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10/31 10:35:42수정됨
Name   김독자
Subject   마음의 병에도 골든 타임이 있습니다.
글이 자꾸 잘려서 삭제했다가 다시 올렸네요! 
질문 게시판 글을 보고 전에 적어두었던 글을 옮겨서 올려요.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용이 조금 길어 앞 부분 얘기는 사실 안 보셔도 되구요,
Ctrl+F로 아래 문구를 찾아 그 밑에서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쓴 글이어서 모든 정보가 신뢰성이 높은 글은 아닙니다.



===============


김구라가 처음에 TV에 나와 공황장애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었을때만 하더라도

저 이는 왜 저렇게 '공황, 공황'거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몇 주 전에 유기묘를 구조하려 한 적이 있어요.

집 앞에서 자꾸 고양이 울음 소리가 끊임없이 나길래 휴대폰 플래쉬를 켜고 찾아가거든요.

집 앞 학교 구석에서 아이가 하체를 쓰지 못하고 계속 울고 있더라구요.

막상 가까이 가면 하악거리고.. 참치캔이나 물, 아기 고양이용 간식을 들이밀어도 전혀 먹지를 않았어요.

나중에 보니 하반신쪽에서 피가 묻어나오고 있었어요.



저희 부모님은 동물을 무척 싫어하셔서 제가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일요일 늦은 저녁 시간이어서 여기저기 연락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구청에도 고양이는 구조 대상이 아니기에 받아주기 어렵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어요.

주변에 도움을 구해서 글도 퍼뜨려봤었는데 이미 늦은 새벽이 다 되어가서 더더욱 어렵게 되었구요.

수건으로 감싸서 박스 안에 넣어두고 다른 사람이 데려갈 수 있도록 글도 써봤는데 새벽 2시가 되도록 데려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막 가을바람이 차가워지던 때라 집에 들어가서도 잠을 못 이루고 서너번 왕복을 하다가 용기를 내어 주변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갔어요.

오래 고민했어요. 저는 그 아이를 거둘수가 없었거든요. 선뜻 동정으로 시작한 일로 그 아이를 책임지지 못하기 싫었거든요.

주변에서 도와주겠으니 일단 살리자는 말을 들었어요. 신기하죠, 혼자서는 못 하겠었는데 누가 도와준다고 하니 용기가 나더라구요.

돈이 모자를까봐 망설이는 제가 싫기도 했구요.



첫번째 병원에서는 이미 수술중이어서 다른 병원으로 갔어요.

택시를 잡기 힘들어서 박스째로 안고 자꾸 우는 아이를 달래가면서 슬리퍼차림으로 달려갔어요.

미안해, 아까 데려갈걸, 조금만 참자구. 내가 나빴다구. 이쁜 참치. 네 이름 참치로 지었어. 우리 일단 살고보자. 그 이후에는 내가 너 좋은 곳으로 보내줄게 참치야.

병원에서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 내내 참치는 울었어요.

일찍 올걸, 이라는 후회가 계속 따라붙었어요.

시간이 지나 선생님이 오셨고, 살펴보시더니 외상은 없어보이는데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하셨어요.



어디까지 생각하냐고 선생님은 물으셨어요.

제가 책임지고 키울 수는 없지만 살리고 싶어요.



선생님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알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참치가 체온이 너무 낮아서 검사를 할 수 없었대요. 우선 온도를 올리고 조치를 취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우선 입원 비용을 치루고 보호자 이름과 동물 이름을 적었어요.

참치.

간호사 선생님이 서류를 들고가시면서 좋아하셨던 목소리가 기억이 나요.

'선생님, 참치래요'

그 목소리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참치는 안에서도 계속 울었어요. 저랑 눈을 마주쳤어요. 고요한 갈색 눈동자. 아가는 자꾸 울었어요.



집에와서 한 30분쯤 잠들었어요. 그 전날도 잠이 부족한 상태였어서 거의 기절했다가 깨어났어요.

아침에 일어났더니 가슴이 너무 두근거리더라구요. 숨을 멈췄다가 한번에 몰아쉰 것처럼 계속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좀 컨디션이 안 좋은가보다 생각하고 그렇게 출근을 했어요.



아침에 출근을 해서 전화를 했더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전해주셨어요.

'참치가 못 버티고 떠났어요.'

어떻게 하면 좋아요. 어떻게 해.

의사 선생님께서 전화를 바꿔 받으셨어요.



