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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 19:10:07
Name   ar15Lover
Subject   현대사회의 문제점(1)

테드 카진스키(aka 유나바머)는 1942년생 미국인입니다.

아이큐가 167이였던 그는 어린시절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16살에 하버드 대학 수학과에 입학하고,

20대 초반에 박사학위를 따고 미시건 대학교 조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교수 1년차에 돌연 일을 관두고 몬태나 주의 숲속의 전기도, 물도 안들어오는 오두막으로 들어가 야인이 됩니다.

수십년간 야인으로 살던 그는 1995년에'산업사회와 그 미래(Industrial Society and its future)'라는 에세이를 발표했는데,

2020년인 지금 와서 보면, (제가 보기엔)그의 주장이 완벽하게 옳았다고 느껴집니다.

당시에는 개인용 컴퓨터(PC)와 인터넷이 여전히 생소하게 여겨지던 시대였는데요.

그 시대에 카진스키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과 페미니즘의 열풍을 소름끼치도록 정확히 예상했습니다.

(사실 대중적으로는 그의 주장보다는, 그가 자신의 에세이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벌인 일련의 테러리즘이 더 주목받는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전 그의 행동보다는 아이디어에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산업사회와 그 미래'는 대문단과 소문단으로 나뉘어져있고, 모든 소문단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소문단은 서로간에 치밀하게 연결되어있고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되어 있는 논문이었습니다.

이 에세이를 요약하자면, "기술문명은 그 자체로 인간과 자연환경에 해를 끼칠 수 밖에 없으며, 기술이 발전할 수록 심해질 것이다. 이 시스템(기술문명)을 수정하거나 개혁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더 늦기전에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기술문명을 무너뜨려야 한다." 입니다.



숫자가 붙어있는 문단들은 테드 카진스키의 에세이 일부를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을 직접 확인하시고 싶은 분들은 http://editions-hache.com/essais/pdf/kaczynski2.pdf 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 산업혁명과 그 결과는 인류에게 있어 재앙이었다. 기술 발전의 결과 "선진국"에 살고있는 우리들의 기대수명을 급격하게 늘려주었지만, 대신에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며, 삶을 불만족스럽게 만들었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해쳤으며,
(제3세계에는 육체적 고통을 포함해)정신적 고통을 퍼뜨렸으며, 자연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기술의 지속적 발전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환경은 더욱더 망가질 것이며, 아마도 사회를 더욱 망가뜨릴 것이며
정신적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고, "선진국"에도 육체적 고통을 퍼뜨릴 것이다.




테드 카진스키는 기술 발전의 결과, 많은 사람들이 열등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지나치게 사회화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느 것이 바로 현대의 좌파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좌파들은 언뜻 보기에 기술문명에 반대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려하는 듯 하지만, 집단을 통제하려는 수단으로서의 기술은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기에, 결국엔 기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7. 그런데 좌파란 무엇인가? 20세기 전반에 좌파는 보통 사회주의로 여겨졌다. 오늘날의 좌파는 분산되어 있어 누굴 좌파라 해야할지 분명하지 않다. 우리가 좌파라고 할 때는 보통 사회주의자, 집단주의자,
정치적 올바름, 페미니스트, 동성애자와 장애인 권리 운동가, 동물보호 운동가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저런 운동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좌파가 되는건 아니다.
우리가 좌파에 대해서 논할 때는 운동이나 이념, 또는 연관된 집단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좌파"가 무엇인지는 좌파의 심리에 대해 논하는 과정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문단 227~230을 참고할 것.)

...

9. 현대 좌파의 저변에 깔려있는 두 가지 심리는 '열등감(feelings of inferiority)'과 '과사회화(oversocialization)'이다. 열등감은 현대 좌파 전반에 깔려있는 특성인 반면, 과사회화는 일부의 특성이다.
하지만 그 일부는 대단히 영향력 있다.

...

