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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23 14:23:57
Name   Yato_Kagura
Subject   오싹했던 기억..
5년 전 초가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대학생이었던 저는 당시에 2인1실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는데, 방은 그닥 크지도 않고 좁지도 않은, 침대2개에 책상2개가 있는 방이었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 침대가 출입문 쪽에 하나 창틀 쪽에 하나 있었는데, 제가 쓰는 침대가 바로 창틀 쪽 침대였죠. 그날도 평소처럼 친구네 방에서 같이 스타리그를 본 후 좀 늦게 방에 들어왔습니다. 룸메이트는 벌써 자고 있더군요. 저도 이빨만 대충 닦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희안하게 달빛이 밝아서 커튼을 쳤는데도 잠이 잘 안 오더군요. (저는 잘때 빛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결국 창문 반대쪽을 보고 옆으로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잠에서 깼는데, 갑자기 등 뒤쪽, 그러니까 창문쪽에서 형언할 수 없는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겁니다. 창틀쪽, 그러니까 제 등 뒤에 무언가가 분명히 있고, 그것이 저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골이 송연하다' 라는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더군요. 평소에 가위는 자주 눌려도 귀신은 보지 못했던 저인데도 이건 정말 너무 무서워서 뒤돌아서 확인해보기는 커녕 누워있는 그 상태에서 움직일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말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지도록 계속 깨 있었는데, 어느순간 갑자기 조용히 누워있던 룸메이트 녀석이 벌떡 일어나서 불을 키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서 제 뒤쪽 창문을 쳐다보는 겁니다. 그리고 저도 일어나서 창문쪽을 보았는데, 역시나, 아무것도 없더군요. 창문쪽에서 느껴지던 싸늘한 기운 역시 사라졌고요. 저는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어 룸메이트 녀석한테 갑자기 불은 왜 켰냐고 물어봤습니다. 처음엔 얼버무리더니, 제가 느낀것을 사실대로 이야기 해주니 그녀석도 자다가 깨서 저와 똑같은 것을 창문쪽에서 느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녀석은 평소에도 좀 똘끼(?)가 있는 녀석이라, 눈 딱 감고 일어나서 확인해본 거였다네요. 결국 그게 뭐였는지는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다음날에 같은 기숙사 건물에 사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몇번 물어봤는데 뭔 멍멍이 소리냐고 핀잔만 들었고.. 그날 이후로 그 방에서 비스무리한 경험조차 다시 겪지 못했습니다만, 그날 밤만 생각하면 아직도 약간 오싹한 느낌이 듭니다.

과연 저와 룸메이트가 느꼈던 그 오싹한 기운은 대체 뭐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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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커피가더좋아
    오..상상해버렸다. 이거 후덜덜하네요.
    눈부심
    조용히 소리죽이고 있던 짐승이 아닌가 해요.
    Yato_Kagura
    짐승이 나올만한 곳은 아닌지라..
    어른아이
    엇 이거 제가 겪은 일이랑 매우 흡사하네요.
    차이가 있다면 \'느낌\'이 아니라 \'같은 형태의 환각을 동반한 가위눌림\'이었다는 점인데..
    제 룸메이트가 먼저 본인이 본 환각을 설명하고 제가 같은 걸 보았다고 했기 때문에 제 룸메이트는 제가 거짓말했다고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소름끼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오싹오싹~
    Yato_Kagura
    두분이 동시에 가위눌리고 동일한 환각을 보셧다는 건가요.. 덜덜
    어른아이
    네 맞습니다!
    생애 첫 가위를 포함해서 한 학기 동안에 그 방에서만 가위를 50번 넘게 눌렸었죠.
    학기가 지나고 그 방에서 나오고 나서는 10년 넘도록 가위 눌린 횟수가 5회 미만일 겁니다.
    흔히 말하는 수맥 흐르는 방이었죠.
    시리즈로 뽑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여름이 지나갔으니 내년 여름쯤에 글 한번 올려볼까요 크크
    아무튼 비슷한 경험이라 반갑습니다!
    사나운나비
    와.. 무서워요..
    저는 특별히 현실 속에서 귀신은 별로 안무섭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이 훨씬 무서워요..
    어두운 골목길 저편에서 귀신이 스윽 나타나는 것 보다, 검은모자 검은마스크 쓴 아저씨가 스윽 나타나는게 훠어얼씬 더 무섭거든요.
    제 처음이자 마지막 가위눌림때는.. 그래서 저는 귀신이랑 막 싸웠어요..크크크크
    누군가 제 허벅지에 살짝 입을 맞추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깜짝 놀라서 깨는데
    갑자기 아주아주 쬐끄마한 손과 팔 같은게 뱀처럼 온 몸을 휘감고 꽉 조이길래
    뭐여 이거, 아니 이 미친것이 어딜감히!! 넌... 더 보기
    와.. 무서워요..
    저는 특별히 현실 속에서 귀신은 별로 안무섭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이 훨씬 무서워요..
    어두운 골목길 저편에서 귀신이 스윽 나타나는 것 보다, 검은모자 검은마스크 쓴 아저씨가 스윽 나타나는게 훠어얼씬 더 무섭거든요.
    제 처음이자 마지막 가위눌림때는.. 그래서 저는 귀신이랑 막 싸웠어요..크크크크
    누군가 제 허벅지에 살짝 입을 맞추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깜짝 놀라서 깨는데
    갑자기 아주아주 쬐끄마한 손과 팔 같은게 뱀처럼 온 몸을 휘감고 꽉 조이길래
    뭐여 이거, 아니 이 미친것이 어딜감히!! 넌오늘 죽었다 이러면서 힘싸움하다가 문득, 아 이거 가위인가? 싶으니까 살짝 무섭더군요.
    그와중에 신기하다.. 진짜 손가락 한개만 움직이면 깨나? 그러면서 손가락에 힘좀 줘보고...
    허허허...
    물론 가위 깨고나서는 당장 달려나갔습니다. 크크크
    Yato_Kagura
    다른분들은 가위 눌리면 환각을 본다고 하시던데, 저는 그런 기억이 없고 가위눌리면 항상 약간 몽롱한 것처럼 어렴풋이 주변 상황이 보이고 들립니다. 근데 몸이 안움직이는..

    손가락 끝부분부터 움직이면 깰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는데 만약 실패하면 그대로 다시 잡니다(..)
    사나운나비
    오.. 저는 온 몸이 너무 꽉 죄어와서 숨도 안쉬어지더라구요.. 인형 손처럼 아주아주 작고 팔이 뱀같이 길어서 온 몸을 칭칭 감고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손이 저를 조물딱 거리면서 팔로 꽉 죄는 것 같았거든요. 아.. 다시생각해도 기분 나쁘다.. 그 귀신 잡히면 죽도록 패주고 싶었는데..
    주변 상황은 매우 또렷하게 잘 보이고 잘 들렸었어요. 그런데 제가 눈을 뜨고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것도 남의 집 가서 하룻밤 자다가 그랬던 거라 뭔가 집에 다른 사람이 오니까 공격(!)한건가 싶더라구요^^
    깨고나면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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