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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0/13 15:42:36
Name   SCV
Subject   태어나서 해본 최고의 선물.
밑에 elanor 님 글 보고 생각 나서 써봅니다.

살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선물 들을 주고 받았는데요..
그중에서 상대방이 가장 좋아했던 선물이 생각나서 써봅니다.


저희 와이프는 삼남매중 둘째입니다. 위로 두 살 터울의 오빠와 아래로 꽤 차이가 나는 남동생이 있어요.

가부장적이다 못해 숨막힐정도로 가부장적인 집안 (디테일하게 쓰면 상당히 공감해주시겠지만 분량상 생략할게요) 에서 자란지라

이래저래 손해보고 산게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집안을 생각해서 묵묵히 참아왔더랬어요.

컴퓨터도 맨날 오빠가 쓰던거 물려받아 쓰고....... 아니면 근처 학교나 관공서에서 쓰다가 자산폐기 된거 아버지가 주워다 주셔서 그런거 쓰고.

그런데 막내처남은 또 막내라고 새거 사주고....

대학교 때 진짜 노트북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노트북은 커녕 새 데스크탑도 힘들었죠.

그래서 제가 어찌어찌 램도 사다 늘려주고 하드도 사서 꼽아주고 했지만 뭐 이미 내용연수가 꽤 된 애들이라...


졸업하고 취준하는 중 와이프 컴퓨터가 또 죽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사주겠지 싶어서 부모님께 말을 했는데 알겠다고 하시고서는

몇주만 기다리면 군청에서 자산폐기되는거 나오니까 그걸 갖다주겠다고 하셨나봐요.


와이프가 폭발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랑 통화하면서도 엉엉 울고 저랑 통화하면서도 엉엉 울더라고요. 이미 취직한지 좀 된 큰처남이 있었지만...

뭐 오빠들이 그렇잖아요. 동생을 돌보긴 하나요. (생각해보니 저도 그런 오빠긴 하네요.)

평소에 그사람이 이렇게 남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며 울고 그러지 않는데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더라고요. 다음날 데이트였는데 눈 부어서 나올까 걱정될 정도로 울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일찍 자라고 다독이고


택시타고 용산을 갑니다.


예전에 컴 조립도 하고 그래놨어서.. 알던 집에 전화를 넣었어요.

"형 나 지금 노트북 하나 당장 필요한데 빼줄 수 있어? 얼마면 돼?"

묻고 돈을 뽑아 들고 가서 받아옵니다. 포장 박스 냄새가 반갑더라고요. 이쁜 최신형 샘숭 노트북이었습니다.



다음날, 데이트를 하러 가는길에 그 노트북을 박스째 들고 나갔습니다.

와이프(당시는 여자친구죠..)가 멀리서부터 저를 쳐다보고 있는데 제가 아닌줄 알더군요. 하긴 데이트하러 나온 남자가 큼지막한 박스를 들고 나올리는 없으니...

근데 가까이 보니 남자친구가 맞거든요. 머리에 물음표가 수백개 떠있더라고요. ㅋㅋㅋ 표정이 참...

그때 "아니 또 뭘 질렀길래 여길 들고 나왔나... 저사람은 진짜 데이트할때는 이런짓좀 하지 말지 에효..."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근데 제가, "자 여기 선물" 하면서 노트북 박스를 내밀었습니다.

- 이게 뭐에요?
- 노트북
- 네?????
- 노트북이요. 자기꺼 노트북.
- 네????????
- 컴퓨터 필요하다면서요. 노트북 갖고싶다면서?
- 네??????????
- 자기 노트북이라고요.
- 네????????????????
- 세팅은 데이트 끝나고 해줄게요.
- 예??????????????????????