11. 누군가가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칭하는 거의 모든 단어를 비하적 표현으로 여긴다면, 우린 그 사람이 열등감이나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 경향은 (본인이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소수자 집단에 포함되있던 아니던 간에)소수자 권리 운동가들 사이에 만연하다.
그들은 소수자를 지칭하는 단어에 대단히 민감하다.
아프리카인, 아시아인, 장애인, 여성을 뜻하던 "흑인종(Negro)", "동방인(Oriental)", "장애자(Handicapped)", "계집(Chick)"이라는 단어에는 원래 비하적 의미가 없었다.
'계집'이라는 단어는 그저 남성의 '사내'에 해당하는 여성형 단어였을 뿐이다.
이러한 표현에 비하적 의미를 부여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운동가 그 자신들이다.
어떤 동물권 운동가들은 지나치게 멀리간 나머지 "애완동물(pet)"이라는 단어를 거부하고 "반려동물(animal companion)"을 대신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좌성향 인류학자들은 원시인들이 부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표현을 피하기 위해 대단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은 "원시(primitive)"를 "비문자(nonliterate)"로 교체하려고 한다.
그들은 원시문화가 자칫 우리의 문화보다 열등한 것으로 여겨질까봐 편집증적 행태를 보인다.(우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정말로 원시문화가 열등한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린 그저 좌성향 인류학자들이 얼마나 예민한지 지적했을 뿐이다.)

12.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은 흑인 빈민, 동양인 이민자, 학대당한 여성, 장애인들이 아니라 운동가들이다. 이 운동가들은 대부분 그들이 '억압당했다'고 주장하는 집단에 속해있지도 않다.
이 운동가들의 대부분은 사회적 특권층에 속해있다. 정치적 올바름은 안정된 직장과 충분한 월급이 보장된 대학교수, 그 중에서도 백인-이성애자-남성-중상류층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13. 많은 좌파들은 약하고(여성), 패배했고(아메리카 원주민), 미움당한(동성애자)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집단에 스스로를 동일시한다.
좌파들 스스로가 이 집단들이 열등하다고 느낀다. 좌파 스스로는 절대 자신들이 그런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할 테지만, 분명히 이런 집단을 열등하다고 보고 있기에 자신의 문제점을 이런 집단에 투영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정말로 여성, 인디언들이 열등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린 그저 좌파들의 심리상태를 지적했을 뿐이다.)

14. 페미니스트들은 온 힘을 다해 여성이 남성만큼이나 강하고 유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분명 그들은 어쩌면 정말로 여성이 남성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혀있다.

...


24. 심리학자들은 '사회화'라는 단어를 어린이들이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말하고 생각하도록 훈련시키는 과정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다.
누군가가 사회의 도덕률을 잘 따르고 사회의 일부로서 적절히 기능할 때, 그가 잘 사회화되었다고 한다.
보통 좌파들은 반항아로 여겨지기에, 많은 좌파들이 과-사회화되었다고 말하는건 언뜻 보기에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충분히 근거있는 이야기다.
많은 좌파들은 반항아가 아니다.

25. 우리 사회의 도덕률은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기에, 거의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도덕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활동할 수 없다.
예를들어, 사회는 우리에게 누군가를 미워해선 안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누군가를 미워한다. 당사자가 그걸 인정하는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사람들은 너무 심하게 사회화되어 있어,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심각한 짐이 된다.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동기를 속여야하며, 자신의 비도덕적 동기에서 비롯된 감정이나 행동을 도덕적인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핑계를 찾는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두고 "과사회화되었다"고 말한다.

...

