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2/05 12:12:34수정됨
Name   열한시육분
File #1   XL2222.jpg (39.9 KB), Download : 39
File #2   20220205_195008rez_(2).jpg (57.8 KB), Download : 32
Subject   가벼운 독후감: "의사 생리학" - 루이 후아르트




19세기에 출간된 프랑스 책이라고 하는데 어쩌다 눈에 띄어 읽어보았습니다. 의사들이 배우는 생리학이 아니고 의사라는 직역의 생리릍 탐구한다는 컨셉. 요새 인터넷 유머 올릴 때도 밈스러운 제목이 있는 것처럼 XX 생리학이란 제목의 글들의 서로 다른 저자들에 의해 무더기로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블로그가 있었다면 그런 포스트 모음집 같이 생겼습니다. 풍자적인 글 특유의 짧고 강하게 치고 빠지는 문장들의 맛이 살아있고, 페이지도 많지 않고 활자도 커서 가볍게 읽기 좋아요.

이런 책을 번역도 하고 출판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시대를 관통해서 현대에도 유효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텐데,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읽어본 척 가능하시도록 작성하였읍니다..


1장: 19세기 프랑스의 양심 없는 의사들의 3가지 태도
1) 아무튼 확신에 찬 태도  2) 아무튼 환자가 나으면 내 공적  3) 다른 의사들은 다 돌팔이

2장 & 3장: 최근에 고등교육이 개방되어 부모들이 안간힘을 써서 자식들을 의사 만드려고 한다.
하지만, 부모의 노력으로 의과대학에 보냈지만 일이 없어 바쁜 척 연기에만 특화된 의사들이 많다. (눈물 좀...)

그런데 이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최근에 개방된 직업이 있으니, 그건 변호사더라.
고객 없는 의사와 변호사들이 하는 일은? 서로의 (무료) 고객이 되어주기 (눈물 좀......)

4장: 그때 기준으로도 어처구니 없는 치료법 1 - 동종요법
질병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병과 '동종'인 물질을 극소량, 딱 1번 주어서 오히려 치료한다는 개념, homeopathy
요새도 가끔가다 보이는 단어인데 될 리가 없쥬?
저자는 의사들이 일을 극도로 안 하며 동시에 약사들을 멸종시킬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평가
(근데 잠깐, 이 말을 살짝 바꾸면 백신에 대한 설명이네요? 어??)

5장: 의사 한 명이 못 미더워, 소위 말하는 세컨 오피니언을 구했을 때의 처참한 양상 2가지
1) 의사들끼리 너무 친해 예술, 채권시장 얘기 하면서 노가리나 까다가 뻔한 진단명을 다시 확인해주고는 비싼 진단료를 받고 놀러감
2) 1)이 못마땅해 대가라는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서로가 옳다며 환자 집안의 물건들을 던져가며 싸운 뒤 정 반대의 진단명들을 확신하며 말한 다음에 더더욱 비싼 진단료를 받고 각자 사라짐. 던졌던 환자 집안의 물건들도 안 고쳐줌.

6장: 그때 기준으로도 어처구니 없는 치료법 2 - 수(물)치료
이것 역시 가끔가다 보이는 단어. 같은 양이라도 물을 한 번에 벌컥 마시면 살 찐다고 하시던 모 한의원 원장님의 주장이 떠올랐습니다.

7장: 그때 기준으로도 어처구니 없는 치료법 3 - 최면을 이용한 치료
환자한테 최면을 거는 게 아니고, 최면에 걸린 일반인(주로 젊은 여자)에서 이끌어내어진 영험한 예지능력이 치료법으로 인도되는 치료
왜 젊은 여자인가? 저자에 의하면, 하녀라는 직종이 저렴한 인력층이니까 거기서 크게 높지 않은 비용으로 저렴하게 연기자로 고용 가능해서.

8장: 모두가 돈벌이에 혈안인 와중에 무료로 진료를 해주는 의사가 있다? 진정한 휴머니스트들인가?
이분들에게 진료를 받으면 꼭 지정된 권장 약국으로만 가야 한다. 그 약값이... 그리고 오밤중에 휴머니스트 의사와 특정 약사는 비밀의 회동을 가진다 카더라.

