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1/06/21 21:09:01
Name   Profit
Subject   미친 집값의 시대…전세 끼고 잠실 아파트 매매 도전기
https://news.joins.com/article/21786030

어, 그런데 가격이 영 이상하다. 이른바 ‘로열층, 로열라인’이라 주장하는 매물은 13억8000만원이 기본이다. 방 세 개짜리 33평인데 말이다. 4월만 해도 11억원대였던 시세가 5월 들어 무섭게 오르더니 급기야 최근 14억원을 찍었다고 했다. 아무리 전세를 낀다고 해도 13억원이 넘는 집을 산다는 건 우리 부부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다.

실장님은 유독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는 15◇동이 조망이 좋다며 강추했다. 13억5000만원이라는 가격도 지금 기준으로는 싼 거라고 했다. “사모님, 이전 가격은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집 안 보고 사는 건 요즘 뉴스도 아니에요.”

잠시 혹했다. 이틀을 고민한 끝에 나는 “어떻게 평생 살 집을 보지도 않고 사느냐. 그럴 순 없다”는 답을 줬다. “지금 안 잡으면 다른 데서 가로채 갈까봐 조바심이 난다”는 부동산 실장님의 말투에서 정말 초조함이 묻어났다. 사실 난 이런 생각도 했다. 아니, 로얄동도 아닌데 13억5000만원이라니. 게다가 집도 안 보고 사면 완전 ‘호갱’ 되는 거 아니야?

...중략...

그런데 낮 12시에 준다는 계좌번호가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온다. 매도자쪽 사정이 있어서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오후 3시가 넘어 공인중개사가 전화를 통해 “계좌번호를 주긴 줄텐데, 가격을 2000만원 정도 올려달라고 할 것 같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알려온다. 결국 오후 6시 45분. 집주인의 계좌번호와 함께 최종 통보가 왔다. “1500만원 올려서 13억4500만원에 계약하기로 하고 가계약금 입금해달라. 이 가격에 안 한다고 하면, 두 번째로 집을 본 매수자에게 넘기겠다.”

1500만원. 우리 부부가 몇 달을 아등바등하며 모아야 하는 돈을 순식간에, 매도자의 기분에 따라 올려달라고 하는 거다. 그것도 ‘싫으면 말고. 너희 말고 사려는 사람은 줄 섰어’라는 태도로. 어안이 벙벙했다.

“기분은 상하셨겠지만, 1500을 올려주더라도 이건 잡으셔야 해요.” 공인중개사가 간곡한 목소리로 설득한다. 그렇다. 지금 같은 부동산 과열이 조금 더 이어진다면 얼마 뒤, 아마 한두달 안에도 이 가격도 싸게 잘 샀다고 생각할 날이 올지 모른다.

결혼을 결정할 때도 이렇게 어렵진 않았다. 내 평생 최고가가 될 쇼핑을 결정하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남편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그냥 하지 말자. 포기하자.”

정확히 무슨 판단에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13억원 대의 아파트라는 물건은 내 능력 밖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던 듯하다. 이렇게 오르면 언젠간 떨어진다는 부동산 할머니의 이야기도 조금은 영향을 미쳤을 거다. 분명한 건 그렇게 말하고 나니 갑자기 쫓기는 기분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단 점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당분간 무주택자 생활을 더 이어가기로 했다. 집을 언젠가는 살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언제가 될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2017년 7월, 그때 잡았어야 해'라며 후회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건 확실하다. 지금 이 시장은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그 이상한 시장에 참여자로서 잠시 발을 담금으로써 나는 세상을 조금 배운 기분이다.  


***

낚시 죄송합니다. 이 기사는 2017년 기사입니다.

얼마 전까지 집 계약하려고 돌아다녔는데, 딱 이런 기분이 들어 무주택자의 첫 심리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소개해 봤습니다. 계약 직전까지 계약금이 계속 올라가는데, 올라가도 잡긴 해야 할까 싶더군요. 결국 매도자가 마음을 거두고 도리어 배액배상을 받긴 했습니다만, 조금 더 상방이 높아 보이는 집을 놓친 기분이라 돈을 벌어도 번 것 같진 않았습니다.

