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5/31 19:32:53수정됨
Name   whenyouinRome...
Subject   죽여주는 나의 하루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일을 나왔다...

어제는 분명히 얼마 안되는 잠깐 하는 일이라고 정화조 하나만 묻어주면 된다고 했다.

주말에 삐끗해서 허리가 끊어지겠다니 힘들지 않다고 자기도 계속 붙어서 도와주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불과 여섯시간도 안 지났는데 저녁에는 수도랑 하수기초관도 묻어야한다고 말을 바꾼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병원에서 치료받은게 효과가 좀 있는지 허리 상태가 그래도 버틸만 하다.

일을 나가려니 전화가 온다.

빨리 오란다. 기다리라니까 자긴 다른 현장 가야되고 포크레인 기사 혼자 덜렁 남아있단다..

깊은 빡침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현장에 가보니 소장놈은 도망가고 포크레인 기사 혼자 그늘 하나 없는 500평도 넘는 부지에 오늘 작업할 땅을 파고 있다.

일단 기사님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어떤걸 먼저 할 지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뒤에 내 들들볶는 전화에 소장이 온다.

정화조 오수배관 생활하수관 수도관 우수관까지 모조리 다 가져다놓고는 이거 다 묻어야된단다..

잠깐 하면 된다매요? 하고 묻는 나를 보며 하하하 웃는 소장놈의 얼굴에 들고 있던 장화로 뺨을 쳐주고 싶어진다.

오늘 계속 여기 있는거 맞죠? 하고 물으니 도면 하나 던져주고는 10분도 안되서 도망간다. 하... 그냥 한 대 쳐버릴껄.....

깊은 빡침을 느끼며 허리에 복대를 찬다.

혹시나 해서 같이온 보조기사분이 없었으면 오늘도 지옥행이었을거다.

날씨가 죽여준다..  놀기에도 죽여주고 일하기에도 죽여준다...

소장놈은 내빼면서 얼음물 하나를 안 놔두고 갔다.. 혹시나 해서 가져온 500미리 텀블러에 들어있는 미지근한 물 한 통.

보조 기사분이 가져온 생수 한 통이 우리 간식의 전부다...

일을 해도 해도 줄지가 않는다.

잠깐이라는 말의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점심도 안 준다. 뭐 내 돈 주고 사먹었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청구하면 뒷자리 짜잘짜잘한건 때자고 하겠지.. 웃기지 마라 반올림 해서 다 받을꺼다..

오후 두세시면 끝날거라던 일은 내일이 돼도 안 끝날 것 같다.

네 시가 넘어 연장 정리하고 열심히 도면보며 셋팅해둔 배관들을 보고 있는데 건축주가 온다.

자기가 도면 말고 따로 그려둔 그림이 있는데 왜 그대로 안 했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찾아보니 띠용+_+;;; 소장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건축주만 아는 뭔가가 튀어나오네???

하... 작업할 땐 소장도 없고 건축주도 없더니 다 끝내니까 와서 xx이냐... 작업 할 때 좀 와서 말하던지...

또 다시 깊은 빡침을 참으며 내일 다시 합시다 하고 정리한다...

내일도 나오게 생겼네..

근데 내일 다 끝낼수는 있을까...

우수관 묻는건 시작도 못 했는데 오폐수배관 다시 새로 다 하게 생겼다...

Cx 욕 나오네.. 허리 아파 죽겠구만....

허리 복대를 풀고 작업복을 정리한다..

어제는 잠깐이면 한다매... 내일도 얼음물 안 가지고 오면 소장놈 얼굴에 텀블러의 물을 뿌려주고 그냥 와야겠다..

아............. 진짜 죽여주는 하루였다...



22
  • 힘내십시오
  • 죽이
  • 일주일째 배 위에서 허리 빠개지게 일하는 입장에서 넘모 와닿는 ㅜㅜ 힘내세요
  • 소장놈 정말 못됐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217 일상/생각와이프가 행보관처럼 느껴져요. 8 큐리스 22/10/11 4824 0
13212 일상/생각제사는 악습인가? 25 moqq 22/10/07 5068 0
13206 일상/생각즐겨보는 해외 유튜브 채널을 소개합니다. 3 Only 22/10/05 4119 3
13204 일상/생각(음식) 가성비 대신에 칼성비 9 OneV 22/10/04 4010 3
13193 일상/생각채용연계형 인턴이 의미가 있나... 그냥 정직원으로 채용하면 안되나 23 Picard 22/09/30 5513 0
13191 일상/생각전화위복이란걸 처음 느껴봤습니다. 8 큐리스 22/09/29 4961 9
13180 일상/생각아들한테 개발자로 인정받았네요 ㅋㅋㅋㅋ 5 큐리스 22/09/26 4560 10
13174 일상/생각효도란 무엇일까요…? 15 OneV 22/09/22 4932 1
13173 일상/생각퇴사하고 꼭 해야할 것들 ? 27 아거 22/09/22 4608 0
13169 일상/생각만년필과 함께한 날들을 5년만에 다시 한 번 돌아보기 30 SCV 22/09/21 5619 8
13161 일상/생각딸내미로부터 가을을 느낍니다. 11 큐리스 22/09/19 4374 24
13151 일상/생각만년필 덕후가 인정하는 찰스 3세의 착한 빡침 90 SCV 22/09/13 37602 47
13146 일상/생각결혼준비하는데 남친이숨막히네요 23 뿌꾸미 22/09/09 7031 0
13139 일상/생각옛날 장비들을 바라보면서^^ 15 큐리스 22/09/07 4762 0
13136 일상/생각요즘 애들 어휘력 부족이 정말 심각하다? 저는 동의 안 됩니다. 33 OneV 22/09/05 10182 0
13134 일상/생각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4 whenyouinRome... 22/09/05 4067 34
13127 일상/생각실패조차 하기 싫은 귀찮음이란 9 큐리스 22/09/02 4567 0
13110 일상/생각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6 moqq 22/08/26 4925 4
13109 일상/생각[팝니다] 내용수정 33 *alchemist* 22/08/26 6206 0
13100 일상/생각자폐 스펙트럼과 일반인의 경계에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 14 카르스 22/08/21 8435 71
13081 일상/생각왼쪽 ,,, 어깨가 너무 아픈데 ,,, 14 네임드 22/08/13 3717 0
13080 일상/생각서부간선 지하도로는 왜 뚫었을까요 13 copin 22/08/13 4773 0
13079 일상/생각물 속에서 음악듣기 16 *alchemist* 22/08/12 4229 8
13073 일상/생각(치과) 신경치료는 이름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17 OneV 22/08/10 5736 3
13067 일상/생각한자의 필요성을 이제서야 느끼고 있습니다. 23 큐리스 22/08/08 5319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