 겁니다.

정몽구 회장도 사실 제네시스 2세대를 타고 다니면서 홍보에 나서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은 슬슬 '분리하려나?'라는 눈치를 채기도 했습니다만 확신하지는 못했어요. 워낙 돈이 많이드는 작업이라...

뭐 어쨌든 이렇게 됐네요. 그래도 고용을 많이 하는 제조업이니까, 비록 우리를 호구로 알아서 열받게 하는 기업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나라 경제를 위해서라도 조용한 응원을 보내볼랍니다.

해설인듯 해설아닌 이상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어쨌든 자동차 이야기는 아재넷..아니 홍차넷에서는 그래도 관심있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주절주절 읊어봤습니다.





6
  • 훌륭한 분석글에 추천드립니다.


아슬란을 은근슬쩍 중형 럭셔리 세단 으로 편입시킬거같습니다. 물론 가격 올리고...
난커피가더좋아
요새 옆자리 동료가 아슬란 실패요인 분석하능 거 같던데 크크 어찌 될지 궁금하네요. 그 분석이나 현대차나 둘 다.
J_Square
아버지가 외국계 자동차 업계에서 오래 계시다가 올해 은퇴하셨는데,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크레도스 기점으로 가성비에서 외제차를 넘었고,
제너시스 기점으로 자체 성능에서도 왠만한 외제차만큼 올라왔다고 항상 역설하시면서,
(차종이 분기점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시기 기준으로…)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점에서 외제자 사는 사람들 이해를 못하겠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저야 뭐 \'취존하시죠\' 라면서 술잔을 채워드리곤 하는데… 사실 저도 드림카가 제너시스이긴 합니다 크크
난커피가더좋아
쟤네실수 라는 말처럼 확실히 제네시스 2세대는 그부분에서 역할을 하긴 한거 같습니다. 인식을 바꾸는 부분이요.
토요타 - 렉서스, 니싼 - 인피니티 처럼 현대 -제네시스로 가는건가요?

제네시스 한참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보X드림에 고속도로에서 달리다 엔진 폭발한 글 본 이후 관심이 뚝 떨어졌네요...
난커피가더좋아
헐 그런일이 있었군요. 근데 뭐..렉서스처럼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Beer Inside
미국과 중국 때문에 해야하는 전략이지만

지금의 볼륨으로는 쉽지 않지요

이걸 할 수 있는 회사도 해야하는 회사도 현대 밖에 없다는 것이 핵심이겠지요
난커피가더좋아
동의합니다. 특히 마지막 격공.
전크리넥스만써요
그래봐야 현기차 클라스 어디 가나요.
난커피가더좋아
크크크...그래도 막상 차 사려면 현기차외엔 어려운 저같은 사람들은(눙물)
전크리넥스만써요
전 현기차도 어렵습니다. 힘내세요 크크
좀 타이밍이 더 빨랐어야 하지 않나 싶긴 합니다. 그럼 디젤 쇼크에서 꽤 잘 비벼볼 여지가 있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좀 실기한 느낌이.. 아 물론 전 내년에 제네시스를 살겁니다만
난커피가더좋아
타이밍 얘기는 좀 나오는 거 같더군요. 관련해서는 리서치를 좀 해볼 예정입니다.
realise
흠... 원화 약세+도요타 크리로 미국 실적 한창 좋을 때 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폭스바겐 게이트는 어차피 미국시장에서 그렇게 영향력이 없을 텐데 말이죵.
제가 현대자동차에 대해 굉장히 의문인건, R&D에 쓰는 비용이 너무 낮더군요. 거의 뭐 이름 좀 있다는 자동차업계중에서는 독보적으로 꼴지급이던데 -0- 말씀대로 이번에 큰맘먹고 크게 지르는 것 같은데. 새 브랜드의 기술신뢰성이 얼마나 될지가 개인적으로 성패의 관건이라고 생각이 들긴 하네요. 새로 큰맘먹고 내놓은 모델들이 이리저리 삐걱삐걱하면 안하니만 못한....
난커피가더좋아
새 브랜드의 기술신뢰성이 관건이라는 데에 동의하고요, 그건 근데 기본이고 거기에 브랜딩이 정말 잘 되느냐가 결국 성패를 결정하게 될텐데...뭐, 일단 지켜보죠. 현대차 R&D 낮은 이유는 언젠가 분명히 들었는데 지금 딱 기억이 안나서...다시 찾아봐야겠네요. 크
darwin4078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문제인데요...

