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1/01 14:08:00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와인 속에 별을 담다 - 돔 페리뇽
아래 선비님의 조각글을 읽고 난 후, 마인드 맵처럼 별에 관련된 와인 얘기가 생각이 나서 소개해봅니다.



17세기 후반 프랑스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피에르 페리뇽(1638-1715)은 샹파뉴 지방의 유명한 발포와인인 ‘상파뉴(샴페인)’을 만들어냅니다.(돔 페리뇽의 돔은 베네딕트 수도사에게 붙이던 존칭입니다.) 1680년경 오빌레 수도원의 출납계 겸 술 창고계원이었던 피에르 페리뇽은 어느 날 와인 창고를 순회하던 중 포도주 한 병이 ‘펑’ 하고 터지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때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점. 겨우내 매서운 추위 탓에 발효를 멈춘 와인이 날이 풀리면서 스스로 2차 발효를 시작했고, 병 속 온도가 높아지면서 탄산가스의 압력과 맞물려 결국 유리병이 깨져버린 것이었습니다. 깨진 와인에서 흘러나온 와인을 먹어보니 그야말로 절묘한 맛이었습니다. 그는 감격한 나머지 ‘마치 하늘의 별을 마시는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후에 ‘삼페인’이라고 불리게 되는 명주가 이렇게 등장한 것이지요.

아이러니 하게도 피에르 페리뇽은 애초에 와인에서 거품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거품을 없애려 했습니다. 예전에는 와인을 만들면 발효가 덜 끝나서 와인 병 속에 남아 있던 당류를 재료로 미생물이 자라 병 속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상파뉴 지방에서는 와인을 가을에 담기 때문에 겨울 동안에는 발효가 멈추고, 조건이 맞으면 봄에 와인이 다시 발효를 개시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로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기포 상태로 와인 병 안에 쌓이게 되어 맛이 이상해지고 병이 폭발해 버리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피에르 페리뇽은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 2차 발효를 막고 병 안에 이산화탄소 거품이 쌓이지 않게끔 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깨진 와인 병에서 기포가 든 뛰어난 맛을 지닌 와인을 접하게 되고, 그에 영감을 얻어서 발포와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피에르 페리뇽은 그 후에도 병이 깨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발포 와인을 계속 만들다가 생을 마쳤습니다. 무사히 병이 깨지지 않고, 완료된 것이 60% 정도였기 때문에, 항상 손실과 부상의 위험이 따랐던 술 제조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이후 일생을 풍미가 다른 포도를 조합해 샴페인의 질과 맛을 향상하는 일에 노력했으며, ‘와인에 처음으로 거품을 넣은 마술사’라는 찬사를 가슴에 안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8 정치한국시리즈 2차전 시구에 대한 짧은 생각 - 안중근 의사 후손의 시구 4 darwin4078 15/10/30 12695 5
    1148 문화/예술(야자) 이 할머니의 패션 43 눈부심 15/10/01 12665 0
    7073 게임문명 6: 흥망성쇠 리뷰 13 저퀴 18/02/09 12641 4
    134 기타영화를 보면서 딴생각을 했습니다. 39 Toby 15/05/31 12634 1
    1480 일상/생각한 억만장자의 하소연.gisa (마인크래프트 개발자 마커스 페르손) 16 전크리넥스만써요 15/11/06 12632 0
    188 기타기생충 한마리에 숨겨져 있던 인류이야기 5 개평3냥 15/06/03 12627 0
    1271 의료/건강의심스런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 15 눈부심 15/10/16 12618 0
    141 기타4년만에 출장으로 일본을 갔다 온 뒤 느낀점 26 Leeka 15/06/01 12614 0
    842 요리/음식한국식 파스타는 왜 맛이 없을까? 14 마르코폴로 15/08/25 12610 1
    7106 IT/컴퓨터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이 도입되는 과정 34 기쁨평안 18/02/13 12606 20
    421 기타간만에 지름...에일리언웨어!!! 19 damianhwang 15/06/24 12588 0
    1366 꿀팁/강좌홍차를 저렴하게 구입해보자 (딜마) 21 관대한 개장수 15/10/28 12587 7
    4577 요리/음식안주로도 반찬으로도 괜찮은 양송이 버섯 구이 21 녹풍 17/01/09 12586 3
    9902 게임[LOL] 소드 논쟁으로 보는 '롤 실력' 이야기. 19 Jace.WoM 19/10/27 12583 9
    3856 의료/건강시력의 정의(definition) 9 April_fool 16/10/09 12582 3
    1584 생활체육[펌] 다양한 출신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축구선수들 5 Twisted Fate 15/11/18 12561 0
    6461 일상/생각24살 고졸인데 참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26 Tonybennett 17/10/24 12542 0
    1180 과학/기술중국의 푸른 쑥에서 찾아낸 말라리아 치료제 [청호소青蒿素] 12 삼공파일 15/10/06 12519 2
    1311 요리/음식두부이야기(중국편) 24 마르코폴로 15/10/21 12518 2
    1412 기타와인 속에 별을 담다 - 돔 페리뇽 31 마르코폴로 15/11/01 12501 2
    387 기타축구계와 약물 17 Raute 15/06/21 12495 0
    2157 영화왓챠 플레이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14 Toby 16/02/01 12493 2
    1472 경제제네시스는 더 이상 현대차가 아니다? 21 난커피가더좋아 15/11/05 12465 6
    1249 음악도입부가 쩌는 음악 list5 25 darwin4078 15/10/14 12459 1
    658 영화영화 <암살> 재미없었어요. 18 한아 15/07/26 12447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