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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1 15:26:44
Name   ar15Lover
Subject   한국인이 생각하는 공동체와 영미(英美)인이 생각하는 공동체의 차이점


저는 나름 해외유학 경험이 있어서, 꼴에 영어 쪼까 할줄 안다고, 레딧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지에서 영미권 사람들이 쓴 글들, 영문으로 쓰인 칼럼을 자주 읽는 편인데요.

영미권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한국인들과 영미인들이 사고방식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최근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차이가 바로 '공동체(Community)'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차이입니다.

전 심신에 문제가 있어 군복무를 할 수 없는 인원을 강제로 동원하는 사회복무요원제도, 현역병에 대한 과도학 착취,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등

한국의 징병제 전반에 대단히 비판적인 입장인데요, 그래서 이거가지고 인터넷에서 키배도 정말 많이 떴습니다.

한 10여년 전에는 '넌 애국심도 없냐.' 같은 말을 들어먹었는데, 헬조선 밈이 돌면서 '애국심', '국가'라는 단어 자체의 어감이 좀 안좋아져서 그런지

요새는 '공동체 의식이 없다.',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 따위의 말을 들어먹습니다. 사실상 국가가 공동체로 치환된거죠.

이런 현상을 보았을 때,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공동체란 국가와 동일시 된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영미인들이 'Community'에 대해 말하는걸 보면... 얘네들은 기본적으로 공동체(Community)와 국가(State)를 대립항으로 두는 경우가 많아요.

영미인들이 Community하면 떠올리는건 국가나 민족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이 속한 지역사회 입니다.

그리고 중앙집권화된 국가권력이 내가 속한 Community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영미인들 사고기저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속한 지방정부의 결정은 순순히 따르다가도 중앙정부의 지시에는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고요.

이게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게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갈등이지만, 제 경험상 영국, 캐나다, 호주인들도 비슷한 심리를 가진 경우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사실 동아시아에서 한국만큼이나 영미권 문화에 친숙한 국가는 없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층심리는 거의 외계인 수준으로 차이가 나는게 바로 영미인과 한국인 아닌가 싶습니다. 아주 간단한 단어조차도 서로 정 반대로 인식하는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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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진한다크챠컬릿
    저도 community라 하면 "동네" 정도로 이해합니다. community center는 동사무소 정도 느낌이고요. 적고 보니 community를 공동체라고 번역은 하지만 정말 같은 뜻인지는 모르겠네요.

    ps 지금 영한 사잔 찾아보니 community가 2번째 의미로 공동체가 있는데 1번째 의미는 지역사회네요. 전 보통 1번의 의미로 생각합니다.
    전 가끔씩 한국을 그냥 도시국가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공동체에 대한 인식도 '한국은 도시국가'라고 가정하면 명쾌하게 설명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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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생각에는 유럽은 봉건제로 시작해서 각 지방의 영주들이
    그 지역을 통치하는 개념으로 간게 크고
    (그러고 보면 프랑스가 참 대단합니다. 백년전쟁이후
    바로 중앙집권제로 바꾼거 보면...)
    미국이야 뭐 주정부의 자치를 인정하는걸 전제로 만들어진 나라니까요

    반면 우리나라는 뭐 적어도 고려중기때부터 중앙집권제를 시작했고
    조선시대때 그걸 완성해버렸죠 물론 몇번의 지역반란이 있었지만
    바로 진압해버린 역사를 봤을때 당연히 영.미 혹은 유럽과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다를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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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뭐랄까 중앙집권제는 분명 안정적인 통치모델이지만, 후대의 역사덕후들이나 창작자에겐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체제인 것 같아요. 당장 일본이나 유럽은 그들의 중세사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문화 컨텐츠를 양산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한국은 역사에 기반한 컨텐츠가 좀 부족하다 싶습니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하악하악)는 정말 파고들 부분이 끝도없이 있는데, 한나라 이후 고착화되는 느낌이 강하고요.(그래서 헤겔이 중국사에는 시간만 있고 역사는 없다고 깠죠.) 한국사 역시 고등학생 때 고대사~고려까지는 정말 재밌게 배웠었는데 조선시대는 걍 궁중암투만 하다가 전란 몇번 겪고 결국 일본식민지배 끝 하는 느낌이라 지루했었어요. 해외에 먹히는 한국 문화 컨텐츠 역시 현대~근미래 배경 또는 대체역사물에 한정되는 느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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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인식 차이네요.
    봉건제 개념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영미권에선 지금까지 중앙이 지방을 파괴한 사례가 많았나요?
    ar15Lover
    일단 영국의 청교도 혁명, 명예 혁명, 미국 독립 혁명이 떠오르네요. 최근 사례는 루비 리지 사건, 웨이코 사건이 떠오르고요. 이 두 사건을 중앙정부가 가족 공동체, 종교 공동체를 파괴한 사례로 보는 시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좀 있죠. 영미의 사례는 아니지만 프랑스의 방데 전쟁도 중앙정부가 지방사회를 파괴한 사례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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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몬테아스
    영어에서 Community는 라틴어 communis에서 본원하여 중세후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일상어고 한국어에서 공동체는 사회학에서나 정의된 개념어인걸요. 공동체의 본원을 따지지 못해서 좀 조심스럽지만 조선시대에는 아마 있지도 않은 단어이지 않았을까..

    Right가 권리로 번역되어 일본과 한국에서 쓰이고 있지만 사실 영어에서 권리찾을 때의 Right와 우리들이 쓰는 권리는 같지가 않자나요. Community와 공동체는 같은 단어를 문화의 차이로 다르게 받아들인다기 보다 걍 단어가 다르다고 하는 게 정확할꺼에요.
    1
    ar15Lover
    애초에 동아시아 한자어 대부분이 근대 일본의 지식인들이 서양 단어를 번역하는 과정에 만든 단어가 널리 퍼진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과학, 철학, 민주주의, 자유, 권리, 공화국, 인민, 의회, 헌법, 대통령 등등의 단어들이요. 그 과정에서 조금씩 그 의미가 서양과는 다르게 되었아고 알고있고요. '공동체'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단어들이 서양과는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리몬테아스
    네 그래서 같은 단어를 반대로 인식하는 경우가 아니라 그냥 다른 단어를 다르게 인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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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단일민족국가:CIA World Factbook에 의하면 남한, 북한, 포르투갈 3개국
    무적의청솔모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서울 "올라간다" 고향 "내려간다"
    낙향 상경
    등의 말을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라 전체를 공동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읍니다. 영어에 이거랑 대응되는 표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용
    치리아
    안그래도 중앙집권 전통이 있는데, 일제식민통치와 한국전쟁,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전통 공동체'란게 모조리 해체된 것이 크죠. 뭐 그래도 옜날에는 도시에서도 나름의 공동체가 있었던 거 같지만,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무관심한게 대다수라고 하니까요.
    절름발이이리
    두가지가 작용한다고 보는데
    근대까지 봉건제로 안 지낸 기간이 길고, 대한민국 건립 이후 전쟁통이나 도시를 중심으로한 주거지 믹싱이 계속(현재 까지) 이루어지고 있지요. 전자는 스킵하고, 후자의 경우만 보자면, 대충 비슷한 산업 비슷한 일을 하면서 동네에서 비슷비슷한 수준으로 살아야 민족/국가와 차별화되는 커뮤니티 정체성이 생길텐데, 한국은 그렇게 특색있는 동네는 잘해야 지방 일부 정도고 이 쪽의 분들은 숫자도 많지 않거니와 한국의 주류로 이런 담론에서 현상으로 제시되기가 힘들지요. 서울이야 뭐 볶음밥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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