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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 17:16:55
Name   존보글
Subject   [주식] 저만의 개똥철학
대전제(라 쓰고 개인의 믿음이라 읽읍니다).

1. 저는 원숭이입니다. 아니 원숭이만도 주식을 몬합니다. 2000년에 그 원숭이, 펀드매니저, 개인 투자자 셋이 주식 대결을 했는데 원숭이가 이겼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있었죠. 그러니까 원숭이만도 주식을 못한다고 인정을 해야 합니다.
1-1. 최소한 펀드매니저, 헤지펀드 종사자들도 저보다 주식을 잘 합니다. 레이 달리오도 이야기한 바 있죠. 함부로 시장에 맞서려 들지 마라. 우리 브릿지워터만 하더라도 잘 훈련된 1500명의 사원이 있다. 네가 이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맞는 말 같읍니다. 그러니까 저는 먹이사슬 최하층에 있다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제가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마치 2차대전 노르망디 상륙의 오마하 전선에 새총 하나들고 뛰어든 것과 같읍니다. 목표는 저를 죽이러 오는 모든 적을 물리치고 약간의 전리품을 챙겨서 살아남는 것입니다. 헬 하드코어 난이도죠.
1-2. 저는 타이밍을 모릅니다. 원숭이만도 못하니 당연한 것이지요. 오늘이 콜장일지 풋장일지, 현재 흐름이 불마켓인지 베어마켓인지 모릅니다. 제가 보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싼지 비싼지, 오를지 내릴지 전혀 모릅니다. 그런데 존 보글과 같은 위대한 투자자들조차 그런 거 알면 나한테 좀 가르쳐달라고 하는 거 보니 제가 모르는 게 문제인 건 아닌 듯합니다.

2.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 116년간 우상향 추세를 그렸읍니다. 다우존스 지수는 1884년만 하더라도 30대 후반~40대 초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현재 다우존스 지수는 25000이 넘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우상향 주세는 정말 꾸준한 편입니다. 즉 미국의 경제는 부침이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했읍니다. 자본주의는 우상향한다,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의 중심이다. 이걸 인정한다는 전제를 항상 둡니다.

3.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돈 벌기는 정말로 어렵읍니다.


이러한 전제를 깔았을 때, 저의 전략은 이렇읍니다.

1. 제가 아는 것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제가 써본 것들이라면 가장 좋읍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비자,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나이키, 페북, 디즈니... 이정도만 해도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최소 30~40개의 회사는 언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1-1. 한국장에서 더 유명한 격언인데, 'xxx 관련주' '제2의 xxx'는 사지 않읍니다. xxx 그 자체를 삽니다.

2. 기업에 대한 분석을 시작합니다. 최소한 이 회사가 무슨 사업을 하고, 뭘로 돈을 벌고 있는지는 알아야겠지요. 그 다음 재무제표를 봅니다. 최소한 전 분기 보고서까지는 봅니다. 분기보고서를 보면 현 상황, 그리고 이 회사가 뭘로 돈을 벌고 있고, 얼마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영업이익은 얼마인지, 빚을 충분히 갚고 있는지, 주주 친화적인지 등이 대충 나옵니다.

3. 투자 기준은 되도록이면 S&P 500 내에 있는 기업(물론 테슬라, 쇼피파이, 알리바바 등 여러 이유로 시총이 대단히 큰데도 여기 안 들어가는 회사들이 있읍니다)으로 잡읍니다. 제 기준에서는 시총이 10B$ 이상의 회사들이면 괜찮은 듯합니다. Russell 2000급 기업들의 주가변화는 제가 참 감당하기 힘들더라구요. 그 밑은 막말로 개잡주고...

1-2 or 3-1. 물론 가끔 제가 모르는 회사인데, 정말 유망해 보이는 분야도 있고, 시총이 좀 작을 수도 있는 회사들도 있읍니다. 이런 경우는 좀 어렵읍니다. 최대한 부정적인 가정을 해보면서 회사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위험한데 왜 이런 회사를 알아보는가? 이런 회사들에서 텐베거(10루타)가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중은 20% 이상 두지 않읍니다.

4. 시드에 맞춰서 섹터를 분산합니다. S&P500 11개 섹터에 전부 투자하라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저는 Energy, Materials 기업에는 투자할 생각이 없읍니다. 제가 정말 하나도 모르는 섹터입니다. HealthCare 분야도 함부로 투자 못 하겠읍니다. 현재 제가 들어가 있는 섹터는 5개입니다.