렉서스는 잔고장 없는 조용한 차, 인피니티는 역동적인 주행성능으로 각각 벤츠, BMW의 정체성을 일정부분 가져왔는데 제네시스의 포지션이 애매합니다.
기술선도의 측면에서도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메이커들은 지속적으로 하이브리드를 밀고 있었고, 독일 메이커는 디젤을 밀다가 역풍을 맞았고, 전기차 쪽은 테슬라가 선점한 상태이고, 4륜구동은 아우디, 폭스바겐이 있고... 현대가 그래도 앞서나가는 부분이라면 수소차 부분인데 이쪽도 일본에서 도요타 미라이가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그래도 현대도 나름 노력은 하고 있는게, BM... 더 보기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문제인데요...

렉서스는 잔고장 없는 조용한 차, 인피니티는 역동적인 주행성능으로 각각 벤츠, BMW의 정체성을 일정부분 가져왔는데 제네시스의 포지션이 애매합니다.
기술선도의 측면에서도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메이커들은 지속적으로 하이브리드를 밀고 있었고, 독일 메이커는 디젤을 밀다가 역풍을 맞았고, 전기차 쪽은 테슬라가 선점한 상태이고, 4륜구동은 아우디, 폭스바겐이 있고... 현대가 그래도 앞서나가는 부분이라면 수소차 부분인데 이쪽도 일본에서 도요타 미라이가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그래도 현대도 나름 노력은 하고 있는게, BMW의 M시리즈에 대응하는 N시리즈를 만들기 위해서 알버트 비어만(2014년까지 M브랜드에 있다가 부사장으로 들어왔죠)을 초빙해오기도 했고, 실제로 이번 아반떼에서부터 비어만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하체 엔지니어링의 마지막 튜닝 단계에서 비어만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http://auto.daum.net/review/read.daum?articleid=178827&bbsid=2

현기차 욕도 많이 하지만, 그래도 제네시스 브랜드가 잘됐으면 좋겠다 싶은 양가감정이 듭니다.
난커피가더좋아
양가감정이라는 것에 완전 동의합니다. 제가 파 놓은 이 글 자체에서도 보시듯 양가감정이 드러나잖습니까 크크
피아니시모
재밌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_+
난커피가더좋아
관심많은 분들은 다 아시는 내용이지만, 핫 뉴스이긴 해서 모르시는 분들께 관련내용 소개하려고 글을 파 보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까페레인
위에 댓글 말씀처럼 브랜드 특성이 애매한 것 같아요. 체감으로는 미국에서는 4륜 구동 SUV 시장이 엄청 커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전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디세이의 미니밴 시장이 SUV 로 많이 넘어간 것 같은데 세단에만 집중할건지...제네시스 하이브리드 SUV 같은 차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전기차 시장도 커지고 있고 요즘 자동차 트랜드 보면 흥미로와요. 제 생각에는 제네시스가 삼성 안드로이드팀이랑 결합을 잘 해서 R&D 투자를 좀 해서 삼성 인지도를 제네시스에 콜래보래이트 하면 미국 시장에서 파고들 틈새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이미 함께 프로젝트 진행줄일수도 있겠지만서두요. 삼성이 뿌려놓은 인지도에 슬쩍 같은 우리나라기업으로 함께 윈윈하면 좋겠다 싶어요.
난커피가더좋아
지금 자동차 회사들은 IoT까지 다 대비하면서 서로 플랫폼 같이 짜고 이러느라 진짜 복잡한 상황이라서 일단 두고봐야 할 거 같습니다. 댓글에서 말씀주신대로 지금 자체로는 브랜드 포지션도 애매하고 제품특성도 차별화 포인트가 없는데, IoT 혁명으로 인해 산업 곳곳에서 와해성 혁신이 일어나고 있으니 그 상황을 어찌 활용하는가, 어떤 기회를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들고, 기회도 바로 그 지점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 이 양가감정을 어이할꼬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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