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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3/29 22:03:24
Name   The xian
Subject   그냥 써 본 2022년 LCK 스프링 시즌 결산 (상)
* 팀 순위는 최종 순위 기준 역순입니다.


10위 - 한화생명 e스포츠

스토브리그부터 일년 농사를 시원하게 말아먹은 한화생명 e스포츠에게 꼴찌 성적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들어오는 선수는 없다시피하고 나가는 선수만 있었으니 작년 롤드컵 8강팀의 코어가 유지될 리 만무하고 연습생 지망 유저들 사이에서 한화를 기피하는 여론이 번져있다는 말까지 퍼진 건 불 위에 기름 끼얹는 격이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스토브리그에서 철수하고 육성을 기조로 내세운 것은 내부 사정이야 어떻든 팬들이 보기에는 그리 와닿지 않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코로나 이슈는 불운이지만, 그것이 성적에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어찌어찌 끌어모은 선수들이 때로는 포스트시즌 진출 팀에도 일격을 먹이거나 한 세트를 따 올 정도로 포텐은 있었지만 슬프게도 그들에게 운영을 가르쳐야 하는 감코진은 아쉽게도 있는지 없는지 모를 수준이었으니까요. 이 팀에는, 우스갯소리로 명장이라 불리는 누군가가 아니라 진짜 명장이 필요해 보입니다.


9위 - 리브 샌드박스

이 팀은 이기는 경기도 적극적이지만 지는 경기도 적극적입니다. 문제는 적극적인 행동만 있지 완급조절이라는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이지요. 물론, 교전을 시도하고 싸움을 붙이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습니다. 실제로 작년의 리브 샌드박스는 끊임없는 교전을 통해 다 망했던 경기도 한 방에 뒤집거나 무모해 보이는 바론 스틸을 계기로 경기의 흐름을 역전시키는 등 소위 '따갚되'의 모습을 보여주며 '낭만'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전과 시도가 좋아도, 어느 정도는 각을 보고 달려들어야지 달려들다가 자기만 넘어지고 꾸겨지는 일이 계속되면 그건 그냥 무모한 희생일 뿐이지요. 따서 갚는 것도 패를 보는 눈이 있고 판돈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겁 없는 신예부터 허리가 되어야 할 선수까지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만 밟아대면 롤의 신이 온다 해도 어쩔 도리가 있나 싶습니다. 올해의 리브 샌드박스는 작년의 '낭만'마저 프레딧 브리온에게 빼앗겨 버리고 '급발진'만 남은 것 같습니다.


8위 - 농심 레드포스

단언컨대, LCK 10개 팀 중 왜 이 성적에 머물러 있는지 가장 이해가 안 가는 팀은 농심 레드포스일 것입니다. 베테랑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고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면면을 살펴 보면, 직전 시즌 롤드컵 4강을 찍은 탑 (칸나) / 미드(비디디), 롤드컵 결승 2회 연속 진출 원딜 (고스트), LCK 우승 경험이 있는 서폿(에포트) 등등. 그런데 문제는,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 꼴찌 다툼을 하다가 겨우 거둔 성적이 8위입니다.

코로나 후유증이 누가 봐도 큰 상흔을 남긴 팀이지만 코로나 이후 선수 운용에서 주 포지션까지 무시해 버리는 막장 돌림판을 돌리고 경기를 망쳐 버린 감코진의 돌발행동은 백번 양보해서 의도는 좋았다고 포장해 봐야 결과로는 최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코로나 이슈는 불행이지만 그 불행의 파급 효과를 더 키워 버린 것은 관리 책임이라는 것이죠. 성과도 있고 포텐도 있는 선수들이니 서머에는 적어도 스프링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는 희망은 있지만, 어쨌거나, 돌림판 OUT.


