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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12/18 18:53:46 |
Name | Picard |
Subject | 서울, 강남 입성이 목표일까.. |
부부가 모두 서울이 고향이고 서울에서 쭉 학교를 다녔습니다. 저는 강남, 아내는 성수.. 취업을 하고 지방 공장 발령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은 너희들도 다 컸고 강남 차 막히는거 싫다면서 신도시로 이사가셨어요. 주중에는 회사와 회사 숙소만 왔다갔다 하고 주말에 부모님 집에 올라가서 동호회 활동 하다가 아내를 만나서 결혼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많이 하듯, 아내 회사 가까운데 집 구하고 주말부부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고맙게도 아내가 둘다 만혼인데 떨어져 살기 싫다고 해서 아내가 직장 그만두고 내려와서 같이 삽니다. 아무래도 서울이랑 경기도에 30년 넘게 살았으니 친구들도 다 서울살죠. 그래서 서울 올라갈일이 자주 있는데, 올라갈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요. 사람도 너무 많고, 차도 너무 많고, 밤에도 너무 환하고 시끄럽고. 서구식으로 말하면 프라이빗 스페이스가 너무 좁아서 다닐때마다 힘들더라고요. 지방소도시에 살다보니 교통체증도 거의 없어요. 대중교통이 열악해서 고물차 1대, 탈만한차 1대해서 2대가 필요하지만 주차 스트레스는 적죠. 주말에 아이 데리고 갈데 없어서 주변에 조금 더 큰 도시로 가는데 1시간쯤 걸리는데.. 생각해보면 서울 살때도 이동시간이 1시간씩은 쓴것 같아요. 통근시간도 편도 15분입니다. (물론 자차로..) 얼마전에 서울 본사에 충원이 필요해서 올라갈 수 있으면 올라가겠냐는 입질이 왔었는데, 'ㅎㅎ 서울에 집 얻을 돈 없어요' 라고 거절했습니다. 진짜 회사 본사가 있는 서울 중심부에는 매매는 커녕 전세도 못 얻을거고.. 출퇴근 1시간~1시간30분 걸리는 외곽이나 신도시에 영끌하면 전세나 얻을 수 있으려나... 그런데 아이도 어린데 새벽에 나가서 밤 늦게 들어오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은 아침에 '아빠, 회사 잘 다녀와요. 운전 빨리 하지 마요.' 라면서 인사하고 나가고, 저녁에 퇴근하면 아이랑 놀아줄 시간도 있는데 서울 본사로 가면 새벽에 나가느라 자는애 깰까봐 조심조심 나갈거고 밤에 아이랑 놀아주려고 부랴부랴 만원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아이랑 놀아줄 체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도 아이랑 30분 놀면 체력 방전) 아내와 저는 여기 사는게 좋은데, 다만 아이 교육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에라, 얘 클때면 AI 시대라는데 교육이 대수겠어.' 하면서 삽니다. 그런데, 서울 사는 형제나 친척, 친구들을 만나면 언제까지 거기 있을거냐. 언제 올라오냐. 애 생각하면 이제 슬슬 올라와야지. AI 시대다 4차산업혁명이다 해도 결국 먹고 살려면 뭔가 해야할텐데 그렇게 애한테 신경 안쓰면 어쩌냐 같은 걱정을 많이 듣습니다. 지난주말에도 아내가 서울에서만 하는 (사실 대다수가 그렇지만) 공연을 예매해서 저는 주말 육아해야 하는 친구들 몇몇 불러서 키카에서 만나고 밥 먹었는데, 언제쯤 올라올거냐고들 하더라고요. 회사 짤리면 올라올거라고 했습니다.(회사 짤리면 돈 없어서 더 못올라가겠지만) 회사 이사님은 위장전입에 주소지 변경만 30번 가까이 해서 목동에 입성했고 그외에 서울이나 인천, 경기도에도 아파트, 빌라, 상가 등이 있어요. 이분이 저한테 '본사애들이랑 너희(공장러)랑 차이는 치열함이다. 본사 애들은 대출금 갚느라 치열하게 산다. 하루 출퇴근 2~3시간씩 하면서 대출금 월 1-200씩 갚아봐라. 치열해질 수 밖에 없지. 공장 애들은 너무 여유롭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분은 나중에 애들 결혼할때 목동에 아파트 하나씩 사주는게 목표랍니다. 가까이 살아야 자주 본다고.. 동생은 부부 합산으로 저보다 3배쯤 더 벌고 있는데, 제수씨가 강남 입성이 목표였습니다. 정작 서울 강남에서 쭉 자란 동생은 '강남이 뭐가 좋아. 회사 가까운게 최고지' 라고 하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제수씨는 조카 교육을 위해 강남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번에 집사서 강남 갑니다. 이제 강남 입성을 했으니 다음에는 대치동 입성이 목표가 될지도요.. (동생이 방이 3개인데, 그중 1개는 은행꺼야.. 라고 하더군요. 우리 동네 같으면 그 방 1개 값으로 방 3개짜리 신축 30평대 아파트 사고 가전/가구 새로 싹 넣을 수 있는데..) 저랑 중,고를 같이 나온 전문직 친구도 '굳이 강남에 살고 싶진 않지만 애 때문에..' 라면서 서울 여기저기 점프뛰면서 자산을 불리고 있더라고요. 이번 부동산 대책만 아니었으면 몇년안에 강남 갔을 겁니다. 저나 제 동생이 강남에서 자라서 강남의 교육 인프라를 대단하게 생각치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단톡방에 친구들이 부동산 정책 발표나고 너도 나도 한마디씩 하고 있는데, 저희 부부는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개악된다고!'