29. 과사회화된 좌파들이 실제로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를 따르면서도, 마치 사회에 저항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사례를 보이겠다.
많은 좌파들이 흑인들이 좋은 직업을 주고, 흑인들의 교육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도록 하는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을 요구한다.
그렇게 흑인들이 좌파들 스스로가 수치스럽게 여기는 "하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려고 말이다.
좌파들은 흑인들을 체제의 일부로 만들고자 한다. 마치 중상류층 백인처럼, 흑인들을 기업가, 변호사, 과학자로 만들려고.
여기에 좌파들은 자신들은 결코 흑인을 백인의 복사본으로 만들려고 하는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 증거로 자신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문화를 보존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문화를 보존한다는게 뜻하는게 무엇인가?
그저 흑인들의 음식, 흑인들의 음악, 흑인들의 패션, 흑인들의 교회와 모스크를 보존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흑인 문화의 보존이란건 결국 저렇게 피상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중요한 측면에서 봤을 때, 과사회화된 좌파들은 흑인들이 백인들의 이상향에 복종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좌파들은 흑인이 이공계 과목을 전공하고, 기업의 오너 또는 과학자가 되어, 평생을 계층 사다리를 올라 흑인들도 백인만큼이나 뛰어나다는것을 증명하길 원한다.
좌파들은 흑인 아버지가 "책임감 있고", 흑인 깡패들이 비폭력적으로 변하길 원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정확히 산업-기술 체제가 원하는 가치이다.
이 체제는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업을 갖고, 계층 사다리를 오르고, "책임감" 있는 부모가 되기만 한다면 그 사람이 어떤 음악을 듣던,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종교를 갖던 신경도 쓰지 않는다.
사실상, 과사회화된 좌파들은 그들이 얼마나 부정하던, 결국엔 흑인들을 체제에 통합시키고 체제의 가치에 복종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32. 좌파들의 문제점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낮은 자존감, 우울증, 패배감은 좌파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비록 좌파들을 통해 명확히 드러나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는 과거 어느 시점보다도 더욱 철저하게 우리를 사회화시키려 한다. 심지어 사회는 전문가들을 통해
무얼 먹을지, 어떻게 운동할지, 어떻게 연애를 할지, 어떻게 자녀를 키울지에 대해서까지 지시하려 든다.



다음에는 테드 카진스키가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한 권력과정(power process)와 대리활동(surrogate activity)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9


    별다섯그랑호텔
    넷플릭스에 맨헌트:유나바머 재밌더라구요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해당 시리즈를 통해 유나바머가 다시 재조명 받은 감도 있죠. 하지만 테드 카진스키 본인은 Bull's manure라고 평가했죠 ㅠㅠ. 애초에 짐 피츠제럴드 요원은 유나바머를 만난적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예전에 원본을 봤던 기억이 나네요.

    번역 외에 말씀하신 것 하나만 바로잡자면, 95년에 인터넷과 PC가 생소하진 않았습니다.
    워즈니악하고 잡스가 창고에서 트랜지스터사서 조립해서 애플1만든게 75년인가 76년이고, IBM이 5150양산한게 81년입니다.
    인터넷은 arpanet이 나온게 69년인데, 그때부터 이메일이며 통신을 이용한 문서 조회가 가능한 프로토콜 규격이 나왔고,
    80년대에는 이미 민간인 보급이 시작되고, 토르발즈가 저 북유럽 변방에서 혼자서 조립한 커널 소스코드를 영어로 업로드하던 때입니다.
    당시 하버드에서 ... 더 보기
    예전에 원본을 봤던 기억이 나네요.

    번역 외에 말씀하신 것 하나만 바로잡자면, 95년에 인터넷과 PC가 생소하진 않았습니다.
    워즈니악하고 잡스가 창고에서 트랜지스터사서 조립해서 애플1만든게 75년인가 76년이고, IBM이 5150양산한게 81년입니다.
    인터넷은 arpanet이 나온게 69년인데, 그때부터 이메일이며 통신을 이용한 문서 조회가 가능한 프로토콜 규격이 나왔고,
    80년대에는 이미 민간인 보급이 시작되고, 토르발즈가 저 북유럽 변방에서 혼자서 조립한 커널 소스코드를 영어로 업로드하던 때입니다.
    당시 하버드에서 공부하던 사람이 이러한 기술의 진보에 관심이 없었을리 없습니다.

    무엇보다 시오도어 카진스키의 주장은 노동자계급이 파괴되는 기술적혁명이 있을때마다 항상 반복되온 '어두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먹이 삼습니다.
    방직공장을 불지르고, 자동차 공장의 기계들을 파괴하고, 중국산 통신기기를 부수거나하는등 근대사회때부터 쭉있던 문제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주장한 현대기술의 발전은 미래예지라기보단, 이러한 막연한 두려움을 부추기는 불씨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설득시키기 위해 여러 사실을 조립하고 억지 주장을 기우는 행동은 물론 즐거운 흥밋거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의 주장은 폭탄을 이용한 테러리즘 외의 어떤 결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보기술의 발전이 폭탄같은거 안쓰고도 많은 장벽을 많이 허물고 있죠.