'참치가.. 잘 버텨주지 못했네요... 중간에 확인했을 때만 하더라도 체온이 올라가서 괜찮아보였었거든요. 그래서 안심하고 몇 시간 후에 조치를 취하려고 봤더니 숨을 더 이상 쉬지 않았어요. 보니까 항문쪽에서 구더기가 나오더라구요... 어린 아이 몸에 구더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게 하루이틀 사이에 그렇게 된게 아니라 며칠 된 것일거라고. 참치가 잘 버텨주지 못해서..아쉽네요..'



불과 몇시간 전만해도 제 손밑에서 쌔근거리던 그 감촉을 저는 기억하고 있거든요.

글을 쓰는 지금도 떠올릴 수가 있어요.



아찔했어요.



그래도 마음을 추스리고, 장례를 부탁드렸어요. 다른 동물들과 공동화장을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비용은 받지 않으시겠다구 하셨구요.



그러고나서 그날 저는 새벽까지 야근을 했어요.

거진 40시간 가까이 깨어있었는데..

집에 가는데 숨이 잘 안 쉬어지는거에요.



종종 자려고 누웠는데, 숨 쉬는게 답답해서 잠을 못 잔 적이 한 5~6개월정도 되었었어요.

그때와 비슷한 감각이었어요.

시야가 좁고 답답해지고, 심장은 빨리 뛰고, 숨은 가빠오는 느낌에

아, 이러다 죽겠다는 공포감이 엄습했어요.



오후에도 그랬었어서 아스피린을 사먹었었거든요. (그러면 안 된다고 해요)

그래서 마침 택시 기사님이 보온병을 가지고 계셔서 물 한모금에 약을 삼켰었어요.

그런데도 진정이 안되고 걱정이 되어서 결국엔 집 근처 대학병원의 응급실로 갔어요.

계속 숨 쉬는게 힘들고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전화를 받은 아빠도 말도 안되게 빨리 오셨고, (거의 3분만에 오신 것 같아요)

수속을 받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검사를 받았어요.



심전도 검사, 흉부 엑스레이, 피 검사 등등

수액을 맞고 누워있으면서 새벽 응급실을 처음 봤어요.



결론적으로 검사는 무의미했어요.

다 정상이었거든요.

수치도 다 정상. 혈압도 정상.



저는 여전히 숨쉬는 게 힘든데 검사는 다 정상이래요.

이렇게 머쓱할 수가.



퇴원 수속을 받고, 선생님은 흉부였기때문에 이비인후과쪽에 진료를 잡으라고 하셨어요.

알겠다고 하고 돌아왔어요.

아침에 적게나마 잠을 자고나니 좀 괜찮았어요.

그런데 아침에 출근하면서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거에요.

증상으로 검색하다보니 '공황장애'라는 단어가 보였어요.



내용을 보다보니, 아. 이거였구나 싶었어요.



몇달전에도 내과에 간적이 있었거든요.

체한줄 알구요. 숨 쉬기가 어렵고 시야가 좁아지고 쓰러질 것 같고, 아찔했었거든요.

막상 진료를 받는 중엔 괜찮아져서 이상하다 했었는데, 그 때도 사실 공황이 발현되었던 거였어요.



출근하는 언덕길을 오르며 아빠에게 전화했어요.



'아빠, 나 또 어제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찾아보니까 공황인 것 같아.'



아빠는 속상한 한숨을 내쉬었고, 저는 정신과병원에 가보겠다고 했어요.

출근해서 회사 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병원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쓴 글이어서 모든 정보가 신뢰성이 높은 글은 아닙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공유하고 싶은 점은, 마음의 병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체했거나, 과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듯, 처음 겪는 증상에는 누구나 당황하게 되거든요.

내가 지금 조금 이상한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한 번쯤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공유하게 되었어요.

마음의 병에도 골든 타임이 있거든요.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언제든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임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혹시라도 궁금하거나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주셨으면 해요. :-)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심리상담과 정신과 치료는 둘 다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곳이지만 각자 수행하는 역할이 달라요.


내담자/환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심리상담은 보통 1시간 정도 10~15회차 정도로 나누어 약물 처방없이 자신의 고민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요.

정신과 상담은 일반 병원치료처럼 15~20분 정도의 짧은 상담 후에 약물을 처방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저는 심리상담을 현재 3주차를 앞두고 있구요, 정신과 처방도 2회차를 받았습니다.

심리 상담은 신청은 더 빨리 했었어요 (6월 경)

그런데 앞선 예약이 있고, 일정이 밀리다보니 9월경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정신과는 2~3주 정도 되었구요.