9장: 그럼 요새 자격 받은 의사 말고, 비전문가가 더 통찰력이 있지는 않을까?
그렇지도 않더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 할머니가 사람 고친다고 돌아다니면 더 무섭다.
만국 공통 할머니 특징: 식이요법이랍시고 안 먹는다니? 푸짐하게 많이, 배불리 먹이고, 아픈 게 약이라고 쥐어박는다

10장: 의사들의 꿀직장 - 온천 의사
무슨 병명으로 오든 생각하는 척 좀 하다가 온천에 몸을 담그라고 하면 진료 끝.

11장: 의사들의 꿀직장 2 - "부인과" 의사
사회적으로 계급은 높으나 예체능 끼가 없어 사교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귀부인들. 그러면 이 귀부인들은 가녀린 여주인공이 되기 위해 아파진다. 정말로 진단을 하려는 과욕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꿀직장

12장: 유일하게 안 까이는 의사들 - 군의관과 그들의 은퇴 후
그 시대의 참 의사들 중 군의관인 사람들이 꽤 있었나봅니다. 지금까지도 유효한 병명을 남긴 뒤피트랑 구축의 뒤피트랑이 이때 유명한 프랑스 군의관이었네요.
근무 난이도는 높고, 돈은 별로 못 받고, 퇴직금도 변변찮아서 은퇴한 시골 동네에서도 일을 손에 잡아야 하는 사람들.
이 때에도 순탄치 않은 것이, 그 시골 동네의 사실상 의원이던 양치기 소년이 텃세를 부리며 견제를 놓는다 카더라 ㅠㅠ

13장: 이건 이동식 사무장 병원인데? 사망진단서 서명용 의사
의사 자격 없이 민간요법 혹은 그조차도 아닌 무언가를 행하는 사람들이 의사를 고용한다. 이 사람들은 떠돌아다니며 지역의 호구(책 표현)들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한다. 의사는 이들을 따라다니며 사망자 발생시 D.M. (Docteur en Medecine) 이라고 공식적 서명을 하고 푼돈을 받는다.

14장: 그럼 외과의사는? 수술의 세계
이 당시에는 신경을 살짝 건드리면 병이 치유될 수 있다는 개념이 유행한 모양. 란셋으로 한 번 슥 그으면 병든 신경이 베어져 치료가 되지만, 운이 없어 정상 신경까지 베어지면 못 쓰게 된다. 그러니 수술 중에 쓸 데 없는 정치적 잡담을 하지 말라!
정형외과 의사들은 곱사등이는 고칠 수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러다 사람을 과도하게 가자미로 만들어놓기도 하고, 청소년기에 굽었던 등이 펴지는 것을 자기 공으로 돌리기도 하고?

15장: 그럼 약사들은? 약사의 세계
약제사(apothicaire)에서 약사(pharmacien)로 명칭이 좋게 바뀌자 싸구려 약제를 특정 증상 특효약으로 만들어 팔아제끼기 바쁘다.
신비하게 보여야 하니까, 온갖 천연스러운 재료 이름들을 가져다 써서 이제는 그런 이름들이 부족할 지경.
(일본은 지금도 약제사라고 하는 것 같던데 여기서 왔나봅니다)


개인적 인상에 남는 부분들 픽:
"의학은 기하학과 달라서, 사람들은 굳이 미지의 의사를 찾아가지 않는다." (2장)
"모든 로망들에서 말하는 것처럼 프랑스인의 정신이 월등히 용맹스럽다고 할지라도, ... 300명의 징집대상자 중에서 본인이 군 복무 부적격자라고 자처하는 개인은 대체로 300명에 달한다." (12장)
"(축약) 주민 25000명 중에 정말 현자 같은 사람이 150명이 안 되고, 그 다음 상식 있고 똑똑하고 생각 있는 사람이 한 300명쯤 된다고 했지요? 그러면 나는 나머지 24550명의 바보를 진료했으니 내 수입이 월등할 수밖에." (13장)
"대개 이름이 운명에 끼치는 영향은 놀라울 만큼 크다. 약사의 경우를 보라!" (15장)