    심지어 우파, 좌파, 페미니즘, 사회화, 도덕, 정치적 올바름이란 단어는 아마 50년전에 활자로도 많이 쓰던 단어들일겁니다.
    그래서 저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에 별로 공감이 되지 않네요.
    '카진스키가 생각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이라면 몰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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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15Lover
    말씀하신 바는 전부 사실이지만, 90년대까지도 여전히 대중적으로는 인터넷 따위가 생소하게 여겨진건 사실입니다. 일론 머스크에 대해 쓴 Ashlee Vance의 저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걸 낯설어 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게다가 대중이 생소하게 여긴다고 하여 이미 널리 존재하는 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쓴 글이 이 세상에 별로 새롭지 않았고, 그래서 대중에도 학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게 뉴욕 타임즈에도 게재됐던 걸로 아는데도 말이죠.

    마치 그가 현재의 상황을 전부 예상한 것처럼 언급하셨기 때문에, 잘못 전달될 수 있는 부분을 바로잡고 싶네요.
    메신저가 특이하기 때문에, '무엇을 호소하기 위해 이런 문맥을 사용하였나'를 더욱 냉철하게 판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1
    ar15Lover
    전 그의 주장이 꽤나 정확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정보기술의 발전이 폭탄같은거 안쓰고도 많은 장벽을 많이 허물고 있죠."라고 말씀하신 것 처럼, 발달한 정보기술 덕분에 지구반대편의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바로 그 기술 덕분에 역사상 유래없을 정도로 철저한 감시가 가능해졌죠.

    누군가의 행동이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 그의 주장도 잘못되었다는건 전형적인 ad hominem 오류죠.
    잘못되었다고 한적은 없고요, 지금도 그때에도 별로 새로울 것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성경에 달린 주석같은거죠.
    결과야 없는걸 없다고 하지 뭐라 하나요. 임의의 사람을 죽인것 외에 다른 결과가 없는데요...
    1
    네, 새롭지 않은건 사실이고요. 이미 테드 카진스키 이전에 프랑스 철학자 자크 엘룰이 똑같은 이야기를 했었죠. 애초에 제가 이걸 새롭다고 주장한 바가 없을텐데요. ikuk님은 계속해서 새로울 것이 없다, 결과가 안좋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런걸 새로움에 호소하는 오류, 부적절한 결론 오류라고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rknight
    러다이트시절 문제는 크게보자면 한번의 instance인데, 한번있었다고 그 다음번도 같다는건 좀 비약같습니다. 산혁이 물리적인 확장이라면, 디지털적 기술혁명은 인간의 cognitive ability이니 비스무리한 반복되는 역사성이라고 보기에는.. 데이터 포인트가 겨우 2개이면 2번째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의견은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막연한 두려움'을 어떻게 뭘로 삼는다구요??!?
    1
    나코나코나
    90년대 중반이면 개인용 컴퓨터는 한국에서조차 웬만한 집이면 한대씩 있었고, PC통신의 전성기이기도 했죠. 한국에서 이런 정도였으니 미국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월터 아이작슨의 '이노베이터' 뒷부분 한 번 읽어보시면 그 시대가 어땠는지, 하버드 이과쪽 조교수가 당시 컴퓨터나 인터넷과 얼마나 가까웠을지 대충 감이 올 겁니다. 애초에 95년이라고 해봐야 그렇게 옛날 일도 아니잖습니까? 여기 회원들 중 상당수가 그 때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었을텐데요 뭘.

    그리고 PC나 페미니즘의 열풍 같은 건 그 시대 미국에 있으면 누구나 체감할... 더 보기
    90년대 중반이면 개인용 컴퓨터는 한국에서조차 웬만한 집이면 한대씩 있었고, PC통신의 전성기이기도 했죠. 한국에서 이런 정도였으니 미국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월터 아이작슨의 '이노베이터' 뒷부분 한 번 읽어보시면 그 시대가 어땠는지, 하버드 이과쪽 조교수가 당시 컴퓨터나 인터넷과 얼마나 가까웠을지 대충 감이 올 겁니다. 애초에 95년이라고 해봐야 그렇게 옛날 일도 아니잖습니까? 여기 회원들 중 상당수가 그 때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었을텐데요 뭘.