네. 제가 해본, 그리고 받은 사람이 가장 최고라고 느꼈던 선물 이야기였습니다. ㅎㅎㅎ

물론 저거보다 더 다양한 선물들이 있지만... 와이프는 저 선물이 최고였다고 하네요. 20몇년간 살아온 한이 한방에 날아갔대나 어쨌대나.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10-24 10:42)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4
  • 춫천
  • 이렇게 SCV님은 결혼라이프로 드루와~ 드루와~
  • 아.... 내 심장.... ㅠㅠㅠㅠㅠㅠㅠ
  • 멋집니다. 정말 멋집니다.
  • 로맨틱, 성공적
  • 로맨틱함은 바로 이런 거죠
  • 언제쯤 저도 이런 선물을 해 볼 수 있을까요. ;)
  • 선수네
  • 수고했어. 네 노트북 덕분에 오늘 감동했어.
  • 선물하고싶은 사람좀 생겼으면
  • 나도...나도 저런 남자친구.ㅠㅠ흑흑흑
  • 오 이거 추천
  • 좋다ㅜㅜㅜ
  • 뒤늦게 추천!
  • 성지순례왔습니다
  • 잊을만 하면 와서보다가 갑니다. 성지순례


파란아게하
머시쓰심 춫천
파란아게하
그래서 일단 일찍 자라고 다독이고
택시타고 용산을 갑니다.

"형 나 지금 노트북 하나 당장 필요한데 빼줄 수 있어? 얼마면 돼?"

이부분 진짜존나폭풍간지입니다.
3
캄사합니다 ㅎㅎㅎ
민달팽이
여자친구분 물음표 수만큼 하트가 생성되셨을 것 같아요. 우왕..
놀람과 당황과 황당과 좋아죽겠음이 뒤섞인 미묘한 표정이었습니다 ㅋㅋ
Beer Inside
뭐 프로포즈 수준의 선물이였군요.
몇 달 뒤에 날 잡았습니다 ㅎㅎ
하이요
좋다ㅎㅎ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기아트윈스
사실상 이 때 결혼하신 거네요. 넘나 낭만적인 것.
라이카
와중에 존댓말 개설렘...
저흰 실제로도 존대말 씁니다 ㅎㅎ
22222222222222 왕설레요 ㅠㅠㅠㅠㅠㅠㅠ
Darwin4078
세팅은 데이트 끝나고 해줄께요...상남자네여.
ㅋㅋㅋㅋㅋ

근데 사실 애교많고 눈물도 많은 곰돌이입니다.

물론 밤에는 싸나이
밤에는 상남자
낮에는 잠만자
1
운영진!!! 운영진!!!

....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영진이 저격을 하다니 이런 무서운 사이트.
기아트윈스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아셨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눈에서 하트가 솟아나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을덴데 아쉽네요
사실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하트는 안나오더라고요 ㅋㅋㅋㅋ
곧내려갈게요
머시써...
결혼하고서는 배나오고 머리숱 줄어든 아재.... ㅠ
와와와............
와이프분도 참 좋으신 분일 것 같아요 8ㅅ8 어떤 인품을 지녀야 저런 남편 얻을 수 있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부럽..... 저 지금 더 비참해지라고 제 바로위에 이런글 올리셨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히히 그래도 넘나 맘이 훈훈한 것... 오늘은 이 자리에 관을 짜야겠다......

오늘도 이렇게 연애/결혼의 환상만 얻고 갑니다.
아니, 연애/결혼에 대해 환상이 깨져가는걸 다시 붙여주셔서 감사해요 8ㅅ8
네. elanor 님 저격글입니다
는 훼이크고..
그냥 옛날 생각나서 써봤어요 ㅎㅎㅎㅎ

