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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8/20 17:29:13
Name   소요
Subject   정신분열증의 맥락 - 왜 타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게 되는가?
원문은 그레고리 베이트슨 저, 박대식 역. (1999; 2021). 마음의 생태학. 책세상 - 3부 관계의 형태와 병리 중 정신분열증의 역학 (pp. 322-330)입니다.

본문에는 소제목이 없는데,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로 소제목을 붙였습니다.

//

정신분열증

- 정신 상태 - 이는 부분적으로 경험에 의해 야기된 상태 - 의 역학(疫學; 어떤 지역이나 집단 안에서 일어나는 질병의 원인이나 변동 상태를 연구)을 검토하고자 한다면, 

1) 관념적인 체계의 결함을 정확하게 지적한 후에야, 
2) 어떤 종류의 학습 맥락이 이런 형식적 결함을 야기할 수 있는가로 나아갈 수 있음

-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는? 메세지가 어떤 종류의 메세지인가를 개인에게 알려주는 신호를 확인하고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 병원 매점에 온 환자에게 계산대 뒤의 소녀가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면 이  메세지의 뜻이 
자기를 죽이겠다는 건지, 
같이 침대로 가겠다는 건지, 
커피 한 잔을 제공하겠다는 건지 의심

- 우리 대부분은 우리가 받은 메세지가 어떤 종류인지를 무의식적으로 이해한다.

- 하지만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메세지를 듣지만 그것이 어떤 종류 혹은 어떤 수준의 메세지인지 모름. "우리 대부분이 상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 대부분이 식별하지 못하는 - 그것이  어떤 종류의 메세지인지 우리에게 말해준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모른다는 의미에서 - 그런 좀더 추상적인 표지label를 손에 넣을 수 없다" (p.323)

- 이제 정신분열증 환자가 지닌 체계적인 결함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성공. 인간 개인이 언어적 메세지를 구별하는데 불완전한 능력을 지니게 되는 것 
-> 베이트슨은 그로 인해 나타나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이해가지 않는 발화 양식을 [말 비빔]이라고 부름

-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은 '어떻게 인간 개인이 이런 특징 신호를 구별하는 데 불완전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가?'

-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말 비빔 속에는 환자가 지닌 메타커뮤니케이션의 얽힘과 관련된 외상의 상황이 묘사됨

한 정신분열증 환자과의 대화 사례 1

1) 환자는 '허공에서 무엇인가 움직였고', 그것이 자신이 미치게 된 이유라는 생각을 지배적으로 가지고  있다
2) 베이트슨은 환자가 '허공'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보고 허공이 그의 어머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허공이 엄마라고 이야기하자
3) 환자는 "아니요. 허공은 어머니 the mother죠'라고  답했다.
4) 베이트슨은 그녀가 어떤 점에서는 그의 질병의 원인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5) 환자는 화를 내며, "엄마가 원인이었기 때문에 엄마가 움직였다고 우리가 말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 위의 대화를 정리해보면, 허공에서 어떤 것이 움직임 -> 그것이 환자를 미치게 함 -> 허공은 환자의 엄마가 아님 -> 허공은 환자의 어머니 the mother

- 베이트슨이 "엄마가 원인이었기 때문에 엄마가 움직였다고 우리가 말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라는 문장이 순환적 논리구조를 지녔다고 말함. 환자가 엄마가 상호작용하는 방식, 끊임없이 엇갈린 의도, 아이가 오해를 바로잡을 수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기술

* 이 '순환적'이라는 설명은 읽으면서도 바로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어머니와의 대화 상황 속에서 어머니에게 원인을 돌리면 결국은 환자에 대한 자기비난으로 돌아오게게 되었다는 것이 암시되네요. 이하의 설명을 보면 더 의미가 뚜렷해집니다.

한 정신분열증 환자과의 대화 사례 2

1) 환자가 아침 시간 치료를 건너 뛰었기에, 베이트슨은 저녁에 식당으로 가 환자가 다음 날 자신을 보러 와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2) 환자는 베이트슨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음. 베이트슨은 다음 날 아침 9시 30분에 대해서 몇 마디 말을 했으나 대답이 없었다.
3) 환자는 어렵게 "판사가 승인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4) 베이트슨은 헤어지기 전 "당신은 변호사가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5) 다음 날 아침 운동장에서 환자를 찾았을 때, "당신의 변호사가 왔어요"라고 말하고 치료실로 갔다.
6) 베이트슨은 "판사가 당신이 내게 말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사가 승인하지 않는다고 당신에게 내게 말한 것도 승인하지 않는다고 내가 생각해도 좋습니까?"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7) 환자는 "그래요!"라고 말했다.