    그리고 PC나 페미니즘의 열풍 같은 건 그 시대 미국에 있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거였고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경우는 집필할 때 워드 정도 쓰는 거 빼면 컴맹에 가까웠지만 그가 92-93년에 집필한 '슬픈 외국어'에서 얘기한 정치적 올바름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는 지금 전부 우리의 현실이 되어있죠. 둘 다 재미있는 책이고 한국어로 번역도 되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
    1
    네 개인용 PC부분은 제가 실수했습니다 ㅠ. 제가 실수한게 한가지 더 있는데, 테드 카진스키는 미시건 대학교가 아니라 UC버클리에서 조교수직을 맡았습니다. 미시건 대학교는 테드 카진스키가 박사학위를 딴 곳이고요.

    카진스키는 1971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은둔생활을 시작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도서관을 통해 사회의 기술발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95년도에 저는 꼬꼬마였...(여기서 연령대 드러나네요ㅠ)

    알려주신 하루키 책은 꼭 읽어보겠습니다.
    celestine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때쯤 쓴 (혹은 회고하는) 수필 한대목이 떠오르네요. 미국 여성들이 하루키의 부인 무라카미 요코씨 <직업> 이 뭐냐고 반복해서 물어봤다고요. 하루키 본인 글의 첫번째 독자이자 조언자, 파트너란 설명은 미국 여성들에게 좀체 먹히지 않았다는데 글에서 살짝 짜증이 묻어났죠 ㅋㅋㅋㅋ <그래봐야 당신 소설 크레딧에 부인 이름은 없잖아요> 식으로 납득을 못하더라나요. 결국 하루키가 부인 직업을 포토그래퍼라고 소개하니 그제서야 안심한 표정을 짓더라는데 ㅋㅋㅋㅋ

    십몇년전에 읽어서 기억이 좀 어긋난 ... 더 보기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때쯤 쓴 (혹은 회고하는) 수필 한대목이 떠오르네요. 미국 여성들이 하루키의 부인 무라카미 요코씨 <직업> 이 뭐냐고 반복해서 물어봤다고요. 하루키 본인 글의 첫번째 독자이자 조언자, 파트너란 설명은 미국 여성들에게 좀체 먹히지 않았다는데 글에서 살짝 짜증이 묻어났죠 ㅋㅋㅋㅋ <그래봐야 당신 소설 크레딧에 부인 이름은 없잖아요> 식으로 납득을 못하더라나요. 결국 하루키가 부인 직업을 포토그래퍼라고 소개하니 그제서야 안심한 표정을 짓더라는데 ㅋㅋㅋㅋ

    십몇년전에 읽어서 기억이 좀 어긋난 부분이 있을수 있어요. 미국 여성들의 다소 강박적인 태도를 살짝 꼬집으며 넘어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죠. 하루키도 부인이 밖으로 일하러 나가고 본인이 집에서 가사를 전담한 시절이 있었다는데요 뭐. 가사중에 욕조에다 이불 빨래 넣고 발로 꾹꾹 눌러 빠는 일이 젤 취향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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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knight
    카진스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자면, 카진스키의 감성은 너무 미국적 이랄까, 같은게 있습니다. 철학적으로 좀더 뉘앙스있게 말한건, 엘룰이 비슷한 이야기도 좀더 설득력있게 이야기 하질않았나.

    그리고 저런 ancap 비스무리한 시각에서 나오는 좌파담론은 좀 식상한게, 그래서 우파에서 나온 대안담론이 네오콘인데, 솔직히 네오콘이랑 "PC"랑 차이 구분하기도 힘들고요. 저런 좌파담론은 제가보기엔 걍 nothing burger 거든요. 저런 PC적인 "퇴행적 좌파"나, 총들고 락다운 시위나가는 트럼프지지자 사이에서 거시적인 차이를... 더 보기
    카진스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자면, 카진스키의 감성은 너무 미국적 이랄까, 같은게 있습니다. 철학적으로 좀더 뉘앙스있게 말한건, 엘룰이 비슷한 이야기도 좀더 설득력있게 이야기 하질않았나.

