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게시판입니다.
Date | 15/05/31 18:51:21 |
Name | No.42 |
Subject | 승부와 경쟁은 배려와 존중 속에서 더 아름답지요 |
한국 시간으로 5월 28일 오전 3시 40분 경. 미국 뉴욕 브롱스에 위치한 양키 스타디움에서는 뉴욕 양키스가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맞아 홈경기를 치루고 있었습니다. 5회초 1사 후에, 로열스 에스코바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양키스 선발 마이클 피네다가 던진 공에 힘껏 스윙을 한 에스코바입니다만, 홈플레이트 안쪽으로 꺾이는 파울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공이 바운드되면서 양키스의 포수 브라이언 맥캔의 허벅지 안쪽을 강타했습니다. 야구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장면이지요. 파울볼이 포수를 강타하는 장면 말입니다. 파울이 되거나 그라운드에 바운드된 공은 표면에 상처가 생겨서 보통 새 공으로 교체를 합니다. 포수가 공을 받아서 투수에게 던져주거나, 혹은 심판이 직접 던져주기도 하지요. 이 장면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심판은 마운드 쪽으로 걸어가며 직접 투수에게 공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 홈플레이트로 돌아오면서는 볼보이를 불러서 볼백을 채웠죠. 그리고 플레이트에 와서도 비교적 깨끗한 홈플레이트를 발로 끄적여 흙을 치우는 시늉을 합니다. 버드 셀릭 MLB 커미셔너는 볼게임의 진행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우려하여 각종 룰을 만들어가며 경기시간을 단축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심판은 경기시간 지연에는 큰 관심이 없는 양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왜일까요? 전술한 상황에서 이미 짐작하신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심판은 큰 통증에 당장 플레이하기 힘든 포수를 위해서 시간을 좀 벌어주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는 같이 홈플레이트 뒤에 나란히 서서 유탄 직격의 위험을 맞이하는 '동지'로서 심판과 포수 사이의 배려가 있습니다. 반대로 심판이 파울볼에 맞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요? 노련한 포수는 열에 여덟 아홉은 마운드로 달려갑니다. 노련한 내야수가 있다면 천연덕스럽게 함께 모이기도 합니다. 투수와 사인이 맞지 않는 걸까요? 혹은 투수의 폼에 문제라도?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아마도 '어제 왕좌의 게임 봤어?' 정도의 대화가 오간다 짐작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포수 역시 통증을 삭힐 시간을 심판에게 벌어주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합니다. 시속 85마일을 웃도는 야구공에 얻어맞으면 그것이 보호대를 한 부분일 지라도 얼얼한 감각에 퍽 괴롭습니다. 같이 얻어맞는 처지의 심판과 포수는 이렇게 서로를 향해 조그마한 배려의 마음을 보입니다. 야구는 거친 스포츠입니다. 2루수나 유격수는 더블플레이를 막으려는 주자의 거친 테이크 다운 슬라이딩을 마주해야 합니다. 전설의 선수(이자 전설적인 인성 쓰레기)인 타이 콥은 상대 선수들 보란듯이 스파이크를 날카롭게 갈아대서 수비수를 질리게 했다죠. 대놓고 인정하는 이는 잘 없지만, 타자들은 투수들의 저격을 마주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포수는 오로지 자신을 강타해서 공을 떨어뜨리는 게 목적인, 악의로 가득한 바디 첵을 홈에서 받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벤치가 깔끔해지고 그라운드가 시장판이 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 게임의 본질은 아니리라 믿고 싶습니다. 어떤 경쟁이나 승부라도 상호간의 존중과 예의, 배려가 그 밑에 깔려있다면 한 층 아름다워진다는 것, 그게 스포츠맨십의 한 축이 아니지 않나 합니다. 우리 팀의 기를 살리고자 타 팀에게 거친 플레이를 한다든가,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아주 엇나간 플레이일 겁니다. 어떤 위협구도, 어떤 슬라이딩도, 어떤 주먹질도 480피트짜리 홈런이나 98마일짜리 패스트볼로 잡아내는 삼진보다 더 상대방의 기를 꺾지는 못하니까요. 최근 빅리그와 KBO 리그에서 거친 플레이가 자주 보여서 적어봅니다. 편안한 주일 저녁 되십시오~! * Tob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5-06-01 01:11) * 관리사유 : 야구게시판으로 이동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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