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5/04 12:01:55
Name   제로스
Subject   북유럽 신화 한토막 - 블랙기업 아스갈드 편
북유럽 신화를 보다보면 신들의 인성은 정말.. 현대 악덕기업의 그것을 방불케합니다.

신들이 성벽을 쌓으려는데 웬 남자가 와서 내가 3계절만에 성을 쌓겠다.
대가로는 미의 여신 프레이야와 해와 달을 달라고 하죠.
오딘은 프레이야를 시집보내는 건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며 의논할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프레이야는 당장 두들겨 내쫓자며 화를 내는데
로키는 야야 3계절만에 성을 어케 쌓냐. 우리 이렇게 하자며 조건을 겁니다.

'1)다른 사람 도움 못받음 2) 1계절만에 3)말한 것처럼 완벽하게 못지으면 그냥 꺼지기'

신들이 로키의 말을 따라 이렇게 제안하자 남자는 쿨하게 좋다 근데 다른 사람 도움은 못받아도
내가 타고온 '말'은 써도 되지? 라고 하자 오딘이 그렇게 하자고 합니다.

로키와 신들의 속셈은 이렇게 납기를 단축하고 과업무를 떠넘기면
남자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니까 실패할 것이고
그럼 우린 공짜로 일만 시키고 때려주고 내쫓자.
그러면 우린 저놈이 만들던 성의 기초가 있으니 거기다가 마무리 작업만
하면 공짜 노동력 착취...!  라는 악마적 발상..!

제애 뺨치는 정말정말 악질 갑질 블랙회사 마인드입니다.
야..로키 너어는 정말 나쁜 놈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남자는 미친듯한 솜씨로 성을 거의 완성해 나갑니다. 말도 완전 미친 말이라서 하루에 화강암 큰 덩이를 20개씩
가지고 와서 완성을 시키려고 해요. 프레이야는 저 놈한테 시집가야해서
분노하면서 약속한 날짜의 전날 말하죠.



내가 저놈한테 시집가기 전에, 일을 이렇게 만든 놈이 죽는건 보고 가야겠다. 나 시집가기 전에 로키 죽여줘. 콜?
하자 다른 신들은 자기들도 동의한건 슬쩍 잊어버리고 그래그래 로키가 이렇게 하자고 해서 그렇게 되었지! 라며 프레이야에게 동조합니다. 그러자 오딘은

야 니가 말해서 이렇게 되었으니 로키 너는 쟤가 완성시키면 내일 끔살당할거다. 라고 협박하죠.
로키가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 라고 하니 오딘은
아니 뭘 어케 하라는게 아니고 쟤가 완성하면 넌 죽을 거라고.

라고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를 시도합니다...!

야 내가 너한테 뭐 시켰어? 나 치사하게 내기 방해하고 그런 주신 아니야.
나는 그냥 내가 내기 지면 너 죽일거라고 ^.^ 난 절대 너한테 뭐 하라고 안했다..?

로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알겠다고 하고 사라지죠.




다음날 남자의 종마 앞에 엄청 예쁜 암말이 한마리 나타납니다.
그 암말의 교태와 숨막히는 밀당에 넘어간 남자의 종마는 주인의 부름도 잊고 암말을 쫓아가버리죠.
종마가 돌을 가져다 주지 않자 남자는 돌을 충분히 가져올 수 없어 성을 완성하기 직전에 실패하고 맙니다.

신들은 실패한 남자를 조롱하고, 남자는 분노하여 본색을 드러냅니다.
남자는 '산의 거인'이었던 거죠.

야 이 치사하고 드러운 새끼들아, 내 말을 꼬셔서 이걸 못하게 해?
내가 다 이긴걸 신이란 새끼들이 이렇게 치사하게..!!

산의 거인은 신들에게 달려들고, 트롤들과 싸우러 가서 자리에 없다가
이 과정을 몰랐던 토르가 마침 돌아와서 신들에게 달려드는 산의 거인을 묠니르로 때려죽입니다.

야 신들 너어희들은 진짜.. 기성고 대금 완전 무시라는
악질적 계약조건도 모자라 일부러 업무를 방해해서 완성을
못하게 하고 항의하는 노동자를 폭력으로 죽여버리다니...
너어어희는 저엉말 나쁜 놈들이다.

