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05/20 00:48:57수정됨
Name   곰돌이우유
Subject   홍차넷 1년 후기
홍차넷을 시작했던 작년 이맘때는 제 삶에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4년을 만났던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고, 15년간 고생하던 생선냄새증후군으로부터 작별을 고한 때이기도 하며, 새롭게 인생의 좌우명을 새겼으며, 20년 가까이 써오던 네이버 아이디를 바꾼 날이기도 했습니다.

가입 이후로 처음 티타임을 썼던 날을 기억합니다. 방에서 공책에 볼펜으로 일기를 쓰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 앞에 써 봐야겠다는 생각에 여행 이야기를 휘갈기고 업로드했더니, 따뜻한 마음을 가진 홍차러 분들께서 첫 티타임엔 추천이라며 많은 추천을 줘 용기가 생겼던 날이었습니다. 처음 쓴 글에 추천을 받으니 얼마나 좋았던지 4일 뒤에는 15년간 겪어왔던 '생선냄새증후군'이야기를 썼고, 홍차러분들이 제게 그 동안 고생했다며 토닥여줘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 후로도 가끔씩 내 지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가며 마음의 치유를 했었죠.

홍차넷은 제게 치유의 공간이었습니다.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게 정말이지 싫었던 저는 살아오며 그 누구에게도 저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꺼내 이야기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살면서 만나왔던 친구들중에 단 한 명도 우리 부모님이 이혼하신줄도 모르고, 집이 너무나 가난해 정부에서 기초수급자로 지원을 받았던 것도 모릅니다. 그런 비밀같은 이야기들을 여기서는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는게 얼마나 좋던지... 아팠던 이야기나 부정적인 성격 까지도 밖으로 보여줄 때마다 마음의 짐을 덜어놓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늘 홍차넷 1년 후기를 적는 이유는 홍차넷을 시작할 즈음 마음먹었던 저의 좌우명을 내려놓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제 좌우명 "사랑하며 살자"는 지난 삶 동안 사랑하지 않으며 살아왔던 저의 모습에 대한 반성이었지만, 이것이 삶을 살아가게하는 원동력이기보다 지난 삶에 대한 부채감을 해소하기 위함이 컸고, 오늘을 기점으로 과거와의 작별을 하려하기 때문입니다.

15년간 앓아온 생선냄새증후군의 후유증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겪는 심각한 스트레스는 숨을 쉴 수 없고 소화할 수 없는 몸을 만들었고, 항상 짜증과 분노가 가득했던 저는 그것을 억누르다보니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짜증과 분노 뿐이었다고 말하는게 더 낫겠군요. 이러한 상태에서 마치 싸이코패스와 같은 공감능력 결여자로 살아가야 했고 의도치않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정적 상처를 주며 살아왔습니다. 특히, 지난 4년간 만났던 여자친구에게는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주었을까요. 미안함 때문에 옛 애인의 고향으로 여행을 가고, 사람과 부딪히며 사랑을 주며 살아가겠노라 생각하며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죠.

2008년부터 매년 삶의 화두를 들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에 과거 삶을 되돌아보면 100%는 아닐지라도 대부분 그 주제를 향해 걸어갔더군요. 근데 지난 10년의 화두중에 내가 즐거울 수 있는게 있었냐?하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아를 성찰하거나 삶을 심각하게 바라본다거나, 아니면 작년처럼 반성적인 삶을 살던가요. 아직 올해의 화두를 정하진 못했지만 곧 생기겠죠?(ASKY) 빈 자리가 생기면 소리소문없이 무언가 채워지더라구요. 제가 홍차넷에 쓰는 글의 분위기도 새로운 화두처럼 바뀌지 않을까요?

하여튼!

홍차넷에 감사하며, 홍차넷 20년 후기글을 기대하며, 홍차넷 1년 후기를 올려봅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6-01 15:21)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1
  • 춫천
  • 20년 뒤에도 보십시다!!
  •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응원합니다!
  • 본인이 편안해져야 남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게시판에 등록된 곰돌이우유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08 일상/생각영업사원의 삶이란? 27 배워보자 19/05/26 9032 34
807 역사모택동 사진 하나 디벼봅시다 18 기아트윈스 19/05/24 9953 44
805 일상/생각홍차넷 1년 후기 10 곰돌이우유 19/05/20 7476 41
804 역사뮌헨에 들렀다가 다하우에 다녀온 이야기 4 droysen 19/05/18 6285 11
803 일상/생각끝나지 않은 투병기 25 Chere 19/05/16 7509 76
802 일상/생각30대 기획자. 직장인. 애 아빠의 현재 상황. 15 아재 19/05/12 7295 37
801 문학고속도로로서의 템즈강: 18세기 템즈강 상류지역의 운항과 수송에 관한 연구 34 기아트윈스 19/05/11 7797 16
800 일상/생각불안 애착 유형과 회피 애착 유형의 연애/이별기 4 자일리톨 19/05/01 17109 17
799 문학[단편] 어느 게임 마니아의 일상생활 18 트린 19/04/29 8516 14
798 문화/예술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고택의 현황과 활용상 문제 22 메존일각 19/04/24 7582 11
797 역사현대에도 신분제도는 남아있을까? 10 메존일각 19/04/21 6760 11
796 일상/생각축구지를 펴내기까지... 그 나름의 철학 ㅋ 18 커피최고 19/04/18 9314 26
795 의료/건강오늘 받은 정관수술 후기 21 미스터주 19/04/17 15296 37
794 의료/건강마약은 무엇을 가져가는가? 헤로인 17 월화수목김사왈아 19/04/15 10529 26
793 의료/건강마약은 무엇을 가져가는가? 코카인, 히로뽕 6 월화수목김사왈아 19/04/15 10286 18
792 문학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9 임아란 19/04/13 7642 12
791 일상/생각유폐 2 化神 19/04/10 6310 29
790 일상/생각봄의 기적, 우리 동네 6 매일이수수께끼상자 19/04/06 6173 26
789 과학화학 전공하면서 들은 위험했던 썰 몇가지 36 Velma Kelly 19/04/05 10456 18
788 정치/사회제1저자, 교신저자, 학회, 자리싸움, 그리고 관행 25 烏鳳 19/04/03 7638 23
787 의료/건강어떻게 의사는 사고하는가 - 2. 진단=사후확률Up & 진단의 두 축 3 세란마구리 19/04/03 7119 10
786 체육/스포츠안면밀폐형(방독면형)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기. 14 작고 둥근 좋은 날 19/03/27 8527 7
785 의료/건강AI와 영상의학의 미래는? 33 Zel 19/03/27 8743 28
784 일상/생각과거 카풀 드라이버 경험 11 행복한고독 19/03/24 7111 14
783 의료/건강어떻게 의사는 사고하는가 - 번외. ROC와 카파통계량 9 세란마구리 19/03/22 7651 11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