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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5/03 00:55:03
Name   nothing
Subject   개인적인 이직 면접 꿀팁
안녕하세요.
10년차 직장인입니다.

그동안 여러번 회사도 옮기고, 그 과정에서 이직 면접도 참 많이 봤습니다.
그게 한 해, 두 해 지나서 여러 해가 되다보니 나름의 루틴같은 것들이 생기더군요.

비슷한 내용을 예전에 조그만한 커뮤니티 컨퍼런스에서 풀었던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을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뭐 아예 깜냥이 안되거나 JD 와 내 커리어가 안맞는데 지원하는 거면 애초에 당연히 많이 힘듭니다.
단, 내 역량이 어느 정도 된다거나 내 커리어랑 매칭이 되는 포지션인 경우에도 자잘한 실수 들로 불합격의 쓴맛을 본 경우들이 조금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어버버 했다던가,
내가 내 논리에 말린다던가,
앞에 있는 면접관의 미간 찌푸림 보고 급 긴장을 했다던가..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왜 이런 실수들을 하는가.
사실 생각해보면 면접에서 움찔하면서 스텝이 꼬이게 되는 시점은 "엇, 내가 지금 이상하게 보였을까?" 하는 내면의 물음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긴장의 강도가 올라가고, "내가 지금 긴장했구나"를 인지하는 순간 초사이어인으로 진화하듯이 한번 더 긴장의 강도가 올라가고.
그러다보면 면접관이 하는 말이 한국말인지 깐따삐아 말인지 구분이 안되기 시작하고.
답변을 머리 속으로 정리를 하고 내뱉어야 되는데 일단 입밖으로 내뱉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턴 답변이 프리스타일로 나오다가 어느 순간 사고가 정지되고...

근데 애초에 이런 것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면,
"내가 굳이 보이지 않아도 될 면을 보였나?" 인 것 같아요.

제가 한자는 잘 모르지만 면접이란 말은 어쨌던 간에 "면"을 "접"한다는 이야기겠죠?
근데 참 안타까운 사실은, 사람은 다면적인 동물이라는 겁니다.

나는 기본적으로는 부지런한 사람인 것 같은데, 어쩔 때 보면 누구보다 게으르기도 하고
팀원들과의 관계는 대부분 원만하지만 특정 타입의 상사와는 유독 협업이 잘 안되고 그냥 일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만 들기도 하고
유머러스 하기도 하다가 언제는 또 진지하고.
사람들 다들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사람은 다면적인데 이 여러가지 면을 면접 때 다 보여줘버리면 나라는 상품이 팔릴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베스트는 팔릴만한 면들만 선별해서 거기에 방점을 찍고 열심히 어필을 해야 되는 건데
면접관들이 또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어떻게든 지원자가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어떤 흠결은 없는지, 그런 걸 파악하라고 거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면접 자리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몰입하여 메소드 연기를 하는 느낌으로 면접을 보곤 합니다.

일단 면접이 잡히면 면접 예상 질문지를 쭈욱 만들어 놓습니다.
예상 질문지도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 경력직 면접이면 대부분 내 이력서에 있는 내용들, 내 경험들에 대해서 물어보기 때문에 시험범위는 정해져 있습니다.
거기서 이런 저런 질문을 뽑아보는데 사실 이 질문들이 실제 면접에 나오면 좋고, 안나와도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이건 일종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내기 위한 재료들이 되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뽑았으면 그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뽑아봅니다.
이 때는 내 여러가지 면들 중에 어필하고 싶은 면들로만 만들어진 가상의 페르소나를 머리속에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페르소나로 하여금 답변을 하게끔 합니다.
"내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가 아니라 "이 페르소나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할까" 가 되어 버리는 셈입니다.

그렇게 질문/답변을 정리하는데 저는 보통 대여섯장 정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면접 당일날, 면접보기 2시간 정도 전에 근처에 미리 도착합니다.
까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 이제 전날까지 만들어놓은 질문지를 반복해서 읽기 시작합니다.
질문만 들어도 몇페이지 어느 문단에 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보고 보고 또 봅니다.
그리고 답변들을 직접 소리내서 읽어봅니다.
머리속으로만 읽는 거랑, 실제로 소리를 내서 읽는 거랑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반복하다 보면 내가 애초에 설정했던 페르소나로의 몰입이 거의 완성됩니다.
제대로 예열이 되어, 이제는 질문지에 없는 질문이 나와도 어버버 거리지 않고 페르소나가 대신 답변해주기에 이릅니다.

어차피 면접 이박삼일로 보는 거 아니고 한두시간 정도만 빡 집중하면 되니까
그 몰입만 깨지지 않는다면 그래도 잔 실수들은 많이 예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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