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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1/02 16:35:26수정됨
Name   Klopp
Subject   [LOL] 그놈의 팬이 뭐길래..
중고등학생 때는 구기종목 응원을 정말 좋아했어요.
철없는 시절이라 자주 이기는 팀이 좋았던지 제가 응원하는 팀은 당시 늘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팀이였죠.

삼성 블루윙즈
삼성 라이온즈
삼성화재 배구단
KCC 이지스

그러다 [스타크래프트] 라는 걸 접하고 [임요환] 이라는 게이머를 알게 되면서, 무언가에 홀린 듯 그와 SK텔레콤을 응원했구요.
그런 제가 왜 동시에 [리버풀]을 응원해서 고통받게 됐는지..

무튼, 이런 저는 골수팬이라기에는 조금 민망한 것이 응원 팀이 하향세에 접어 들거나 자주 지게 되면 매주 챙겨보던 것도 딱 끊고 안볼 수 있는 태세전환이 가능했어요. 그래서 국내 축구도 점점 안보게 되기 시작했고, 삼성화재의 무지막지한 연속우승이 끊기던 시절부터는 안보기 시작했고, KCC 이지스 경기 시청도 거의 끊기고 말았죠. 스타크래프트는 리그가 없어져버리고 말았구요.

그나마 쭈욱 보게 된 건 역시나 항상 탑독이고 아무리 못해도 가을시청을 보장했던 삼성 라이온즈 야구 뿐이였죠.
이때도 해버지 때문에 맨유팬 된 친구들한테 놀림 받으면서 왜 리버풀은 응원을 했는지...

무튼, 그렇게 꾸준히 볼 수 있었던 야구마저!!
줄줄이 대형사건과 엮이면서 나락을 간 16년 부터는 거의 시청하지 않게 됐습니다. 매일같이 보던 스포츠를 보지 못하게 되자 그걸 대체하게 된 건 재미있건 재미없건 제 학창시절을 함께 한 무한도전 되풀이뿐이였죠.
그치만, 그것 또한 결혼하고 나니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줄어들자 점차 외장하드에서 꺼내 보는 일은 줄어들었어요. 대신, 학생 떄는 거의 보지 않던 티비를 배우자와 같이 보게 됐죠. 일드나 다운받아 보던 제가 그 떄부터 꽤 드라마를 많이 본 것 같네요.

물론 그 사이에 드문드문 좋은 일도 있었어요. 이를테면 은퇴식에서도 연타석 홈런을 치던 이승엽 선수라던지..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를 EPL 우승을 하필 관중없는 코로나 시절에 해낸ㅠㅠ 리버풀의 새로운 전성기라던지 말이죠.

그러던 제게 우연히 가장 인기가 많은 E스포츠인 [LOL]에 입문하는 계기가 생겼어요.
회사 동료가 T1의 광팬인데, 사실 T1 보다도 [페이커]의 광팬이였죠. 세계대회 우승 횟수, 한국대회 우승 횟수 등등을 말해주면서 말이죠. 물론, 저도 [페이커]라는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는 대충 알았어요. 제 친구들도 LOL을 보지는 않아도 게임은 많이들 했으니까요. 저는 30대 중반까지도 스타크래프트만 해봤던지라 그 수많은 캐릭터들과 스킬, 1대 1이 아닌 5대 5라는 팀게임의 운적 요소 등을 가진 LOL을 새롭게 시작해서 적응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애써 관심을 두지 않았었구요.

그런데, [페이커]라는 선수에 대해 관심이 가고 그 선수에 대한 역사와 위엄(?)을 보며 이 선수에 대한 서사에 관심이 가고 칭찬만 가득한 인성 같은 걸 계속 보다보니 LOL이라는 게임이 궁금해지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20섬머부터 LOL을 파고 LCK를 트위치로 시청하게 되면서 30대 중반에 롤린이가 되었습니다. 비록, 여전히 캐릭터들 스킬도 다 모르고 피지컬이 구려서 라인에는 못서는 정글-서폿 실딱이지만 말이죠.

[페이커]의 팬으로 자연스럽게 입문하니 자연스레 [T1]의 팬이 되어 있었지만 팬으로서는 힘든 시간이였어요.
20섬머의 부진, 20월즈 진출 실패, 감독 선임 논란 , 21 스프링의 플옵 탈락, 수없는 돌림판, 페이커 기량에 대한 의문부호,
감코의 경질 등등... 응원하는 팀이 잘할 때나 꾸준히 보는 저같은 사람한테는 이걸 어떻게 다 보고있었나 싶을 정도였죠.