궁금하신 점 중에 비용이 있으실텐데요,

심리상담은 제가 가는 곳에서는 7만원 (심리상담사 2급 기준 / 1급 기준 10만원)을 매 회차마다 결제하고 있어요.

정신과 비용은 처음 진료받았을 때에는 상담지가 있어서 25,000원, 그 후 2회차 진료때에는 처방까지 포함하여 15,000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보통 예약이 필수로 선행됩니다.

무조건 가셨다가는 저처럼 고생(?)하실 수가 있어요!



-----

팀장님께 허락받고 주변의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엘레베이터도 없는 4층 건물에 위치하고 있더라구요.

헉헉대면서 올라가니 진료실 소파에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었어요. 10명이 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연령대는 다양했습니다. 나이 많으신 분들도 계셨고, 제 또래의 분들도 보이셨구요.

오늘 접수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월말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오늘은 기다려도 받을 수 없다구요.

전화해보고 갈 걸..! 8ㅁ8


다시 내려와 숨을 고르고 주변의 다른 병원에 전화해봤습니다.

30분 뒤에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여 예약을 걸고 찾아갔어요.

처음에 가게 되면 어떤 진료와도 상관없이 혈압을 체크합니다.

(전화로도 어떤 병인지는 말씀 안 드렸고, 오늘 진료가 가능한지만 물어봤었어요.)


혈압을 재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어요.

이 바로 직전에 갔던 병원에서도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들리더니, 이번 병원에서도 그랬어요.

왠지 고급진 병원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ㅎㅎ


잠시 기다린 뒤에 선생님을 뵙게 되었어요.

여자 선생님이셨고, 얘기를 나누던 중에 여기서 병원을 차리신지 1년 반 정도 되셨다고 하더라구요.

정신과 상담은 처음이라고 말씀드렸고, 어제 응급실도 다녀왔었는데 검사 결과는 멀쩡하고, 증상을 찾아보다보니 공황인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었어요.


선생님께서는 제 증상을 들어보시더니 맞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특이하게도 스케치북에 병명별로 증상들을 프린트 해서 붙여두셨는데, 여기서 몇개나 해당되는지를 물어보셨어요.

그때의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하진 않지만,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긁어온 내용과 거의 비슷하여 첨부합니다.

제게 해당되는 증상은 굵게 쓴 부분이었어요.


•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 어지럽고 휘청휘청하거나 졸도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이 마구 뜁니다.

• 손발이나 몸이 떨립니다.

• (뛰거나 더운 상황이 아닌데도) 땀이 납니다.

• 누가 목을 조르는 듯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메슥거리거나 토할 것 같습니다.

•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들거나 자신이 내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듭니다.

• 손발이 저릿저릿하거나 마비되는 느낌이 듭니다.

• 화끈 거리는 느낌이나 오한이 듭니다.

• 가슴 부위에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낍니다.

•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낍니다.

• 미쳐버리거나 스스로 통제를 할 수 없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공황장애 [panic disorder]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국가건강정보포털)


저는 패닉이 오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만큼 증세가 심각하진 않아요.

증상히 발현되는 지점을 떠올려보면 주로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을 때 증상이 오더라구요.


-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는다.

- 참치의 생각을 한다.

-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저는 보통 사람보다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굉장히 낮은 편이에요.

그런걸로 스트레스를 받아? 라는 지점들이 타인이 보기에도, 제가 보기에도 있어요.

저의 사고 흐름이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대인관계나 일부 상황에서는 부정적으로 흐르면서 스스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이 익숙하다보니 도저히 어떤 것이 정상적인 감각인지, 모르겠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자주 보던 웹툰 중에서 주인공이 지친 하루를 보내고 들어와서, 그 때 했던 말들을 후회하며 잠드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어요.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51664&no=212&weekday=fri



오늘 회식에서 있던 일, 지난 번에 말 실수 했던 일, 몇넌 전에도 내가 실수 했던 일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다 보면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왜 그랬을까 후회하면서 잠들곤 했었거든요.

공감하면서 내려갔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런 반응들도 있는거에요

'그렇게 피곤하게 산다고요?'


그때 그렇게 말하지 말걸 그랬나. 또 실수한 거 없나. 노래방에서 혼자 너무 방방 거린거 아닐까. 역시.. 정신이 피곤해..

아, 누군가는 그런 고민도 없이 사는 구나.

그렇게 살 수도 있구나.

그걸 저는 살면서 처음 알았거든요.


