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0/02/14 09:56:26수정됨
Name   Zel
Subject   '코로나19'라는 이름이 구린 이유
전제: 이 글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우한폐렴으로 써야한다고 고집하거나, 혹은 절대로 지역명이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WHO발 도그마에 대한 옹호나 비판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이쪽 논의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 논점이탈 직행열차기 때문이지요.

1. 정식 명칭 (COVID-19)이 구린점

일단 바이러스와 병에 대해서 분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각에 대한 정의와 네이밍이 있지요. 한때 공식용어처럼 이야기했던 2019-nCoV는 잠정용어였고 현재 질환 자체는 WHO에서 COVID-19 (Coronavirus disease) 19 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약간 이견이 있는데, 용어를 주관하는 기관 중 하나인 "International Committee on Taxonomy of Viruses"는 이 바이러스 이름을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 로 명명한 적이 있습니다. https://talk.ictvonline.org/

기존에 알려진 병에서 변이가 있을 경우 type 1, type 2를 두는 것은 의학에서 굉장히 흔한 명명법입니다. 단 이 disease 자체가 어느 정도 같은 병태생리와 임상적 특징을 공유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SARS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많이 낮은 치사율을 보이기 때문에, 'Severe'라는 정의가 맞지 않아서 문제지요. 아니 사실 이 병자체의 이름도 구리긴 합니다. Severe developmental disorder 등으로 형용사가 들어가는 병들이 있고 병자체에 맞는 진단기준이야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도대체 어디까지가 severe냐 하는 컷오프를 잡기가 힘든거죠. 근데 이것도 일단 넘어갑시다. 여튼 SARS-COV2도 너무 길고 문제가 있습니다.

COVID-19의 문제점은 바로 19에 있습니다. 어제 탐라에서도 주절거린대로 병이름 뒤에 발생연도가 들어가는건 정말 novel한 작명법입니다. 제가 알기론 단 한개의 병도 이런건 없습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코딩하는데에선 지역과 더불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주 이름으로 올라간건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제보바랍니다. 진짜 구리게 보면, WHO가 중국 커버하다하다 모자라서 기존 의학의 전례에도 없는 이상한 이름을 붙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또 정말 긍정적으로 보면, 굉장히 general하게 쓰일 수 있는 새로운 작명법을 개발했다고는 볼 수 있지요. 올해 또 생기면 COVID-20, 내년에 생기면 COVID-21.. 이거 갤럭시 아닙니까..

근데 용어란건, 특히 의학용어란건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발견자 이름 쓰는거 의미없다고 싶지만 세상 많은 네이밍이 그랬었던 과거의 역사를 부인할 수는 없지요. 그러면 당장 아메리카 부터 이름을 바꿔야죠. 그래서 아직까지도 발견자의 이름을 쓰는 건 권장하진 않더라도, 최소 그 사람의 특권임을 인정해줍니다.

그 다음엔 발생지역을 흔히 썼었는데, 이게 차별적 요소가 된다는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이유이고, 세태에 부응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건 지양하는게 이젠 옳다고 생각합니다. 10개 잘쓰다가도 1개 잘못쓰는게 문제기 때문이지요.

그 다음엔 흔히 있는 병태생리.. SARS, AIDS 등을 표현하는 약자지요. 약자의 문제점은 풀네임을 알기 전까지 전달력이 떨어지고, 비슷비슷한 약자가 너무 많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도 넘어가지요.

숫자가 병명에 붙는 경우는 위에 언급한대로 type 1/2/3 를 붙이는 게 가장 많습니다. 이건 크게 묶을 수 있는 질환의 변이가 나올때 손쉽게 쓰이고 아직까지도 유용합니다. 그 다음엔 숫자 자체가 의미가 있는겁니다. 즉 trisomy 21 (다운), 18 (에드워드), 13 (파타우) 등 염색체 질환에서 그 염색체 번호와 같은 경우에는 고유 질환 보다 trisomy 18 이렇게 부르는게 더 직관적입니다. 그외 swine flu 에서 신종플루 그리고 H1N1이 된 인플루엔자 같은경우엔 바로 항원명이 이름이 된거구요.

하지만 년도가 뒤에 붙어서 주는 정보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COVID-19,21,23,25 이렇게 쭉쭉 생기면 이들 질환에 무슨 의미가 있을런지 궁금해집니다. COVID-19는 중국에서 발생했고 치사율 얼마고, COVID-21은 아프리카발 높은 치사율 저 감염성... 이렇게 붙는게 비현실적이다고요? 코로나 바이러스 인수공통 후보들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튼 구분도 안되고, 병태생리의 표현이라던지 뭐 그런 의미가 전혀 없는 작명입니다.

2. 우리용어 '코로나19'의 구린점

COVID를 바로 코로나로 대치시켜버린 겁니다. COVID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란 뜻의 약어인데, 코로나는 그냥 코로나 앞의 이름만 딴겁니다. 물론 이런식의 작명이 타 영역에서 흔했던건 사실이지만 가뜩이나 질환명에서 이것 저것 다 떼고 코로나19라고 부르니, 기존 의료진들이나 학자들에게 주는 거부감이 좀 큽니다.
코비드를 한글로 옮길려면 코바병 (코로나바이러스 병) 이 가장 적절할거고, 혹은 코바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정도는 되어야지요. 아니면 길어도 코로나병19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윌슨병, 고셔병 하는 식으로 병이니깐요. 네 여기선 한글/한국어를 까는겁니다. '바이러스감염'이라는 정보가 소실된 코로나는 이게 태양의 코로나인지 코로나맥주인지 코로나 라디에타인지 아니 자동차코로나인지 모르게 되는거지요. 물론 이런 경우가 한국어권에 워낙 많아서 이것만 까는건 불공평하긴 하지만 그래도 구린건 구린겁니다.

정확히 직역할려면 코바병19일텐데 와 구리긴 합니다. 당장 코감기와 헷갈리고 여튼 이런 고충을 겪어서 코로나19로 조어한게 고통(?) 의 산물이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불-편- 합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어디 족보도 없는 년도따위를 병뒤에 붙인 WHO에 있습니다.

발렌타인병이란게 30년에 생겨서 발렌타인 30이 되면 참 재밌겠습니다.

Plus

이름뒤에 19가 붙은거 어떻읍니까? 어디서 많이 보지 않으셨나요?

예 순결한19, 더순결한19 부터 시작한 오래된 예능프로그램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19붙은 랭킹프로그램이 있던거 같은데.. 게다가 19금이라는 용어가 흔히 쓰이는 한국에서 하필 19년에 발생한 병이라 코로나19가 되었지요 ㅎ

그래서 대안이 뭐냐라고 물으면 저도 별 뽀족한 대안은 없지만 저보고 하라면 그냥 우리말 조어력 후진거 인정하고 COVID19나 코비드19로 쓰는게 가장 객관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냥 이런 작명 흔히 그대로 쓰지 않습니까. 애시당초 코로나가 우리나라말도 아니고.

끄읕~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2-22 19:5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
  • 뭔가 설명할수 없이 구린 작명이었는데 덕분에 왜 구렸는지 알게 됐네요
  • 재밌는 내용이네요. 감사합니다

게시글 필터링하여 배너를 삭제함
목록
게시글 필터링하여 배너를 삭제함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8 기타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865 31
1417 기타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644 31
1416 기타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916 20
1415 기타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1747 18
1414 기타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937 36
1413 기타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4 심해냉장고 24/10/20 1560 40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1863 16
1411 기타『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948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222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080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419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047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1984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601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443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1910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690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590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2791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863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082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1931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084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653 29
139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4 danielbard 24/05/13 2054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