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2/04/15 13:58:51
Name   집에 가는 제로스
Subject   왜 범행일이 아니라 판결일로 집행유예 처벌이 달라져요?
처음에 집행유예 법리 배울때 많이들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입니다. :)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5. 7. 29., 2016. 1. 6.>

제63조(집행유예의 실효)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법원은 집행유예 실효기간을 판단하는데
집유기간 중 '고의범죄가 행해진' 시기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범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시기를 기준으로 하여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이는 제63조의 해석에 있어
'유예기간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유예기간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과 같이 '유예기간중'의 수식범위를 '고의로 범한 죄'로 보느냐 저 뒤까지 가서 '판결이 확정된 때'
까지 보는 것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법문을 보면서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에는 후자라는 결론만 나오지만 이렇게 법률이 적용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1. 무죄추정의 원칙+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원칙

형사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이고, 형법의 해석이 애매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결국 후자의 해석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이기 때문에 후자로 해석해야하는 것입니다.

퀴즈! 만약 가석방된 범죄자가 가석방중에 범죄를 저지르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정답은 '받을 수 있다'입니다. 아니 심지어 가석방중에 범죄를 저질렀는데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다고요?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가
집행유예 결격사유입니다. 가석방은 집행을 종료한 것이 아니에요! 면제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집행유예 가능!

네 똑똑한 분은 여기서 이것도 떠오르셨을겁니다. 그럼 수감중에 교도소안에서 일으킨 범죄는..?
맞습니다 집행중 범죄도 집행유예가 가능합니다!  
그럼 사면받은 뒤 일으킨 범죄는? 네 면제되고 3년내면 집행유예받을 수 없습니다!

2. 법적안정성

만약, 위 집행유예 규정을 전자로 해석한다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자신의 집행유예가 언제 실효될지 알 수가 없고 언제든지 집행유예가 실효될 수 있게 되어
극히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무슨말인가 하면, 범죄가 들통나는 것은 공소시효만 지나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기소될 수 있습니다. 본문의 사례처럼 시기가 비슷한 경우는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만

예컨대 노숙자 갑이 무전취식 사기죄로 2011. 1. 1. 징역3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칩시다.
그런데 갑은 2011. 2. 1. 에도 마찬가지로 무전취식과 절도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훔친 은촛대를 선물했다는 신부님을 만나 개과천선하여 취직하고 살던중
9년이 지나 2020. 3. 자기의 전과와 2011. 2. 1. 범죄를 아는 을로부터 협박을 당했습니다.
갑은 을의 협박을 거부하고 2011. 2. 1. 범죄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겠다고 했는데...!

집행유예 규정을 전자로 해석하면, 2011. 2. 1. 의 범죄는 '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입니다.
따라서 전 집행유예 판결로부터 9년이 지났더라도 이전 집행유예는 실효되어야 한다는 결과가 되지요!
이는 지나치게 가혹한 결론이고, 집행유예 기간을 1~5년으로 제한하는 취지와 맞지 않는 결과입니다.

3. 제65조 등 관련규정들과의 체계적/통일적 해석

제65조(집행유예의 효과)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그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앞서 말한 사례에서, 전 사건의 형선고의 효력이 사라지는 시기는 2013. 1. 1.입니다.

결국 제63조의 '집행유예기간중'의 해석을 전자로 할 경우 제63조와 제65조는 상충되는 조항이 되어버립니다.
제63조에서 제65조를 훨씬 넘어서는 기간중에도 집행유예를 실효시키도록 규정하는 셈이니까요.
그럼 결국 이미 형선고의 효력이 사라진 집행유예를 실효시키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 모순을 발생시키지 않는, 제63조의 '집행유예기간중' 해석을 판결확정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후자의 해석이
체계적으로 합당한 해석이 되지요.

* 위 조항의 해석은 지금 말씀드린것이 판례와 다수설의 태도이지만
반대의견의 소수설도 일리가 있습니다.
--
입법론적으로는,

제63조(집행유예의 실효)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
제63조(집행유예의 실효)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or [선고이후]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유예기간 중]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와 같은 식으로 개정하여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2-04-26 10:4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6
  •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 주석서보다 알찬 설명!
  •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었는데 상세한 예시까지 들어서 설명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전문가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913 32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675 31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945 20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1780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952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4 심해냉장고 24/10/20 1583 40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1886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967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245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093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439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070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004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620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459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1930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707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602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2813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882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095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1946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104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669 29
139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4 danielbard 24/05/13 2070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