환상이 다시 붙었다니 다행입니다.
세상의빛
엄지 척!
나쁜피
대애박! 머쨍이 아조씨 ㅠㅠ
Ben사랑
멋있어 이 아조씨
이런들저런들
오오오.....
솔로왕
노트북 주면 장가가나요??????????????
네???????????????????????????????
아뇨. (단호, 엄격, 근엄, 진지)
파란아게하
일단 있어야.....
기아트윈스
잘생긴 사람이 줘야....(ㅠㅠ)
1
2막4장
솔로왕님에게 물음표 수만큼 슬픔이 생성되었습니다
TPO가 맞아야합니다 흐흐
역시 로맨쓰와 통장잔고의 콜라보는 훌륭하군요
그렇죠. 이 뒤에 프로포즈 선물 하면서 통장잔고가 0이 되었고
저는 그렇게 와이프에게 등짝을 맞았습니다.
저도 노트북 선물이었는데...!
세상에 멋지네요
애패는 엄마
아니 이분
상남자 인정
레이드
참 행복한 로맨틱함이네요. 부럽습니다!
이건 정말 엄지척이네요. 멋집니다.
어.. 사실 무플일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께서 이렇게 댓글 달아주실줄은 몰랐어요.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허허허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남자는 재력이 받쳐줘야..
는 농담이고, 여친분이 간절히 원하던 것을 기억했다가 체크해서 주는 것만큼 소중한 선물은 없지요.

..이론은 빠삭한 것 같긴 한데 왜 안 생길까요..ㅠ
관대한 개장수
노트북을 즉석에서 뽑아줄수 있는 능력자...
아는 가게 + 현금이라 저렴하게 샀어용 ㅎㅎ
그리고 저땐 총각이었스므니다.... 투 잡 뛰던 시절...
피아니시모
캬 정말 멋있습니다 글 읽으면서 진짜 감탄했습니다 추천 꽝
우와 배우고 갑니다!
tannenbaum
로맨스 영화 한장면 같습니다.
Event Horizon
추천을 불러일으킬수 밖에 없는 글입니다 아... 따뜻하다
결론은 노트북을 뽑아줄수 있는 돈인건가요....
......... 어째서 결론이;;;;
구밀복검
만점 신랑감을 구하기 위한 장인 장모님의 20년 대계 큰그림이 아니었나 싶네요 ㅋㅋㅋ
어쩐지 와이프가 미성년자(?) 일때도 가만히 놔두시더라니... 그런 꿍꿍이가??
1
??? 게다가 키잡이셨습니까??!!
1
까페레인
이럴때 우리들은 아내분 같은 분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을거다 라고 하지요. ㅋㅋ
근데 와이프가 저한테 하는게 거안제미 수준이라 제가 구한듯요....
포켓몬사냥꾼
이렇게 로멘스를 글로 배우고 갑니다..............
실전도 중요하지만 이론도 중요합니다(?)
우리집떼껄룩
하 최고네요!
으악.. 추게라니.. 영광입니다 ㅋㅋ
정말 필요했던 걸 주면서, 부모님에게 당한 설움까지 한 방에 날려주셨네요!
주위에서 본 둘째 콤플렉스 좀 안타깝던데 오빠+남동생 조합이면...
와이프 분 정말 마음고생 많이 하셨었겠어요.

암튼 멋지십니다!
와이파이님의 서러움을 한방에 털어버리는 시크한 SCV님의 프로포즈 얘기 잘봤습니다 ^^

저도 추천하나 드렸어요 ㅎㅎ
와아아아 현직 누군가의 와이프로써 엄청나게 감동이군요.
사실 감동포인트는 비싼 노트북, 무거운 노트북이 아니라 "내가 서러워 하던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 이란 걸 거에요.
저도 집에서 저혼자 소외되어 있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는데 (엄청 심해서 진짜 울고불고 가족들이랑 싸우고 그랬거든요)
그럴 때 남편이 그 부분을 채워주는 순간 아, 내 가족은 이 사람이야. 라는 생각과 동시에 감동 + 위안 + 애정이 퐁퐁!
여튼 멋지십니다 ㅎㅎ
솔로왕
성진순례 왔다갑니다 장가가게 해주세요
1
얼른 가시죠
정의반복
넘모 멋있어요
광광 우럭따..
아니 이게 뭐 그렇게까지... ㅎㄷㄷ
방사능홍차
성지순례 다녀갑니다
1
성지 아닙니다....
세리엔즈
성지순례 왔습니다 여친 생기게 해주세요
1
생기셔라 얍
지금여기
성지순례 왓어용.
1
성지 아닙니다... 컥..
알료사
이걸 이제 보다니..
음? 당연히 보셨을가 같았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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