아마 무주택자들이 하는 제일 많은 실수가, 상투를 잡지는 않을까 고민해서 지나치게 주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1500만원이 큰 돈이긴 하지만 (자금이 허용만 한다면) 이 당시 고민하던 집값의 1%~1.5% 사이였으니 또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거든요. 다주택자면 모를까 1주택 실거주라면 충분히 지를 만 하지 않았나 싶네요.  

이분이 고민하던 아파트는 어떻게 됐냐구요?

지금 23억입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882 의료/건강약사회 "'동물용 구충제로 말기암 치료' 검증 안 돼..부작용 주의해야" 11 메리메리 19/09/21 4616 4
19954 정치정은경 본부장도 임금 반납, 직원들은 연가보상비 없어 35 원영사랑 20/04/24 4616 2
30194 사회[KBS]"일하지 맙시다"..세종시 공무원 극단적 선택에 동료들 공분 13 RedSkai 22/07/05 4616 1
2035 방송/연예연예인 최초로 미혼모협회 찾아가 생리대 기부한 아이돌 10 tannenbaum 17/02/20 4616 2
10739 의료/건강나이 들수록 단백질 섭취 늘려야 허리둘레·BMI 줄어요 7 Credit 18/06/11 4616 0
7156 사회국립대 교수, 입시면접서 인권침해 '무차별 막말' 17 모선 17/12/26 4616 0
22260 사회"같은 아파트 같은 동인데"…신규-갱신 전셋값 2배까지 벌어져 26 다군 20/11/10 4616 0
29684 국제주한 러시아 대사 vs 우크라이나 대사 인터뷰 카르스 22/05/31 4616 1
31476 국제"기시다 총리 '뚜껑이 열렸다'"‥한일정상촌극 10 다군 22/09/24 4616 0
37109 경제홍콩 법원, 中 부동산 '공룡' 헝다에 청산 명령 2 활활태워라 24/01/29 4616 0
20726 국제제재 겨우 버틴 北, 코로나에 무너졌다 6 토끼모자를쓴펭귄 20/06/20 4616 0
21750 경제코로나 위기 가구 11월부터 긴급생계지원..4인가구 356.2만원 4 Schweigen 20/09/15 4616 1
25078 사회동물에 첫 법적 지위…동물학대 민형사 책임 커질 듯 10 동그라미미술학원 21/07/25 4616 1
36599 게임T1 상대하는 양대인 감독 "페이커, 성장할 부분을 찾아 더 성장한 점 놀랍다" 8 swear 23/11/15 4616 0
23544 방송/연예가을방학, 11년만의 해체 “신변상 이유로 활동 진행 어려워” 5 나단 21/03/09 4616 0
29176 의료/건강'무설탕' 이라고 안심하셨나요? [식탐] 8 Regenbogen 22/04/24 4616 0
30712 정치김건희 석사논문 조사 중단한 숙명여대 "정치권이 압박한다" 4 알탈 22/08/04 4616 1
36601 사회재수생, 수능날 새벽 아파트서 투신…어머니 신고로 병원 이송 2 swear 23/11/16 4616 0
6906 사회한 포르노 배우의 죽음이 '조리돌림 문화'에 던진 메시지 6 tannenbaum 17/12/13 4616 0
13306 스포츠[외신] EPL이 가장 평준화된 리그라구요? 농담두 ㅎㅎ 6 기아트윈스 18/11/10 4616 0
20986 사회"영양 고추따러 왔다"..베트남 노동자 380명 코로나 뚫고 입국 20 맥주만땅 20/07/13 4616 0
36602 사회"결혼 전제로 만난 남친, 나 몰래 결혼 뒤 신혼여행" 30대女 충격 수원토박이 23/11/16 4616 0
37114 사회"너 엄마 없잖아"..아들 괴롭힌 동급생들에 '개XX' 고함 친 아버지 14 swear 24/01/30 4616 0
8187 IT/컴퓨터LGU+, 데이터 속도·용량 완전무제한 요금제 국내 첫 출시 (엠바고 풀림) 2 알겠슘돠 18/02/21 4616 0
26619 사회'야옹이 작가, 유흥업소 종사자' 허위사실 유포 악플러의 최후 21 swear 21/11/20 4616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