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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22 12:17:16수정됨
Name   celestine
Subject   삼청영화 三廳電影
6,70년대에 흥한 대만영화 일군을 일컫는 말입니다. 주로 경요 (瓊瑤) 원작 소설 바탕으로 찍은 로맨스영화들인데 제작비 아끼느라 좀체 세곳 - 카페 咖啡廳 (혹은 땐스홀 舞廳), 레스토랑 餐廳, 거실/응접실 客廳 - 을 벗어나지 않는 배경 때문에 얕잡아보는 의미로 불렀다네요. 일반적으론 국내소설 원작 영화이라고 문예편 文藝片이라 불렀대요. 당시 국민당 정권에서 표준중국어 진흥 및 사상검열 일환으로 대사는 고풍스러운 표준중국어로만 (대만어 ㄴㄴ), 줄거리는 현실비판 실마리를 죄다 빼버리는 대신 제작비랑 이거저거 (스크린쿼터?) 밀어줬다네요.  빨리빨리 찍어내느라 비슷비슷한 줄거리랑 대사, 금은수저 선남선녀 연애이야기라는 현실이랑 백만광년 동떨어짐땜에 욕도 꽤 먹었는데 2천년대 들어선 아련함, 그리움 녹아든 재평가가 많이 이루어진 듯 합니다. 제 기억에 90년대 후반 아직 한국영화 르네상스 싹수가 확실하지 않던 시절에 비슷하게 60년대가 한국영화 최고 황금기였지~하는 회고조 리뷰가 많이 올라 왔던 거 같아요. 

 
timg
경요 (瓊瑤) 작가는 지금은 드라마 <황제의 딸> 원작자로 유명하지만 2천년대 이전만 해도 동네 도서관 중국어소설 섹터는 대하무협, 역사소설 제외하면 이분 소설이 반수 가까이었을만치  한국에도 작품이 꾸준히 번역소개되었죠.  사실 이분, 문재文才만큼이나 경영수완 뛰어난 분이라능. 영상화 염두에 둔 소설 집필해서 직접 회사 차리고 (巨星公司, 빅스타 엔터테인먼트? ㅋㅋ)  감독 포함 스탭, 배우들 고용해서 영화 찍고 가수 픽업해서 주제가 부르게 해서 소설/영화/음반 판매 선순환 일으키는 식. 이런 식으로  배우,감독, 가수들 이름값 높아지면 다음번 소설/영화/음반 기대치도 높아져 다시 투자규모-흥행수익 고공행진이구요. 가히 원쏘스 멀티유즈 스노우볼의 선구자.

한국선 임청하하면 동방불패지만 중화권에선 삼청영화로 70년대에 이미 톱스타였어요. 고딩때 찍은 데뷔작 <窓外 창밖>은 고딩이랑 교사 연애한단 줄거리땜에 상영금지 크리 먹었지만  큰키 (170cm)에 시원시원한 몸매, 얼굴로  (당시 아직 발연기에도 불구하고ㅋㅋ) 곧바로 스타덤에 오름. 이시절  삼청영화에서 임청하는 긴 생머리에 하얀 원피스, 고고하고 도도한 표정 (....소용녀?!) 이 트레이드마크였다네요. <我是一片雲 나는야 한점 구름,1977> 은 여러가지로 전설이 된 영화. 영화 자체도 엄청 히트쳤지만 여주 임청하랑 남주배우 1,2는 영화 찍으면서 삼각관계 돌입, 그런데 남주 1,2 둘다 유부남이었... -_-;,;; 교제, 파혼, (미국서) 비밀결혼, 이혼, 재결합 등등 80년대 초중반까지 시끄러웠다고.

삼청영화가 현실이랑 동떨어진 줄거리라고 비판받았지만 구름 위에서 노니는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결국 사람 이야기인데 갈등, 대립이 없을 수 없죠. 자연스럽게 은근슬쩍 튀어나오는 세대간, 남녀간 충돌에서 읽어낼 거리가 적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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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ure1

"..아가, 이리와  앉아보거라~"
남주 2 vs 여주 vs 예비시엄마 -_-;

https://youtu.be/OgL5dyqpPrU?t=3036

삼청영화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기일게 소개되는 장면입니다. 남주 2 (배우이름 진상림秦祥林) 의 청혼을 임청하는 니네 엄마가 나 싫어하잖아? 라며 튕기고 남주 2는 울엄마 나쁜분 아냐, 이길로 바로 울집가서 엄마허락 받자며 임청하 손잡고 (하필 비가 쏟아지는 와중) 우산 집어던지고 집으로 향하고...바로 남자집의 거실/응접실으로 장면 전환. '삼청'영화의 처음 두 곳 - 카페, 레스토랑 - 은 남자 여자 눈맞고 데이트하는 장소겠거니 바로 짐작 가능하지만 거실/응접실은 뭐하는 용도인지 아리까리하다 요 장면 보고 깨달음 ㅋㅋㅋ 가족의 존재, 가족의 반대 (혹은 찬성, 지지), 가족과의 갈등이 표현되는 장소지요. 가만보면 저 씬의  배경 소품들도 각각 시대상, 인물 성격을 은유하는 도구로 기능하구요. 물론 다른 씬이나 다른 영화에서 거실 또한 남주여주만의 장소로 쓰이기도 합니다. 베드씬은 검열이랑 당시 보수적인 분위기때문에 엄두도 못내던 시절이라 개인방이나 호텔은 못찍고 거실에서 키스까지가 최대상한선;;