    그리고 저런 ancap 비스무리한 시각에서 나오는 좌파담론은 좀 식상한게, 그래서 우파에서 나온 대안담론이 네오콘인데, 솔직히 네오콘이랑 "PC"랑 차이 구분하기도 힘들고요. 저런 좌파담론은 제가보기엔 걍 nothing burger 거든요. 저런 PC적인 "퇴행적 좌파"나, 총들고 락다운 시위나가는 트럼프지지자 사이에서 거시적인 차이를 보긴좀 힘들죠.

    이런 문명론적 담론을 이야기할때는 너무 영미권 맥락에만 매이지말고, 좀더 넓은 시각으로 보는게 더 많은 소득이 있을거라 사려됩니다. 슈펭글러의 서구의몰락이나 하이데거의 말년저작같은거요. 하이데거 말년 인터뷰인, [Only a God Can Save Us]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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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15Lover
    사실 카진스키는 미국 특유의 민병대 운동이나 프레퍼스 문화 역시 기술문명 치하에서 박탈당한 power process를 흉내내는 surrogate activity에 불과하다고 회의감을 표했습니다. 카진스키 박사의 주장이 딱히 영미인들에게만 해당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얀피부에 금발에 파란눈을 한 앵글로색슨이던 그렇지 않은 한국인이던 결국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니즈는 동일하지 않지 않습니까? 또 네오 러다이트류 담론은 어쩌면 한국인에게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만큼이나 짧은 시간안에 전근대 저개발 개발도상국에서 hig... 더 보기
    사실 카진스키는 미국 특유의 민병대 운동이나 프레퍼스 문화 역시 기술문명 치하에서 박탈당한 power process를 흉내내는 surrogate activity에 불과하다고 회의감을 표했습니다. 카진스키 박사의 주장이 딱히 영미인들에게만 해당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얀피부에 금발에 파란눈을 한 앵글로색슨이던 그렇지 않은 한국인이던 결국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니즈는 동일하지 않지 않습니까? 또 네오 러다이트류 담론은 어쩌면 한국인에게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만큼이나 짧은 시간안에 전근대 저개발 개발도상국에서 high tech 선진국으로 바뀐 나라가 세상에 또 없죠.

    원래 기술이란건 인간과 인간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도구에 불과했지만, 지금 와서는 기술이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게 아니라 인간이 기술을 위해 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인간이 통째로 노예가 되기 전에 기술문명을 붕괴시켜야 한다는게 카진스키 박사의 주장의 골자인데, 이런 입장을 네오콘에 대입하기는 좀 힘들죠. 네오콘이던 PC 편집적 좌파나 카진스키 입장에서는 기술문명에 포섭된 존재잖아요.
    음, 일단 전 카진스키의 말은 많이 동의하는 편입니다. 제말은 네오러다이트쪽 관념에 동의안한다는말이아니라, 카진스키가 말을 철학적으로 쓰는 능력이 엘룰같은 오리지널 철학자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밉니다. 좀 세련된 느낌이 없고 걍 말그대로 약간 정신병적 느낌이 난다 - 정도?

    영미인담론은, 저럼 좌파,PC운운은 마치 이미죽은적을 계속 두들겨 패는 느낌 (물론 카진스키 입장에선 그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인데, 이런 "사소한" 부분을 넘어가서 좀더 crisis of modernity 를... 더 보기
    음, 일단 전 카진스키의 말은 많이 동의하는 편입니다. 제말은 네오러다이트쪽 관념에 동의안한다는말이아니라, 카진스키가 말을 철학적으로 쓰는 능력이 엘룰같은 오리지널 철학자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밉니다. 좀 세련된 느낌이 없고 걍 말그대로 약간 정신병적 느낌이 난다 - 정도?