그런데 ??
감코가 경질되고 정글이 신인으로 바뀌더니 갑자기 잘해졌어요.
부드럽고 컴퓨터 같은 맛은 없는데 잘 때리고, 잘 뭉개더니 페이커의 기량도 올라오고 예상치 못하게 21섬머 플옵도 이기더라구요. 사람 마음이 이렇게 되니 팬심도 더 생기더니 기왕이면 [우승]하는게 어때?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담원은 저 건너편에 있는 팀이더라구요. 물론, 객관적으로 누구나 예상한 결과였지만 오랜만에 마음이 쓰렸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숫자인가요.. 10회 우승 이라는 금자탑이.. 하필 그 금자탑을 앞에 두고 실패한 이유를 제가 볼 때에는 아쉬웠던 [페이커]의 플레이들이 많이 반영되어 나타난 준우승이라는 결과이지도 않냐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
선발전에서 아지르로 해내는 걸 보니, 이게 또 갑자기 희망이 생겨나더란 말입니다.
그렇게 월즈 스크림 패왕 소문이 돌고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먼저한 경기는 졌지만 조별 경기 vsEDG전에서 가능성을 봤어요. 제가 보기엔 적어도 담원과 해도 이길 수 있겠다라는 확신을 준 경기였거든요. 오히려 한화와의 8강 경기보다도 말이죠.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T1에겐 역시나 또 담원이 나타났어요. 하필, 같은 포트에 걸려서 결승이 아닌 4강에서 만나게 된 현 시대 최강팀 말이죠.

그리고, 지난 토요일 4강 1세트를 실시간으로 보다 담원의 완벽한 경기력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저는 TV를 꺼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마음을 비우고 일반 게임이나 돌리고 말았죠.

그런데 ??
제 회사 동료에게 계속 톡이 오는거에요. 2,3경기를 T1이 이겼다면서...
그래서 다시 부랴부랴 TV를 켰습니다. 그리고 벌어진 선 라이즈 픽, 쇼메의 르블랑쇼, 캐년의 미친 활약까지..
그렇게 마지막 5경기에 이르러서 보고 있을 때, 솔직히 밴픽만 보고는 이겼다고 생각했어요.
구마유시의 아펠, 페이커의 아지르, 칸나의 케넨... 반대 편을 보니 탈론-조이-직스.. 너무 난이도가 높아보였거든요.

그리고 벌어진 결과들.. 바텀에서 수면 맞고 플을 최대한 아끼다가 끝내 플 쓰고 죽은 아펠, 아쉬운 케넨의 활약..
케리아가 수없이 궁으로 살려줘서 꾸역꾸역 끌고 가서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바론 트라이에서 바론을 먹고도 상대에게 싸움을 걸지 않고 빠지는 선택으로 인해 모두가 쓸리는 결과까지...
그리고 최후의 장로 전투 전에 벌어진 아지르의 텔 위치와 조이 수면-직스 궁과 캐년의 완벽한 강타까지...

응원력도 짧고, 롤 이해도도 낮고, 질 때는 잘보지도 않는 라이트한 팬인 저인데도 너무너무너무 슬프더라구요.
물론 GOAT의 칭호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지금이 어쩌면 4회 우승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생각이 자꾸 지워지지가 않으면서 말이죠. 물론, 엄청 잘했지만 [페이커]선수가 4-5세트에서도 완벽했다면 이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까지..

에휴, 그놈의 팬이 뭐길래...
담원의 결승 진출을, 칸-캐년-쇼메-고스트-베릴의 지리는 활약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 자리가 T1의 결승 진출, 칸나-오너-페이커-구마유시-케리아 였다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었네요.


전 항상 [모두가 이정도도 기대에 비하면 충분히 잘하지 않았느냐?] 라는 말로 위로하면,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해왔습니다.
2015년의 삼성 라이온즈도, 13-14의 스티븐 제라드도 결국 그 기회를 놓쳐서 한참을 고생해야 했거든요.
운이든 실력이든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욕심을 내서 잡지 못하면 그 기회는 언제 올지도 모르는거니까요.
그만큼 경쟁자도 쉬지 않고, 운과 실력도 늘 제가 응원하는 팀만 오르라는 법도 없기 떄문이죠.

그치만, 이번에는 내년을 기대해보고자 합니다.
LCK 10회, 월즈 4회, 13년 데뷔 게이머가 22년 월즈 우승 미드라이너로 불려지는 그 때..
그 수식어가 [페이커]에게 닿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아울러, 담원의 결승 진출 정말 축하합니다. 특히, 캐년... 당신 미쳤어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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