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5/03 19:54:30
Name   tannenbaum
Subject   나도 친구들이 있다.
칵 디져블제 머달라고 찾아 왔냐? 그래가꼬 낮짝들고 오고 싶디? 손목아지 짜매논거 시방 다 아물었으면 넌 내 손에 디졌어 새끼야. 다행인 줄 알아 0000아.

아이 그만 좀 해야. 시방 지 속이 속이것냐.

A는 T를 보자 끌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연신 T에게 악다구니를 쓴다. 얼굴까지 벌개지며 식당이 들썩일만큼.... C가 A를 말리며 묻는다.

그래.. 다해서 얼마인데?

1억.. 2천....

A는 T의 대답을 듣자 겨우 억누르던 감정이 폭발했다. T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금방이라도 패 죽일 기세다.

머시야.. 1억 2천아... 아이 시방 너 그거 빚졌다고 디진다고 그 지랄을 했었냐? 야 이 병신새끼야. 사지 멀쩡한 놈이 노가다를 해도 4년.. 길어도 5년이면 다 갚아야. 에라 느자구 없는 머저리 새끼... 그래 차라리 디져라 디져. 꼴랑 그거 가지고 죽을라면 뭐한다고 밥 처먹고 사냐? 굶어 디져.

아따 니도 엥간히 좀 해야. 지도 살라고 안 찾아왔냐. 힘들게 찾아온 놈한테 그라고 지랄을 해야 속이 시원하냐? 그만 좀 해야.

C가 A를 뜯어 말리며 자리에 앉혔다. T는 피식 웃음이 났다. 불같이 성질내는 A, 샌님처럼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B, 늘 싸움 말리던 C, 늘 어른스럽게 허허 웃고 있는 D.....

[내 친구들 맞네...]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뭐라 한참 대화를 나누더니 이렇게라도 모인게 어디냐 술이나 푸자 말했다. 그래도 아직 꼬맨데 붙지도 않았는데 T는 술 주지 말라는
D의 말에 A 코웃음을 친다.

아이고 디지고 싶단디 술줘브러. 약먹고 디지나 물에 빠져 디지나 술쳐먹다 디지나 똑같은께. 그래도 술처먹고 헤롱거리다 디지는 게 젤로 낫것구만...

다섯은 그말에 웃음을 터뜨렸고 방금전까지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웃고 떠들며 술병을 기울였다. 여느때마냥... 인간백정 서정환 감독을 조져야 타이거즈가 살아난다며 야구이야기, A가 술먹고 시비붙어 유치장 갖혔던일, 어른스럽던 D가 고3때 야자하다 도망가 학교 앞 분식집에서 라면먹다 걸려서 디지게 맞았던 일, 학력고사 날 다들 술마시는데 T만 우유 마셨던 일, 상병때 여친이랑 헤어졌다고 울며불며 난리치던 B가 그날 저녁 여자후배랑 사고친 일....

아무일도 없다는 듯 평소처럼 웃고 떠들었다.

A네 집에서 쉬며 지내던 중이었다. 친구들은 다시 모였고 각자 능력것 마련한 돈을 T에게 내밀었다. 거의 대부분 금액을 카센터 하는 C가 만들기는 했지만..... 적금을 깬 B, 현금서비스 받은 D, 대출을 받은 A...... T가 받은 건 친구들의 피값이었다. T는 그 돈으로 빚을 정리했고 신불에서 벗어났다.

여름이 끝나갈 즈음 T의 손목의 상처도 거의 아물어갔다. 그리고 여기저기 말을 넣은 곳 중 몇몇 선배가 어디어디에 경력직 구인이 있다고 알려왔다. T는 지원서를 되는대로 집어 넣기 시작했다. 얼마 뒤 그 중 한곳에 최종면접 합격한 뒤 서울로 떠나기 위해 A 집에서 나오던 날이었다. 터미널까지 태워다 준 A가 T에게 말했다.

밥 굶지 말고 댕겨야. 회사들 다니던 비럭질을 하던 어쩌든간에 사람이 힘이 있어야제. 접때 니 술쳐먹고 뻗은 날 들고 오는데 우리집 개새끼보다 가볍드라. 40킬로도 안나가것드만.... 사람이 밥을 먹어야제 뭐든 할 것 아니냐?. 그라고 니는 인자 디지고 싶어도 니 맘대로 못 디지니께 더 밥 챙겨묵고 댕겨. 내 돈 값기 전까지는 니는 못 디져. 알것냐! [긍께 밥 처먹고 댕겨.] 나 간다이


결혼식 축의금 13000원을 보고 급 제 친구들 자랑이 하고 싶어서용. 약간의 MSG가 첨가되기는 했지만 뼈대는 제 친구들 이야기입니당.

냐하~~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5-15 07:56)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
  • 멋진 친구들을 두셨네욧!!
  •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남도 사투리 대화는 무조건 추천. 늘 잘 보고 있습니다
  • 햐............진짜 좋은 친구들 두셨슴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21 정치/사회무지개 깃발. 61 tannenbaum 17/04/28 7140 22
422 과학[사진]광학렌즈의 제조와 비구면렌즈(부제 : 렌즈는 왜 비싼가) 9 사슴도치 17/05/01 8233 8
423 역사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 4 와인하우스 17/05/01 5664 1
424 일상/생각나도 친구들이 있다. 3 tannenbaum 17/05/03 4852 14
425 정치/사회[펌] 대선후보자제 성추행사건에 부쳐 112 기아트윈스 17/05/04 8834 14
426 일상/생각논쟁글은 신중하게 28 기아트윈스 17/05/09 5582 11
427 체육/스포츠스트존 확대는 배드볼 히터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12 애패는 엄마 17/05/12 5856 4
428 일상/생각'편 가르기'와 '편 들기' 17 소라게 17/05/12 6562 25
429 정치/사회웅동학원과 한국의 사학법인 62 moira 17/05/13 7014 17
430 문학[인터뷰 번역] 코맥 매카시의 독기를 품은 소설(1992 뉴욕타임즈) 8 Homo_Skeptic 17/05/13 9064 6
431 일상/생각가끔은 말이죠 1 성의준 17/05/14 4546 9
432 창작5월이면 네가 생각나. 3 틸트 17/05/14 6178 9
433 정치/사회'조중동'이나 '한경오'나 라고 생각하게 하는 이유 38 Beer Inside 17/05/15 8218 16
434 일상/생각가난한 연애 11 tannenbaum 17/05/15 6686 18
435 일상/생각백일 이야기 7 소라게 17/05/16 5502 21
436 체육/스포츠김성근의 한화를 돌아보다. 31 kpark 17/05/24 6464 6
437 일상/생각[회고록] 그녀의 환한 미소 17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5/24 4924 13
438 음악Be human. 인간이기. 5 틸트 17/05/26 6571 11
440 의료/건강나의 갑상선암 투병기 -부제: 워보이와 나 37 고라파덕 17/06/01 6285 20
441 기타사람은 아픈만큼 성숙해지지 않는다 11 소맥술사 17/06/01 6412 35
442 일상/생각누워 침뱉기 17 tannenbaum 17/06/01 5366 24
443 꿀팁/강좌[사진]을 찍는 자세 20 사슴도치 17/06/02 8599 6
444 게임Elo 승률 초 간단 계산~(실력지수 법) 1 스카이저그 17/06/03 12255 4
445 음악세상은 이런 색을 하고 있었던 걸까 5 틸트 17/06/05 7933 7
446 일상/생각어떤 변호사의 이혼소송에 관한 글을 보고. 11 사악군 17/06/05 8054 2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