그렇게 살지 않은 적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늘 제 행동을 곱씹고, 후회하곤 했었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거에요.

그래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이건 기회가 되면 또 얘기를 할게요.


저는 공황장애에 있어서는 굉장히 초기에 찾아온 케이스였어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이례적으로 공황은 초기에 많이 온다고들 하더라구요.

(여기서 김구라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ㅎㅎ)


제가 왜 힘든지에 대한 부분들, 어렸을 때부터 힘들었던 부분들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상처 등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씀드렸었어요.

증상에 대해서도 설명드렸더니 공황이 맞다고 해주셨어요.


공황 심한 분들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면 공황증세를 느낀다고 생각하시기도 한다고 해요.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보통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감각이 너무 익숙하다보니까

계단을 오르거나 조금만 뛰어도 공황으로 몸이 착각하고 패닉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사람 많은 곳에서 휩쓸리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성관계가 어려운 분들도 계시다고 하구요.

그런 경우에는 전철 끝에서 끝까지 앉아서 가면서 계속 괜찮다는 훈련을 해도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정말 극 초기에 찾아간 거였어서 그 정도의 훈련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었어요.


가기 전까지 저도 마음이 좋진 않았거든요.

'정신병원', '정신병자'에서 오는 불편한 어감이 제게도 아직 있어요.

그런데 주변 친구도 공황치료를 받고있어서, 내가 이런 증상이 있어서 공황인 것 같다고 하면서 병원 진료에 대해 물어봤었거든요.

친구도 듣더니 맞는것 같다면서 제가 걱정했던 부분을 말해주더라구요.

그러면서 해준 말이 그거였어요.

'마음의 병에도 골든 타임이 있어, 그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오래 걸릴 수 있다.'


그 말에 용기를 내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왔어요.

마음의 감기를 치료하듯, 그렇게 특별하게 내 연민에 빠지지 않고.

감기보다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는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다녀왔고, 또 갈 예정이에요.

누구든,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거든요. (예약은 미리 해야하지만 ㅋㅋㅋ)


제가 먹는 약은 총 3가지로 나뉘어요.

- 증상이 있을 때 먹는 약 (2알) : 1시간 뒤에 약효가 돌고 몸이 이완 됨

- 저녁에 먹는 약 (1알) : 약효가 도는데 오래 걸려 저녁 6시쯤 먹음

- 자기 전에 먹는 약 (1알) : 30분 내로 약효가 들고 졸림


저녁과 자기전 약은 매일 먹고, 증상이 있을 때 먹는 약은

'어? 네가 좀 위험한 것 같은데?' 싶으면 먹는 약이에요.


약을 먹고서는 두 가지 단점이 있어요.

- 카페인을 먹으면 안 된다. : 심장을 빨리 뛰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커피, 차, 초콜릿 다 안 되어요. (초콜릿은 먹고 두근거려서 알게되었어요. 차는 좋아하는데 너무 속상해요 '^' 저는 허브차 종류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 너무 졸립다.


제가 먹는 약이 조금 졸릴 수는 있다고 하셨는데, 약을 먹으면 몸이 이완이 되거든요.

그런데 제가 평소에 엄청 긴장을 하고 있어요. 마음도 몸도 긴장해서 어깨도 항상 올라가 있고 움츠려있거든요.

실제로 햄스트링 근육이 짧기도 하고 (그래서 필라테스나 요가를 배워야 하는데 말이죠..!)..


잠을 잘 못잔지 3년 정도 되었는데, 못 자는 이유중에 하나가 그거에요. 근육의 긴장이 풀리지 않아서 잠자리가 계속 불편했거든요.

그래서 몸이 이완되다보니 잠이 미친듯이 와요. 밤에 잠이 안 오면 증상있을 때 먹는 약을 먹기도 하는데, 그러면 오전에 굉장히 졸려서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너무 심할 때 같은 어제는 스벅에서 1/2 카페인 옵션으로 아메리카노를 사와 물을 더 부어 마셨어요

(어쨌거나 카페인이기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뛰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어요. 그 감각에 익숙해지는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제가 느끼는 부작용은 이 정도였어요.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으려면 반년이 걸린다고도 해서, 저는 그렇게까지 치료를 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약 처방받으면서 젤 궁금했던 건 술 마셔도 되는지 여부였는데요...ㅋㅋㅋㅋㅋ

제가 먹는 약에서는 크게 상관없다고 하셔서 ㅎㅎㅎ 안심하고 약도 먹고 마시고 있습니다.