    영미인담론은, 저럼 좌파,PC운운은 마치 이미죽은적을 계속 두들겨 패는 느낌 (물론 카진스키 입장에선 그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인데, 이런 "사소한" 부분을 넘어가서 좀더 crisis of modernity 를 "큰그림"적으로 보는 대륙철학적 시멘틱이 좀더 세련된 표현방법인거 같다- 란 의미였습니다.

    p.s. ar15lover님 글 재밌게 잘보고 있습니다 :) 단지 저도 님과 비슷한 시각을 가졌던적이 있어서, 다른 "방향성"으로 "변태"된 제 시각에서 보고 비평? 하는거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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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글을 읽었을 때, 공대생이 쓴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엔지니어가 기계장치 하나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걸 고치거나 개선하는건 불가능해.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기전에 기계 자체를 박살내야한다고!"라는 결론을 내리는걸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죠. 테드 카진스키 본인이 한때 수학자였으니까요. 형이상학적 사변보다는 철저한 과학자의 입장에서 쓴 글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건, 카진스키 본인이 백인-남성-중상류층-엘리트에 속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세이 곳곳에서 기술발전을 선도해나가는 백인-남성-중상류층-엘리트에 대한 적대감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카진스키의 테러리즘의 타켓은 전부 저 카테고리에 속한 인물들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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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knight
    그죠, 공대감성이죠. 그리고 그 백인-남성-중상류층-엘리트가 그 기계를 돌아가게하는 공범이자 기계자체이니까요. 어찌보면 맑스적 부르주아담론이기도 하고, 또 미국처럼 다양한 사회에선 그 주류라는 버블안에서 자라나면 [real life]를 모르는 도련님을이 으쌰으쌰하는게 볼썽사납기도 하겠고요. 테드가 그 어렸을때 뉴잉글랜드 상류층사이에서 MKULTRA같은걸로 학대당한것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거라고 궁예짓.

    애틀란틱에서 하버드 교수가 카진스키에대해 칼럼을 썼었는데, 대충 내용이 교육받은 중상류층은 저런 네오러다이트적인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단지 룸펜적 현실에 안주할뿐)라고 얘기를 하는데, 뭐, 일반인이라면 저런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동감해도 혁명을 일으키기에는 가족에,무거운 엉덩이에 등등이 있으니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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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eb.archive.org/web/20170602011259/http://arirang.snu.ac.kr/~saturn/unabomber/una_kr.html

    전체 번역문도 있네요. 번역의 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처럼 원문을 읽는것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22. 의학의 진보가 나머지 기술적 시스템 없이 이루어 진다 할지라도, 그 자체로서 어떤 해악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에 대한 치료법이 발견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당뇨에 대한 유전적 경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생존하여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식들을 낳을 것이다. 당뇨를 가진 유전자에 대한 자연 선택은 멈추고 그러한 유전자들은 사람들 사이에 퍼지게 될 것이다.( 당뇨가 완치될 수는 없지만 인슐린에 의해 억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이미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다.) 같은 일이 인류의 유전적 퇴화에... 더 보기
    122. 의학의 진보가 나머지 기술적 시스템 없이 이루어 진다 할지라도, 그 자체로서 어떤 해악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에 대한 치료법이 발견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당뇨에 대한 유전적 경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생존하여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식들을 낳을 것이다. 당뇨를 가진 유전자에 대한 자연 선택은 멈추고 그러한 유전자들은 사람들 사이에 퍼지게 될 것이다.( 당뇨가 완치될 수는 없지만 인슐린에 의해 억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이미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다.) 같은 일이 인류의 유전적 퇴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다른 질병 감염과 관련해 일어날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일종의 우생학 프로그램이나 광범위한 인류에 대한 유전 공학일 것이며, 그러므로 미래의 인간은 더이상 자연이나 우연의 또는 신( 당신의 종교적인 혹은 철학적인 믿음에 따라)의 창조물이 아니라 생산품일 될 것이다.

    저자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대목으로 여겨지네요. 카진스키는 현대사회가 인간 개개인의 삶의 주체성을 박탈하고 규격화된 삶의 방식을 강요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기술과 자유가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그런데 그와 달리 자연적 조건에 의한 삶의 박탈, 혹은 제약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입장을 보이네요. 그런 것들은 말하자면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그냥 일어나는 일'이라는 식인거죠.

