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4/02 09:52:40
Name   Picard
Subject   1-20년간 한업무만 해왔는데, 새 업무를 준다면..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을 보신 분이 계실려나요...

회사에 삼토반의 주인공들 같은 직군이 있었습니다. (과거형입니다.)
고졸~전문학사여야 하고, 학사(4년제 대졸)은 일반관리직으로 직군을 구분합니다.

이분들 하시는 일은 주로 비서, 경리, 서무 역활입니다.
팀의 잡다한 업무를 하시고, 전표 처리 하시고, 주기적으로 데이타 정리해서 공유하고... (영업같으면 영업실적, 품질이나 생산 같으면 합격률 현황 같은 것들..)
보시다 시피 이런 업무다 보니 채용의 90%가 여성. 남자분들도 가끔 총무, 영선 업무 담당자로 지원직을 뽑기는 하는데 대부분 기술직(=현장직)으로 전환합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 경리 역활이 아니라 일반관리직들이 하는 업무를 꿰차서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인사팀에서 교육기획을 하시거나, 총무에서 대관업무를 하시거나, 연구소에서 개발 관리를 하거나, 생산관리팀에서 라인 하나 맡아서 하시는 분도 계시고..

하여튼, 영화처럼 이분들의 실질적인 승진 한계는 대리였습니다.
일반관리직은 특별히 사고 치지 않는 이상 5년차에 대리를 달지만, 지원직은 10년 넘어도 여전히 사원이 많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공장 지원직중 가장 근속연수가 오래된 분이 20년이 넘으셨는데, 대리입니다. 이 짬이면 팀장, 부장들이랑 야자하며 농담따먹기 하는 연차인데...
위에 자기 업무 잡아서 하시는 분도 대리에서 더 안올려줬습니다.

예전에는 팀마다 1명씩 있었는데.. 제가 사원시절에 삼성에서 모셔오신 임원님이 '요즘 세상에 지원직이 왜 필요해? 여직원이 커피 타는 세상도 아니고, 경리는 시스템이 다 해주고, 전표? 쓴 사람이 직접 쳐!' 라면서 지원직을 안뽑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수가 줄기 시작했고, 꼭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내부에서 돌리거나 계약직으로 뽑고 2년후에 정직원 전환을 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공장에도, 사원시절에는 12명정도 였는데 지금 7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몇년전에 외국 유학파인 오너 아드님이 저희 회사 경영지원실장으로 옵니다 (진짜 드라마 같은 실장님.. ㅋㅋ)
그리고는.. 지원직이 하는게 뭐냐.. 왜 있어야 하냐.. 4000만원을 받으면 그 돈만큼 일을 해야지! 라면서 지원직을 없애버립니다. 예전에 삼성에서 오신 분은 충원을 막고 자연소멸 정도가 한계였는데, 역시 오너 아드님입니다. 오너 아드님이 지시하는데 까라면 까야죠.

그래서 지원직군을 없애고 모든 지원직은 일반관리직으로 전환시킵니다.
'실장'님이 본사의 지원직들을 모아놓고 '여러분에게 불이익은 없을 것.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운운 했다는데...
위에 쓴것처럼 자기 업무 확실히 잡고 있지만 대리에서 더 안 올라가던 분들은 반기지만..
근속 20년차에 아직도 사원인 분들은 '이거 그만두라는거 아니냐? 우리가 어떻게 대졸자들이랑 경쟁하냐' 라는 반응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20년동안 경리 업무 하시던 분들에게 갑자기 영업을 뛰어라, 현장 라인 담당을 해라 라고 하면 그만두라는 소리죠. 명퇴대상자가 자진해서 안나가면 안해본 빡센 업무로 돌리거나 하는거랑 다를 바가 없지요.

저희 공장 품질관리팀에서 단순 경리 업무 + 합격률 등 지표 관리만 하시던 분(저랑 입사연도가 같음)이 제품 담당을 하게 되었는데, 1년동안 부사수로 따라다니다가 포기하고 퇴사했고, 기술팀분은 도저히 기술팀에서 맡을 수 있는 업무가 없어서 생산관리팀으로 옮겨서 생산관리 업무 배우고 있습니다. 생관팀장에게 물어봤더니 '걔도 근속이 19년인데 지금와서 일 배운다고 배워지겠냐.. 연말에 평가를 어떻게 줘야 할지가 고민이다.' 라고 하시더군요.