간 문제도 없다하셔서 매우 안-심

저는 무병장술해야해서 이 부분이 매우 중요했다는 TMI..



이렇게 굳이 불편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위에도 말씀드렸듯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스스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병원에 선뜻 가기 어려울 때, 이 글이 한번쯤 떠올라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고,

저한테 편하게 개인적으로 말씀해주셔도 괜찮거든요.

제가 다니고 있는 곳들을 추천해드릴 수도 있고,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치료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사는 것이 너무 무기력하거나, 나를 너무나도 자책할 때.

회사 가는 것이 너무 싫어서 교통사고라도 나서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나.

상사나 고객사에게 오는 전화만으로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두근거린다거나.

밤새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거나.

분명히 아는 얘기들이었는데 인지도 안 되고 읽히지 않고 독해도 안 된다거나.


방금 말씀드렸던 증상들은 공황의 증상은 아니고 우울증의 증상일 거에요.

내가 당장 마음이 너무 괴로워 힘들다면 언제든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음 좋겠어요.

그게 상담의 방식으로 풀건, 약의 도움을 받건 어떤 방법이던 간에요.


더 이상 미래를 그리기 어려워지고, 내가 나를 너무나 싫어하지 않도록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길 바라요.

골든타임은 지금이에요.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11-12 09:3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7
  • 감사합니다.
  • 춫천
  • 반갑습니다. 공황이 연예인들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멀리 있는 일이 아니더군요. 공감이 많이 갑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용기 있게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좋은 귀감이 되었어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4 문학셜록 홈즈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앞으로 더 낼 것 같고요. 61 트린 19/11/08 7959 61
883 여행이탈리아(로마/아시시/피렌체) 여행 팁. 8 녹차김밥 19/11/07 5379 12
882 의료/건강마음의 병에도 골든 타임이 있습니다. 12 김독자 19/10/31 6944 47
881 기타낭만적 사랑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을까? 24 호라타래 19/10/29 6762 20
880 게임[LOL] 소드 논쟁으로 보는 '롤 실력' 이야기. 19 Jace.WoM 19/10/27 10597 9
879 기타영국 교육 이야기 16 기아트윈스 19/10/23 6723 34
878 일상/생각체온 가까이의 온도 10 멍청똑똑이 19/10/21 5971 16
877 문학[자랑글] 구글독스 기반 독서관리 시트를 만들었읍니다 7 환경스페셜 19/10/20 6011 15
876 역사조선시대 향교의 교육적 위상이 서원보다 낮았던 이유? 26 메존일각 19/10/16 6345 19
875 일상/생각죽음을 대하는 일 2 멍청똑똑이 19/10/15 5535 26
874 일상/생각 사람이 죽음을 택하는 진짜 이유 / 미뤄주세요 8 Jace.WoM 19/10/14 6200 25
873 문학홍차넷 유저들의 도서 추천 22 안유진 19/10/07 7927 26
872 역사국내 최초의 이민자, '하와이 한인'들에 대해 -하- 10 메존일각 19/10/03 6210 17
871 역사국내 최초의 이민자, '하와이 한인'들에 대해 -상- 메존일각 19/10/03 6020 19
870 기타아이는 왜 유펜을 싫어하게 되었나. 27 o happy dagger 19/10/02 5871 49
869 일상/생각따뜻함에 대해서 22 19/09/29 246046 27
868 일상/생각최근 홍차넷의 분위기를 보며 50 메존일각 19/09/27 11277 69
867 여행몽골 여행기 2부 : 숙박(게르) / 음식 / 사막 7 Noup 19/09/28 6229 7
865 여행몽골 여행기 - 1부 : 여행 개요와 풍경, 별, 노을 (다소스압 + 데이터) 8 Noup 19/09/26 5837 11
863 정치/사회'우리 학교는 진짜 크다': 인도의 한 학교와 교과서 속 학교의 괴리 2 호라타래 19/09/23 5946 11
862 일상/생각서울 9 멍청똑똑이 19/09/19 5757 32
861 역사신안선에서 거북선, 그리고 원균까지. 12 메존일각 19/09/18 6883 16
860 역사거북선 기록 간략 정리 22 메존일각 19/09/17 6897 14
859 정치/사회능동적 인터넷 사용자 vs 수동적 인터넷 사용자 16 풀잎 19/09/15 6600 11
858 일상/생각[펌] 자영업자의 시선으로 본 가난요인 43 멍청똑똑이 19/09/13 11101 8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