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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14 22:02:01 |
Name | 쿠르드 |
Subject | 금정산 다녀왔어요. (사진 많음) |
요새 체중이 좀 줄었거든요. 그래 몸 좀 가벼워진 김에 건방지게 등산에 도전을ㅋㅋㅋ 금정산은 제가 사는 마을의 뒷산이에요. 다만 그냥 뒷산이라기엔 좀 커요. 부산에선 제일 큰 산이거든요. 저렇게 부산광역시의 금정구와 북구, 양산시까지 걸쳐 있는 산이에요. 옛 동래부의 진산이었고 제일 높은 봉우리인 고당봉이 801m. 어릴 때는 몇 번 올라 봤지만ㅋㅋㅋ 나이 먹고는 정상까지 가본 적이 없네요. 그래 등산로도 다양한데 전 고당봉에 가장 가까운 들머리라는 범어사에서 시작하기로 했어요. 범어사에서 고당봉 찍고, 거기서부터 능선 따라 이동해서 집이 있는 부산대 뒤편에서 하산하기로. 사실 오늘이 아니라 일요일이었던 10월 11일에 다녀왔어요. 날씨 우중충ㅠ 슬프다. 지하철 타고 범어사역에 도착했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ㅋㅋㅋ 가까워서 주말엔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요. 길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더라고요. 사람 짱 많음. 본격적으로 산길을 걷기 전에도 이미 한참 높이 올라가야 하는 게 보이죠. 살려줘ㅠㅠ 사실 아직 들머리인 범어사도 못 갔습니다ㅋㅋㅋ 열심히 절에 가는 길 근데 길 잃음 ㅡㅡ 여기 어디임 난 누구임 대밭집 뭐임 아직 좀 여유 있을 때 찍은 곤줄박이 ㅇ.ㅇ 사실 엘에스디 님처럼 새들 찍고 싶어서 등산 가기로 한 것도 있는데ㅠ 이후 새는 하나도 찍을 수 없었습니다... 산에서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나 따위 존재하지 않아... 순순히 인정하고 범어사로 돌아가면 될 텐데 또 그러긴 싫어서 억지로 올라간 산ㅋㅋㅋ 갈림길도 있고 작은 웅덩이도 있고 넘어진 표지판도 있고 -.- 너 방향 제대로 알려주는 거 맞니? 다시 만난 사람들 으앙ㅠㅠ 등산로로 들어왔어요. 여길 지나왔거든요. 바위로 된 골짜기? 파쿠르 하고 다녔어요. 무서웠음. 이케이케 올라가면 금정산성 북문이 나옵니다. 여기가 분기점이에요. 널찍한 광장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호옹이 사적 제215호 금정산성 끄덕끄덕 저 멀리 있는 고당봉ㅠㅠ 살려주세요ㅠㅠㅠㅠ 근데 또 씩씩하게 올라감ㅋ 다 왔당. 저 널찍한 동네가 강서구구요. 공항 있구요. 김해평야ㅋㅋㅋ 부산에선 찾아보기 힘든 평지 @.@ 신공항은 가덕도로?ㅋㅋㅋ 여기는 내 고향 양산 왼쪽에 보이는 게 낙동강이에요. 저렇게 굽이를 따라가면 밀양이 나오구요. 저~ 멀리 해운대도 보여요. 마린시티 보인당. 광안대교도 아주 작게 보여요. 정상에서 김밥 먹는데 나타난 껄룩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더라고요. 쉬는 동안 주변을 노닐던데 미안 나 너 먹을 거 안 가져왔어... 사실 정상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어요. 앉을 곳이 없을 정도-.- 주말이라 그런가. 이제 내려가보자... 하산 시작... 저 능선 따라 갈 거거든요. 살려주세요ㅠㅠ 아까 왔던 북문이에요. 이번엔 부산대 뒤편까지 갈 거니까 동문으로 가야 해요. 3.8km ㅠㅠ 이렇게 군데군데에서 금정산성의 성곽 흔적들을 볼 수 있어요. 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산을 올랐다 또 내려갔다를 반복했거든요. 그러다 들른 원효봉. 여기서는 금정구 일대가 보여요. 가까이에 있는 건물이 부산외국어대학교, 멀리 회동수원지도 보이구요. 하여튼, 부산은 다 산이에요ㅋㅋㅋ 적나라하게 드러나네요. 지하철 노선 있는 곳 빼면 다 산이라고 보면 돼욬ㅋㅋ 중간에 있던 4망루, 급식 친구들이 길을 물어보던데 이게 북문이냐는 거예요ㅋ 어... 북문 한참 더... 고당봉은 저 멀리... 저 바위... 말해줬더니 괜히 왔다면서 징징대곤 또 잘 걸어감ㅋㅋㅋ 동문 0.6km, 끝이 보인다! 여기가 동문이에요. 어째 좀 초라하네. 그래도 여긴 낯익은 곳이에요ㅋㅋㅋ 몹시 반가웠음. 물론 여기부터도 꽤 내려가야 하지만요. 무튼 산 밑의 솔밭집이란 가게에서 칼국수 먹고 끗~ 후들후들해서 더는 사진 찍을 힘도 없었음ㅠ 예쁘게 찍고 어쩌고는 생각도 안 나고... 막걸리 먹고 싶었는데ㅠㅠ 기력이 모처럼 등산이어서 엄청 힘들었어요. 그렇게 험한 산도 아닌데 30대라 그런지 체력이ㅠ 올라갈 때는 허벅지 터지는 줄 알았는데 또 내려갈 땐 발목이랑 발바닥이 엄청 아팠어요ㅋㅋㅋ 차라리 뛰어가는 게 더 편하겠더라. 내리막길 억지로 버티느니.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건 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었어요. 등산이 은근 유행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정말 젊은 사람들이 많았음. 특히 여성 분들요. 젊은 여성 분들끼리 파티를 만들어 와선 사진도 찍어주고 쉬엄쉬엄 오르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커플들도 많이 있었고ㅋㅋㅋ 몰라 그치만 커플은 모르고 싶다... 동네 뒷산이니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고요. 아이들은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폴짝폴짝 잘도 오르더라고요. 전 죽을 듯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옆에서 자기들끼리 재밌게 놀면서 올라가는 모습ㅋㅋㅋ 그래도 흐뭇했어요. 견공들도 몇몇 봤어요. 발이 네 개인 게 진짜 부러웠어요. 난 왜 발이 두 개? 나 하나만 줄래? 가끔 보기 싫었던 건 스피커 틀어놓고 산 오르는 사람들. 듣기 싫어-.- 몸이 가벼워진 김에 충동적으로 가본 등산이었는데 몸은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정상에서 김밥 냠냠, 초딩 때 소풍 생각나고. 제가 가고 싶어서 산을 갈 날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예요. 사실 한참 동문까지 걸어갈 때는 그냥 거기서 내려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처음 정했던 루트로 내려간 게 좋았던 듯. 또 여유 생기면 다른 산도 가볼래요. 여기까지 재미없는 후기 봐주셔서 감사해요.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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