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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8/22 00:38:54 |
Name | 마르코폴로 |
Subject | 그레이스 켈리의 와인을 찾아서 |
아래 그레이스 켈리 이야기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그레이스 켈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와인이 있습니다. 바로 '페리에 주에'죠. 이 와인은 우아한 향과 멋들어진 레이블로 유명합니다. 그레이스 켈리가 샴페인을 좋아했는데 그중에 '페리에 주에'를 즐겨 마셨다죠. 예전에 한번 타임라인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레이스 켈리와 관련된 또 다른 와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클리코 사'의 '뵈브 클리코' 입니다. '뵈브 클리코;는 성공한 여인의 상징이자 신부를 축복하는 '태양(노란색 레이블의 색감 때문에)의 샴페인'으로 유명한 와인이죠. 이 별칭에 얽힌 이야기는 나폴레옹 시대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1798년 '바브 니콜 퐁사르당'은 샴페인 양조장의 2대 주인인 프랑수아 클리코와 결혼합니다. 그녀가 바로 '뵈브 클리코(클리코 미망인)' 입니다. 결혼 5년 만에 남편이 죽고 그로 인해 시아버지가 실의에 빠지자, 그녀는 회사를 이어받기로 결심합니다. 미망인이 된 바브 니콜은 나폴레옹의 대륙 봉쇄령이 시행되는 와중에도 러시아에 자사의 샴페인을 납품하는 등 회사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당시 러시아 계관시인이었던 푸쉬킨은 "러시아 궁중에선 클리코밖에 마시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이런 바브 니콜의 성공담 때문인지 훗날 그녀의 이름을 딴 '뵈브 클리코'는 성공의 상징으로 유명해집니다. 유럽 각국의 왕족 결혼식에도 사용되어 '결혼식 샴페인'으로서 이름을 알리기도 하죠. 모나코 공국의 결혼식에 사용된 와인 역시 '뵈브 클리코' 였습니다. 그레이스 켈리가 태어난 해에 생산된 '뵈브 클리코 빈티지 리저브 1929' 였죠. '세기의 결혼'이라 불렸던 화려함과는 다르게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식을 올릴 당시 모나코는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카지노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국가 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레니에 3세 이전에 모나코를 통치했던 레니에 대공 부부의 불화로 인해 국민 감정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죠. 그레이스 켈리의 남편인 레니에 대공이 26세에 왕위를 계승했을 때, 이미 국운이 많이 기운 상태였습니다. 재미난 건 당시 레니에 대공과 절친한 사이였던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가 모나코의 중흥을 위해서 유명 여배우를 아내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했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의 공비가 됩니다. 한편, 그레이스 켈리가 시집을 간 모나코의 그리말디 가문에는 한 가지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13세기 무렵, 레니에 1세가 북해 연안에 위치한 마을의 처녀를 데려와 첩으로 삼는데, 훗날 흥미가 떨어지자 그녀를 내치고 맙니다. 이에 원한을 품은 여인은 마녀가 되어 저주를 내립니다. 그리말디 가문은 앞으로 결혼 생활에서 결코 행복해질 일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그 저주 탓인지 그리말디 가문에는 오랜 세월 동안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레이스 켈리의 남편인 레니에 대공 역시 바람기가 있었다고 전해지죠. 결혼 초반, 그레이스 켈리가 궁정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부부 금실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원만한 부부 생활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가문의 사람들과 다르게 말입니다. 이런 순탄한 결혼생활은 대공의 노력보단 그레이스 켈리의 인내심과 처신의 역할이 더 컸을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할 당시 모나코는 기울어 가는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결혼식에는 어떤 유럽의 왕족도 참석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녀의 장례식은 전혀 달랐습니다. 벨기에,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 여러 왕족이 참석했습니다. 그녀의 사후라는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녀가 모나코에 있는 동안 국가의 지위가 그만큼 향상된 것이 확인된 셈이죠. 그레이스 켈리는 생전에 그야말로 모나코의 상징이었습니다. 모나코 적십자 총재를 맡아 자선활동에 나섰고, 복지 문제에도 앞장섰죠. 그녀가 공비의 자리에 있는 동안 모나코 국민과 왕실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사람들은 왕실에 대한 존경을 표하곤 했습니다. 그레이스 켈리의 스토리는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곤 합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흥미와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저 역시 어쩌면 그레이스 켈리가 인생 역정을(심지어 저주까지!!) 헤쳐나가는데 그녀의 결혼식에 쓰인 '뵈브 클리코'의 행운이 일 푼쯤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마담 클리코의 인생을 바꿔 놓은 샴페인처럼 말이죠. 안타깝게도 세기의 결혼식에 사용된 '뵈브 클리코 빈티지 1929'는 이제 구할 수 없는 와인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남아있죠. 호감이 가는 여성이 있다면 한 번쯤 '뵈브 클리코'를 마시며 그레이스 켈리 얘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사진은 구글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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