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2/10/11 05:46:28
Name   여우아빠
Subject   예전 논란 되었던 이동진 평론가의 기생충 평 해석에 대해..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이동진 평론가의 기생충 평,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도 처연한 계급 우화"
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다른 건 모르겠는데 명징이란 단어는 잘 이해가 안되네요.  

명징에 대해서는 사전에서 '사실이나 증거로 분명히 함' 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https://kongcha.net/fun/59620

글의 영상에서 보면 본인이 '깨끗하고 맑다' 는 뜻으로 썼다고 하는데요(영상 1:12)

기생충이란 영화에 깨끗하고 맑다는 표현이 잘 안어올리는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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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징이 수식하는건 '직조한 우화', 즉 '이야기의 짜임새' 죠.
기생충 이라는 '계급 우화'가 '상승과 하강'이라는 방법으로
'신랄하고 처연하게', 그리고 그게 아주 명확하게 만들어져
누구나 알아볼 정도가 되었으니,
즉 이야기의 구조가 잘 짜여졌다고 한 것이니
명징하게 직조했다는 표현이 적확하다고 생각합니다.
9
여우아빠
아 이게 단어가 대략 아는 단어라고 해도 잘 보질 못하다 보니 해석이 이렇게 갈릴 수가 있군요.

'A(형용사) 하게 B(동사) 했다' 방식이라면 당연히 A는 B를 수식하는 것일텐데, 만든다는 뜻이라서 A한 상태로 만들어냈다고 보면 그렇게 쓸 수가 있겠군요. 이동진씨가 기생충의 구조를, 씨실과 날실이 엮듯 차곡차곡 엮여있다고 보아도 그걸 밖에서 볼 때에 여러 겹이 있음에도 안까지 쭉 맑게 보인다고 판단을 했을 수 있겠고요.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분명하다는 인상을 받을 때는 제반 상황이나 조건이나 해당 대상의 특성이 깨끗하고 맑을 때가 많죠. 가령 연못 물 안이 또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깨끗하고 맑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판결과 같은 것이 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서 사건을 매듭지었을 때 우리는 '깨끗하게 처리되었다'라는 느낌을 받죠. 즉 우리가 특정한 대상에 분명함을 느끼는 상황과 깨끗함을 느끼는 상황은 꽤 일치할 때가 많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깨끗함과 분명함을 인접한 관념으로 인지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습관적인 감각이죠. 예컨대 십자가 ... 더 보기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분명하다는 인상을 받을 때는 제반 상황이나 조건이나 해당 대상의 특성이 깨끗하고 맑을 때가 많죠. 가령 연못 물 안이 또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깨끗하고 맑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판결과 같은 것이 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서 사건을 매듭지었을 때 우리는 '깨끗하게 처리되었다'라는 느낌을 받죠. 즉 우리가 특정한 대상에 분명함을 느끼는 상황과 깨끗함을 느끼는 상황은 꽤 일치할 때가 많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깨끗함과 분명함을 인접한 관념으로 인지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습관적인 감각이죠. 예컨대 십자가 하면 예수고 예수 하면 십자가인 것이 너무나도 오랜 관습이 되었기에 우리는 특별히 누가 언질을 덧붙이지 않아도 십자가를 보면 기독교와 관련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기독교하면 십자가부터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기도 할 테고요. 명징함과 분명함과 깨끗하고 맑음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분명하면 깨끗하고 맑고, 깨끗하면 분명하고 맑으며, 그게 명징한 거죠.

