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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6/02 13:52:13
Name   Picard
Subject   우리 회사 알짜 부서 (1)
안녕하세요. 중견기업 중년 회사원 아잽니다.

지선이라는 정치이벤트 끝난 기념으로 또 사내정치 이야기 써봅니다.

저희 회사 구매부서에는 구매1팀과 2팀이 있습니다.
구매1팀은 주로 원자재를 사오는데, 주로 국내/해외 대기업님들을 상대합니다. 슈퍼을을 상대로 ‘을질’을 당하는 부서입니다.
구매2팀은 부자재, 잡자재 및 용역 계약을 담당하는데 까놓고 말해서 ‘갑질’이 가능한 부서입니다.

제가 용역 계약으로 1.2억 짜리를 견적 받아서 1.1억으로 가격 협상해서 올리면 구매2팀에서 1억으로 깎습니다. 그게 그들의 KPI 니까요. 이걸 어떻게 깎냐.. 말로 안통하면 그냥 계약을 안하고 버팁니다. 현업이랑 업체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1억 아니면 계약 안해준다고 버팁니다. 그럼 현업은 업체에게 다음에 잘 해드릴테니 1억에 계약해달라고 부탁하고, 업체도 속으론 드러워도 앞으로 계속 거래해야하는 상황이니까 담당자 믿고 1억에 계약합니다. 왜 1억으로 깎아야 하는지 근거따위 없습니다. 그냥 5-10% 무조건 깎아야 자기네도 먹고(?) 산대요.

잘 모르면 을질 당하는 구매1팀보다 2팀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만…
사실 구매1팀이 더 알짜입니다. (1팀만 겪거나, 1,2팀을 다 겪어보거나 아에 안 겪어본 구매실장은 있어도 2팀에서 구매실장이 나온적은 없습니다.)

1팀은 전원 법카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클린카드도 아닙니다. 대기업님들 접대했다고 하는데, 누가 접대 받았다는 사람 만나서 ‘접대 받으셨죠?’ 라고 확인하겠습니까?
대기업 담당자 자녀 돌이라고 금은방에서 돌반지 사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기업 담당자님에게 ‘우리 직원이 자녀분 돌이라고 돌반지 두돈 샀다는데 받으셨죠?’ 라고 확인하겠습니까? 한돈만 사서 가져다 주고 한돈 인마이포켓도 가능합니다. 뭐, 황금열쇠나, 금송아지도 구매 가능하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심지어 사유 있으면 현금도 받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2팀은 온갖 잡다한 업체를 상대헤야 하지만, 1팀은 몇몇 대기업님들만 상대하면 됩니다.

대기업님들의 좋은 학벌 담당자님, 임원님들과의 인맥을 위해 구매1팀원들은 학벌들도 좋습니다.
가끔 원자재에 불량이 있어서 클레임을 치려고 하면 구매1팀에서 ‘대기업님들을 화나게 했다가 그분들이 가격이라도 올리겠다고 하며 어떻게 할것이냐!’ 라면서 불량원자재로도 양품을 만드는게 공장의 실력이라고 도리어 큰소리를 칩니다.
가끔 대기업님들중에서 ‘아이쿠, 우리가 이번달에 좀 과다생산했는데, 싸게 해드릴게요’ 라고 해서 싸게 받아오면 칭찬 받고요. 중국이나 동유럽, 러시아 업체에서 덤핑으로 나온 품질도 확인할 수 없는 물량 싸게 잡아오면 칭찬 받고 그걸 소화 못하면 공장이 죽일놈 됩니다. 참 쉽쥬?

그런데 회사가 영 시원찮아지면서 서연고카포 출신 신입/경력을 보기 힘들어 지는데, 구매1팀은 신입을 어떻게 충원할지 궁금해 집니다. 서연고카포 출신들이 이런데 올리가 없는데..

원래 구매실은 생산/기술 총괄 소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기총괄이 정치싸움에서 패배하면서 구매실을 쪼개서 구매1팀은 영업총괄 소속으로 보내고, 2팀은 경영지원총괄쪽으로 보냅니다.  

