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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2/28 19:41:14
Name   새벽3시
Subject   #metoo 2017년 11월 30일의 일기
*
오늘, 어떤 남자가 나에게 관심을 표했다. 아니, 정확하지 않다. 관심 일수도 있고, 주정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불쾌한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랬다. 전화번호를 묻기에 거절했더니 계속 이유를 묻기에 나는 낯선 사람의 전화는 받지 않는다, 고 말했지만 계속해서 전화번호를 물었고, 어느 순간 말을 놓더니(오늘 처음 만난 데다가 몇 마디의 대화로 내가 나이가 그쪽 보다 많다는 것을 들었음에도 - 나이는 둘째 치더라도 어쨌든 그와 나는 모르는 사이였다.) 옆에 앉아 자꾸만 야 너는 어쩌고 하며 바짝 붙어앉았다. 주정이겠거니 하며 어쨌든 불쾌하여 일어설 때 즈음에는 챙겨준답시고(이것도 의도를 모르니 정확지 않다.) 갑자기 뒤에서 내 옷의 모자를 당겨 씌우고 (아마도) 데려다주려고 했다.

내 어깨를 감싸 안아 꼼짝할 수 없게 붙들고 일행과 반대쪽으로 걸었다. 됐다고 말했지만 야 너 지금 아니면 붙들려서 못 가, 내가 알아서 할게, 따라와, 등의 말을 하면서. 내 동의는 당연히 안중에도 없고 그의 완력에 완전히 움직일 수 없음을 깨닫고서야 어떻게든 웃으며 마무리하고 싶었던 나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

결국 야 너 꺼져 몇 살이야 필요 없어 하며 소리를 쳤다. 사실 말 자체는 내가 더 험하게 했을지도. 그러나 그 험한 말과 별개로 내 완력이 대단해봐야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고 큰소리가 나자 알아채고 다가온 다른 사람에 의해서야 겨우 자리는 무마가 되었다. 그 일이 있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여러 가지 기분이 들더라.

첫 번째로는 불안과 불쾌가 섞인 두려움.
결국 내 힘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일이었다,는 분명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있는 길이었고 (심지어 가까이에 같이 모임을 한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남들이 언뜻 보기엔 그저 툭탁대는 남녀 정도로 보일 수 있었을 거다. 내가 소리쳐 도움을 구하지 않는 한 나의 완력이나 의지로 그 손을 뿌리치는 건 불가능했다. 실제로 화를 내면서 어깨를 잡은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으니까. 거기서 오는 무력함과 당혹감.

두 번째는 슬펐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런 행동조차 받아들였을 테니까. 자존감이라곤 없이 이런 말과 행동조차 관심인 줄로만 알고 어디든 따라갔을 테지. 그랬을 거라는 생각에 슬퍼졌다. 스스로의 장애와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장해서 꽤 오랫동안 그 그늘 아래 있었던 나. 괴물은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아,라는 말에 갇혀 살았다.

—————

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났다. 더 적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날 기어코 내 번호를 알아갔던 그 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카톡을 보내왔다.

“잘 들어갔어요?”

나는 그를 차단했고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읽었을 때 이 글은 남자보다는 나의 탓을 하고 있는 스스로가 더 강하게 드러나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좀 더 강하게 거절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장애인으로 살아와 남들의 미의식에 미치지 못하는 외모를 가진 스스로에 대한 연민의 범벅이기도 했다. 그래서 잊은 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 얘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되지 않았어도 준비되지 않았어도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날의 경험을 주변에 이야기했을 때 반응은 대충 3가지 정도였다.

[오-연하가 번호 따갈 정도야? 3시 안 죽었네? 인기 있네.]

[뭐야, 정말 미친놈 아니야? 괜찮아? 무서웠겠다.]