토르는 "뭔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갔다 왔더니 성도 쌓여져있고
내가 힘자랑할 일도 있으니 좋구만 하하하하" (이런 싸패같으니)




그러고나서 몇달이 지난 후..로키는 엄청나게 훌륭한 말 한마리를
데리고 와서 오딘에게 바칩니다. 그 말의 이름은 슬레이프니르.
발이 8개 달린 말이죠. 그런데 그 말은 로키를 [엄마]처럼 따랐답니다.

누군가 로키에게 슬레이프니르가 어디서 났는지를 물어보면,
로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질문한 자를 파멸시켰다고 하죠.

크으..목숨을 위해 고자가 된 사마천 선생처럼
목숨을 위해 블랙미러에 등장하는 영국총리의 고난을 짊어진
로키..그래도 적어도 이 이야기에서 로키만은 응보를 받았습니다...?




-----
처음엔 500자로 끊을 수 있을 줄 알고 탐라에 올렸었는데..
댓글 보충을 한번도 아닌 두번을 해야할 길이가 되어 그냥 티타임에 옮겨 써봅니다. ㅎㅎㅎ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5-14 11:2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0
  • 재미있게 읽었어용
  • 북유럽신들 너어희들은 정말 못됐다.. 그리스로마신화만큼 막장이네요!
  • 어릴적 읽었던 그리스로마신화 만화버전 보는기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67 기타[마르크스 사상사 시리즈] 1. 맑스?마르크스? 29 nickyo 16/09/21 8514 5
494 문학제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 합니다. 33 그리부예 17/08/16 8516 12
733 기타향수 초보를 위한 아주 간단한 접근 18 化神 18/11/22 8516 23
518 일상/생각평등 31 알료사 17/09/26 8519 27
836 역사고려청자의 위상은 어느 정도였을까? 17 메존일각 19/07/24 8519 31
786 체육/스포츠안면밀폐형(방독면형)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기. 14 작고 둥근 좋은 날 19/03/27 8525 7
189 역사일본 창작물 내에서의 임진왜란 16 눈시 16/04/22 8528 7
564 일상/생각이상하게도 슬리퍼를 살 수가 없다 21 소라게 17/12/21 8539 22
395 정치/사회화장실을 엿본 그는 왜 무죄판결을 받았나 13 烏鳳 17/03/24 8540 29
48 요리/음식콩국수, 서민음식과 양반음식의 하이브리드 33 마르코폴로 15/07/21 8541 0
242 기타홍차넷 자게 메타분석 45 기아트윈스 16/08/01 8548 16
844 꿀팁/강좌영어 공부도 하고, 고 퀄리티의 기사도 보고 싶으시다면... 9 Jerry 19/08/14 8551 23
924 정치/사회봉준호 감독 통역을 맡은 최성재(Sharon Choi)씨를 보면서 한 영어 '능통자'에 대한 생각 31 이그나티우스 20/02/19 8554 23
632 의료/건강26개월 남아 압빼수술(a.k.a 충수절제술, 맹장수술) 후기 30 SCV 18/05/14 8576 15
560 일상/생각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눈 9 다시갑시다 17/12/08 8579 20
320 일상/생각면접으로 학부신입생 뽑은 이야기 47 기아트윈스 16/12/10 8597 22
906 게임요즘 아이들과 하는 보드게임들 19 로냐프 20/01/04 8597 8
234 일상/생각백윤식을 용납하기 위해서 40 선비 16/07/23 8604 19
392 경제약간만 양심을 내려 놓으면 댓가는 달콤하다. 하지만... 51 tannenbaum 17/03/20 8609 15
888 일상/생각4C - 글을 쓸 때 이것만은 기억해 두자 21 호타루 19/11/15 8609 22
66 체육/스포츠[스탯] 세이브 조작단을 검거해보자 - WPA 8 kpark 15/08/31 8618 3
138 기타젠더와 명칭 39 눈부심 16/01/06 8622 4
74 꿀팁/강좌imgur로 게시판에 이미지 올리기 5 Toby 15/09/23 8626 5
240 문학히틀러 을 읽고 7 DrCuddy 16/07/28 8634 13
822 일상/생각큰 이모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14 Jace.WoM 19/06/23 8635 3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