실제로 네이버 사전을 찾아 보면 명징하다의 유의어는 깨끗하다, 깨끗하다의 유의어는 선명하다, 선명하다의 유의어는 분명하다, 분명하다의 유의어는 환하다, 환하다의 유의어는 밝다, 밝다의 유의어는 맑다입니다. 즉 복수의 단어들이 긴밀하게 연접하면서 하나의 순환적인 의미 고리를 만들어내고 서로서로를 카테고리로 묶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식으로 논해보자면, 명징이 보통 영어의 어떤 어휘로 한영번역되는지 검색해 보면 Clearness입니다. 그리고 Clearness가 반대로 어떤 어휘로 영한번역되는지 보면 밝음, 맑음, 투명, 명백, 명확, 장해가 없음, 흠 없음 등입니다. Clearness의 연관검색어로는 clarity, uncloudedness, limpidity, lucidity, lucidness, pellucidity가 검색되고요. 이상의 어휘들이 동의어는 아니지만 의미상의 연접지대와 교집합을 가지고서 관념의 연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한국어와 비슷하게 영어에서도 깨끗함이나 맑음을 지칭하는 어휘들이 분명함이나 명료함을 가리키는 어휘들과 뒤섞여 있다는 것도 확인되고요. 어떤 언어든지 대체로 사람의 생각과 관념과 인지방식은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잦은 빈도로 동반되어 습관적인 연계성을 가지는 복수의 인상들은 언어상으로도 유사한 의미를 띠며 연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하간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깨끗하고 맑다고 말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텐데, 이동진의 저 한줄평 - 실은 되는대로 양식화 된 스타일에 맞게 끼적였을 것이 분명한 - 에서 명징함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계급 우화'입니다. 그 계급우화의 성격은 '신랄함'과 '처연함'인 거고요. 말하자면 이동진의 저 한줄평은 '신랄하고 처연한 방식으로 계급 우화를 드러낸 작품인데 그게 깨끗하게, Clear하게 표현되어 있어 또렷하게 양상을 목격할 수 있다, 계급우화가 뭔지 Clear하게 알고 싶으면 기생충을 보면 된다'쯤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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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스디
그냥 문학평론용 단어가 실생활에서 안 쓰이게 되니까 저런 식으로 인접 어휘의 영향을 받아 혼탁해진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혼탁해진 형태를 기준으로 문장을 해독하는 건 조금 아닌것 같아요. 전 위에 SCV님 해석이 맞는것같음
Jaceyoung
두분 이야기가 비슷하지 않나요?
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엘에스디
힝 그런가여... ㅠㅅㅠ
괄하이드
다른영상에서도 얘기했던것같은데 한줄평도 학문적 언어가 아니라 일종의 문학과 예술의 영역이기도 해서, 어떤 말맛을 가진 특정 단어를 쓰고싶다는 작가의 의지도 중요한 부분이라서요.

예컨대 '명확하게 직조한' '완벽하게 직조한' '깔끔하게 직조한' 등등의 표현을 써도 뜻 전달에 무리는 없겠지만, 본인이 마음에 안들고 꼭 '명징하게'라는 표현을 써야 말맛이 살면서 그 상황에 적확하게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면 써야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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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치면 그냥 연출 같은거죠. 애초에 이동진이 한줄평에서 저런 예술적 기교를 시도하는게 한두번이 아닌데, 유독 기생충 평가할때만 다들 첨삭 지도자 선생님에 빙의하는지 모르겠어요.

마스터, 마스터 터치, 마스터 피스 <- 이건 대체 무슨 뜻의 한줄평입니까? 인생 영화라면서 한줄평이 왜 이래
삶의 폐곡선에 물처럼 고인 우수 <- 뭔 소리야
파리하게 회귀하는 강박과 슬픔 끝에 눅눅한 구두점을 향하여. <- 뭔 말임?

기생충 한줄평은 그냥 '상승과 하강으로 명확하게 그려낸' 정도의 의미를 담는데

1.... 더 보기
영화로 치면 그냥 연출 같은거죠. 애초에 이동진이 한줄평에서 저런 예술적 기교를 시도하는게 한두번이 아닌데, 유독 기생충 평가할때만 다들 첨삭 지도자 선생님에 빙의하는지 모르겠어요.

마스터, 마스터 터치, 마스터 피스 <- 이건 대체 무슨 뜻의 한줄평입니까? 인생 영화라면서 한줄평이 왜 이래
삶의 폐곡선에 물처럼 고인 우수 <- 뭔 소리야
파리하게 회귀하는 강박과 슬픔 끝에 눅눅한 구두점을 향하여. <- 뭔 말임?

기생충 한줄평은 그냥 '상승과 하강으로 명확하게 그려낸' 정도의 의미를 담는데

1. 쉬운 말로 서술하고 싶지 않다.
2. 시각적인 느낌과 촉각적인 느낌을 둘다 주고 싶다.
3. 조금 더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싶다 등등

이런 저런 니즈 때문에 일종의 글에 영화적 연출이 들어간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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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조를 명징하게 했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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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김
힝.. 아무도 상승과 하강에는 관심을 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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