그리고 이후의 공통 반응은

[그렇게 기분이 나빴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나는 그렇게 말했다. 즐거운 자리였고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고. 그 남자가 권력자도 아니고 내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강자도 아닌데 왜 말을 못했느냐고 하면 그랬다. 나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고 이런 일로 주목받고 싶지 않았다. 나보다 어린 남자,에게 뭔가 착취당하거나 무시당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성인 여성이고 나의 삶을 책임질 수 있으며 내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는 거니까. 내가 강자이기를 바랐다. 약자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웃어넘길 수 있는 척했고 그것에 실패하고서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고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난 거절 의사를 거듭해서 밝혔다. 싫다고. 원하지 않는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그러나 상대가 마치 여자들이 으레 이렇게 튕긴다는 듯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 내가 좀 더 강하게 말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이 일을 지나 보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화를 내고 소리를 내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지도. 그러나 나는 잘못이 없다. 순결한 피해자는 절대로 못되겠지만 그렇지만 적어도 저 날 저 순간 나의 잘못은 없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3-12 08:13)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54
  • 힘의 차이를 느끼는 순간 절망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피해자는 스스로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수십 가지 이유가 필요한데, 가해자는 가만히 있어도 수십 가지 사유를 만들어주죠. 힘내세요.
  • 싫다면 싫은줄 알아라.. 좀.. 제발..


사나남편
선생님이 당하신건 추행인데요...
레이디얼그레이
제가 다 화가 나네요. 맞아요. 부끄러워 할 놈은 따로 있죠.
새벽3시
막상 저는 화가 나기보다는 씁쓸했어요. 이게 너무 사소한 일로 느껴졌거든요. 이런 일이 너무나 빈번해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는 게 참..그래요. 더 이상 이런 상황들이 그럴 수도 있는, 익숙한, 종종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5
사이버 포뮬러
싫다고 하면 그게 진짜 싫어서 하는 말인데 꼭 튕긴다고 좋으면서 괜히 하는 말이라고 멋대로 생각하는 사람들 .. 그래서 화 내면 오바한다고 나를 예민병 환자 취급. 기분 나쁘니까 제발 싫다면 좀 하지 말아요..
새벽3시
얼마나 더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죠. 어디까지 설명해줘야 하는 건지..한번 아니라고 하면 아닌건데 말이죠.
저도 비슷한 상황에서 더 강경히 나가기 보다는 당시 같이 있는 사람들과 가해자의 기분과 모임의 분위기를 더 걱정하게 되고 또 ‘최선의 방법’ 이라고 여겨지는 게 “좋게좋게 아무튼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 인 걸 생각하면 슬퍼요... :/
그래서 어느 방식으로든 제가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느껴지는 사람과의 접촉을 하지 않거나 피치 못하면 최소화하는 정도로 피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게 또 정답은 아닌 것 같고요 ㅡㅡ.. (한숨)
사이버 포뮬러
솔직히 이게 애매한 문제예요. 저도 저 상황이 있었는데 질색하면 (제가 무섭게 생기기도 해서 더 효과가 있는지도)
나오는 말들이

딱히 이상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유난이냐? 어깨 좀 만진거 가지고.
(내 어깨는 버스 손잡이가 아니예요)
사람들 많은데서 설마 뭔 짓 할라고
니가 맘에 들어서 그랬나보네

이게 제일 많았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 나중에 시간 지나면 뒤에서 걔 땜에 갑분싸였음. 핵 예민~ 이라고 까이고 있더라는..
9
소라게
동의해요. 왜 피해를 당한 건 나고 불쾌한 것도 난데 사람들은 나보다 가해를 가한 그 사람들의 민망함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말하면 불편해지고. 왜 그렇게 예민하냐고 하고. 이렇게 불편해서야 너랑 일 하겠냐고 하고.

자신들의 편안함이 누군가의 불편함에서 나오는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 참 많아요.
저는 다른 무슨 말보다 왜 싫다고 하지 않았는지 왜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지 하는 말들이 참 폭력적인 것 같아요.

