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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0/15 10:16:45
Name   Picard
Subject   X 같은 상사 vs X 같은 팀원
1.
예전에 있던 팀은 파트장이 참.... 거시기 하였습니다.
부서가 전문부서인데 저는 전공도 아니고 아는 것도 없고...
저희 부서의 전문가(?)들은 처우나 근무지에 불만이 있어서 퇴사를 하거나 나가겠다고 해서 연구소에 부서 하나 만들어서 서울로 올려주고.. 충원도 쉽지 않다보니 아웃소싱 비슷하게 협력사 직원을 파견받는 식으로 부서가 구성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 회사 정직원이 더 많았는데, 막판에는 정직원은 파트장이랑 저 둘에 나머지는 전원 협력사 파견직이었죠.

원래 파트장이 군인 출신에 매우 보수적이고 윗사람한테는 싹싹하게 굴고 아랫사람들은 무시하고 협력사에는 갑질하는, 꼰데였는데.. 인적 구성이 이렇게 되니 '피카드 대리를 쫒아내면 내가 여기서 왕노릇을 하면서 정년까지 버티겠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애초에 사람 나가면 '우리 사람 필요 없음' 하면서 안 받았죠. 제가 인사팀이나 공장장에게 사람이 계속 빠지는데 충원 좀 해주세요 라고 하면 '너네 파트장은 사람 필요 없다는데..' 라고 하더라고요.)
인사팀에서 피대리가 충원해달라는데요? 라고 하면 파트장은 '피카드 걔가 게을러서 그래' 라고 했다고..

거기에 좀 더 나아가서, 피카드만 없으면 내가 정년까지 버티겠지? 를 넘어서 정년되면  '이 회사에 이 업무 아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회사 하나 차릴테니 아웃소싱 주쇼' 라고 할 그림까지 그리더라고요. ㅋㅋㅋㅋ

제 뒷담화를 엄청 하고 다녀서 제가 직접적으로 평가와 진급에 불이익을 받기도 했습니다.
(너네 파트장 승진 시켜야 하니 네가 마이너스 받아라.. 이건 상무님이 직접 너를 찍으셔서 나도 어쩔 수 없다.. 라는 얘기를 팀장에게 듣기도 하고..)
'피카드는 애사심도 없고, 충성심도 없고, 일도 느리고, 게으르고, 이 회사에 다니기에는 너무 요즘 애들같다' 라는 뒷담화를 줄창하고 다녔죠. 애사심, 충성심이야 그렇다 치고 일이 느린건 저는 프로젝트 스케줄을 짤때 야근/특근 안하는걸 전제로 짜고, 자기는 야근/특근을 기본으로 협력사 직원들 쥐어 짜는걸 전제로 짜니까 그런거였죠.

파트 회의하면 자기 프로젝트하는 협력사 직원들한테 '너네는 시간이 모자란다 하지 마라. 밤세워봤어? 주말에 뭐했어? 놀았지?  라떼는 말이야~' 라면서 무조건 자기가 정한 D-Day 를 맞추기를 강요했으니까요. 물론 시급한 일이면 저도 협력사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최대한 땅기기는 하지만, 파트장은 시급한 일이 아닌데도 항상 이랬습니다.

'샌드위치는 다 쉬고 싶으니까 다 쉬지 말자' 라고 하면 협력사분들은 눈치보면서 한숨쉬고 입 꾹 다물고 있는데 제가 '올해 샌드위치가 두번 있으니까 나눠서 한번씩 쉬시죠' 라고 말해서 파트장의 레이저를 받아낸다던가..
'올해 명절에 멀리 가는 사람 있나? 3일이나 쉬는데 연차 붙일 사람은 없지?' 라고 하면 제가 '*차장님이랑 *대리는 집이 먼데 하루 일찍 가시는게 낫지 않나요?' 라는 식으로... 파트장 말을 빌리면 '피카드 너는 우리 회사 사람이냐 협력사 사람이냐.. 왜 저쪽 편을 들어?!!!' 하는 짓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제가 얼마나 눈에 가시였겠습니까.
뒷담화외에도 저에게 직접적으로 지랄하기도 했기 때문에 저도 그만둘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부서이동을 공장장, 본부장에게 건의 해도 난감해 하시면서... '어.. 피카드 과장은 스페셜리스트잖아.. 너희 말고 이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니..'라면서 반려했고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파트장은 저 빼고 싶어했는데 공장장은 파트장이 큰소리만 치고 실상은 거품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어서 백업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못 뺐다고..)

