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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0/13 16:19:04
Name   Picard
Subject   만만한 팀장이 옆팀 꼰대 팀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
엊그제 블라인드에서 본 글 하나를 보고 떠오른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는 분위기 파악을 하라는 말이 있듯, 일본에는 공기를 읽는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8시30분 출근, 5시30분 퇴근입니다.
그런데, 다들 8시 10분~15분이면 출근을 합니다. 더 일찍 오는 사람도 많고요.

공식적으로 8시30분 이전에 사무실 출입카드를 찍으면 지각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약간 여유를 둬서 35분까지는 인사팀에서 공식 지각으로 안 잡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8시 20분이 지나면 지각한 것 같습니다.
어떤 팀은 매일 8시30분에 현장에서 회의를 합니다. 30분까지 현장 회의실에 가려면 최소한 15분에는 와서 작업복 갈아입고 안전장구 챙기고 노트북 들고 가야 30분에 빠듯하게 도착합니다. 그렇다고 30분 딱 맞게 회의실 가면 팀장이나 파트장, 계장은 이미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회의 잡을때는 점심시간 직후인 1시에 회의 잡으면 욕먹습니다. 1시30분 이후로 잡는게 관례입니다.)

저도 보통 10분~15분에 자리에 앉는 편인데, 한번은 늦잠자서 22분에 주차장 도착해서 부랴부랴 가다가 공장장을 마주친적이 있습니다. 그때 관리팀장이 옆에 있었는데, 나중에 귀띰해준바로는 공장장이 '쟤는 팀장이 이 시간에 오냐?' 라고 했다고... (...)

하여튼, 공장 분위기가 이렇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저희 팀 후배가 이 '분위기'를 안 맞췄습니다.
25~30분 사이에 출근을 하고, 일주일에 한두번은 아슬아슬하게 35분쯤 자리에 앉기도 했습니다. (35분에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32분쯤 출입증을 찍었다는거니 공식 지각은 아닙니다.)

당시 팀장이나 이사님이 군대식 분위기를 좀 탈피해보려고 하시던 분들이라 대놓고 그 친구한테 이야기를 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다들 모여있는 자리에서 웃으면서 '그래도 20분에는 와서 노트북도 켜서 차도 한잔 타오고 숨도 돌리고 해야 30분에는 일 시작하지 않냐?' 라고 돌려서 얘기해도 이 친구는 진짜 못알아 듣는건지, 못 알아 듣는척 하는건지 바뀌지가 않았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이 친구가 지각을 하는게 아니니 잘못한게 없습니다. 그러니 바뀔 필요도 없지요.
도리어 주변 팀에서 한마디씩 합니다. 이 친구는 물론 무시했습니다. 자기 직속 상사나 이사도 대놓고 말 안하는데 지들이 뭐라고 나한테 일찍 나와라 마라 해?

저도 딱히 뭐라고 한적이 없습니다. 제가 선임이긴 하지만 같은 팀원인데 일찍 다녀라 마라 하기 싫어서요.

그외에 자잘한 업무 실수들을 좀 하는 편이었습니다. 이사님이나 팀장은 그냥 한숨 한번 쉬고 '다음에는 좀 더 잘 봐라' 라고 하고 넘어가고 저한테 눈치를 줍니다. 저는 나중에 '이런거 보고하기 전에 이런건 좀 잘보고 해요. 자기가 작성한거라 안보이면 나나 다른 사람 한번 보여주고' 라고 말을 했지만.. 그것도 안하더라고요. 같은 팀원에게 검수 받는게 싫었겠지요.

이런게 쌓이다보니... 다른 팀에서도 '걔는 짬바를 어디로 먹은거냐' 라던가, '걔는 뭔데 맨날 지각할뻔 하는데? 혹시 로열 패밀리냐?' 같은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공식적으로는 흠잡을게 없는데 비공식적으로는 세평이 안 좋다.. 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사님이 이 친구를 딴팀으로 방출해버렸습니다.. (..!!!)
당장 저부터 이사님 찾아가서 그렇지 않아도 TO 대비 부족한데 사람을 내보내시면 어떻게 하냐고 얘기를 했지만, 이사님은 '***대리는 이 업무가 안 맞다. 지금은 대리니까 이 수준으로 일해도 되지만, 과장 달면 대내외로 다른 부서 사람이나 다른 회사 사람들 많이 상대해야 하는데, 성격적으로나 업무 성향이나 힘들거다. ' 라면서 이 친구를 배려해서 보낸거라는 투로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새로 옮긴 팀의 팀장이... 뭐랄까.. 여기서도 꼰대 소리 듣는 사람이거든요. 조금만 삐끗해도 언성이 올라가고 심하게 갈구는 타입이라 그 밑 팀원들이 못 버티고 그만두거나 딴팀 가거나 하고 있었거든요.
옆팀 사람들은 '***이는 그 팀갔으니 사람 되거나 그만두거나 하겠네' 라는 반응이었고요.

그리고 한 1년... 팀장한테 맨투맨으로 까이더라고요.
저희 팀에 있을때는 한숨 한번 쉬고 넘어가던 일이 거기서는 큰소리가 납니다. '네가 이러고도 내년에 과장이야? 정신 못차려? 애들 보기 쪽팔리지 않아?' 같은 소리가 사무실에 쩌렁쩌렁 울립니다.
저희 팀에 있을때는 일이 좀 밀려도 칼퇴근 하던 친구였는데, 그 팀가더니 '팀장님이 내일 아침에 자리에 올려놓으랬어요' 라면서 야근을 합니다. 주말 특근도 하더라고요. 썰에는 화장실에서 울기도 했다고...ㅠ.ㅠ
팀장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늘 아슬아슬하게 출근하던 친구가 이제는 저보다 빨리 출근해 있습니다.
팀 옮기고 초반에는 (마침 제가 그때 팀장 됨) 저한테 다시 복귀 안되냐고 징징대던 친구가..
이제는 그쪽 팀장에게 욕도 덜 먹고, 큰소리도 안나고 나름 적응한 모양입니다.
결국 꼰대 팀장 만나서 '회사 분위기를 파악한' 직원이 된거지요

이게 회사 전체를 위해서는 좋은 방향은 아닌것 같은데,
이 친구 개인을 위해서는,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생각이 있으면, 좋은 방향으로 바뀐건가?

나도 팀원들을 위해서 큰소리도 좀 내고 싫은 소리도 대놓고 해야 하나...
담부터 잘해라... 라는 말로는 변화가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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