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17/06/29 22:44:21
Name   조홍
Subject   한국에서 외국음악이 몰락한 이유가 뭔가요?
뭐 예전 사람들(?)의 말을 듣거나 글을 보거나 하면 7~80년대만 해도 색목인들의 팝, 락이 영향력이 상당히 컸었다는데요, 요즘엔 거의 영향력이 없잖아요.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화한건가요? 큰 요인은 서태지인가요?
그런데 90년대만 떠올려봐도 그때 제가 좀 많이 어렸긴 한데... 그때보다도 지금이 더 못한 것 같아요.
접근성은 오히려 지금이 높은것 같은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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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
서태지 등장 시점과 맞물려서 외국 음악이라는게 매니아 음악으로 떨어집니다. 보통 90년대 초반 학번까지는 본인이 음악을 깊게 파지 않았어도 딥 퍼플 LP판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세대에서는 본인이 관심을 가져야만 메탈리카를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도 90년대 후반까지는 사람을 줄었어도 구매력은 큰 차이가 없어서 라이센스판도 활발히 만들어졌고 수입도 꽤 되고 있었습니다. 미국 컬리지락 차트 상위권쯤 가는 밴드의 CD는 한국에서도 수입판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고, 특히 일본 경유 수입판 덕분에 재즈나 유럽 메탈쪽도... 더 보기
서태지 등장 시점과 맞물려서 외국 음악이라는게 매니아 음악으로 떨어집니다. 보통 90년대 초반 학번까지는 본인이 음악을 깊게 파지 않았어도 딥 퍼플 LP판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세대에서는 본인이 관심을 가져야만 메탈리카를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도 90년대 후반까지는 사람을 줄었어도 구매력은 큰 차이가 없어서 라이센스판도 활발히 만들어졌고 수입도 꽤 되고 있었습니다. 미국 컬리지락 차트 상위권쯤 가는 밴드의 CD는 한국에서도 수입판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고, 특히 일본 경유 수입판 덕분에 재즈나 유럽 메탈쪽도 그럭저럭 앨범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00년 전후를 기점으로 이조차도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원인은 아마도 '소리바다'와 '벅스'로 대표되는 음원/스트리밍 시대에 돌입하면서 앨범의 판매량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일텐데(일례로 한국 국산음악도 100만장 팔아도 그 해 1위를 못할 수 있던 시절에서 00년 초반에는 20만장으로 그 해 판매량 1위가 되는 상황이 됐죠), 이로 인해서 그 전에도 잘 팔려야 몇 만 장 단위로나 나가던 매니아 음악들이 직격타를 맞습니다. 라이센스판이 안 들어오고, 수입판은 악성 재고가 되고, 매니아들은 대부분 까탈스럽고 말 많고 그에 비해 지갑을 안 여는 사람들이므로 간간히 수입해들어오는 것들은 이미 가지고 있거나 들었고 별 관심이 없어서 들어오지 않는 걸 불법다운로드해서 서로 돌려듣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매니아 음악들이 완전히 몰락합니다. 인디와 언더그라운드가 동치가 된 시점도 대충 이쯤이고... 이 상황은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큰 변화없이 흘러갔습니다. 2010년에서 2012년 전후로 일렉트로니카, 힙합, 유럽 메탈 매니아들이 증가했는데 이건 정보를 얻으면 바로 유튜브로 들을 수 있게 되면서라고 볼 수 있죠.
10년대 들어가서 늘어난 유럽메탈 매니아라는건 익스트림메탈매니아들이 늘었다는건가요?
외산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는 확실히 듣는 사람이 메탈 아니 락 전체보다도 많은 것 같은데 그렇다해도 일반적으로 대중이 좋아하진 않는 것 같고 소수에 국한된 것 같습니다.
제가 궁금한건 불법DL관련해서 상업적으로 몰락한건 그렇다해도 인기까지 한 방에 증발한 것인데 한국음악 수준이 올라가서 그런 건가요 .
레지엔
익스트림 메탈 매니아들이 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 깊게 가면 익스트림메탈에서도 많이 파퓰러화된 멜데스나 심포닉 블랙이나 이런 걸 듣는 사람이 늘어서 이게 꼭 익스트림 매니아들이 늘었다고 할 수 있느냐는 얘기가 있긴 한데 생략...
그리고 이게 '늘었다'라는게 직전 시대보다 늘었다는 것이지 절대 숫자는 애매합니다. 아주 직관적으로 통밥 때려서 말씀드리면, 90년대 중반 한국 락메탈 매니아가 대충 10만명 정도였다고 하면, 이게 00년대 초반에는 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2010년대에 한 3만명 정도로 복구됐다고 할 수 있... 더 보기
익스트림 메탈 매니아들이 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 깊게 가면 익스트림메탈에서도 많이 파퓰러화된 멜데스나 심포닉 블랙이나 이런 걸 듣는 사람이 늘어서 이게 꼭 익스트림 매니아들이 늘었다고 할 수 있느냐는 얘기가 있긴 한데 생략...
그리고 이게 '늘었다'라는게 직전 시대보다 늘었다는 것이지 절대 숫자는 애매합니다. 아주 직관적으로 통밥 때려서 말씀드리면, 90년대 중반 한국 락메탈 매니아가 대충 10만명 정도였다고 하면, 이게 00년대 초반에는 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2010년대에 한 3만명 정도로 복구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힙합의 경우에는 90년대에 한 2만 5천명쯤 됐다가, 2010년대 초반에 10만명쯤 갔다가, 지금은 한국에서는 메이저 장르가 됐고요.
해외음악의 인기나 수요 몰락의 경우에는 보통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음악의 수준 증가... 정확히는 서태지-HOT로 대표되는 '매끈하게 뽑아서 퍼포먼스를 염두에 둔 총괄적인 기획능력의 증가'로 인해 더이상 10대들이 굳이 외국음악을 들으면서 자부심을 느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긴 합니다만, 제 개인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돈이 안되니까 해외음악이 무시받은 것이고, 일종의 반지성주의적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음악평론가들 상당수가 TV나 라디오에서 '언제 나온 외국의 무슨 음악이 이런 영향을 주고...'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그걸 일종의 스노비즘으로 보는 경향이 원래도 있었는데, 그 전까지는 음악시장의 규모 차이가 직관적으로도 너무 나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건 싫건 '위대한 신문물의 선구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야만 했었죠. 근데 90년대에 가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스타들이 해외음악의 이미지 차용과 한국적 변주를 성공적으로 해냈고 이로 인해 한국와 해외(보통 미국과 일본을 말합니다만)의 음악적 트렌드의 차이가 수 년에서 수 개월 이내로 좁혀지고, 이로 인해 신문물 충격이 더이상 대중에게 유효하지 않으므로 '신문물'이라는 개념이 퇴색됩니다. 여기에 더이상 해외음악이 잘 팔리지 않게 되면서 '새롭지도 않고 잘나지도 않은, 잘난 척 하고 싶어하는 것들의 구역질나는 속물적 취미'라는 프레임이 해외음악에 덧씌워집니다. 단적인 예로 저는 80년대생인데, 제 세대에서 중고등학교 때 외국음악 CD를 들고 다니면서 듣는 것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는 취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 학번들은 외국 락음악 잡지나 LP판을 학교에 들고 가면 그 날 하루는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회고하더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저도 80년대 후반생인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네요 .
Beer Inside
기본적으로 9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이 올라갔고, 영미권의 음악을 듣지 않아도 영미권의 트랜드를 재빠르게 입수해서 한국화 해버리기도 했죠.