그만두려고 오퍼도 받고 그랬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급여도 좀 높이고 서울에서 가까와지고 싶었지만 적당한 오퍼가 없었는데다가, 제가 이직 준비 하는거 협력사분들이 알게 되고서는, 협력사 부장님이 밥이나 먹자면서 부르더니 피과장 없으면 우리 말라 죽는다고 말린 것도 이직 못한 이유기도 했습니다.

하여튼, 이러다가 사연이 있는 후배가 저희 파트에 오게 되어 세명이 되고 몇달후에 제가 이쪽 팀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일이라 고민했는데, 아내가 '하루에 한번은 그만둘까 한숨쉬는데 그냥 이동해요' 라고 해서 옮겼죠.
나중에 협력사 이사님한테 들었는데 파트장이 제가 이동하니까 '야.. 피과장이 내 자리 차지하나 했는데 이동했으니 한숨 돌렸어~ 하하하..' 하면서 굉장히 기뻐서 이사님한테 술 좀 사라고 했다고... (....)

그 파트는 다시 파트장이랑 새로 온 후배랑 둘이 되었는데 후배가 저처럼 만만하고 참는 성격이 아니라서 대충돌이 납니다.. (...)


X 같은 팀원 얘기도 써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기회 있으면 담에 써보려고 합니다.
내가 지랄 맞은 파트장 밑에서도 10년 버텼는데, 팀원을 콘트롤 못하겠냐... 생각하고 지내는데... 참, 힘들게 하는 친구가 있네요.
ㅎㅎㅎㅎㅎㅎ
언능 이 회사 때려쳐야 할텐데...



12
  • 항상 재미있게 보고있읍니다... 계속 쓰십시오...
  •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다음편 빨리 써주세요


레카미에
팀원이 힘들게 하는건 상사가 힘들게 하는거랑은 또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팀원이 사고치면 팀장이 책임져야 하는데, 이 친구가 언제 사고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하..
*alchemist*
고생이 많으시군요. 에고. 저는 위에 팀장이 팀에 있던 두 라인중 한 라인을 싸그리 퇴사하게 만들 때 막내였어거든요..(다른 한 라인은 다 다른팀으로 흩어짐... ㄷㄷ) 그래서 제가 팀장을 직접 맞닥뜨리게 되고나서부턴.. 못해먹겠더군요 ㅡㅡ;
그래서 그 사람때문이라고 온 동네방네 소문 다 내고 퇴사했었습니다.
그 사람도 오래 못 버티더라구요.. 저 나가고 반년 정도? 후엔가 퇴사했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좀 있긴 하네요.. 쩝;
전 파트장은... 새옹지마의 살아있는 사례가 되더라고요..

1) 새 라인 착공때 그쪽으로 가고 싶어했는데 밀려서 못감. -> 신라인 실패로 그쪽 사람들 구조조정됨.
2) 공장장한테 찍혔는데, 조직개편으로 공장장 소속에서 상무 소속으로 바뀜 -> 새로온 상무랑 테니스 취미가 같아서 상무가 이뻐함.
3) 이런 저런 문제로 파트가 없어지고 일반 팀원이 됨 -> 새 팀장이랑 갈등으로 쫒겨날 상황에서 협력사에 자리가 생겨 그쪽으로 낙하산 발령. 원하던 정년을 채우게 됨
4) 감사에서 구매 관련 문제가 생겼는데 구)... 더 보기
전 파트장은... 새옹지마의 살아있는 사례가 되더라고요..

