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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06/11 00:40:41 |
Name | 아침커피 |
File #1 | rootbeer.jpg (262.0 KB), Download : 33 |
Link #1 | https://crmn.tistory.com/146 |
Subject | 캘리포니아 2022 - 6. 맥주 마시던 어린이 |
캘리포니아 2022 - 6. 맥주 마시던 어린이 십여 년 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일이다.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는데 잘 해야 초등학교 3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빨대로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대낮에 아이가 맥주를 너무나도 당당하게 마시고 있는 것에 한 번 놀랐고, 캔에 beer라고 크게 쓰여 있는데도 주위의 어른들 중 그 누구도 그 아이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것에 두 번 놀랐었다. 신문에서 봤던 미국의 공교육 붕괴 기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척화비를 세우던 흥선대원군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니 인의예지가 없어도 너무 없네. 미국이 쇠락할 날이 멀지 않았구만. 그 아이가 마시던 것이 맥주가 아니라 루트 비어(root beer)라는 이름의 탄산음료라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루트 비어는 이름과는 달리 맥주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음료수다. 맥주도 아닌데 이름에 왜 비어(beer)가 들어가는지 미국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맛은 뭐랄까, 수정과에 물파스를 섞고 탄산을 넣은 맛인데 이게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그 후로 나도 기회 될 때마다 찾아 마시곤 하게 되었다. 소살리토에서 한참을 걷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햄버거집에서 루트 비어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주문을 했다. 예의 그 물파스 향이 코를 찔렀다. 동시에 십여 년 전의 맥주 마시던 어린이 사건도 다시금 떠올라서 조용히 혼자 씩 웃었다. --- 캘리포니아 2022 여행기 이전 글 목록 1. 과거라는 외국 ( https://kongcha.net/recommended/1202 ) 2. 나는 태평양을 볼 거야 ( https://kongcha.net/free/12827 ) 3. 오늘 본 제일 멋진 풍경이 너였어 ( https://kongcha.net/free/12843 ) 4. 나는 태평양 해안 도로에서 살아남았다 ( https://kongcha.net/free/12854 ) 5. 뮤어 우즈, 직접 가 보아야 하는 곳 ( https://kongcha.net/free/12893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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