나 하나만 입 다물어주길 바라는 시선들을 정말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데 말이죠.
7
새벽3시
좋게좋게를 왜 내가 걱정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도 걱정하는 게 문제지만...그리고 그나마 저야 이해 관계 같은 게 섞이지 않은 개인적인 모임의 경우였으니 거절하고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것쯤이야 앞으로 할 수 있겠지만 직장문제라거나 다른상황일때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가 되어버려요.
알료사
이건 주변에 있는 남자 아무나 딱 한마디만 해주면 끝나는건데 왜 그걸 못해주는지 몰겠음..

야, 야! 좀 추근대지좀 마! 존나 보기싫어

내지는.. 나보다 좀 윗사람이다 싶으면, 저기요, 친하게 지내는건 좋은데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하지 맙시다? 정도..

웬만한 또라이 아니면 거기서 멈추고 웬만하지 않거나 이렇게까지 말해도 장난인 줄 아는 넌씨눈은 조직적 왕따 시켜야죠..

그래도 말귀 못알아듣는 진상은 직장인경우는 뭐든 그사람 피곤해지게 하거나 개쪽 줄 방법이 하나 이상쯤은 있습니다.

이걸 피해자가... 더 보기
이건 주변에 있는 남자 아무나 딱 한마디만 해주면 끝나는건데 왜 그걸 못해주는지 몰겠음..

야, 야! 좀 추근대지좀 마! 존나 보기싫어

내지는.. 나보다 좀 윗사람이다 싶으면, 저기요, 친하게 지내는건 좋은데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하지 맙시다? 정도..

웬만한 또라이 아니면 거기서 멈추고 웬만하지 않거나 이렇게까지 말해도 장난인 줄 아는 넌씨눈은 조직적 왕따 시켜야죠..

그래도 말귀 못알아듣는 진상은 직장인경우는 뭐든 그사람 피곤해지게 하거나 개쪽 줄 방법이 하나 이상쯤은 있습니다.

이걸 피해자가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도록 어려운 일이지만 주위에서 보고 있는 남자가 해주는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왜 가만히 있는지..

피해자가 나서기 힘든 이유가 말씀하신 <모임의 분위기>때문인데, 반대로 바로 그 <모임의 분위기>때문에 남자 누가 한명 깃발만 흔들어주면 순식간에 상황반전되는데..

솔까 지금 문화계에서 까발려지고 있는 가해자들 그사람들만 잘못한게 아니고 주변에서 방조했던 사람다 다 공범이라 해도 과언 아니죠.
1
새벽3시
주변에서 다른 남성이 저지하는 것,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죠. 당연히 잘못 됐다고 생각하고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지 않는 사회요. 그러나 어쨌든 공감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내어준다면 성별과 관계 없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는 할 거예요.
4
"그렇게 기분이 나빴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라고 말하는 지인들이 3시님이 잘못이 있다고 하는 건 아닐 거에요. 저도 어렸을 때 추행을 당한 적이 몇번 있는데,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에게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라고 말해줄 거에요. 물론 그때는 어렸고, 제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그렇게 말해도 똑같이 당했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그런 단호한 의사표시가 제가 받을 피해의 가능성을 낮춰 주었을 테니까요.
전 단호하게 말했어요. 분명히 그렇게 했죠. 그걸 가볍게 생각한 것은 가해 주체와 그 상황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다른 사람들 뿐이었어요.

물론 제 지인들이 너의 탓이다, 라는 의미로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어요. 그러나 제게 한 말이 위로의 말이었다고 해도 이제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느껴져요. 선비님의 말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회의감이 들어요. 과연 피해자에게 말을 하지 그랬어, 라고 차후에 말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
그렇군요. 다른 사람들에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음에도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분명히 사려깊지 못한 이야기네요.
저는 그 부분이 잘 전달이 안 됐나보다 생각했거든요.
새벽3시
확실한 의사표현은 예방을 할 수 있을 때 밖에는 못 쓰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그렇게 말해봐야 책임을 전가한다는 기분이나 이해 받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식의 느낌만 받게 하니까요.