이런식으로  1년사이에 서너명 정도 그만뒀네요.. 물론 이렇게 그만둔다고 충원을 해주지는 않습니다. 하...












2


    다람쥐
    사실 나가라는거죠... 오너도 진짜 전환을 해 낼 직원이 있을거란 생각은 없었을겁니다. 알아서 나가라는거고 지원부서 업무는 일반직 각 팀에서 처리해야하는거죠.
    5
    전표 쓴 사람이 직접 쳐....
    이거 자괴감 어마어마하던데
    저희 팀은 지원직이 애초에 없어서.. (옛날에 그만두고 당시 팀장이 새로 안 받음) 전표 치는게 자괴감이 들진 않더라고요.
    사실 나가라는거죠..(2)
    침묵의공처가
    '실장'님이 본사의 지원직들을 모아놓고 '여러분에게 불이익은 없을 것.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운운 했다는데...

    햐......이런 개소리도 참...
    오디너리안
    자영업의 기회가...
    '실장'님이 자기랑 동갑내기 과장에게 '나는 회장님 아들이지만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실장인데, 당신은 이제 겨우 과장 아니냐.. 좀 더 노력해보자' 라고 하더군요.
    10
    침묵의공처가
    노력이 뭔지도 모르는 애송이일거 같은데 개소리는 찍찍 잘 뱉네요.
    1
    금수저들의 기본 스킬 아닌가요. 내가 성공한건 열심히 노력해서 그런거고, 집안은 '조금' 도움이 된거.
    네가 나만큼 성공 못한건 네가 노력이 부족한거.
    나코나코나
    저게 되려면 공무원들 기능직 전환했던 것처럼 일을 잘하거나 못하거나 절대 안자르고 계속 그 자리에 두는 수밖에 없죠.
    그럼 조직 효율성은 망하는거지만 어차피 세금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니까....
    그게 아닌 일반 조직에서 저러는 건

    사실 나가라는거죠 (3)
    고용유연화에 따른 재교육이 말이 쉽지 ㅋㅋ 실제로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줌도 안되죠... 이걸 쉽게 떠드는 사람들 보면 다 아직 도태되지 않은 젊은 사람들밖에 없음.
    3
    다크초코
    지원직 연봉이 4천만원이면 연봉 4천만원 받는 대졸자(1년차 정도 되지 않을까요?)만큼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산전수전 다 겪으신 분들이라서 저정도는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대졸신입 들어오면 최초 2년은 트레이닝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3년차에 주임으로 승진시켜주죠.. 이제부터 너 한사람몫 하는거라고...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게, 외국어와 통계해석쪽입니다.
    제품 담당이면 영어나 일어로 오는 Spec. Sheet 를 봐야 하고, SQC, SPC를 해야 하는데 여기서 벽에...
    본사 분들은 모르겠는데... 수출부서 구)지원직들이 대거 지원부서로 옮긴거 보면 그쪽도 외국어가 벽인듯 합니다.
    다크초코
    아 그렇겠네요.
    맥주만땅
    그게 참 어려운 것이

    -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한정적입니다.

    - 사자새끼를 절벽에 떨어뜨려서 살아남는 새끼만 키운다는 개념인데,
    그게 머기업은 월급을 많이 주기 때문에 새로운 피가 자꾸 들어와서 살아남는 넘만 키우면 됩니다.

    - 하지만 중견부터는 그게 쉽지가 않으니 내부에서 키워야하는데,
    그렇게 키우다보면 한쪽 업무에 최적화된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 제조업이라면 그래도 적응할 때 까지 시간을 주지만 아니라면 뭐....

    - 그래서 젊을 때에 다양한 경험... 더 보기
    그게 참 어려운 것이

    -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한정적입니다.

    - 사자새끼를 절벽에 떨어뜨려서 살아남는 새끼만 키운다는 개념인데,
    그게 머기업은 월급을 많이 주기 때문에 새로운 피가 자꾸 들어와서 살아남는 넘만 키우면 됩니다.