거기에 음악산업이 커지면서 관계자들에게 이득이 돌아오지 않는 영미권 음악대신,

한국음악 위주로 방송을 하게 된 것도 큽니다.

한 예로 라디오 프로그램 중 80년대까지는 대부분이 영미권 음악 또는 유럽의 음악을 틀어주었는데, 90년대 이후로는 한국의 가수들이 나와서 자신의 곡을 소개하고 잡답을 하는 것으로 라디오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TV프로그램을 말할 것도 없... 더 보기
기본적으로 9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이 올라갔고, 영미권의 음악을 듣지 않아도 영미권의 트랜드를 재빠르게 입수해서 한국화 해버리기도 했죠.

거기에 음악산업이 커지면서 관계자들에게 이득이 돌아오지 않는 영미권 음악대신,

한국음악 위주로 방송을 하게 된 것도 큽니다.

한 예로 라디오 프로그램 중 80년대까지는 대부분이 영미권 음악 또는 유럽의 음악을 틀어주었는데, 90년대 이후로는 한국의 가수들이 나와서 자신의 곡을 소개하고 잡답을 하는 것으로 라디오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TV프로그램을 말할 것도 없고....

대표적으로 두시의 데이트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은 과거에는 빌보트 차트를 두시간 동안 소개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음악만 소개하지요.
옛날 라디오는 그랬군요..
은채아빠
예전에는 라디오도 참 많이 듣고 빈 카세트테이프 준비했다가 곡목 말해주면 타이밍 맞춰서 녹음도 하고 그랬었는데요...
말씀해 주신 내용처럼 잡담이 대다수에 노래는 가뭄에 콩나듯 하면서부터 라디오를 끊었습니다.
그립네요 음원 위주였던 예전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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