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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25 10:59:49 |
Name | 사악군 |
Subject | 월북을 해봅시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반 상황에 대해 많이 알수록 더 정확한 상상이 가능하고 그 상상속에서 일어난 일을 그려본 후, 그려낸 '시나리오'가 밝혀진 사실들과 모순되는 점이 발견되는지를 검토해볼 수 있죠. 모순이 발견되면 그 점을 수정하거나, 수정될 수 없으면 해당 시나리오는 폐기하고 다른 가설을 세워봅니다. 이것은 추리이기도 하고, 과학적 사고방법이기도 합니다. 현재 인지한 상황-현상을 보고,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가설을 수립하고, 그 시나리오에 수반되는 사실과 모순되는 사실이 있는지를 추가검토합니다. -검증을 하는 것이죠. 가설을 수립하고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은 매체에서 이런 묘사를 많이 하지요. 몬스터의 룽게 경사는 '내가 덴마라면..'하고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고를 전개합니다. '비밀의 숲'에서도 이런 묘사법을 자주 사용했지요. 황시혁은 '내가 살인범이라면..' '피해자라면..'하고 당시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행동을 재현해보며 재현중 겪게되는 상황과 시간들을 검토합니다. 이랬다면 여기서 이 담을 넘을 수 없어. 이랬다면 여기선 저기가 보이지 않아. 이랬다면 여기서 칼을 잡을 수 없으니 이쪽으로 되돌아온거야. 등등. -- 자 그래서 이제 상상을 해봅시다. 당신은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입니다. 당신은 개인적 신상을 비관하여 월북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신은 이 해역에서 3년간 근무하여 조류방향 등 바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 배에서는 근무한지 3일째여서 배에 대해서는 바다에 대해서보다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1. 당신은 언제 월북을 실행에 옮기겠습니까? a. 조류를 타고 최대한 빨리 북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조류가 남에서 북쪽 해안가로 흐르는 시각에 결행한다. b. 조류가 거꾸로 흐르는 시각에 바다에 뛰어들어 조류를 거슬러 헤엄쳐가도록 조류가 북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시각에 결행한다. a를 선택했다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죠. 월북을 하면서 바다수영을 오래 즐기고 싶은게 아니라면 조류를 거슬러 올라야 하는 시간을 선택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b를 선택하는 건 불가능한지 검토를 해봅시다. b를 선택할 동기는 뭐가 있을까요? b-1. 사고가 아닌 스스로의 의사에 의한 자진월북임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조류를 거슬러 올라간다. - 일단 이건 모 부처가 이상한 해석을 하는 동기이지 당신의 동기는 아닐 것 같군요. 자진월북임을 다른사람에게 알려서 유리한게 없으니까요. -1-1. 북한 측에 나의 월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어필할 수 있지 않은가? - 당신은 바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남북의 국력 격차에서 남한주민이 자의로 북한쪽으로 넘어가 월북의사를 표현한다면 월북에 대한 의지는 더이상 추가적인 어필이 불필요할 것입니다. 북한에 필요한 것은 선전가치나 북한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보/인력가치이지 당신이 얼마나 남한을 떠나고 싶고 북한에 있고 싶어하는가 라는 절박한 상황따위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가치가 희박한 어필을 위해 바다의 조류를 거슬러 수십km를 헤엄쳐 이동하려 한다면, 당신은 바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는 가정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b-1은 폐기되었습니다. 다른 동기는 뭐가 있을까요? b-2.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서 월북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하기 위해 조류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결행한다. - 이건 훨씬 그럴듯한 동기네요. 아무리 조류방향이 월북에 유리한 시간이라 해도, 다른사람이 보고 있을 주간이라면 성공하기가 어렵겠지요. 그래서 야간/새벽시간을 노려 내가 당직일 때 결행한다.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럼 이를 검증하기 위해 해당지역의 시간에 따른 조류방향 변화를 알아보죠. http://www.khoa.go.kr/oceangrid/gis/category/observe/observeSearch.do?type=TIDALCURRENT#hourU 날짜와 시각을 변경하면서 확인해보시면 해당 지역의 조류 방향은 대략 7시간 정도마다 180도로 바뀝니다. 그래서 같은 시각이라고 해도 날마다 조류의 방향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대를 새벽 1시~4시 정도로 잡는다고 해도, 그 시간대에 월북에 유리한 조류가 흐르는 날은 시간을 기다리면 옵니다. 당장 오늘 새벽(9/25 01:00)정도면 월북하기 좋은 방향으로 조류가 흐르는군요. 어업지도선의 근무일정은 내맘대로 바꾸기 어렵지만, 당직일을 조정하는 것 정도는 동료과 교체변경하는게 그리 어려울 것 같진 않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조류의 불리함을 감수하고 결행시각을 정할만한 이익이 없습니다. 이 가설도 폐기합니다. * 첫 질문에서, 조류가 역으로 흐르는 시각을 선택해 월북을 결행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월도는 일단 여기까지.. 이후 내키면 다른 질문들에 대한 상상도 적어보겠습니다. :) 2. 두번째 질문, 당신은 어디에서 월북하겠습니까? 3. 세번째 질문,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버리고 가겠습니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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