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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1 18:17:07
Name   아침커피
File #1   20161230_170941.jpg (665.4 KB), Download : 26
Link #1   https://crmn.tistory.com/3
Subject   호객꾼들 경매 붙이기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짜증나는 존재가 호객꾼들입니다. 공항이나 버스 터미널을 나서기가 무섭게 수많은 호객꾼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일부는 시끄럽게, 일부는 조곤조곤 말을 겁니다. 그런 호객꾼이 세네 명 이상이 되는 순간 정신이 없어지고 짜증이 솟구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중국 운남성 여행을 통해 그런 호객꾼을 여행의 재미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곤명 근처의 유명한 관광지 석림을 구경하고서 시외버스를 타고 곤명으로 돌아갔을 때였습니다. 계획이 바뀌어서 처음 가 보는 터미널에 내리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다시 시내 중심부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무작정 버스 터미널 밖 큰길가로 나가보니 택시와 사설 운수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호객꾼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서 일단 터미널 안으로 다시 들어왔지만 결국 택시를 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택시들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순식간에 호객꾼들이 제 주위를 감싸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호객꾼이 "빠싀(80원)!" 를 외쳤습니다. 시내까지 거리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택시비로 중국에서 80원(한국 돈 약 18000원)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짜증이 나서 뒤돌아서는데 그 옆의 호객꾼이 "70원!" 하고 외쳤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이는 게 있어서 첫 호객꾼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니 슈어 빠싀 콰이. 타 슈어 치싀 콰이. 니 뚜오 샤오 치엔? (너는 80원 불렀어. 이 사람은 70원 불렀어. 너 얼마 해 줄래?)"

그러자 저를 둘러싸고 있던 호객꾼들이 일순간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잠깐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제 3의 호객꾼이 크게 소리쳤습니다.

"60원!"

이제 누가 봐도 제가 이긴 싸움이었습니다. 편의상 순서대로 호객꾼 A, B, C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호객꾼 B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60원에 해 준다는데?" 그러자 호객꾼 B가 40원을 불렀습니다. ‘아싸!’ 하는 순간 호객꾼 A가 엄청난 영업 비밀을 실토했습니다. "야, 너네 일행 두 명이잖아? 그런데 저 사람 지금 한 명에 40원이라고 하는거야!" 그 말을 듣고 호객꾼 B를 쳐다보자 그 사람이 죄 지은 표정으로 얼어 있었습니다. 자, 경매 다시 시작입니다.

"량거런 이치 뚜오 샤오 치엔? (두명 합쳐서 얼마?)"

80, 70, 60, 50을 거쳐 결국 40원까지 내려갔습니다. 50원쯤부터 호객꾼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40원에는 한 명만 남아 있었습니다. 30원까지 깎아 보려다가 귀찮아서 40원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두 명 합친 가격이 40원이라는 것을 두세 번씩 확인했습니다. 80원, 만약 그것이 1인 가격이었다면 두 명에 160원이었던 처음 가격에서 최종 40원으로 택시비를 깎은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의 불평등’ 때문에 여행지에서는 여행자가 항상 바가지를 쓰게 된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의 여행을 통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에는 정보의 불평등보다 더 우선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있었습니다. 호객꾼 때문에 짜증으로 날릴 뻔한 하루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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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 대기업에서 1차 벤더들 모아놓고 입찰 하는 이유ㅋㅋ
    단가 싼곳으로!!!
    1
    아침커피
    앗 말씀 듣고 보니 경매보다는 입찰이 더 맞는 제목이었네요 ㅋㅋㅋ
    결국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는 법이죠.
    레이건의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공급중심경제학(공급을 하면 수요는 알아서 생긴다)이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순발력이 대단하십니다. =o=b
    아침커피
    덕분에 공급 중심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두번째 사람이 70원을 외친 순간에 갑자기 먼 옛날 언젠가 보았던, 용산 건물 복도에서 "플스 중고 얼마!" 하고 소리쳐서 중고 플스 싸게 샀다는 짤방이 떠올랐었습니다 ㅋㅋ
    다람쥐
    결국 언어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는군요!!!+ㅁ+ 멋져요
    아침커피
    초급 중국어 수준이었습니다 ㅋ 대화에 숫자랑 간단한 단어만 나와서 다행이었어요 ㅎ
    과학상자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 꿀잼각이네요 ㅋ
    아침커피
    모르는 버스 터미널에서 내렸을 때는 정말 아찔했는데 지금은 다행히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ㅋ 댓글 감사합니다~ ^^
    메존일각
    통찰력이 대단하십니다. ^^
    아침커피
    댓글 감사합니다 ^^
    중국 살 때 생각나네요 ㅎㅎㅎ
    지금은 일본 살아서 달라는데로 다 주고 다니지만 그 때만 해도 1원 한장 손해 안보려고 깍고 흥정하고 그랬었지요 .
    이전에 만리장성에서 저희 부부 2명, 뉴질랜드 중국어 못하는 관광객 2명이 합승을 해서 터미널까지 이동했는데 서로 우린 얼마 줬는지 말 못한(이미 돈은 건낸 상황이고 제 기준 아주 저렴했고 그 외국인들 상처 받지 말라고) 기억도 나네요.
    만약에 제가.더 줬다면 제가 상처 받았겠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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