요즘 세상에도 여자의 no는 no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놀랍죠?!
하긴 이미 발생한 일에 왈가왈부해봐야 당사자 입장에선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겠네요. 조언이랍시고 괜히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새벽3시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어요. 그래서 제 새해 다짐은 늘 올해는 말을 줄이자 입니다. 허허.
저처럼 히키 생활을 하시면...
1
마르코폴로
'잘 들어갔어요?' 는 스릴러물의 한 장면 같네요. 넘나 소름.
새벽3시
아예 인지조차 하지 않고 있었겠죠.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로 시작하지 않았으니까요. 아니면 사과하면 인정하게 되니까 그냥 뭉개고 넘어가려고 한 것일수도 있고요. 저도 카톡을 읽고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너무 평범하게 인사를 건네서요. 연락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마르코폴로
어느 쪽이든 답이 없는 사람이네요. 언젠간 한번 제대로 사고칠 것 같아요.
사과부터 하지 않았단 점에서 좀처럼 못 고칠 위인 같습니다. 잘 하셨어요. 따귀를 올려붙였어도 될 일이지만 어떻게 하셨든 그 상황에서 하실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타인이 제멋대로 신체를 만지고, 어찌하기 어려운 상태를 강제하여 끌고 간다는 건 불쾌하고 난처한 일이죠. 같은 일이 다신 없기를, 아니 그냥 이런 일들은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2
얼그레이
힘내시길바랍니다
ㅜㅜ
새벽3시
저는 물론이고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힘내야하는 문제 같아요. 적극적으로 힘내고 의식해서 고쳐나가야 하는. 일단 저부터 힘도 내고 공부도 하려고 해요.
다시갑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회가 저러한 행동을 먼저 불편해하지 않는다는것에 있는것 같아요.
일기에도 쓰셧듯이 저런걸 그저 일차적으로 '그저 남녀가 투탁대는' 정도의 행위로 생각하기에 저런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더 많은거죠.

'즐거운 자리에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자주 듣는 이야기에요.
하지만 전 새벽3시님이든 누구든 저런 행위에 강하게 반발함으로서 즐거운 자리가 망쳐진다면 그 자리는 뭔가 문제가있는거라 생각해요.
그 자리는 그러기 전에 이미 즐거움이 사라진 자리였어야해요.
이미 누군가의 자유를 ... 더 보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회가 저러한 행동을 먼저 불편해하지 않는다는것에 있는것 같아요.
일기에도 쓰셧듯이 저런걸 그저 일차적으로 '그저 남녀가 투탁대는' 정도의 행위로 생각하기에 저런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더 많은거죠.

'즐거운 자리에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자주 듣는 이야기에요.
하지만 전 새벽3시님이든 누구든 저런 행위에 강하게 반발함으로서 즐거운 자리가 망쳐진다면 그 자리는 뭔가 문제가있는거라 생각해요.
그 자리는 그러기 전에 이미 즐거움이 사라진 자리였어야해요.
이미 누군가의 자유를 억제하는 행위가 일어난 그순간부터 우리의 그 자리가 불편해지고 즐겁지 않아지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새벽3시님이 부끄러워하실일이 아니에요.
소를 다 잃고서야 외양간을 고쳐야하나 생각만하는 문화를 소극적으로 방관해온 우리가 부끄러워할일이죠.
그렇기 위해서는 말씀대로 우리모두가 노력해야하는 사회입니다.

저부터 더 불편하고 더 무섭더라도, 용기내어 서로를 위해 한발 더 내딛고, 손을 내밀어줄수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죠.
정말 사적인 이야기와 감정 나누고 모두와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
새벽3시
저조차도 순간적으로는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표현한다, 까지는 불쾌하지 않았거든요. 물론 정도가 넘어선 순간부터는 직접적으로 말을 하기도 하고 신체적으로도 피했지만 제 자책감이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 같아요. 내가 처음부터 화내지 않았다, 싫어하지 않았다.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게 행동했다. 라는 식의.