7위 - KT 롤스터

굳이 스프링 시즌의 도깨비팀을 꼽자면 저는 KT 롤스터라고 생각합니다. 잘 될 때에는 주전 5인이 모두 있는 젠지를 셧아웃시키다가도 안 될 때는 코로나 이슈로 데프트 빼고 챌린저스 긴급 콜업이었던 DRX에게 허무하게 지는 팀이 도깨비팀이 아니면 누가 도깨비팀일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KT 롤스터는, 라인전과 운영, 설계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과도 크게 밀리지 않는 것 같은데 막상 팀의 판단이나 목표가 하나로 모이는 경우가 매우 드문 팀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가 어떻게 바뀌어도 전통과 다름없는 '대퍼팀'의 모습은 어디로 가지 않았다는 달갑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지금의 KT는 전통의 대퍼팀이라기보다는 그냥 도깨비팀 같아 보입니다. 과거의 대퍼팀 시절이던 KT는 최소한 한 팀으로 움직이다가 팀 전체가 이상한 판단을 해서 고꾸라지지만, 지금의 KT는 애초에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팀의 판단과 목표가 하나로 모이는 시기가 너무 늦어 버리면 시즌 중후반 빅라를 주전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돌아오기 시작한 팀의 활력조차 제대로 써먹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됩니다.


6위 - 프레딧 브리온

프레딧 브리온이 2라운드 DRX와의 경기에서 석패하며 꼴찌가 되었을 때 프레딧 브리온 앞에는 단 일곱 경기만 남아 있었고, 그마저도 시즌 마지막 세 경기는 T1-젠지-담원 기아라는 암울한 조합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곱 경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맨 꼴찌였던 팀이, 다음 경기부터 기적같이 4연승을 거뒤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게 되고, 코로나로 전원 이탈하느라 다시 연패한 암울한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에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를 잡으며 자력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툭하면 왕관 없는 황제에 강제 즉위하며 비웃음을 당하던 모건은 대황(大皇)이 되었고, 15분을 넘어서 계획이 어그러지면 자멸했던 엄티는 피지컬만큼은 누구도 뒤지지 않는 라바와 함께 팀을 견인했습니다. 작은 육각형으로 불렸던 헤나, 시야를 잡다가 은근히 잘 잘리던 딜라이트도 기적에 힘을 보탰습니다. 비록 포스트시즌 PO 1라운드에서는 다시 만난 담원 기아와의 경기에서 딱히 뚜렷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며 완패하고 말았지만, 그렇게 포스트시즌이 찰나의 한 순간에 지나갔던 경험은 그 선수들에게 더 잘 하고 싶다는 자극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2 스프링. 프레딧 브리온의 또 다른 이름은 '낭만'이었습니다.


정규 4위, 최종 5위 - DRX

이 팀의 핵심은 경험 많은 바텀 듀오입니다. 메이저 최다 킬에 빛나는 데프트는 정규 시즌 동안 실력으로든 마인드로든 팀을 지탱해 온 기둥이고 담원 기아를 떠난 베릴은 DRX의 메인 오더와 팀 내 회초리(...)를 맡으며 왜 자신이 롤 도사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바텀 듀오라는 기초가 튼튼한 팀이라서 그런지, DRX는 초반 0-2 셧아웃을 연속 세 번 당하며 3연패로 불안하게 시작하며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4주차 이후에는 정규 시즌 내내 3~4위의 상위권을 유지하는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다만, 경험 많은 바텀 듀오의 힘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는 이야기는 역으로 이야기하면 바텀 듀오가 처음부터 피해를 입거나 동급 이상의 바텀 듀오를 가진 팀을 만날 경우 답이 없어지는 일이 많고 상체가 이를 극복 못 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상체의 약점은 정규 시즌 내내 DRX가 더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고, PO 1라운드에서도 끝내 DRX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지만, DRX라는 팀은 응원할 맛 나는 선수들이 잔뜩 모인 실력 있는 팀입니다. 아. 그리고 서머에는 오너 리스크는 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PO 2라운드 진출한 팀들(1~4위)은 결승 끝나고 써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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