    - 하지만 중견부터는 그게 쉽지가 않으니 내부에서 키워야하는데,
    그렇게 키우다보면 한쪽 업무에 최적화된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 제조업이라면 그래도 적응할 때 까지 시간을 주지만 아니라면 뭐....

    - 그래서 젊을 때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고 몇가지 일에만 특화된 인간이 되어버리면 부서이동만 해도 얼어버리는 사람들이 발생합니다.
    1
    저희는 직원들이 거의 외근직들이라 사무실에 지원직분들이 한분은 있어야 하긴하는데 이번에 그만 두십니다.

    젊은 사람들은 아는거죠 이 자리가 지속가능한 일자리인지
    회사가 쓸데없이 업력만 길다보니...
    지원직의 설계 자체가 IMF 이전 기준으로, 결혼퇴사, 임신퇴사를 전제로 짜여져 있었습니다.
    20살에 입사해서 길어야 10년 다니다 결혼하면 퇴사할거라고 보니 역량개발도 없고 커리어 관리도 없었고...
    하우두유두
    미리미리 투잡역량을 키워야하나싶네요. 내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회사는 언제든지 나를 팽 할테니...
    1
    Folcwine
    늘 안전마진, 보험이 필요한 법이죠.. 참 해야할게 많은 인생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847 일상/생각장마라고 했는데 12 마음아프다 21/07/06 4649 0
    11844 일상/생각사내 정치 싸움의 후폭풍 15 Picard 21/07/05 5256 5
    11831 일상/생각확진자 급증하네요.. 5 마음아프다 21/06/30 4178 0
    11828 일상/생각안티테제 전문 25 순수한글닉 21/06/29 5426 32
    11796 일상/생각저는 메리포핀스리턴즈를 보지못하였읍니다 6 매뉴물있뉴 21/06/17 3835 1
    11759 일상/생각행복 추구를 멈추기 6 쿠팡 21/06/06 4739 10
    11750 일상/생각엄마는 내 찢어진 츄리닝을 보고 우셨다 3 염깨비 21/06/04 5082 29
    11735 일상/생각정확하게 이해받고 설명 없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망 11 21/05/30 5117 14
    11726 일상/생각에펠탑 마그넷 레고 나눔 이벤트 해봅니다 31 콜라콜라니콜라 21/05/27 4871 5
    11719 일상/생각뒷산 새 1년 정리 38 엘에스디 21/05/25 5845 51
    11693 일상/생각허비행콕이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배운 것 4 ikuk 21/05/20 5814 5
    11692 일상/생각매거진 B : 라이카편을 읽고 lonely INTJ 21/05/19 4683 1
    11686 일상/생각홍차넷 회원님들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21 거위너구리 21/05/17 5331 0
    11680 일상/생각조선시대에서 환생(?) 한다면 한량이 되고 싶습니다. 12 평범한날이젤힘듦 21/05/16 5606 0
    11678 일상/생각깜짝깜짝 놀랄수밖에 없는 도그 포비아의 현실... 3 알겠슘돠 21/05/15 5252 0
    11674 일상/생각어쩌다 음악-2 한달살이 21/05/14 5324 4
    11670 일상/생각어쩌다 음악-1 8 한달살이 21/05/13 5029 9
    11664 일상/생각무거운 동영상을 하나 공유합니다. 2 귀차니스트 21/05/12 4538 2
    11662 일상/생각자전거 자물쇠 절단기 19 주식하는 제로스 21/05/11 6395 6
    11660 일상/생각무엇이 나를 위로하는가.. 8 켈로그김 21/05/10 4595 11
    11656 일상/생각그냥 쓰는 이야기 1 私律 21/05/08 4397 6
    11649 일상/생각우리 (전)회장님의 비자금 빼먹기 14 Picard 21/05/06 5265 5
    11642 일상/생각어느 개발자의 현타(2) 3 멜로 21/05/05 5489 13
    11638 일상/생각어느 개발자의 현타 22 거소 21/05/04 8661 30
    11621 일상/생각간편하게 분노하는 시대 30 BriskDay 21/04/27 5605 2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