그러니까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말하기가 어려운 거죠. 자기검열을 거칠수록 이 일에 대해서 말하면 내가 더 피해를 받을 것 같고 나는 과연 깨끗한 사람인가 의문을 가지게 되니까요.

물론 좀 더 생각을 정리한 이후에... 더 보기
저조차도 순간적으로는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표현한다, 까지는 불쾌하지 않았거든요. 물론 정도가 넘어선 순간부터는 직접적으로 말을 하기도 하고 신체적으로도 피했지만 제 자책감이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 같아요. 내가 처음부터 화내지 않았다, 싫어하지 않았다.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게 행동했다. 라는 식의.

그러니까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말하기가 어려운 거죠. 자기검열을 거칠수록 이 일에 대해서 말하면 내가 더 피해를 받을 것 같고 나는 과연 깨끗한 사람인가 의문을 가지게 되니까요.

물론 좀 더 생각을 정리한 이후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목소리를 높여 말 할 수 있었으나 그럼에도 없었던 일로 치부하거나 그저 그럴 법한 또 한 번의 일로 넘기려고 한 가장 큰 이유는 저 스스로의 인식이 가해자나 혹은 방관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 있었던 것 같아요. 저부터가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보고 행동해야된다는 다짐???을 이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면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맞아요. 제가 잘못된 걸 지적했다고 해서 분위기가 망쳐질 모임이라면 모임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거겠죠. 이제는 좋게 좋게 - 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지는 않으려고요.

두서없는 긴 글을 읽고 그럴 수도 있는 일, 로 넘어가지 않아 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다시갑시다
이 댓글의 초반부에 말하신게 많이 간과되는 부분인것 같아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어요.
이런일에 휘말렸을때 당사자 입장에서 그 순간에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한동안 상황판단과 생각정리가 빠르게 명확하게 되지 않는다고 알고있어요.

실제로 범죄상황이 깔끔하게 선과악으로 이분적이라기보다는,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시작되는게 흔하고, 심지어 끝마무리까지도 좀 깔끔하게 한쪽으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아요.
아니면 나중에 보면 상황이 꽤나 명확하다해도, 충격을 받았을경우 "지금 내가 진짜 이런 상황인거야?"하는 부정단계에서 빠... 더 보기
이 댓글의 초반부에 말하신게 많이 간과되는 부분인것 같아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어요.
이런일에 휘말렸을때 당사자 입장에서 그 순간에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한동안 상황판단과 생각정리가 빠르게 명확하게 되지 않는다고 알고있어요.

실제로 범죄상황이 깔끔하게 선과악으로 이분적이라기보다는,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시작되는게 흔하고, 심지어 끝마무리까지도 좀 깔끔하게 한쪽으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아요.
아니면 나중에 보면 상황이 꽤나 명확하다해도, 충격을 받았을경우 "지금 내가 진짜 이런 상황인거야?"하는 부정단계에서 빠져나가는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기도하고요.
우리가 상상하는 드라마틱하고 즉각적인 상황판단과 적절한 반응을 할수있는게 오히려 예외적이라는거죠.