예비시엄마 (이하 예시;) : 아들,  어쩌다 여자애를 비에 다 젖게 만드니? -_-
임청하 (이하 청하): 어머니 전 괜찮아여 ㅎㅎ 이 사람이랑 상관없이 제가 좋아서 맞은 거에용 ㅎㅎ
예시: (너 딱걸렸다 -_-+) 내 아들이랑 상관없다구? 너 그 말버릇 좀 먼저 고쳐야겠구나. 이리 와서 앉아보거라

(분위기 급숙연)

예시: 니들 결혼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몇 가지 일러둬야겠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결혼이랑 연애는 다르지. 서로 책임이 막중해.
청하: 네, 어머님 (남주2 쳐다봄)
예시: 어른이 말하는데 감히 고개를 돌리다니. 그것도 고쳐야겠구나. 예의없는것.
청하: 네, 어머님  
예시: 며느리로서 지킬 시집 법도가 있느니. 솔직히 네가 다 맘에 드는건 아니지만..
청하: 네, 어머님 (남주 2 또 쳐다봄 ㅋ)
예시: 또또! 니 얼굴에서 그 눈이 제일 좋지 않구나.
청하: 네, 어머님. 이전에 말씀하셨져
예시: 알면 됬다. 특히 남자 앞에서 눈 깜박거리지 말고..
청하: 저 그런적 없는데여!
예시: 저저저! 어른이 말하는데 감히 끼어들기는! 니네 아버지는 기본 예의범절도 가르치지 않으셨니?
청하: .....(고개 숙임)
예시: 고개 똑바로 들렴! 니가 눈에 차진 않지만 아들네미가 너한테 푹 빠졌으니 어쩔 도리가 없지. 내가 앞으로 널 갈고 닦을 터이니 (각오 단단히 하렴).
니 코는 그래도 봐줄만 하구나..
청하: 모르겠는데여 -_-+
예시: 뭐라고? 어른 말을 꼭 그렇게 끊고 말대답해야겠니? 저저저 또 고개돌리는거 보게. 너 같은 며느리 들였다가 무슨 창피를 당하려고..
남주2: 엄마, 그만 좀 하세염. 청하가 무슨 큰 잘못 했다공..
예시: 아들, 청하 얘는 벌써부터 싹수가 노랗구나.
남주2: 엄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네네네, 제가 다 잘못했어염 ㅇㅋ?
예시: ..됬다, 내가 뭐 말할 자격이나 있겠니.
남주2: 저희 오늘 결혼 말씀드리러 왔단 말이에요. 이리 기쁜 날에..
예시: 기쁘단 말이지. 그래, 청하 쟨 대학교수댁 딸냄이라는데 학교도 못나오고 무식한 내가 괜한 참견이지
청하: 저 사실 울아빠 친딸 아니에여! 저 양녀고 친아빠 누군지 모르고 친엄마는 댄서였음요.
예시: 뭐라고! 이거봐라 아들, 느이 아버지가 무덤에서 눈도 못감으시겠구나! 내가 20년을 수절하며 널 키웠는데 넌 어디서 출신도 모르는 천한 여자애를 집에 들이겠다니.
남주2: 청하야 너 거짓말이지!?
청하: 너 니네 엄마랑 똑같구나  내 조건만 따지겠단거 ㅠㅠ?
(표독표독) 어머님 아주 열부고 열녀시네요. 20년이나 수절하셨다니 대애단하세요. 아들넴을 이리 말잘듣는 효자로 키우시고 말이져. 이건 뭐 아들이 아니라 숫제 노예네여!

(천둥벼락 콰르릉)

예시: ......아들아, 칼 가져와서 이 어미를 죽이려무나 (ㄷㄷㄷ 내눈에 흙 들어가기 전엔...)
남주2: 청하 너 미쳤어? 울엄마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청하: 내가 뭐 잘못말했니? 니네 엄마 마귀할멈이라 했니? 정신병자라고 했니?