이게 머선 129??? 공장에서 생산해야 하는 원부자재를 영업에서 댄다고? 이게 말이 되나? 했는데, ‘영업사원들이 원부자재를 얼마에 사오는지 알아야 필요할때 고객과 가격 협상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 랍니다.  퍽이나….

그래도 같은 생기총괄 소속일때는 구매1팀에서 배째라 해도 총괄부사장이 ‘구매 너네도 그라믄 안돼~ 공장도 생각 좀 해줘야지’ 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아에 소속이 달라져 버리니까 어디선가 싼 원자재 사다가 공장에 들이밀고 ‘이걸로 잘 만들면 영업에서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어~’ 라고 합니다만.. 그게 되나요. 그래서 못 팔면 품질 제대로 못 맞춘 공장 탓이지.


다음에는 생계실이나 인사실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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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는 생산관리, 품질관리, 공장장, 현장작업자 등등 모두한테 줘터지는 샌드백 역할인가요?? ㅋㅋ
    저희는 설계는 없고, 개발만 있는데요.
    항상 2% 부족한 상태에서 ‘이정도면 양산 가능하지?’ 하고 공장에 넘기고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 버립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야이 미친 X 들아.. 양산보고하지 말라고! 1차 시생산때 불량이 이만큼이나 나왔는데 니들은 뭐 믿고 양산보고 올리고 손때냐고!’ 하는데 연구소장이 ‘응, 그건 현업에서 생산하면서 튜닝해야 하는 거야~’ 라고 합니다.
    메존일각
    무조건 깎는 게 능사인 줄 아는 사람들이 의외로 흔하더라고요. 그게 한 두번은 되지만 계속 거래한다면 당연히 거래처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거늘, 처음부터 깎일 거 감안하여 업해서 올리죠. 왜 올랐냐 물으면 댈 이유야 엄청 많고. 깎았다며 기분 좋아하는 갑을 뒤에서 비웃죠.
    Paraaaade
    바닥에서 좀 굴러본 업체들은 다 알더라구요. 애초에 깎을거 고려해서 견적 제출...

    그러다가 신생업체가 끼면 트러블이...
    메존일각
    맞습니다...
    잘 아는 업체일수록 이런 경우가 허다해지죠.
    정중아
    이게 구매팀 kpi가 그렇게 짜여진 경우가 많아서…어쩔수 없긴 해요..심지어 구매팀 인원이 업체들이 부풀려서 제출한거 뻔히 아는데도 본인 kpi를 위해 나중에 쉽게 깎으려고 냅두는 경우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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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존일각
    ㅠ_ㅠ 이게 바로 일을 위한 일...
    직접우린밀크티
    버퍼는 감고간다고 보는게 국룰이죠... 알면서 연기하는거죠 다들 ㅎㅎ
    사실 가장 잘 깎을 수 있는건 현업 실무자인데, 내가 빡세게 깎고, 자재에서도 깎으면 업체가 손해볼 수 있으니 덜 깎아도 자재에서 깎겠지.. 하다가 결국 회사가 손해를 보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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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사조
    황금 열쇠라는게 원래 접대 용어인가요? 금속 파이프 같은 걸 다루는 회사에서 금을 왕창 샀다길래, 당연히 파이프 만드는 데 쓰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양이 늘어 도저히 그런 양이 아니라 물어 보니 접대용이었다고...
    그냥 금으로 만든 열쇠입니다. 기념품이나 포상을 줄때 금덩어리로 주는 것 보다 금반지 금두꺼비, 금열쇠, 금송아지 같은걸로 주는게 폼(?)이 나나봐요
    곰돌이푸
    재밌습니다...!! 법카사용내역 감사팀에서 다 모니터링 하지 않을까요.?
    대기업님이랑 회의 하고 저녁을 먹겠다고 했는데, 대기업 실무자님이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라고 하고 가버려도 그냥 ‘야, 우리끼리 먹고 접대비로 올려’ 하면 아무도 모르죠. 내부고발을 하지 않는한..
    1
    몇해전(?)부터 심심찮게 눈에 보이면 가끔씩 보고 있는데, 정말 재밌어요. 은퇴하실때까지 계속 올려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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