* 여기서 베이트슨은 지난 대화 사례를 통해 도출한 가설을 환자와의 임상에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환자의 반응은 베이트슨이 생각한 가설이 환자의 경험을 설명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요.

- 여기서 '판사'는 1) 혼란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를 승인하지 않으며, 2) 자신의(판사의) 불승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승인하지 않음

외상의 형식적 구조

- 베이트슨은 일련의 외상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음. 관심을 갖는 것은 삽화적인 사건

- 복합적인 논리 형태들이 서로 충돌해서 개인에게 이런 특별한 병리를 발생시켰다는 의미에서 외상은 틀림없이 형식적 구조를 가질 것이라는 진술을 세우고 있음

- 우리가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무척 놀라운 솜씨로 논리 형태들을 엮어내는 과정임. 놀이, 괴롭힘 모두 마찬가지. 놀림 또한 놀림당하는 사람이 놀림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

- 어떤 문화에서나 개인들은 메세지가 어떤 종류의 메세지인가에 대한 단조로운 식별 뿐만  아니라, 메세지가 어떤 종류의 메세지인가에 대한 다양한 식별까지도 다루는 상당히 놀라운 기술을 습득. 하지만 이 다양한 수준의 문제에 대해 극도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음

- 이 신호들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거나 습득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 많은 이들이 이 기술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기술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함. 또한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종류를 식별하는데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음. 말하자면 정신분열 증세로 전혀 고통 받지 않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고 확신할 수 없음

- 하지만 사람들을 관찰하면 능력 배분이 불균등한 걸 볼 수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 역학(疫學)의 용어와 질문들은 이를 접근하는데 유용

맥락의 식별

-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증감 요소들이 존재. 피로, 다른 질병의 존재 등은 질병의 발생에 양적인 영향을 끼친다.

- 유전적 특성과 잠재성. 논리 형태에 대한 혼란은 어떤 사람이 아마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은 지적이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지적이지는 않는다는 의미. 베이트슨은 이런 특성이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추정
* 일종의 경계성 지능을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을텐데, 정말 유전적으로 결정되는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입니다.

- 하지만 베이트슨은 문제의 핵심은, 실제로 어떤 상황이 특정한 병을 초래하는지를 식별하는 것이라고 주장

- 물론 세균이 세균성 질병을 결정하는 유일한 인자가 아니듯이, 외상이나 맥락의 연쇄는 정신병의 유일한 결정 인자가 아님

- 하지만 세균을 식별하는 것이 세균성 질병의 이해에 필수적인 것처럼,  그러한 맥락을 식별하는 것이 정신병의 이해의 핵심

엄마

- 베이트슨이 환자의 엄마를 만나러 갔을 때, 그 집은 일종의 모델하우스처럼 보였음. 살기 위해 꾸민 집이 아니라 꾸며진 집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꾸민 집

- 예를 들어, 벽난로 정중앙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름다운 조화가 있었음. 꿩 두 마디가 대칭을 이루며 한 마리는 여기에 또 한 마리는 저기에 놓여 있었음. 벽에서 벽까지 카펫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바닥을 덮고 있었음

- 환자와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베이트슨은 그녀가 무엇인자를 두려워하는 사람 같았다고 말함. 환자는 "그래요"라고 답함. 베이트슨이 "엄마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이죠?"라고 물었을 때, 환자는 "외견상 부모다운 보호"라고 말함

- 환자와 엄마를 둔 채, 베이트슨은 바깥에 나감. 한 시간 정도 거리를 배회하면서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를 생각. 나는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까? 베이트슨은 아름다우면서도 흐트러진 것이 좋겠다고 생각. 그래서 글라디올러스(꽃)을 가지고 돌아감

- 환자의 엄마에게 꽃을 건네면서, '아름다우면서도 흐트러진 것'을 가져오고 싶었다고 이야기 함. 하지만 엄마는 "아! 그건 흐트러진 꽃이 아니에요. 시들 때마다 하나씩 잘라내면 돼요"라고 말함