에 분노하면서 아이 재우고 둘이 머리 맞대고 카드포인트로 모은 항공 마일리지로 내년에 어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 강남 입성이 목표이고, 자식들에게 목동 아파트 사주는게 목표일까요.. 아닌데.. 아이가 공부 잘하고 잘 자라서 엄마 아빠 세상 떠나도 자기 앞가림은 할 수 있게 키우는게 목표 일텐데.. 자식들이 결혼해도 자주 보고 화목하게 지내는게 목표일텐데.. 이렇게 부부가 둘이 쿵짝이 잘 맞아서 둘다 '여유롭게' 살고 있으면 치열한 경쟁시대에 뒤떨어 지는 건지.. 나중에 어떻게 될런지... 차라리 강남입성! 이 목표인게 나을런지.. 결혼하고 주말부부로 결정했으면 최소한 대출 갚느라 힘들어도 몇억 전세금은 자산으로 쥐고 있었을런지.. 아무 영양가 없는 글이네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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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만족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니까요. 그리고 양쪽 다의 삶을 살아본다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A커플은 150만원씩 빚갚으면서 그래도 일년에 한평씩 자기꺼가 되는 아파트를 보고 좋아라할 수도 있고
B커플은 매달 150만원씩 해보고 싶었던 여행이나 생활이나 취미로 행복을 느낄 수도 있죠.
A로 살다가 B로 간다고 양쪽 삶을 다 살아봤다고 말할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바득바득산다고 다 불행한거 아니고, 널럴하게 산다고 다 행복한거 아니니, 지금 행복하시다면 그걸로 충분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
A커플은 150만원씩 빚갚으면서 그래도 일년에 한평씩 자기꺼가 되는 아파트를 보고 좋아라할 수도 있고
B커플은 매달 150만원씩 해보고 싶었던 여행이나 생활이나 취미로 행복을 느낄 수도 있죠.
A로 살다가 B로 간다고 양쪽 삶을 다 살아봤다고 말할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바득바득산다고 다 불행한거 아니고, 널럴하게 산다고 다 행복한거 아니니, 지금 행복하시다면 그걸로 충분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
강남러지만 주위에 아득바득 '강남입성'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걸 생각하니 소름이 돋네요. 그깟 강남이 뭐라고.
반면에 제가 참 유복하게 자랐다는 생각도 드네요. 누군가는 아득바득 살아서 이루는 평생 숙원을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룬 상태였으니까요.
교육인프라가 그렇게 좋은지는 모르겠네요. 좋은 만큼 내신따기도 힘들잖아요. 물론 최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학원들이 대치동에 있는건 인정하는데 그렇다고 여러분 자식들이 무슨 올림피아드 나가서 은상 금상 따올 인재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런 학원에 오는 애들은 대치동 아닌애들이 더 많아요.
오히려 이웃사이가 좀 더 원만하고 사람들이 여유로워서 강남오고 싶다는것에는 동의해도 교육때문에 강남은 좀;;
반면에 제가 참 유복하게 자랐다는 생각도 드네요. 누군가는 아득바득 살아서 이루는 평생 숙원을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룬 상태였으니까요.
교육인프라가 그렇게 좋은지는 모르겠네요. 좋은 만큼 내신따기도 힘들잖아요. 물론 최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학원들이 대치동에 있는건 인정하는데 그렇다고 여러분 자식들이 무슨 올림피아드 나가서 은상 금상 따올 인재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런 학원에 오는 애들은 대치동 아닌애들이 더 많아요.
오히려 이웃사이가 좀 더 원만하고 사람들이 여유로워서 강남오고 싶다는것에는 동의해도 교육때문에 강남은 좀;;
위에서 말씀해 주셨지만 양쪽의 삶을 다 살아볼 수 없기 때문에 어느쪽으로 가더라도 어느순간 현타가 오겠지요
강남에서 빡시게 살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이러고 사나?'라는 현타가 올 것이고
지방에서 즐겁게 살다가도 '서울 아파트 중위값 9억' 이런 기사 보면 입맛이 쓰게 느껴질수도 있겠지요.
현타가 오는 순간에 그 현타를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결국 자기가 그 선택을 한 '이유'아니겠습니까?
그 '이유'를 잊지 않고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강남에서 빡시게 살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이러고 사나?'라는 현타가 올 것이고
지방에서 즐겁게 살다가도 '서울 아파트 중위값 9억' 이런 기사 보면 입맛이 쓰게 느껴질수도 있겠지요.
현타가 오는 순간에 그 현타를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결국 자기가 그 선택을 한 '이유'아니겠습니까?
그 '이유'를 잊지 않고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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