1) 새 라인 착공때 그쪽으로 가고 싶어했는데 밀려서 못감. -> 신라인 실패로 그쪽 사람들 구조조정됨.
2) 공장장한테 찍혔는데, 조직개편으로 공장장 소속에서 상무 소속으로 바뀜 -> 새로온 상무랑 테니스 취미가 같아서 상무가 이뻐함.
3) 이런 저런 문제로 파트가 없어지고 일반 팀원이 됨 -> 새 팀장이랑 갈등으로 쫒겨날 상황에서 협력사에 자리가 생겨 그쪽으로 낙하산 발령. 원하던 정년을 채우게 됨
4) 감사에서 구매 관련 문제가 생겼는데 구)파트장 포함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퇴사한 사람들이라 갈등있던 팀장만 책임지고 사표씀
5) 정년 넘었는데 새로 낙하산으로 갈 우리 회사 부장들이 아직 없어서 협력사에서 해피하게 지내고 게신다고 합니다.

사람이 악해도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이 이루어지진 않더라고요.
김딱딱
사람 됨됨이의 선악은 그 사람의 운, 팔자 같은 거랑 딱히 상관이 없더라구요. 명백한 악인도 승승장구가 가능한 게 세상살이 아니겠습니까.
크루아상
대충돌 썰도 기다립니다..
저희 공장이 개인별로 반기에 1회 개선과제를 하는데, 후배 과장이 꽤 효과가 좋고 기발한걸 했습니다. 공장장이 보고자리에서 칭찬을 많이 했는데, 파트장이 '제가 많이 지도해줬습니다' 라고 숟가락 얹기를 했죠. 저라면 그냥 립서비스 했을텐데 (도와준거 별로 없다는거 공장장도 알테니)
후배가 '파트장님이 도와준게 뭐가 있냐. 이거 한번 들여다보시지도 않았으면서' 라고 바로 솓가락 얹기를 차단해버리는 바람에 분위기 싸해지고, 회의 끝나고 둘이 크게 싸웠습니다.
(저는 업무적으로 충돌해도 금방 털어내는 편이었는데) 후배는 파트장이 ... 더 보기
저희 공장이 개인별로 반기에 1회 개선과제를 하는데, 후배 과장이 꽤 효과가 좋고 기발한걸 했습니다. 공장장이 보고자리에서 칭찬을 많이 했는데, 파트장이 '제가 많이 지도해줬습니다' 라고 숟가락 얹기를 했죠. 저라면 그냥 립서비스 했을텐데 (도와준거 별로 없다는거 공장장도 알테니)
후배가 '파트장님이 도와준게 뭐가 있냐. 이거 한번 들여다보시지도 않았으면서' 라고 바로 솓가락 얹기를 차단해버리는 바람에 분위기 싸해지고, 회의 끝나고 둘이 크게 싸웠습니다.
(저는 업무적으로 충돌해도 금방 털어내는 편이었는데) 후배는 파트장이 하는 것도 없으면서 내 공적을 가로채려고 한다며 둘이 대화도 안하고... 파트장은 협력사분한테 '***과장한테 이거 하라고 해' 라고 하고 후배 과장은 '지일인데 왜 날 시켜요? 안한다고 하세요' 하는 식으로 부부싸움하고 말안하는 부부처럼 1년간 지냈다고 합니다. 협력사 부장님이랑 커피 마시면서 들었는데 둘이 서로 투명인간 취급했다고..
3
크루아상
캬 생생한 외전 감사합니다
공기반술이반
빨리 다음편 연재해주세여! ㅎㅎㅎ
저도 구성원들에 대한 분노가 갈수록 쌓이고 있었는데 피카드님 이야기 들으니까 갑자기 직장이 천국처럼 느껴지네요.
제가 아싸에 딱히 특출난 능력이 없음에도 팀장까지 올린건 역시 파트장 같은 사람들을 겪으며 참고 일하는 세뇌된 인간임을 회사 인사팀에서 알아봐서 아닐까요... (...)
자몽에이드
진짜 너무 재미 있습니다.
전 편들도 다 묶어서 놓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오쇼 라즈니쉬
전 대충돌편도 궁금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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