    카진스키는 개별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특정한 의지가 개입되었는가의 여부를 강조하네요. 추상적이고, 거대한 자연의 간섭은 어찌할 수 없지만 고만고만한 인간들이 지들 좋으라고 만들어낸 체제가 자신을 포함한 인간을 이런저런 식으로 휘두르는 것은 못참겠다는 거죠. 비슷한 인상을 칸트, 그리고 신공화주의나 구조주의 등에서 느꼈었는데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에 대해 갖는 증오와는 별개로 자연에 대한 이런 낙관적 태도는 그냥 카진스키 자신이 자연의 총아로서 태어나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본인이야 인류의 평균치 이상으로 자연적 요인에 대해 무력감, 혹은 열등감을 느낄 입장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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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15Lover
    맞는 말씀입니다. 제 나름대로 비유하자면, 예를 들어 자녀를 상어로 인해 잃은 부모가 있다고 쳐요. 분명 이 부모는 자녀의 죽음으로 슬퍼할테지만, 자기 자식을 물어죽인 상어를 끝까지 찾아가 복수하겠다는 식의 맹렬한 원한을 품지는 않을겁니다. 그건 그냥 비극적인 사고였을 뿐이라고 여길테죠. 하지만 자녀가 집단괴롭힘 끝에 자살했다고하면, 집단괴롭힘 가해자를 찾아내 되갚아주고 싶다고 느끼는 부모가 꽤나 많지 않을까요? 이성적으로 봤을 때 이 역시 비극적인 사고였다고 볼수도 있지만, 인간의 감정은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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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와 페미니즘,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비판에 공감을 하셨기 때문에 카진스키의 아이디어에 가치를 두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다만 제가 느끼기에는 테러를 자행하면서까지 주목받아야만 하는 글이었나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뭐 사실 그럴 가치가 있는 이념이란게 애초에 존재하는가는 별개로 두고요. 읽어보고 나서 떠오른 생각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카진스키는 소위 '열등감(feelings of inferiority)'을 보편적인 좌파적 특성으로 제시하는데 다소 악의적으로 뒤틀긴 했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가 ... 더 보기
    좌파와 페미니즘,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비판에 공감을 하셨기 때문에 카진스키의 아이디어에 가치를 두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다만 제가 느끼기에는 테러를 자행하면서까지 주목받아야만 하는 글이었나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뭐 사실 그럴 가치가 있는 이념이란게 애초에 존재하는가는 별개로 두고요. 읽어보고 나서 떠오른 생각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카진스키는 소위 '열등감(feelings of inferiority)'을 보편적인 좌파적 특성으로 제시하는데 다소 악의적으로 뒤틀긴 했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가 제시하는 열등감의 본질은 결국은 평등에 대한 요구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 구조나 의식, 시스템이 불평등을 내포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분명히 피해를 보는 사람, 혹은 집단이 있다는게 좌파적 사고구조이며, 이 때 피해를 보는 집단을 보통 비백인, 비주류로 규정하죠.

    그래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한 카진스키의 분석이 마치 육식동물 보고 "쟤들은 고기만 먹는다"를 좀 더 거창하게, 그리고 비하적으로 제시한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느껴집니다. 좌파의 본질을 비판하려면 "사회에 구조적 요인에 따라 본질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서는 사람은 없다", 혹은 "불평등의 대상과 시정의 방향성이 잘못되었다" 둘 중 하나를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카진스키는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기는 한데 별로 설득력이 없어요. 어설프게 본질을 구성해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잘못된 방향성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 좀 더 집중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랬었다면 독창성이야 더 떨어지겠지만요.

    2. "기술"로서 특징화되는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현대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사람들을 체제 안으로 포섭시키는 좌파, 페미니즘, 정치적 올바름의 행보를 비판하는게 카진스키의 주된 주장인데 저는 이 부분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페미니즘이나 pc주의자들의 태도가 똑같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도덕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상대의 가치판단은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요. 저는 기술이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기 때문에 기술문명을 롤백하자는 주장이랑 가부장적 문화를 전부 엎어버리자는 급진적 페미니즘 사이의 차이를 못느끼겠습니다. 이 에세이를 발표하기 위해 자행한 행동만큼이나 이 에세이의 아이디어도 급진적이어서 공감이 잘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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