5. 관심가는 기업은 한 주라도 사봅니다. 특히 주가가 비쌀수록 '정찰병'이 의미가 있읍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어지간한 머스크 신도가 아닌 이상 한번에 들어가기 정말 어려운 주식입니다. 테슬라 사려고 매수버튼에 손 올려보면 압니다. 그래서 한 주라도 사보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읍니다. 나는 매일 스벅 매장에 간다? 스벅을 사면 됩니다(물론 2분기 전망이 약간 어둡긴 하지만 그렇다고 망할 회사는 전혀 아닙니다). 나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다 쓴다? 애플 한 주라도 사면 됩니다.

5-1. 물론 대부분의 주식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비쌉니다. 테슬라는 무슨 벌써 시총이 전체 31위에 주당 천불을 하고 있고, 애플, MS, 아마존, 구글, 페북 모두 전고점 직전입니다. 사실 전고점 계속 찍고 있다가 어제 -4~5%씩 쳐맞고 내려온 겁니다. 어떤 주식은 매일 전고점 뚫고 있읍니다. 그럼 겁을 먹죠. 이거 너무 비싼거 아닌가? 내가 샀다가 꼭지에서 물리면 어떻게 되는 거 아냐?
그럴 때 전제 1-2로 돌아갑니다. 나는 바보다. 나는 바보다. 나는 바보다. 나는 주가가 비싼지 싼지 모른다. 지금이 강콜장인지 x풋장인지 모른다. 에라 모르겠다. 삽니다. 주의사항 하나는, 프리마켓에서 사지 않읍니다. 매수는 장 시작하고 한 시간 뒤에 합니다. 경험상 프리나 장초반에 사는게 그리 좋지 못하더라구요.

6. 그러면 이제 남은 질문이 하나 있읍니다. 언제  파나요? 이게 가장 중요한데, 제 답은 이렇읍니다.
-'예상치 못한 급전이 필요할때, 그리고 은퇴할 때, 회사가 연속 3분기 이상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좋아질 때'.
'아니 그러면 최고점에서 물리면 어떻게 하나요. 내가 신고가 뚫을 때 샀는데 다음날 주가 빠져버리면 꼭지에서 물린 거 아님?'
- 그럴 때 전제 2로 돌아갑니다. 미국 주식은 120년 내내 전고점을 수백번도 더 뚫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홀딩하면 또 뚫고 또 뚫읍니다.
'아니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자신합니까?'
- 그럴 기업에만 투자하려고 전략 1,2를 하는 겁니다. 그런 기업은 언젠가 반드시 다시 주가가 오릅니다. 그걸 기다리면 됩니다.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한 적 있죠. "10년 보유못할 주식은 10분도 들고있지 마라". 저는 현대사회에서 그건 좀 가혹하다고 생각해서, 반절을 뗍니다. '5년 보유못할 주식은 5분도 들지마라'

7. 적립식으로 매수합니다. 타이밍 잡지 않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일상 생활에 지장이 되지 않는 돈만큼 투자합니다. 항상 비상금은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주식 계좌에서도 약간의 현금은 남겨둡니다. 그 현금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서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읍니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ETF로 접근하는 것도 답입니다.

8. 레버리지와 숏은 치지 않읍니다. 둘다 제 멘탈이 감당해낼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닙니다. 특히나 숏은 레버리지를 칠지언정 절대로 치지 않읍니다. '물려도 콜에 물려라'는 말이 있읍니다. 제 전략대로 하면 콜에 물렸을 경우 홀딩이 가능합니다. 숏에 물리면 홀딩할 실체가 없읍니다. 절대로 멘탈이 버티지 못합니다.


실제로 돈을 넣어보면서 이 원칙을 세우는 데는 두 달이 걸렸고, 제대로 95% 이상 지킨지는 이제 일주일 가량 되었읍니다. 탐라에도 썼지만 어제 장의 결과로 저는 나스닥 역사상 최고점 직전에서 물린 바보가 됐읍니다. 하지만 뭐 어떻읍니까. 저는 제가 한 투자에 믿음이 있고, 대출도 받지 않았으며, 레버리지나 숏에 물려있지도 않읍니다. 현금도 약간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걱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저의 대전제와 전략이 틀리지 않았기를 바라고, 제가 항상 이 원칙들을 떠올리며 주식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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