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05/30 00:09:44수정됨
Name   Zel
Link #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0101121015001
Link #2   https://www.medigatenews.com/news/2570475323
Subject   저희는 언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그 분을 처음 만난건 우리나이 24살때 입니다. 뭐 대학원갈 나이지만 6년제인 관계로 본과 3학년이었지요.
처음 그 분을 본 순간 전 얼어붙었습니다. 나이 45세, 전직 목사, 제적된 후 20년만에 복귀.
오시자 마자 저희는 그 분을 '대형'이라고 불렀습니다. 따거 말고요. 그 분은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되고 재일교포 간첩사건으로 투옥되고 지병에 걸리셨지요. 그분이 3학년 학생일때 따님은 중학생이고 미술전공을 하고 싶으셨다고.

불치하문 이라는 4자성어가 있습니다. 아랫사람에게 묻는걸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는거. 이거 정말 강한 멘탈과 자기확신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대부분은 꼰대의식이 남아서 내가 이런말 하면 저 색희가 날 얕보지 않을까 하다 변죽만 치다 돌아 서지요. 그 분은 오시는 순간 부터 저희에게 묻는데에 꺼리낌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희도 순진할때라 대형님이 물으시면 열심히 설명을 해드리긴 했어요. 하지만 저희가 어린 관계로 열심히 하다 짜증이 살짝 나면 그 분은 접으시고 또 다른분에게 물으셨죠. 상당히 외람되지만 저희는 '젖어미' 같은 그런 느낌이였지요.

운동할때 사모님을 만나셨습니다. 간호사셨고 개척교회에서 무지하게 고생하면서 와이프한테 하나도 잘 못해주셨을거에요. 그래서 다시 의사가 된다고 결심하실때.. 아 이제는 가정을 위해서 편안하게 지내실려나 보다 싶었습니다. 뭐 그분은 거기에 대해서 어떤 말씀도 안하셨지요.
4학년땐가 저에게 말씀 하시더라고요. 'Zel아.. 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한해라도 빨리 수련을 마치고 나가야 할 것 같애. 그래서 3년 수련과정인 가정의학과를 하고 싶단다.'

그분 학점은 소위 인기과도 외과계열말고는 다 가실만 했어요. 그 와중에 잠을 줄여가시면서 공부하는데 와 진짜 빨리 따라오셨습니다. 마치 아프리카에 간 이영호처럼.. 알고보니 제적 당하기 이전에 본1,2 전체 수석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이것도 언론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지금이야 말이지만 역시 타고 나는건 이길 수가 없다 싶었습니다.

그러고 사실 인턴/레지던트 하면서 지나가다 마주치면 인사만 꾸벅했지 어떻게 사셨는 지 몰랐습니다. 레지던트 하는 그 바쁜 와중에도, 타 병원 원목이랑 겸임을 하셨지요. 그러고 수련을 마치시고 어느 준종합병원의 과장으로 가셨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 학교 타이틀로 개업하면 돈을 꽤 끌어 모을땝니다. 근데 과장하시면서 원목하시면서 낮은 위치에 계시다가, 호스피스 병원 만들려고 그 병원을 나오셨지요. 그러고 병원 만드시고, 5년만인 지난 주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직도 그 병원 홈페이지는 업데이트가 되진 않았어요.

고민 중입니다. 상을 만들어야 할지, 장학재단을 만들어야 할 지.. 동기인 저희가 먼저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언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까요..?'

http://news.donga.com/3/all/19961122/7209759/1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894954.html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6-11 19:5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73
  • 춫천
  • 신념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군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23 일상/생각딸아이는 자스입니다. 13 세상의빛 22/07/15 7515 152
920 일상/생각아들놈이 대학병원에서 ADHD 판정을 받았습니다 70 아나키 20/02/06 8216 146
917 일상/생각엄마 덴마크가 나 놀렸어요 ㅜㅠ 69 구밀복검 20/01/29 12849 122
771 요리/음식영국 음식이 맛이 없는 과학적인 이유 119 문학소녀 19/02/22 11673 106
699 창작고백합니다 44 파란아게하 18/09/09 8966 96
841 일상/생각[단상] 결혼을 수선하다. 35 다람쥐 19/08/08 6633 93
1221 일상/생각아이스크림 마이따 아이스크림 (50개월, 말문이 터지다) 72 쉬군 22/07/05 4890 90
858 일상/생각[펌] 자영업자의 시선으로 본 가난요인 43 멍청똑똑이 19/09/13 11096 89
695 정치/사회강제추행으로 법정구속되었다는 판결문 감상 - 랴 리건.... 30 烏鳳 18/09/07 50993 85
1102 일상/생각귀여운 봉남씨가 없는 세상 36 문학소녀 21/07/09 5354 83
1001 일상/생각타임라인에서 공부한 의료파업에 대한 생각정리 43 거소 20/08/25 8807 82
769 정치/사회북한은 어떻게 될까 - 어느 영국인의 관점 85 기아트윈스 19/02/12 9235 79
1231 일상/생각자폐 스펙트럼과 일반인의 경계에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 14 카르스 22/08/21 5321 78
803 일상/생각끝나지 않은 투병기 25 Chere 19/05/16 6352 76
710 게임WOW(World Of Warcraft) 해야만 했던 이야기 76 문학소녀 18/10/02 8894 76
4 게임[히어로즈] 이것만 알면 원숭이도 1인분은 한다 64 Azurespace 15/05/30 13576 76
1256 기타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세계관 최강자가 68 문학소녀 22/12/09 5100 74
810 의료/건강저희는 언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까요.. 20 Zel 19/05/30 7582 73
1059 일상/생각나도 누군가에겐 금수저였구나 15 私律 21/02/06 6930 72
910 경제홍차넷 50000플 업적달성 전기 79 파란아게하 20/01/17 6602 72
1154 일상/생각구박이는 2021년에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62 구박이 21/12/23 5206 71
1177 정치/사회홍차넷의 정치적 분열은 어떻게 변해 왔는가? - 뉴스게시판 정치글 '좋아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72 소요 22/03/13 6634 70
1005 일상/생각어른들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착한 사람 되지 마세요. 27 Schweigen 20/09/07 7669 70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3298 69
1303 일상/생각난임로그 part1 49 요미 23/05/21 4244 6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