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6/10 23:02:10
Name   tannenbaum
Subject   아재의 신비한 디시갤러리 탐험기.
저는 디시를 안합니다. 극 초창기에 좀 다니다 갑자기 욕설천국이 된 이후로 발을 끊었죠. 이후 디시는 아시다시피 일베의 아버지가 되어버렸고.... 후 새드... 물론 갤러리마다 천차만별이라 밝은 분위기도 있다는 건 알지만 대부분 어그로들 천국에 반말에 욕설이 기본이라 저랑은 안 맞더라구요.

뭐 여튼간에 오늘 우연히 링크타고 모 연예인 마이너 갤러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분명 한글로 써있는데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먹겠드만요. 이게 한국말 맞나 싶을 정도로요. 한참을 뚤레 뚤레 돌아다니다 보니 대충 통빡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머글픽]빠지고 [차애픽] [정병존픽]으로 [갤주]는 위기야 ###



????????

제가 딱 이 기분이었습니다.

한참을 갤러리를 뒤적거리다 보니 무슨 뜻인지 알겠더군요.

[머글픽] = 팬이 아닌 일반인들의 투표
[차애팩] =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은 안정권이니 다른 호감가는 연습생에게 투표
[정병존픽] = (이건 아직도 무슨 소린지 정확히 모르겠음) 대충 느낌상 딱히 꽂히지는 않지만 떨어지기엔 실력이 아까워서 투표 정도로 이해
[갤주] = (처음엔 갤러리 대표나 팬클럽 회장인 줄 알았으나...) 응원하는 연예인(혹은 대상)



### 일반시청자 표 빠지고 1등이라고 안심해서 다른 호감가는 연습생이나 실력이 아까운 연습생들 뽑으면 우리 000은 1위 자리 지키기 어려워###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거의 20년 전이었네요. 국기봉과 기욤패트리 왕중왕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저 벌레 기어다니는 거 보는게 그렇게 재미있냐?'
'아버지, 저게요 종족을 선택해서 자원을 채취하고 그 자원으로 병력을 뽑아 서로 가상전투를 하는거에요. 음.... 삼국지처럼 컴퓨터로 전쟁을 해보는거죠'
'저 째깐해가꼬 뽈뽈거리고 돌아댕기는 거는 머대?'
'아. 저건 저글링이라는 건데요 저 괴물종족의 기본 유닛.. 그니깐... 사람으로 치면 보병쯤 되요'
'그라믄 나중에 가면 저거 공 돌리냐?'




'아부지..... 크크크크크크.'
'저글링은 저글링인데요 그 저글링 하고는 이름만 같고요. 쟤는 발톱으로 막 찔러요'
'아이고 되얐다. 나는 들어가 잘란다.'
'아따 아부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거 같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스타크래프트가 무언지 아버지께서도 궁금하셨던것 이겠지요. 저 벌레 기어다니는 것들이 뭐길래 이렇게 좋아하고 즐거워하나 알고 싶으셨겠지요. 그날 아버지는 저 벌레는 뭐냐? 저 비행기는 뭐냐? 저거는 꽃게냐? 저 굼벵이는 뭐냐.... 참 이것저것 귀찮을 정도로 이것저것 물으셨습니다. 분명 이해는 안되셨을거에요. 그럼에도 아들하고 무언가 공감대 하나 만들고 싶으셨던 건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리면서 한참을 같이 경기를 보았습니다..... 만.. 아버지에겐 스타크래프트 방송은 여전히 이해 안되고 재미도 없는 벌레들 기어다는 거였을 겁니다. 그래도 그 뒤로 제가 스타를 보고 있으면 슬적 옆에 오셔서 한번 씩 그러셨습니다.

'저거 저번에 침 쏘던 놈이구만'


그런거 같습니다. 상대를 이해하는 첫단추는 상대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것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그 사람의 생각과 주장을 이해하는거겠지요. 좁게는 부모와 자식부터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나이든이, 이성애자와 성소수자, 인간과 엔지니어(아 이건 아니군요).... 잘 모르거나 이해가 안되면 먼저 물어보는걸 어색해하지 않고 이러쿵저러쿵 쉽고 친절하게 서로 설명해주다보면 살아가면서 투닥거리는 게 조금은 줄어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제는 가끔 디시탐험을 해보려구요. 야갤 빼고....
제 멘탈이 그정도로 강하지는 않아서용. 냐하~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6-19 09:07)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7
  • ㅋㅋㅋ공감가서 추천합니다
  • 세대극복의 현장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47 IT/컴퓨터탭 내빙(Tabnabbing) 보안 공격 10 Toby 17/06/07 8893 12
448 일상/생각우연한 합석 8 Liebe 17/06/10 6304 17
449 일상/생각아재의 신비한 디시갤러리 탐험기. 14 tannenbaum 17/06/10 7106 7
450 역사6세기, 나제동맹의 끝, 초강대국의 재림 36 눈시 17/06/11 5883 13
451 정치/사회작은 푸념 25 열대어 17/06/12 6358 15
452 일상/생각숙제 무용론 국딩의 최후 11 Homo_Skeptic 17/06/14 6194 7
453 정치/사회대학원 교육과 학습에 관한 연구 리뷰 22 호라타래 17/06/15 6439 10
454 역사삼국통일전쟁 - 1. 일백일십삼만 대군 15 눈시 17/06/18 5221 19
455 일상/생각여사님을 소개합니다 (스압, 일기장류 징징글. 영양가X 뒤로가기 추천) 31 알료사 17/06/19 6699 20
456 일상/생각내가 만난 스승들 #1 - 1994년의 예언가. 22 SCV 17/06/20 5810 18
457 일상/생각간만에 끓여 본 미역국이 대실패로 끝난 이야기. 15 빠독이 17/06/22 5357 19
460 역사삼국통일전쟁 - 2. 살수대첩 22 눈시 17/06/26 4900 14
458 일상/생각냥님 입양기 – 나는 어떻게 그를 만나게 되었는가 22 *alchemist* 17/06/27 6383 9
461 역사삼국통일전쟁 - 3. 여수전쟁의 끝, 새로운 시작 11 눈시 17/06/28 4591 7
459 일상/생각급식소 파업과 도시락 3 여름 소나기 후 17/06/30 4933 5
462 역사삼국통일전쟁 - 4. 642년, 두 거인의 만남 4 눈시 17/07/01 5289 11
463 일상/생각'인생을 게임하듯이 사는 법' 그리고 어른 6 삼성갤육 17/07/02 6017 11
464 일상/생각내가 만난 스승들 #3 - 너 내 반장이 돼라 13 SCV 17/07/03 6125 7
465 정치/사회홍차넷 20000플 업적달성 전기 89 파란아게하 17/07/04 7974 36
466 의료/건강나의 갑상선암 투병기2 - 부제: 끝 없는 기다림, 그리고 포폴짱은 넘모 대단해. 25 고라파덕 17/07/05 5997 15
467 역사삼국통일전쟁 - 5. 황제는 요하를 건너고 7 눈시 17/07/06 5409 8
468 역사중국 상고음(上古音)으로 본 '한(韓)'의 유래 38 기아트윈스 17/07/07 6407 19
469 역사삼국통일전쟁 - 6. 안시성에서 멈추다 7 눈시 17/07/09 5172 8
470 과학뫼비우스의 띠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20 유리소년 17/07/11 6840 14
471 역사 영화 "덩케르크" 의 배경이 되는 1940년 독일-프랑스전투 2 모모스 17/07/14 8086 8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