(남주2, 임청하 귀싸대기 날림 -_-+++++++ 나쁜노무시키....근데 음성효과 엄청 크게 넣어서 소리 디따 큰데 임청하 얼굴은 하얗게 그대로인게 뻘하게 웃기네여 ㅋㅋㅋ;;)

청하: 너 나 때렸어?! 흑흑흑 ㅠㅠㅠㅠ (빗속으로 달려나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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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예비) 시엄마 vs 며느리 클라스 ㅋㅋㅋㅋㅋㅋ 저때만해도 나이 좀 있는 부인네들은 (개량형이지만) 치파오 많이 입었나봐요. 한국도  70년대까지 집에서 한복입고 살림했었다고 회고한 박완서 작가 수필 읽은 기억 나요. 임청하의 긴 생머리는 당시엔 발랄함, 대담함의 표징이었구요. 지금이야 긴 생머리가 고전미, 청순미지만 4,50년전에는 오히려 단발머리가 구닥다리 취급 받았다나요. 글구 임청하 얼굴형은 2천년대 한국 성형외과의 김태희 얼굴형마냥 당시 대만 성형외과에서 일종의 표준, 이상형이었다는데요 ㅋㅋㅋㅋ 한국선 인기없는 각지고 중간에 살짝 들어간 턱이 대만에서는 사과모양이라고 선호 대상이었다 해요. (설마 턱 쪼개는 수술도 있...진 않겠죠? 아니, 하긴 깍는 수술이 있으니 쪼개는 수술도 없으란 법은 없...ㄷㄷㄷ)

70년대말까지 삼청영화는 전성기를 구가합니다. 대만 뿐 아니라 화교들 많이 살던 동남아권에도 족족 수출되어 극장에 걸렸다네요. 당시 한국에도 극장개봉되서 흥행까지 성공한 영화가 꽤 있었습니다만, 홍콩무술,무협영화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나봐요. 문화 차이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한가지는 위에 썼다시피 삼청영화는 실내촬영위주로 제작된 대만국내제작영화, 즉 한국에서 보면 백퍼 외제 영화라 스크린쿼터 적용 되지 않고 비싼값주고 사와야 했죠. 반면 홍콩영화는, 특히 고전 결투 씬 같은 경우 산과 들판이 배경인 야외 촬영이 꼭 들어가야 했는데 홍콩은 이미 현대식 건물 다닥다닥 좁아서(?) 마땅한 곳이 없고 대륙은 아직 개혁개방 전이어서 한국이 안성맞춤이었다네요. 홍콩 스탭이랑 배우들이 한국와서 한국 스탭들이랑 찍은 영화는 <합작영화> 로 인정받아 외환관리법이랑 스크린쿼터 적용 면제 받아 상대적으로 싸게 쉽게 극장에 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무명시절 성룡도 한국에 여러번 왔다갔다 했다죠.

80년대 들어서 삼청영화 시대도 저물게 됩니다. 사람들 눈높이가 때깔좋은 미국산 블록버스터에 맞춰지고 동시에 경제활황으로 현실살림 펴면서 영화속 인물들 입고 먹고 사는 모양새도 더이상 동경의 대상 아니라 촌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거죠. 게다가 전속배우 (당시엔 영화사가 일종의 소속사 역할까지 해서 한 영화사랑 계약했음 다른 영화사 작품에 맘대로 출연 못했다 해요) 임청하가 상술한 스캔들로 이미지 구겨지고  대타로 내세운 배우 임봉교(林鳳嬌)도 80년대 초 성룡이랑 눈이 맞아서 혼전임신크리 (...)

사실 삼청영화뿐 아니라 대만 영화 전체가 80년대 중반이후 사양길에 들어서게 되요. 대만 국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대륙으로 기회를 찾아 제작 거점을 옮기고 현지 인력 위주로 고용하게 된 거죠. 90년 초중반 해외영화제 휩쓴 대륙 5세대 감독들 초창기 필모보면 대만/홍콩 자본 투자받은 작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지금이야 갑을관계 바뀌어서 대만계 스탭, 배우들이 대륙에서 외노자 노릇하게 된지 오래지만서도 (...) 그리고 전성기에는 평론가들한테 무시당하곤 했던 삼청영화는 오늘날엔 6,70년대 사회 시대상과 더불어 여성주의 관점으로도 꾸준히 연구, 탐구되고 있어요. 대만 경제성장 하드캐리하던 공장 여성노동자들은 영화 보며  울고 웃으며 현실의 시름을 달랬죠. 현실도피일지언정 환상이 채워주는 지분을 어찌 간과할 수 있겠어요. 삼청영화 주제가 불러 유명해진 가수 봉비비 鳳飛飛 는 여성 노동자들의 우상, 왕언니로 사랑받았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bB7Mwa77Xeg
가오슝의 가공무역구 (옛날 한국 마산 자유수출지역이랑 비슷) 방문, 여공들 격려하는 영상입니다.
한편 경요 작가는 올해 여든넷이시고 정정하신듯요. 네이버에 한국팬이 만든 블로그가 있던데 작가분한테 손편지 보내고 페북으로 인증받고 하더라구요 ㅎㅎ

유툽에 왠만한 그시절 영화는 다 있던데, 위에 소개한 에피소드처럼 오늘날 관점에선 여러가지 의미로 폭소가 나오는;; 씬들이 팡팡 터집니다. 임청하는 물론 40 다 되서 찍은 동방불패 원숙미가 지존이지만 20대의 청순발랄한 모습도 좋네요. 어설픈 연기나 하나같이 느끼한 남주들이 눈에 걸리긴 하지만요-_-; 간만에 즐겁게 옛날영화보고 감상 길게 남겨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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