그래서 "그때 더 잘했어야지"는 물론이고 스스로도 "그때 내가 다르게 했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경각심을 갖게되었어요.
너무 결과론적인 생각으로 보게되었거든요.
그 순간에도 그 이후 지금도 새벽3시님은 주어진 상황과 자원하에서 최선을 다해서 잘하시고 계신거라 믿어요.
3
삼십네짤
수레기....
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욕을 한다바리 해주고싶네요...
새벽3시
욕은 뭐 저도 어깨를 감싸고 끌려간다 싶을 때 삼십년 넘게 쌓아온 공력을 발휘해서 쏟아부어주었어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잘못됐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적합하지 않는 행동은 아예 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죠. 완벽하게 변화할 수는 없다고 해도 잘못에 대해 인지하고 고쳐나가려는 것과 모른 척 하는 건 다를테니까요.
기분이 나쁘면 말을 하라. 이게 성 문제에서 자주 지적되는 말이지만 근본적으로도 참 문제가 있는 소리죠. 말을 못 꺼내는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로 사태를 축소시키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나 누군가가 25년 동안이나 삭이고 있던 이유가 단지 의지박약이기 때문일리가 없잖아요.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막으니까, 설사 꺼내더라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니까요.
참 막막한 일이죠. 잘못한 사람은 한 사람인데 상처를 키우는 건 관련 없는 사람들이니. 개인이 의연해지고 개인이 반성하기를 바라야 한다는 것도요. 추천을 올리는 것조차도 저 자신의 위선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누를 수가 없네요. 미투운동에 여러 의의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주었으면 합니다.
3
새벽3시
마지막 문장에 동의해요. 저 스스로도 가장 의의를 둔 점이 돌아보는 계기를 갖자는 거였어요. 과연 저라고 저런 담론에서 항상 옳은 말만하고 올바른 생각만 가졌을리 없지요. 돌아보고 모르는 게 있다면 알아내고 고쳐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도 자체에 의미가 전혀 없진 않겠죠.
역주행 차량 때문에 교통사고 났다고? 근데 역주행하는 차를 왜 못 피해? 네 운전미숙도 한 몫한 거 아니야? 나 같으면 이러이렇게 해서 잘 피했을 텐데 그걸 왜 못 피했을까? 답답하네.. 혹시 과속했던 건 아니지?
새벽3시
컄 마.....아이구 이렇게 해놓으니 읽기만 해도 속이 콱 막힙ㅇ_ㅇ
Danial Plainview
욕보셨네요. 그 놈이 단순히 미친놈이라고 볼 수 있지만,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환경 자체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구요.

제 개인적인 조언은 그 자리에서 분위기가 상상할 수 있는 만큼 최저점으로 떨어지도록, 야!!! 이 손 안놔!!! 라고 남자를 개망신을 주는 것입니다. 적당적당히 해결하려 할수록 더 안 좋아져요.

정말 욕보셨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힘내라는 말씀드 드리고 싶네요. 화이팅입니다.
새벽3시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야 전보다 민첩하게 개망신똥망신 시켜줄 수있겠지만 그냥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서로 존중하는 사회로 갔으면.

#withyou

슬펐다...이후 내용에 대해서는 축하와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전보다 강해지신 거 아닙니까. 우리 스스로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단단해집시다. :)
4
새벽님이 잘못하신건 없지만.. 집안에 물건을 터는 도둑이 나쁜넘이지만 막기 위해선 개인이 문단속을 해야 하는 슬픈 일처럼..
이상하고 나쁜넘이 그런일을 저질렀을때.. 는 피해자가 그래도 분위기를 깨던 말던 말을 해야 확실하게 막아지는것 같아요..

사실 그런 사람이 없는게 우선이지만.. 불행이도 현실에는 많이 있으니깐
어쩔수 없이 .. 또는 모르고 만나게 됫다면 주변 사람들 신경 끄고 강하게 표현을 해야 하는게 현재까지 한국의 현실이 아닐까..
Erzenico
마음이 무거워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읽고도 아무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글도 이미 하루가 지났지만 뭐라도 위로를 드리고 싶군요.

사회적인 해결책은 저런 행동에 대해 일말의 여지도 없이, 세대와 성별 등등 무엇도 관계없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더라도 경멸하고 배척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실수다' '남자가 그럴 수 있지' '여지를 줘서 그런거다' 따위의 말이 나올 수 없게 말이에요.
마음에 드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예의는 차려야 하는게 아닐까...
1
세인트
"그렇게 기분이 나빴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에서 트라우마가 생각나서 참...
#withyou
1
덕후나이트
싫다면 싫다는건데...왜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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