- 베이트슨은 엄마의 대답이 흥미로웠음. 사과할 게 없는 베이트슨을 사과해야 할 입장에 밀어 넣었다는 것. 즉 베이트슨의 메세지를 재분류. 엄마는 베이트슨의 메세지가 어떤 종류의 메세지인지를 나타내는 표시를 바꿨고, 베이트슨은 그녀가 항상 그렇게 한다고 추정

- 이를 테면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메세지를 가지고, 마치 말하는 사람의 진술에 약점이 있는 것처럼 혹은 그녀에 대한 비난도 말하는 사람의 약점이 되는 것처럼 응답한다 등등

분석 결과

- 환자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것 - 그리고 어린 시절에 직면했던 것 - 은 자신의 메세지에 대한 잘못된 해석

- 환자가 '고양이가 탁자 위에 있다'라고 말하면, 그녀는 그의 메세지가 그가 그 말을 할 대 생각했던 그런 메세지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대답을 함

- 메세지가 되돌아 올 때 그의 메세지 식별자label은 엄마에 의해 애매해지고 왜곡된다.

- 화자의 메세지 식별자는 엄마와 계속해서 모순된다.

- 가정을 엄마가 정상적으로 지배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음. 달리 말하면 그것이 외상의 필수적인 형식이지는 않음. 아버지라 하더라도 동일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 베이트슨이 관심을 두는 것은 [외상적 배열의 순수한 형식적 측면]

- 어떤 형식적 특성을 가진 외상의 가능성이 있음. 외상 그 자체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어떤 요소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환자에게 특정한 증후군을 퍼트릴 것임. 공격받는 부분은 베이트슨이 '메세지-식별 신호'라고 부른 것의 사용. 이 신호가 없으면 '자아'는 환상과 사실을, 또는 글자 그대로인 것과 은유를 구별하지 못함

- 하나의 메세지가 어떤 종류의 메세지인지를 인식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일군의 징후군이 존재

- 증후군들에 대한 분류의 한쪽 끝에는, 어떤 개개의 명확한 형태의 메세지가 아니라 일종의 만성적으로 우스운 결말을 지닌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살아가는 파과병의 사람들이 있음

- 다른 쪽에는 지나치게 식별하려고 하는 사람들, 모든 메세지가 어떤 종류의 메세지인지를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식별하는 사람들이 있음

//

베이트슨은 정신분석학자는 아니여요. 굳이 말하자면 사이버네틱 이론가? 다양한 주제를 옮겨가며 탐색했고, 본인도 무엇을 추구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면서 추구했던 연구들이 '마음의 생태학' 혹은 유기체+환경이 자아내는 정신시스템으로 향하게 되었어요.

위의 사례분석은 1955년에 '비정상인은 자신의 사회를 어떻게 보는가 How the Deviant Sees His Society?'발표되었던 내용이에요. 지금부터 60년은 지난 이야기이니 현재 수준에 비추어 보자면 당연히 부족한 점이 있겠지요. 담화분석의 엄밀성으로 보든, 정신분석의 깊이로 보든지요.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베이트슨의 문제의식이에요. 다른 개별 인자나 영향을 끼치는 요소 뿐만 아니라, 경험의 형식을 포괄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이지요.

한 개인이 지닌 정신적 특징(그것이 사회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질 때)의 원인을 탐색하는 접근은 그 한 개인에게 원인을 귀속시키기도 하고, 환경에 원인을 귀속시키기도 해요. 하지만 희생양을 찾아서 매달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 기실 유기체와 환경(들) 사이 상호작용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요.

이를테면, 한 개인의 원가족 분화(성공이든, 실패든, 혹은 스펙트럼의 어드메로 이동하든) 과정은 부모-자녀 사이의 가족 역동 속에서 이해해야지 어느 한 쪽의 의지나 특성으로만 환원할 수 없어요. 전 독립적으로 살았다 스스로를 평하는데, 돌이켜보면 부모님들이 알아서 하라고 놔둔 측면도 있으니까요. 여기에는 교육사회학에서 지적하듯이 계층에 따른 자녀양육 태도의 문화적 차이가 또 영향을 미치지만 말이지요.

근본적인 문제 의식 외에도, 시스템/커뮤니케이션 체계에 관심을 둔 베이트슨 답게 커뮤니케이션의 표지label에 초점을 맞추어 사례를 파고든 것이 재미있었어요. 자기가 말하는 의도가 항상 손상되고, 왜곡되고, 뚜렷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발화자는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적당히' 신뢰하는 감각을 발전시킬 수가 없겠지요.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8-3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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