추가) 그리고 대망의 한 쪽짜리 16장:
처음엔 뭐 이런... ㅋㅋㅋ 이러면서 뺐는데, 책의 성격과 주제의식을 둘다 잘 드러내는 것 같아 붙여놓습니다.
이 책은 정확히 얘기하면 의사라기보단 '의료 사기꾼들'을 까는 책이고, 그냥 의료 행위 관련 세태를 묘사한 책입니다.
저자가 보기에, 대부분의 대중은 멍청해서, 고작 6프랑의 합리적 가격의 치료는 내 병을 낫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내과의사든 외과의사든 약사든 무자격자든 나쁜 놈들이 활개를 치고 있고
저들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사회적 무관심 하에 놓인 소시민 출신 공급 과잉 의사들 및 궂은 의료 전문인 군의관들을 보니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라는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죠. 근데 그게 19세기부터라는 그런 교훈 ㅠㅠ

요새 인터넷 메타 상 프랑스인들은 유럽 XX라고 하던데... 뭐 비단 그게 아니더라도 사람 사는 곳은 역시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



8
  • 아는 척이 +1 늘었읍니다. 춫언..!
  • 재밌다! 읽고 싶다!
  • 읽고 싶어지는 책 소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696 도서/문학(발표)도서 읽어 보시고 서평 써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가족 트라우마, 청년 자살) 8 초공 22/04/06 3540 3
12692 도서/문학4월의 책 - 자화상 2 풀잎 22/04/02 3681 0
12683 도서/문학영화와 소설 "뜨거운 피" 감상평 (노스포) 1 nothing 22/03/30 3598 2
12659 도서/문학3월의 책 - 온라인 줌번개 일요일 오늘 오후 3시 -종료 5 풀잎 22/03/20 2974 0
12593 도서/문학선거 기다리느라 초조하신 중년 여러분을 위해 정치소설 추천합니다. 6 arch 22/03/08 5664 4
12566 도서/문학3월의 책 - 어른의 문답법 4 풀잎 22/03/03 3393 1
12536 도서/문학[마감입니다. 감사합니다.] 웹소설, 웹툰 창작 교육 4주 과정 참여자 모집합니다. 69 트린 22/02/22 4869 10
12498 도서/문학서평 : 카프카의 <변신> 1 닉네임 변경권 22/02/08 3790 3
12493 도서/문학가벼운 독후감: "의사 생리학" - 루이 후아르트 6 열한시육분 22/02/05 3650 8
12486 도서/문학2월의 책 독서모임 - 죽음의 수용소에서 2 풀잎 22/02/02 3793 7
12415 도서/문학[독후감] '시드 마이어'를 읽고 나서 2 *alchemist* 22/01/07 3221 1
12399 도서/문학1월의 책 독서모임 - 걷기의 인문학 10 풀잎 22/01/03 3794 1
12318 도서/문학12월의 책 독서모임 - 그랜드투어 7 풀잎 21/12/01 4402 5
12309 도서/문학11월의 책 - 다른방식으로 보기 리뷰 3 풀잎 21/11/29 4004 2
12226 도서/문학11월의 책 - 다른방식으로 보기 9 풀잎 21/11/01 4279 3
12208 도서/문학"사랑은 전문가들의 게임일 뿐" 우엘벡의 설거지론 (수정) 21 sisyphus 21/10/26 5423 3
12200 도서/문학10월의 책 - 가재가 노래하는 곳 독서후기 21 풀잎 21/10/24 4759 5
12187 도서/문학지니뮤직에서 하는 도서 증정 이벤트 초공 21/10/19 3717 0
12177 도서/문학삼국지를 지금 읽으면 다르게 보이는 점 7 rustysaber 21/10/16 4418 1
12138 도서/문학10월의 책 독서모임 27 풀잎 21/10/04 3732 8
12132 도서/문학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리뷰 19 mchvp 21/10/01 4726 5
12073 도서/문학<인간의 종말-여섯번째 대멸종과 인류세의 위기> 리뷰 3 mchvp 21/09/13 4160 4
11951 도서/문학영원한 인쉐옌 永遠的尹雪艷 下 7 celestine 21/08/01 4044 6
11916 도서/문학영원한 인쉐옌 永遠的尹雪艷 上 10 celestine 21/07/24 4319 11
11822 도서/문학빌 게이츠의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리뷰 32 mchvp 21/06/26 5636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