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6/10/25 11:14:20
Name   눈부심
Subject   너무 착한 병
http://www.theatlantic.com/health/archive/2014/05/going-to-work-with-williams-syndrome/361374/
http://slatestarcodex.com/

정신질환 중에 Williams Syndrome이란 병이 있어요. 인간을 의심할 줄 모르고 모두와 이야기하길 좋아하고 그지없이 착해서 탈인 병이래요. 어떤 연구자가 Williams Syndrome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 곳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삼촌이라도 온 듯 하나같이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주고 친근하기 짝이 없었다고 해요. 이 아이들은 인간이 인간을 속고 속이는 게 뭔지 몰라요. 뭐든 믿고 거절을 할 줄도 모르죠. 이런 아이들이 모여 있는 프로그램에선 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요. 역할게임에서 낯선이로 분장한 아이의 엄마가 '나랑 같이 강아지를 보러 가지 않겠니?'라고 물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연습을 하죠. 아이는 배운대로 안된다고 대답을 했다가도 낯선이로 분장한 엄마가 '정말 안 볼 거야? 우리 강아지 정말 귀여워!'라고 유혹하는 순간 '알았어'하고 따라나설 기세가 됩니다.

Williams Syndrome은 자폐증이나 조현증과 같이 원인규명이 매우 복잡한 질병과는 달리, 인간이 가진 염색체 7번이 부재하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에요. 특정 염색체의 결여가 두뇌 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끼쳐서 이 증상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는 신체적인 특색이 따로 있기도 해요. Williams Syndrome이라고 구글이미지검색을 하시면 나와요. 코가 낮다든지 치아와 뇌가 작은 편이라든지. 이들은 쉽게 피로함을 느끼고 당뇨나 갑상선기능저하가 올 확률도 보통사람들보다 높아요. 이 증상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천사로 묘사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회자될 만한 내러티브를 지니지만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어른들의 경우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죠. 선천적으로 이 질환을 타고 나서 자라는 동안 보통 정신지체로 이어지거든요. 이 병의 특징에는 IQ 보다는 뛰어난 사교언어를 구사하기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매우 매우 좋아하고 공감력이 뛰어나며 그와 동시에 주의를 잘 빼앗기기도 해서 집중이 상당히 어려운 점 등이 있어요. 이 질환은 시각과 공간감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병을 앓고 있는 이들 중에는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잘 없어요.

Williams Syndrome을 앓고 있는 이가 회사를 다니면서 은행계좌가 마이너스인출이 될 지경에 이르도록 동료들에게 점심을 매번 사다주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동료가 밥을 사달라고 하면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기꺼이 밥을 사주거든요. 자신의 그런 순수한 마음을 누군가가 이용할 것이라는 추호의 의심을 할 줄 몰라요. 그래서 이들이 온전히 사회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행사에서는 인간을 불신하는 법을 가르치려는 영리한 시도를 하고 불행한 경우에 맞닥뜨리지 않도록 오로지 자신의 할 일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시키죠.

어떤 이들은 Williams Syndrome이 자폐증의 반대라고도 해요. 자폐증은 지나치게 비사교적이고 말이 없고 폐쇄적인 증상을 보이는 데 반해 Williams Syndrome은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수다스럽고 사람을 지나치게 믿는 것이 문제니까요. 그치만 앞서 말한대로 자폐증의 원인은 유전적, 발생학적, 환경적인 요소 등 복합적이지만 Williams Syndrome의 원인은 염색체 7번, 요거 딱 하나가 빠져 있다는 것이에요.

인간의 사회성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관장하는 어떤 회로 같은 것이 우리 몸에 있어서 신체적으로 무엇 하나가 쏙 빠지면 사회성과 신뢰의 정도에 역력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워요. 그리고 저는 일련의 증상들을 정신지체로 퉁쳐서 이해하고 있었고 정신적으로 박약한 것 정도로만 주워들었는데 '너무 착하고 잘 믿어서 탈인 병'이라니 이런 의학적 정의 정말 따뜻하지 않나요.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11-07 09:44)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3
  • 춫천
  • 불쌍하네요 ㅜㅜ
  • 신기하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6 일상/생각축구지를 펴내기까지... 그 나름의 철학 ㅋ 18 커피최고 19/04/18 7518 26
17 과학음, 그러니까 이게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 말이지?... 12 neandertal 15/06/10 7518 0
375 과학외계 행성을 (진지하게) 발견하는 방법 11 곰곰이 17/02/24 7510 12
446 일상/생각어떤 변호사의 이혼소송에 관한 글을 보고. 11 사악군 17/06/05 7493 26
532 일상/생각울진 않을거 같습니다. 14 aqua 17/10/21 7492 57
318 기타아직도 이불킥하는 중2병 썰, 20 마투잘렘 16/12/06 7491 16
569 의료/건강타 커뮤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홍차넷 탐라를 찾는 이유 31 소맥술사 18/01/03 7490 16
181 기타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 22 Moira 16/04/08 7484 6
292 의료/건강너무 착한 병 17 눈부심 16/10/25 7481 13
1065 정치/사회수준이하 언론에 지친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대안언론들 19 샨르우르파 21/03/03 7477 24
684 여행관심 못 받는 유럽의 변방 아닌 변방 - 에스토니아 6 호타루 18/08/15 7465 16
653 철학/종교칸트 전집 번역 논쟁은 왜때문에 생겼나. 76 기아트윈스 18/06/28 7458 16
361 꿀팁/강좌사진찍으러 갈까요? 22 사슴도치 17/02/07 7446 25
660 문학왜 일본 만화 속 학교엔 특활부 이야기만 가득한가 - 토마스 라마르 31 기아트윈스 18/07/09 7445 30
414 체육/스포츠Elo rating으로 보는 주요 클럽들의 피크 포인트 25 구밀복검 17/04/19 7439 7
920 일상/생각아들놈이 대학병원에서 ADHD 판정을 받았습니다 70 아나키 20/02/06 7429 146
99 일상/생각삐딱하게 사는 것, 사실은 세상이 내게 원한 것 41 난커피가더좋아 15/10/25 7419 11
85 과학불멸의 세포 17 모모스 15/10/09 7418 10
719 체육/스포츠펩빡빡 펩빡빡 마빡 깨지는 소리 : 과르디올라는 왜 UCL에서 물을 먹는가 34 구밀복검 18/10/30 7410 14
634 의료/건강술을 마시면 문제를 더 창의적으로 풀 수 있다?!!!! 61 소맥술사 18/05/15 7387 23
335 철학/종교산타가 없다는 걸 언제쯤 아셨어요? 51 기아트윈스 16/12/30 7379 11
201 과학쌀, 보리, 밀 이야기 (자화수분-자웅동주식물) 3 모모스 16/05/06 7378 5
511 체육/스포츠타이거! 타이거! :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전에 대해 19 Danial Plainview 17/09/16 7371 17
519 경제외감법 개정과 감사인 지정제는 왜 해야하는가 75 CathedralWolf 17/09/26 7369 9
445 음악세상은 이런 색을 하고 있었던 걸까 5 틸트 17/06/05 7368 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